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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 놈이 온다!
작가 : 알케이
작품등록일 : 2019.10.3

“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두 가지가 있지.
내 마음과 네 마음. 내 거든 네 거든 사람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 “
- 본문 중에서

 
#1. 그 남자의 시선 (1)
작성일 : 19-10-03 22:05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8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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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야기 구조입니다.

 앞 부분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나왔던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인물이 되는가 하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입니다.

 또한 앞 부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나중에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짜임새 있게 엮었습니다.

 또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나누어서 진행되며 중간에 교차되기도 하는 구성을 통해 마치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극적 구성을 더하였습니다.

 따라서 항상 회차별 제목을 꼭 확인해 주세요!!!!!

 ======================================================================================================

 

 

 아찔하다.

 평소에 오갈 때는 관심 있게 보질 않아서 몰랐는데 옥상에 올라와 보니 10층이란 높이가 주는 아찔함은 상상 이상이다. 거기에 바람마저 이따금씩 불어주니 아찔함이 순식간에 공포감으로 변한다. 눈을 감은 채 길게 숨을 내쉬어 본다.

 아찔함이나 공포감으로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다독이며 마음을 편하게 하려 애를 쓴다.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뜬 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의자에 올라서서 다시 아래를 내려본다.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이 진정돼서였을까, 아찔함이 아까 보다는 훨씬 덜해졌다. 이제 난간에 올라서서 떨어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짧았으면서도 비루한 인생에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 아마 세상은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겠지. 그런데 바닥에 부딪힐 때 아프려나?

 “에고, 고생한다 고생해.”

 어디선가 담담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보니 한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며 바라 보고 있었다. 30대 중반쯤 됐을까, 담담한 말투만큼 담담한 표정이었다.

 “내가 장담한다. 너 절대 못 떨어져.”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역시나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이내 돌아서서 난간에 양팔을 기대고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내가 너 같은 애들 여럿 봤거든.”

 “그런데 누구세요? 누구신데 그렇게 반말을…”

 궁금함을 참지 못해 물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방해를 하는 건지 궁금했다. 분명히 아까 올라왔을 땐 못 봤는데 언제 나타난 건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 아저씨는 말을 가로챘다.

 “궁금하냐? 그럼 나중에 연락해라.”

 그러더니 자켓 안주머니에서 네모난 작은 종이를 꺼내 난간에 올려 놓고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병을 그 위에 올려 두었다. 명함인가? 그리고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끈 후 출입문 쪽으로 걸어가며 다시 한 번 담담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네가 나한테 연락한다에 500원 건다.”

 이 상황에 웃기지도 개그를 남기고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불어온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맞다, 여기서 떨어져야 되는데.

 다시 난간 너머의 골목을 내려다 보니 오가는 사람이 보인다. 다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래, 이 비루한 인생 지금 끝내는 거야.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정리하려는데 자꾸 그 아저씨의 얘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장담한다. 너 절대 못 떨어져.’

 이런, 이래서는 집중이 안 되잖아.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해보지만 그 아저씨의 얼굴과 얘기가 자꾸 머릿속과 귓가를 맴돌아 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 젠장, 오늘의 자살 시도는 포기해야 하는 건가?

 갑자기 나타난 방해꾼 때문에 자살하기 직전 가장 고요하고 평온해야 하는 혼자만의 의식을 망쳐버렸다. 오늘은 포기. 의자를 내려와 천천히 아저씨가 남기고 간 것을 확인하러 갔다. 작은 병을 들고 병 밑에 있던 종이를 들어보니 역시나 명함이었다.

 ‘상무 윤상철. 010-7423-xxxx’.

 많아 봐야 3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상무라니? 그런데 무슨 명함에 주소도 없냐? 뒤집어 보니 이상한 로고와 함께 ‘카울리’라고만 써 있었다. 카울리가 뭐지? 특별할 것 없는 명함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역시 특별할 것 없이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 아저씨 얘기가 맞았다. 그래, 죽는데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5,000원입니다. 영수증 필요하세요?”

 “아니요.”

 “안녕히 가세요.”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건조한 말투로 너무나 건조하게 계산하고는 손님을 보냈다.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 편의점 전체를 놓고 보면 웬만한 원룸보다 크지만 결국 계산대 뒤의 한 평도 안 되는 이 공간이 서일우가 일하는 곳이다.

