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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1)
작성일 : 19-09-29 20:15     조회 : 323     추천 : 0     분량 : 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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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월 1일이었다.

  “나 사실은 시간 관리자야.”

 

  그녀가 말했다.

 

  “이게 중2병이 왔나 갑자기 무슨 시간 관… 뭐?”

 

  “시간 관리자라고. 진짜야. 이제 와서 밝히게 돼서 미안. 많이 놀랐지?”

 

  한참 졸린 등교시간에 느닷없이 그녀는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모아야 꿈에서 깨야지. 우리 지금 학교 가고 있어. 정신 차려.”

 

  그녀의 볼을 두 손으로 짝 하고 잡았다.

 

  다른 여자라면 불가능 하겠지만 소꿉친구라서 별 생각 없이 잡을 수 있었다.

 

  “진짠데. 거짓말 아니야.”

 

  그녀가 쭈글 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만우절이라도 그렇지 정신 차려. 아! 혹시 새 학기 컨셉이야?”

 

  “아 진짜라고.”

 

  “네, 네 시간 관리자님. 그런데 그런 컨셉 잡으면 애들이 놀릴지도 모른다?”

 

  “이 자식이. 진짜면 어떡할래?”

 

  “네가 좋아하는 수제 푸딩 100개 사 줄게.”

 

  “좋아.” 그녀가 당차게 대답하고는 신난다는 듯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먼저 가버렸다.

 

  “아니, 잠깐만. 나는 뭐 없어?” 그녀를 따라잡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음, 너는 그냥 수제푸딩이나 준비해.”

 

  “그게 뭐야.”

 

  “그럼 뭐. 원하는 게 뭐야?”

 

  “, 여소라도 해주던가.”

 

  “그러기에는 여자애가 너무 불쌍해.”

 

  “네~ 네~”

 

  학교 앞 신호등은 신호가 오래 걸려 꽤나 귀찮다.

 

  자칫 늦잠이라도 잔 날에는 지각할 위기가 생겨서 썩 곤란해지는 곳이다.

 

  ‘통곡의 횡단보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렇게 부른다.

 

  어찌나 신호가 오래 걸리는지 학교 앞이 집인 애들도 15분 전에 나와서 기다린다.

 

  그렇지 않으면 어처구니없이 벌점이 쌓인다.

 

  이렇게 황당하게 쌓인 벌점을 선생님들은 좋아라한다.

 

  그들이 하기 귀찮아하는 교무실 청소와 교단 청소를 우리에게 시키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건너편에는 아침에 산책 나온 어르신 한 명과 다급해 보이는 학생이 서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쪽에는 학생들이 바글거렸다.

 

  “야, 여기서 내가 시간 관리자라는 걸 보여줄게.”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시던가요”

 

  “안 믿는다는 거냐? 잘 보고 있으라고.”

 

  “예, 예. 어디 한 번 봅시다.”

 

  내 말이 끝난 순간 그녀는 내 손을 확 잡았다.

 

  “애들 다 보는데 행동으로 보여줘야 돼?”

 

  그녀의 돌발행도에 깜짝 놀라 그녀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우리 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옆을 봐.”

 

  사람이 사라진 듯 고요했다.

  그녀의 작은 숨소리만 제외하면 이 세상 소리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던 구름은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멈춰 있었다.

 

  횡단보도 양쪽에서 깃발을 들고 내리는 할아버지들은 무표정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무기력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새들의 날갯짓조차도 멈춰 있었다.

 

  나뭇잎의 살랑거림, 아직까지는 서늘한 추위까지도 멈춰있었다.

 

  그 속에서 지구의 온도는 한 결 같이 4월의 온도를 유지했고 중력은 여전히 무거웠다.

 

  “이상해.”

 

  “이상하지?”

 

  “신기하기도 해.”

 

  “뭐하자는 거지.”

 

  “네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려.”

 

  “변태냐. 그런 건 듣지 말란 말이야.”

 

  “온 세상 속에서 우리만 버려진 기분이야.”

 

  “그렇지? 시간을 멈춘 이상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버린 거야.”

 

  “이대로 얼마 동안 있을 수 있어?”

 

  “평생”

 

  “와 이거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 수 있겠네. 부럽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좋은 거지. 또 시간을 멈출 때는 그렇게만 생각해야하고.”

 

  “이 좋은 걸 가지고도 어째 비관적이다.”

 

  “좋다고 생각하진 않아.”

 

  “혹시 얘도 내가 만지면 움직여?” 옆에 서 있는 애를 가리키며 물었다.

 

  “내가 해야 돼. 그것도 간절한 마음으로.”

 

  “꽤 어려운 작업인가 보네.”

 

  “조금.”

 

  “시간도 멈췄는데 횡단보도나 건널까?”

 

  “아니야. 애들이랑 같이 건너자. 그게 좋아.”

 

  “그럼 너는 학교에 지각도 안 하겠다? 이야 부럽다.”

 

 

  “그런 것도 아니야. 이거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자주 사용 못해.”

 

  “왜?”

 

  “나도 모르겠어. 신도 이 능력을 만들고 아차 싶었겠지. 그러다가 능력을 뺏기에는 조금 불쌍해서 수정 조금 하고. 우리 조상님 중에는 제한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한 사람도 있데”

 

  “그건 많이 부럽네. 잠깐만, 조상이라면 그거 유전이야?”

 

  “그런 거지.”

 

  “역시 인생은 운이라더니 틀린 말은 아니었어.”

 

  “부모님을 잘못 만났다고 생각 하지 마. 너는 너대로 멋있어.”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아…. 미안, 옛날의 너라면 그렇게 생각할 거 같았어.”

 

  “그보다 나는 나대로 멋있다고? 이거 좀 고맙네. 그렇게 봐줄 줄이야.”

 

  “기분 나쁠까봐 한 말인데 되게 좋아하네. 됐고 이제 건너자.”

 

  주변의 소음이 돌아왔다. 빨간불이 바뀌었다.

 

  긴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횡단보도가 평소보다 늦게 켜진 기분이 들었다.

 

  “수제푸딩.” 그녀가 내 가방 끈을 당기면서 말했다.

 

  “아하하…. 이거 미안하게 됐네, 모 여사.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하세.”

 

  “이게 무슨. 죽을래?!”

 

  “아니, 그래도 그렇지 시간을 멈춘다는…”

 

  그녀가 내 입을 틀어막아 헙 하고 숨이 멈췄다.

 

  “조용히 해 멍청아.”

 

  그녀가 속삭이면서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다른 애들은 우리가 만화나 영화 얘기 하는 줄 알 걸.”

 

  “그런가. 그래도 아무튼 조심해.”

 

  “그럼 이 얘기는 언제 다시 할까요, 모 여사님.”

 

  “학교 끝나고 집에 같이 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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