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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자서는 못 죽습니다
작가 : 김백야
작품등록일 : 2019.10.21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다.

 
프롤로그
작성일 : 19-10-21 18:13     조회 : 373     추천 : 0     분량 :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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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을 수 없다.

 정확히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그것이 30분 내내 밧줄에 목을 걸고 있던 이완의 첫 감상이었다.

 

 30분 전, 이완은 오래된 전등갓에 밧줄을 묶어 목을 멨다. 의자를 걷어찼지만 체중이 잘못 실린 건지 기절하지 못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경동맥에 충격을 주어 의식을 잃거나 목뼈가 부러지는 거였는데 둘 다 실패했다. 그래도 이대로 매달려 있으면 의식을 잃고 숨이 끊길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낡은 전등갓이 이완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내려앉을 때까지는.

 

 "허억, 헉."

 

 이완은 가쁜 숨을 쉬었다. 폐로 스며드는 공기가 송곳 같았다. 침이 뚝뚝 떨어져 장판을 적셨다. 이완은 엎드려 있다가, 목에 밧줄과 전등갓이 걸린 채로 속에 있던 걸 전부 게워냈다. 30분. 30분이 지나 있었다.

 

 사람 하나 죽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적어도 이렇게 바로 정신이 들진 않겠지.

 

 "맘대로 죽지도 못하냐."

 

 이완은 밧줄 자국이 선명히 남은 목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자국은 자고 일어나면 사라져 있을 거였다.

 

 이완이 자살을 결심한 건 일 주일 전이었다. 자살을 실행하기까지 일 주일이 걸린 게 아니었다. 이완은 일 주일 전부터 매일매일 자살 시도를 했다. 첫 번째 시도는 한강에서였다. 경찰에게 잡혀 벌금을 물게 될까 봐 인적 드문 강 가장자리에서 물 속으로 들어가는 걸 택했다. 당연히 실패했다.

 

 경찰이나 인근 주민에게 들키지 않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폐를 찌르는 구정물 속에서 질식의 고통을 그대로 받아 넘기다가, 결국 젖 먹던 힘까지 사용해 헤엄쳐 나왔다. 추웠다. 한바탕 구역질을 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죽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한강물을 일 리터는 마신 것 같았다.

 

 "뭔가 잘못됐어."

 

 그 때 이완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음은 중독사였다. 집을 꼼꼼히 봉하고 몇 시간 뒤 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눈 떠 보니 아침이었다. 여기까진 우연이겠지 했다. 뭔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세 번째, 네 번째... 그래도 이완은 죽지 않았다. 일곱 번째 자살 시도가 실패한 지금, 이완은 결론지었다.

 

 '나는 죽을 수 없다.'

 

 무언가가 이완의 죽음을 방해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다음 업로드 시간은 수요일 오후 1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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