 그렇다. 서일우는 자조적으로 말하면 요즘 하는 말로 ‘편돌이’다. 손님을 보내고 잠시 의자에 앉아 보고 있던 동영상을 마저 보기 시작했다. 잘나가는 여배우 도진경이 출연한 어느 예능 프로그램이다. 도진경 정도 되는 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흔치 않은데 출연한 드라마 홍보를 위해 나온 듯 하다.

 사는 게 우울하다 보니 이렇게 오락 프로그램이라도 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게 버릇이 됐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딱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와이파이를 무제한 쓸 수 있어서 이렇게 동영상도 실시간으로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같은 건 사치니까.

 ‘일우야, 이번 주 금요일 7시 흑석동, 어때?’

 습관적으로 왼손 검지손가락으로 계산대를 톡톡 두드리며 집중한 듯 안 한 듯 동영상을 보고 있는데 화면에 친구 용일이가 보낸 문자가 떴다. 두어 달에 한 번씩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는데 이번에는 금요일에 보기로 했나 보다. 답장을 쓰려고 하는 찰라 문자가 한 통 더 들어 온다.

 ‘이번엔 학주가 취업 턱으로 쏜단다!!’

 학주가 취업했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짧은 시간 동안에 무수히 많은 생각이 떠 올랐다. 어떤 회사에 취업했을까, 월급은 얼마나 받을까, 부모님은 얼마나 좋아 하실까와 같은 생각들과 함께 난 아직 이 곳을 못 벗어나고 있는데, 언제쯤이면 이 곳을 벗어나서 학주처럼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자조적인 생각까지.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서일우는 답장을 보냈다.

 ‘알잖아. 나 저녁 때는 고깃집 알바하는 거. 금요일하고 주말은 그나마 장사가 되는 날이라 꼭 알바를 가야 해. 너네들끼리 놀아. 미안.’

 잠시 후 용일이로부터 답장이 왔다.

 ‘아, 맞다. 깜빡했네. 학주랑 애들한테 얘기해서 너 쉬는 날로 다시 잡을게. 화요일 맞지?’

 그리고 잠시 후 또 다시 문자가 들어왔다.

 ‘화요일로 변경 완료! 꼭 와라!’

 자기 때문에 만나는 날짜까지 변경해준 용일이와 학주,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고마웠다.

 ‘그래 알았어. 그 날 보자.’

 문자를 보내고는 기지개를 켜며 문 밖을 무의식적으로 바라 본다. 대로변의 붐비는 곳이 아닌 골목에 있는 편의점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아니면 혹시 나처럼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스마트 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려 보던 영상을 마저 보려고 하는데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서일우는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을 편의점에서 최저시급으로 일하고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8시간을 고기 집에서 일하는데 최저시급보다 몇 백 원 더 받으며 일한다.

 하루도 안 쉬고 일하면 한 달에 어느 정도 돈을 벌긴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나이에 많이 버네’라며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버는 돈의 대부분은 학자금 대출 갚는데 쓴다. 대한민국 사람은 대학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빚을 지게 되는 서글픈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월세. 서울의 월세는 가혹하리만치 비싸다. 그나마 옥탑방에서 찜통 같은 여름과 혹한의 겨울을 보내니까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복학하면 내야 할 등록금까지 모으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 때문에 쓸 돈이 별로 없다.

 그런다고 등록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알바하느라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도 못한 채 대략 5시간 정도만이 온전히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인데 그것도 거의 잠을 자는데 쓴다. 잠을 자야 또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나마 고깃집 알바도 이번 주로 끝이다. 경기가 계속 나빠져 손님이 줄어 더 이상 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용일이와 지완이는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며 노량진으로 들어갔다. 이 것이 서일우가 자살을 생각한 이유였다.

 도저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도진경이 나오는 영상을 이어서 보려는 순간 편의점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고 기계적으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흑석동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삼겹살 집. 벽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대신에 천장에 여러 개 달린 등 때문에 실내는 해가 진 시간이었음에도 환했다.

 “야, 축하한다. 드디어 네가 월급쟁이가 됐구나!”

