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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언데드 딸에게 양육당하고 있습니다
작가 : 브라이트먼
작품등록일 : 2019.10.9

“반드시 책임지고 너를 키울게!” “하등한 인간 주제에 저를 키우겠다구요? 제가 아버지를 키울 예정입니다만.” 있는지도 몰랐던 딸이 어느날 불쑥 찾아왔다—언데드들의 여왕, <리치 퀸>이 되어서. 그런데 ‘리치 퀸’은 십 년이 지나면 다시 죽음을 맞아야 한다고 한다. 기간은 십 년 한정! 죽은 딸이 산 아버지를 ‘키우’러 왔다!

 
1화 - 제 딸이지만 좀 무섭네요 (1)
작성일 : 19-10-09 23:03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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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지 말입니다?”

 

  “아직 20대 주제에 벌써 청력이 감퇴한 것인가요? 이래서 인간이란. 다시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신의 딸입니다.”

 

  이재훈. 29살. 고시생을 빙자한 사실상 백수.

 

  그리고 오늘, 어쩌면 인생 최대의 위기.

 

  재훈은 자취방 대문을 열어놓은 채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고 있었다.

 

  눈앞에는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예쁘장한 소녀가 서 있었다.

 

  검붉은 어린이용 양산을 쓴 채.

 

  처음에는 집을 잘못 찾아온 꼬맹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대뜸, 문을 열자마자.

 

  “잘 부탁드리옵니다. 하등한 인간 아버지.”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아버지라고?

 

  딸이라고?

 

  재훈은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기한테 자식이 있을 리가...

 

  “헉.”

 

  저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 있었다. 자식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십일 년 전, 고등학생 때, 뭣도 모르고 불장난을 쳤던 적이 있었다.

 

  그 일 이후로 그 여자아이는 갑작스레 외국으로 떠나게 됐다.

 

  연락처도 다 끊어버린 채. 재훈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영영 그녀와 닿을 수단은 없었다.

 

  “설마... 애야. 혹시 너네 엄마 이름이 ‘황민영’이니?”

 

  재훈은 침을 꼴깍 삼켰다.

 

  소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자신의 부인더러 ‘너네 엄마’라니, 정말이지 매너부터 다시 배우셔야겠군요.”

 

  재훈은 머리를 쥐어싸맸다. 정말 민영과 자신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났었다니.

 

  “으으...”

 

  재훈이 한참을 괴로워하는 와중.

 

  “모든 점에서 볼품이 없군요. 여자아이를 문 밖에 계속 방치해뒀던 꽝매너도 그렇지만, 이 집안 꼬락서니는...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소녀는 어느 샌가 자취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소녀는 뒤돌아 재훈과 눈을 마주쳤다.

 

  그 얼굴은 한없이 창백했다.

 

  “정식으로 인사 올립니다, 하등한 인간 아버지.”

 

  소녀는 오른손 검지를 세웠다.

 

  재훈은 그 순간까지는 몰랐다.

 

  “제 이름은 이예나. 하지만 그것은 겉이름일 뿐. 제 속이름은—”

 

  예나의 검지 끝을 중심으로, 사악한 기운을 띤 채 각종 물리력이 응집하고 있었다.

 

  재훈은 입을 벌린 채 멍청하게 서 있었다.

 

  이윽고 응축된 수수께끼의 검은 에너지가 방 안을 집어삼키듯 방사형으로 발산해나갔다.

 

  “—제 속이름은, <리치 퀸>. 죽은 자[언데드]들의 최정점에 군림하는 자.”

 

  재훈은 그제야 적어도 한 가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제대로 사고를 쳤구나, 라고.

 

 

 

 

  자취방이 먼지 한 톨 없이, 그야말로 완벽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어지럽게, 아무렇게나 배치되어 있었던 책들과 유인물 따위는 질서정연하게 제자리를 찾았다.

 

  가정용품들도 사용하기에 용이하게 최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해 있었다.

 

  일주일 치는 밀려 있던 설거지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있는 것은 덤이었다.

 

  “우와...”

 

  재훈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하지만 감탄사도 잠시였다.

 

  “...잡아먹지 말아주세요.”

 

  제 딸에게 절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아버지가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재훈으로서는 도저히 목숨의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에너지.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열 살 남짓 꼬맹이.

 

  분명 자신을 ‘언데드들의 최정점에 군림하는 자’라고 소개도 했었다.

 

  “고개를 드세요, 아버지.”

 

  어째선지 그 따스한 목소리에 재훈은 도리어 다리가 벌벌 떨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재빨리 다시 무릎을 꿇는다.

 

  “무엇을 원하시나요. 저희 집엔 가져갈 게 아무것도...”

 

  “저는 아버지를 해치려 온 것이 아니에요.”

 

  엷은 미소가, 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하얀 입가에 잔잔히 퍼졌다.

 

  솔직히 말해 재훈은 그게 더 무서웠다.

 

  자신이 만약 정말로 저 ‘괴물’의 아버지가 맞다면.

 

  자신을 죽여도 시원찮을 것이다.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것이다.

 

  자신은 왜냐하면 저 아이가 태어나서 한 번도 아버지 노릇을 한 적이 없으니까.

 

  예나가 말했다.

 

  “맞아요. 아버지답지 못했죠.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전 늘 혼자였어요.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고, 저는 늘 집에 혼자...”

 

  예나는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짙은 그림자가 깔려 있었다.

 

  “예나야...”

 

  저도 모르게, 친숙하기라도 한 양 딸의 이름을 불러본다.

 

  팔을 뻗어보려다, 재훈은 이내 포기했다.

