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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가 사랑한 나의 살인자
작가 : RinaHee
작품등록일 : 2019.10.16

내 운명의 상대는 나를 살해할 운명이다? 잘못 연결된 인연의 실로 인해 연인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앞둔 그녀! 반드시 운명을 바꾸어야 한다!

 
피어나지 못한 꽃
작성일 : 19-10-16 12:19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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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냥 신고만 하면 돼요. 네?”

 

 여자는 다급하게 남자를 향해 말했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빨갛게 부어 오른 손목이 아팠다. 그녀는 뒤를 돌아 식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직 미약하게나마 시아버지의 숨이 붙어 있었다. 지금이라도 신고하면 늦지 않을 것이었다.

 

 탁-

 

 하지만 여자가 전화를 거는 것보다 남자가 여자의 손에서 전화기를 가로채는 것이 더 빨랐다. 그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차마 그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시아버지. 눈 앞의 남자에게는 아버지인 그였다. 그런 그의 뱃속에는 날카로운 주방 칼이 반 넘게 들어가 있었다. 꽂혀있는 칼날 사이로 피가 배어져 나와 바닥을 적셨다. 너무나도 끔찍한 모습이었으나, 이를 보는 남자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아 보이기까지 했다. 눈 앞에 있는 게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이미 미쳐버린 탓일까. 잠시간의 침묵 뒤에 남자의 입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어차피 노숙자로 뒤졌을 새끼잖아요. 신고하면 나만 손해인데. 안 그래요?”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였다. 남자의 이성은 이미 날아가버린 것 같았다. 여자는 대답 대신 침을 꿀꺽 삼켰다. 이해해보려 했다. 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 온 사람이니까, 이제까지도 도박꾼인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그걸 모른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여자의 생각으로는 납득할 수 없었다. 신고를 해야만 한다. 여자가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나가려 하자 성큼 다가온 그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 그 탓에 바닥에 고인 핏물이 그의 발목 언저리까지 튀어 올랐다. 피가 잔뜩 묻은 손이 다시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신고하면 나 죽어요.”

 

 애절하고 가여운 눈빛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정말로 간절하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건 들어줘서는 안 될 부탁이었다. 애초에 말이 안되었다. 신고를 안 하면? 그래서 그가 죽으면?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어떻게 변명한다 해도 그의 시신이 있는 한 의심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데, 어딘가에 묻거나 강에 던져버려도 요즘 같은 세상에는 금새 발견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굳이 그런 고생을 하면서 죄를 더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얼토당토 않은 부탁 따위 무시해버릴 요량이었다. 일단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신고만 하면 다 해결될 일이다. 여자는 잡힌 손목을 빼내며 문 쪽으로 몸을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이 하이에나처럼 변했다. 아차 하는 순간, 그의 손은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안되지. 그럼 안되지요. 나 죽는다니까?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크고 두꺼운 손은 그녀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성을 잃은 그의 공격에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격렬한 저항으로 인해 바닥에 고인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점차 숨통이 막혀왔다. 시야가 흐려지고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살려달라는 애원조차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했다.

 

 “그러니까 쉿…. 조용히 해요, 우리 자기.”

 

 오래지 않아 흐릿하던 시야는 결국 검게 꺼져버렸다. 맥없이 늘어지는 여자를 바라보던 남자는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 속에 주저 앉은 남자는 뒤늦게 오열했다. 그렇게 하늘이 파랗게 눈부시던 어느 날, 비틀어진 운명은 비참한 끝을 맞았다.

 

 * * *

 

 아현은 평소와 다름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눈 앞의 차트에는 수 많은 사람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걸 언제 다 본담….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 놈의 일은 끝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매일같이 밀려드는 지겹도록 많은 이름들은 아현을 벌써부터 질리게 했다. 불평만 하고 있어봤자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에, 아현은 억지로 집중을 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중 첫 번째 이름을 눌러 데이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민유리. 나이는 스물 셋이구나.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있다는 것 말이다. 천상계의 사신들에게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영원한 세상. 그럼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덕을 쌓아 환생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제껏 열심히 덕을 쌓아온 그녀였으나 요즘에는 환생이라는 것을 굳이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아현과 같은 인연 부서에서 일하는 사신들은 대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게, 인간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라 특별하다고 믿었는데 그 감정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알게 되면 현생에 미련이 없어지기 마련이었다. 내가 선택해서 정말로 사랑했다 싶은 사람도 알고 보면 인연의 신, 월하노인이 랜덤으로 점지해준 짝이었다던지, 그게 아니면 잘 살아오던 사람이 좋지 않은 인연을 만나서 가진 걸 잃고도 운명의 상대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질리도록 보다 보니 아현 역시 질릴 대로 질렸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하니 차트를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전임자가 작성해둔 코멘트였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로맨스를 좋아하나, 지금까지는 소개팅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만 연애를 이어옴]

 

 이번 케이스는 다루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만남의 계기만 제공해주면 모든 일은 술술 풀리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하게 해 두기 위해 다른 자료들을 함께 살펴야 했다. 그녀의 감정 게이지는 매우 안정적이라 연애를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지만, 그녀의 주변 인물관계도를 살펴보니 인연을 이어줄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그러게. 진짜로 우연히 만나야만 연애할 수 있는 타입이었구나.