 친구들과 함께 잔을 부딪히며 용일이가 학주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근데 이제 시작이지 뭐.”

 “그런데 너네 회사는 어때? 막 꼰대도 있고 그러냐? 야근은 당연히 매일 하겠지?”

 또 다른 친구 지완이가 소주 잔을 비우며 학주에게 물었다.

 “며칠이나 됐다고. 아직 잘 몰라.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좀 공장 느낌이랄까? 거 왜 공장 같은데 직원들 보면 전부 똑 같은 짙은 파란색 잠바 같은 거 입고 일하잖아. 우리 회사도 그런 거 입어. 그거 입으면 나도 아저씨가 된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어.”

 학주가 안주 하나를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으며 주절주절 대답했다.

 “너네 회사도 제조업 기반이니까. 의자 만드는 회사라며?”

 용일이가 물었다.

 “응, 난 마케팅 부선데 정확히 뭘 해야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그나저나 너네들은 어떠냐?”

 학주가 대답과 함께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지자 갑자기 모두가 조용해졌다. 학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취업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었으며 서일우는 취업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일부러 휴학까지 하고는 알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졸업한 선배들 중 많은 사람들도 취업을 못해 연락이 끊어졌을 정도로 요즘에는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야, 야. 다 잘 되겠지. 술이나 먹자. 안주 좀 뭐 더 시킬까?”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낀 학주가 친구들을 위로했고 그렇게 술을 마셨다.

 친구들 중에 가장 먼저 취업에 성공한 학주가 쏘는 술을. 서일우에게 학주는 꼭 영웅 같았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우리가 쉽게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존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학주는 단연코 우리들에게 영웅이다, 라고 서일우는 생각했다.

 존경하고 우러러봐야 마땅한 그런 영웅. 그 때였다. 갑자기 고깃집이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더니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도진경이 근처에 왔나 봐. 어느 술집에 들어갔다던데.”

 그 소리에 문 밖을 보니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어디론가 우르르 몰려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용일이도 학주도 그리고 지완이도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쪽으로 가더니 목을 쭉 빼고는 문 밖을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훑어 본다.

 “내가 추리하건데”

 자리로 돌아온 지완이가 먼저 늘 하던 말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넌 아직도 그 추리 타령이냐?”

 “도진경은 여기 회식하러 왔다.”

 학주의 핀잔 섞인 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완이는 자신이 추측한 얘기를 이어갔다.

 “고만해라. 언제적 하던 습관을 하직도 하냐?”

 “잠깐. 일단 들어나 보자. 네가 그렇게 추리하는 근거는 뭐야?”

 이번에는 용일이도 나서서 한 마디 하자 일우가 말리며 지완이에게 계속 얘기해보라며 재촉했다.

 “가장 잘 나가는 탑 여배우가 이런 흑석동 작은 술집 골목에 오는 이유는 둘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지. 남자 친구가 이 근처에 살거나, 회식이 있거나. 하지만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기사가 났기 때문에 결론은 하나. 바로 회식이지.”

 지완이는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마치 기계가 음성 서비스를 하는 듯한 톤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우리에겐 중요한 일이 아니다.”

 용일이가 지완이의 말투를 흉내 냈다.

 “야, 그나저나 우리 2차는 도진경이 갔다는 술집으로 갈까?”

 얘기를 듣고 있던 학주가 먼저 제안했다.

 “그럴까?”

 용일이와 갑자기 눈 빛이 바뀐 지완이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그냥 우리끼리 조용하게 마시자.”

 딱히 잘난 것도 없는 자신이 괜히 연예인이나 따라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어 일우는 그렇게 얘기했다.

 

 

 눈이 뻑뻑하다. 어제 술을 마시고 들어가 제대로 잠도 못 잔 채로 편의점으로 출근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눈이 뻑뻑했다.

 “너, 눈이 왜 그렇게 빨개? 어젯밤에 뭐했냐?”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려던 야간조 형이 웃으며 농담을 했다.

 “아, 예.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한 잔 하느라고요.”

 “좋구나. 아직 그럴 여력도 있고. 그래, 마실 수 있을 때 많이 마셔 놔. 나중엔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실 때가 올 수 있으니.”