 

  이 아이가 정말로 괴물이 맞다고 해도.

 

  어쨌거나 자신이 낳은 딸이라면.

 

  이재훈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재훈은 마침내 결심했다.

 

  “예나야, 이제부터는 이 아빠가...!”

 

  “어느날 집에 혼자 있다가, 실수로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고, 그대로 머리를 부딪혀 죽고 말았어요.”

 

  ‘어라?’

 

  재훈은 무언가 한 대 거하게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웃 중에 마침 솜씨 좋은 사령술사가 있었죠. 그는 저를 언데드로 소생시켰어요. 그리고 저는 다시 태어난 순간, 깨달았죠. 제가 얼마나 지고한 존재인지를.”

 

  재훈은 이야기의 흐름을 도저히 좇아갈 수 없었다.

 

  죽었다고? 그럼 눈앞에 있는 이 아이는 뭔데?

 

  예나는 두 팔을 양 옆으로 펼쳤다.

 

  양산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제 주인보다 갑절은 큰, ‘칠흑생물’의 아가리가 양산 속에 감추어진 아공간으로부터 튀어나왔다.

 

  “허, 헉!”

 

  그 공포스러운 생김새에 재훈은 곧바로 주저앉고 말았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죠. 인간을 벗어난 존재로서 제 이름은 ‘리치 퀸’. 모든 언데드들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지고의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칠흑생물은 제 펫으로, 이름은 ‘마루’라고 합니다.”

 

  예나는 이빨을 딱딱거리는 미지의 검은 형체를 쓰다듬으며, 마저 덧붙였다.

 

 

 

 

  속도위반을 해서 딸을 낳았다.

 

  그리고 그 딸이, 아빠의 얼굴도 모른 채, 죽었다.

 

  —물론 눈앞에 떡하니 ‘살아 있’긴 하지만, 예나가 보여준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그녀가 정말로 언데드, 즉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존재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게 해주었다.

 

  “...적어도 정말로 내 딸이 맞다면 말이지.”

 

  “마루야, 뭐라고? 배가 고프다고?”

 

  칠흑생물 마루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즐거운 듯 괴이한 소리를 냈다.

 

  “크윽! 그, 그래도 네, 네가 민영이의 딸이 맞는지, 증명부터 해봐!”

 

  “아버지 실격이네요. 정말 최악이군요.”

 

  하아, 한숨을 내쉬고 예나는 손으로 동작을 취했다.

 

  “꺄아아아악!”

 

  재훈은 비명을 질렀다.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정확히는 제2위계 마법인 ‘투시’의 효과였다.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심장.

 

  그리고 가슴이 투시되고 있는 것은 예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이 보인다.

 

  “사령술사는 저를 소생시킬 때 한 가지 제약을 걸었지요.”

 

  그 다음 말을 듣고 나자 재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저를 낳은 아비의 수명 십 년 분을 몫으로 해서 소생하는 대신, 십 년이 지나고 나면, 저는 육체가 소멸하고, 사신(死神)에게 영원히 영혼을 속박당하게 될 것이다, 라는 제약을.”

 

  재훈은 창백한 소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저 말은 진실이다.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만으로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예나는 자신의 딸이 맞다.

 

  아까로 돌아가자.

 

  속도위반을 해서 딸을 낳았다.

 

  그리고 그 딸이, 아빠의 얼굴도 모른 채,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고는 해도, 결국 십 년 뒤에는 도로 죽고, 그것도 모자라 사신인지 뭔지한테 영혼을 속박당해야만 한다는, 터무니없는 제약조건에 걸려들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투성이지만, 이건 납득의 문제가 아니었다.

 

  “예나야.”

 

  재훈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이건 전적으로 책임의 문제다.

 

  “아빠가, 반드시 책임지고... 너를 키울게.”

 

  그대로 딸을 포옹한다.

 

  “음?”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자신의 품에 껴안긴 예나의 몸이 심상찮게 들썩이고 있었다.

 

  재훈은 예나를 내려다보았다.

 

  예나가 고개를 치켜올렸다.

 

  예나의 얼굴에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예...나?”

 

  “키, 키운다고요? 고작 하등한 인간인 아버지가, 저를? 흐흐흡...”

 

  순식간에 불길한 검은 오라가 예나를 감쌌다.

 

  재훈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어머니가 저를 왜 이곳에 보냈는지 아시나요?”

 

  “모, 모르겠는데...”

 

  황민영.

 

  집이 제법 좀 산다는 점 빼고는 솔직히, 고등학교 때 연애를 했던 것 말고 민영과는 깊이 교류한 바가 없었고, 자연히 그녀에 관련해선 깊이 아는 바도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많은 정보들을 접하고 계십니다. 서울의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서, 그것도 취업도 안 되는 과를 나와, 스물 아홉이 될 때까지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았어도 변변찮은 성과 하나 올린 적이 없다는 것을.”

 

  “크허헉!”

 

  재훈은 명치를 부여잡으며 기울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재훈의 등을 즈려밟으며, 예나는 말을 이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아버지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네...?”

 

  재훈은 가까스로 고개만 들어 예나를 올려다보았다.

 

  리치 퀸.

 

  모든 언데드들의 정점에 군림하며, 흑마법에 관한 한 최고의 권능을 지닌 지고의 존재는 소악마처럼 웃으며 최후발언을 했다.

 

  “이제부터 <백수 아버지 소생 프로젝트>에 들어갈 거예요.”

 

  재훈의 캄캄한 앞길에는, 혹독한 시련만이 기다릴 뿐이었다.

 
작가의 말
 

 달콤살벌한 양육기! (근데 누가 누구를 양육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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