 

 그녀의 진짜 운명의 상대는 말 한마디 섞어보지 못한 대학 동기였다. 아현은 장비를 이것저것 만지며 변수를 확인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언가 달칵 들어맞는 듯 경쾌한 소리가 들리더니 운명이 조정되기 시작했다. 신호등 하나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들이 딱딱 맞춰 술술 풀리는 날. 그리고 반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엉망진창이라 하루의 모든 계획이 틀어지는 날. 타로 점괘나 오늘의 운세와는 무관하게 ‘그냥’ 그렇게 되는 날들. 지금 아현은 그런 날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바로 유리와 그녀의 운명의 상대 지후가 만나기 위한 운명의 날을 말이다.

 

 비 오는 날이었다. 아현은 유리의 무의식 속에 평소보다 더 많은 꿈을 넣어두었다. 꿈에 꿈이 이어지며 계속되는 탓에 유리의 하루는 지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참 안 풀리는 하루였다. 신호란 신호에는 다 걸렸고, 고속도로는 거의 주차장을 연상케 하는 정도로 꽉 막혔다. 그 덕분에 학교에 늦고 말았다. 수업을 겨우 듣기는 했으나, 앞부분 필기를 하지 못해 수업이 다 끝난 뒤 친구의 필기를 베껴 적었다. 강의실을 나온 건 수업이 끝나고도 한 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평소였다면 이미 집에 있을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집에 가는 건 처음이네…. 하고 생각한 유리는 건물 밖을 나섰다 흠칫 놀라 다시 들어섰다. 아직도 비가 오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손에는 우산이 없었다. 혹시 몰라 강의실에 들어갔다가 잃어버린 우산 대신 망가진 우산 하나를 찾아 나왔다. 유리가 우산을 들고 건물 밖을 나서는 순간, 아현이 버튼 몇 개를 동시에 눌렀다. 그러자 작은 돌풍이 불어 유리의 우산을 날려버렸다. 날아간 우산을 잡으려 한참을 애썼으나 겨우 잡은 우산은 이미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디로 가세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지후였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확인하자, 아현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타이밍 좋고, 우연성도 좋고. 지후는 유리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말을 걸었다. 우산 망가져서 어떡하냐는 둥, 집이 어디시냐는 둥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두 사람은 폭우 속에서 비를 맞지 않으려고 더욱 바투 붙어 서서 걸었다. 우산 밖은 빗소리로 시끄러웠지만 우산 속은 묘하게 조용했다. 서로의 심장소리가 들릴 것 같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숨결이 닿을 듯, 가까이 붙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그 날의 빗소리는 두 사람의 인연을 축하하는 세레나데와 같았다.

 

 또 이렇게 한 쌍의 인연이 제자리를 찾는구나. 뿌듯했다. 유리의 입장에서는 아침부터 늦잠을 자 버리고, 우산은 망가지고. 이상하게 뭐 하나 되는 일 없는 운 나쁜 하루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다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는 걸, 그녀는 아마 죽기 전까지 모르겠지. 뭐,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러든 말든 자신은 이대로 덕을 쌓아 환생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아현은 차를 한잔 우려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마무리되어 여유가 생긴 덕분이었다. 작은 수저로 찻잔을 젓자 꽃잎이 탐스럽게 피어났다. 분명 죽어있는 게 분명한 꽃인데, 고작 물 한 잔이 영혼을 불어 넣은 것이다. 꼭 살아있는 것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현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월하노인의 아래서 인연의 붉은 실을 연결해주는 업무를 맡고 있는 신의 사자였다. 이미 시스템화 되어 있는 지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사랑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일뿐이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궁금할 때가 있었다. 인연의 실은 육체에 연결되는 걸까, 영혼에 연결되는 걸까? 만약 텅 빈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가 있다면 인연의 실은 어디를 향할까? 사실 생각해봐야 별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는 일어날 리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현은 그 점이 참 궁금했다.

 

 얼마간을 그러고 있었을까, 더는 늑장부릴 수 없겠다 싶어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번에 선택한 이름은 윤가희. 선택한 기준은 위에서 두 번째에 있었기 때문일 뿐, 별 의미는 없었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이쪽도 우연이 필요한 케이스였다. 이번엔 카페에서 만나게 해 볼까? 그다지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현은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 한 손으로는 찻잔을 저으며 느긋하게 화면을 바라 보았다. 그러다가 날짜와 시간이 맞는 카페 한 곳을 발견하고는 인연 장치를 하나 하나 맞춰가기 시작했다. 모월 모일 모시 경. 한 칸, 한 칸을 맞출 때마다 달칵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순조롭게 마지막 칸인 장소 칸을 맞춰 넣는 순간, 아현의 귀에 별안간 찢어질듯한 알림 소리가 들려 왔다.

 

 고형수(孤刑囚)! 고형수가 등장했다는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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