 그는 자조 섞인 듯한 말을 하더니 손을 흔들며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깊고 어두운 동굴 같은 편의점을.

 멍하니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다가 속이 쓰려 작은 컵라면을 하나 뜯어서 뜨거운 물을 부었다. 가장 저렴하게 쓰린 속을 달래는 방법은 컵라면이 최고다.

 면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잡히는 게 있어서 뭔가 싶어 꺼내 보니 명함이었다. 그 때 그 아저씨가 그 장소에 남기고 간, ‘카울리’라는 글자가 크게 써 있는 명함.

 ‘네가 나한테 연락한다에 500원 건다.’

 갑자기 그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전화를 해볼까? 그런데 전화해서 뭐라고 하지? 그 때 자살하려던 사람인데요, 라고 하는 것도 너무 웃기지 않은가.

 그냥 명함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는 라면을 국물과 함께 먹는데 계속 명함이 머리 속에서 왔다 갔다 한다. 전화를 하느냐 마느냐의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라면을 다 먹고는 주머니에서 다시 명함을 꺼내서는 잠시 망설이다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막장인생인데 전화를 못할 이유는 뭔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의 신호가 가더니 그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막상 전화기를 통해 목소리가 들려오니 긴장이 됐는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다그치는 소리가 들렸다. 좀 더 지체하면 전화가 끊어질지도 모른다.

 “저…그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아무 말이나 시작은 했는데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모르겠다.

 “네? 누구세요?”

 “저, 얼마 전에 옥상에서…명함 남겨주셨던…”

 “아, 그 때 자살하려던 친구?”

 어렵게 말을 잇자 누구인지 알아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 봐. 나한테 전화하는데 500원 건다고 했지? 지금 어디야?”

 “아…그게…집 근천데요.”

 서일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 아저씨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시간 날 때 아무 때나 그 명함에 있는 주소로 놀러 와. 미리 문자만 한 번 주고.”

 그의 얘기에 두 눈은 명함에 있는 주소를 쫓고 있었다.

 “무슨 말이 없냐? 아무튼 연락해-“

 그 아저씨는 얘기와 함께 전화를 끊었고 서일우는 여전히 명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뭐 하는 곳이지?

 

 

 “내가 아무한테나 명함을 주지 않는데 넌 쓸만해 보였거든. 키가 한 180정도 되지?”

 “183인데요.”

 언제부턴가 자석에 끌린 듯 윤상철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저씨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서일우는 지금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간 후에 다시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정도의 폭을 가진 비포장 길을 10분 정도 걸어서 ‘이런 곳에도 사람 사는 집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곳에 와 있다.

 사실 비포장 길을 걸으면서 과연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무성한 풀만 자라고 있었고 느닷없이 검은색 자동차가 한 대 서 있는 넓은 공터와 함께 제법 규모가 큰 집이 눈에 들어 왔다. 집 뒤로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언덕 같은 야트막한 산이 눈에 들어 왔다.

 “얼굴도 그 정도면 괜찮고 말이야. 헤어 스타일은 좀 바꿔야겠지만. 그나저나 좀 마른 것 같은데 혹시 근육 있냐?”

 “없는데요.”

 서일우는 자신의 얼굴이 좀 괜찮은 편에 속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아무도 얘기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용일이, 학주, 지완이 모두 나쁜 놈이다.

 “그래, 그건 차차 운동하면서 키우면 되고.”

 “그나저나 무슨 일 하는 건데요?”

 

 

 대문 앞에 도착해서 벨을 누르니 잠시 후 아무 확인도 없이 문이 열렸고 슬쩍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 굉장히 호화로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 이런 집이 있을 줄이야라고 감탄하는 순간 그 아저씨가 나타나서는 이렇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롭거나 슬프거나 속상한 일이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일이라고나 할까.”

 그의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대답에 서일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요. 그런 사람들은 누구고요.”

 “그래,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어차피 알아야 되니까. 우리 일은 쉽게 말하면…”

 그 때 등 뒤에서 현관문이 문이 열리는 소리와 뒤이어 누군가 들어 오는 소리가 들였다.

 “어, 왔어?”

 얘기를 하던 아저씨는 누군가의 등장에 한 손을 들어 인사를 했고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일우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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