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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니디-애정에 메마른
작가 : 페퍼론
작품등록일 : 2019.9.28

#찐사랑 #성장물 #연애 #잔잔 // 톱스타 백연아의 갑작스런 결혼발표?! 그런데 그 결혼 상대가 제발 2세? “김도원 씨와의 키스는 항상 미안해,로 끝나네요.” 사랑받지 못해 사랑을 주는 법을 모르는 연아. 그리고 그의 결혼 상대인 도원도 별로 다를바 없는 남자다. “키스...... 사과할게요.” 가족에게 상처 받고 가족을 만들기를 원치 않았던 두 사람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만들게 된다. 뜨거운 여름은 바라지도 않는다. 시리고 차가운 여름이 지나 따뜻하고 생명 넘치는 봄이 찾아오기를.

 
1. 행복한 부부
작성일 : 19-09-28 07:58     조회 : 379     추천 : 0     분량 : 6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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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의 강요에 의한 결혼이었습니다.”

 

 

 결혼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온 여행이었다.

 

 결혼 당시엔 연아의 촬영 스케줄로 인해 신혼여행조차 못 가고 넘겨, 따지고 보면 이번이 연아와 도원이 처음으로 같이 온 여행이었다.

 

 

 “LK그룹 행사에선 부부행세를 하는 건 이해한다고 쳐도, 저랑 있을 땐 그렇게 억지로 웃을 필요 없습니다.”

 

 

 발리에 자리한 LK호텔의 야외 수영장.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호텔의 수영장을 통째로 빌린 도원 탓에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무리해서 부부행세를 한다고 해서 기분 좋을 것도 없으니까.”

 

 “저…….”

 

 “잠시만요.”

 

 

 연아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도원이 음식과 와인을 담은 카트를 받으러 몸을 일으켰다. 미닫이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네.”

 

 “이거면 충분하십니까?”

 

 “네. 감사합니다.”

 

 

 수영장 안으로 카트를 민 직원이 한번 더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다. 그것을 받고 자리로 돌아온 도원이 테이블 위로 음식을

 

 간단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마치 프랑스 코스 요리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도원이 바쁘게 손을 놀리는 동안 연아는 수영장에서 나와 몸을 긴 타울로 둘렀다.

 

 

 “무리해서 부부행세 한 적 없어요.”

 

 

 몸을 닦은 연아가 의자에 앉아 도원이 따라놓은 와인으로 입술을 적셨다.

 

 연아는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도원을 바라보았다. 노을을 등지고 서있는 탓에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그는 저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억지로 웃은 적은 더더욱 없고.”

 

 

 오늘따라 노을은 왜 이렇게 예쁘고 난리인지.

 

 

 “그럼 왜 그럽니까? 웃고, 떠들고, 행복한 척, 즐거운 척, 웃잖아요.”

 

 

 도원이 테이블의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러자 그를 따라 연아의 시선도 이동했다.

 

 굳이 되새기지 않으려고 했던 사실들이 도원의 입에서 나오니 참을 수 없이 썼다. 연아가 남은 와인을 다 마신 뒤, 그의 질문에 답했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할 거야. 그래도 김도원 씨랑 나, 부부잖아요.”

 

 

 주홍빛으로 물든 노을이 두 사람을 덮쳤다.

 

 

 

 

 ***

 

 

 

 

 웃음을 가장한 채 빛나는 LK호텔의 메인 홀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디넬’의 국내 론칭 파티가 한창이었다.

 

 세계 4대 명품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유지를 위해 국내에는 아직 몇 개밖에 없는 디넬의 LK백화점 입점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 자리인 만큼 파티에는 극소수의 셀럽들과 대한민국의 경제를 손에 쥐고 있다고 불리는 영향력 강한 기업들의 임원들로 가득했다.

 

 

 “저는 이렇게 늙어가는데, 박 대표는 나이를 전혀 안 먹는 것 같습니다.”

 

 “하하, 무슨 소리십니까. 그러는 유 대표야말로 실제 나이보다 스무 살은 더 어려 보이는데요.”

 

 “허허, 그렇습니까?”

 

 “하하하 그럼요.”

 

 

 휘황한 샹들리에 아래로 나이가 든 남성 몇이 단체로 약속이라도 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값비싼 디자이너 옷들을 입고 화려한 보석과 시계를 몸에 걸친 그들 사이에선 무의미한 형식적인 말들만이 오고 간다.

 

 극으로 치달아 가는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었다.

 

 

 “하아…….”

 

 

 북적이는 홀과는 달리 발코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바람이 시원했다.

 

 여름이 가을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시원하다.”

 

 

 초점이 흐려진 연아의 눈에 서울의 야경이 담긴다. 작은 불빛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드는 빛의 무리가 호텔을 가득 채우는 불빛보다 더 아름답게 보였다.

 

 좀 더 발코니에서 머무르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은 매너가 아니기에 연아가 고개를 돌렸다.

 

 형식적인 사이라고는 하나, 연아도 엄연히 LK그룹의 사람이었다.

 

 연아가 오늘 입은 드레스는 디넬의 봄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컬렉션 중에서도 화려한 레이스가 돋보였던 흰색 드레스였다. 그녀의 마른 체형을 세련되고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최고의 여성 브랜드라는 명성에 알맞게 디넬의 옷은 여자들을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한껏 치장한 기업 대표의 사모님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무시한 채로 연아는 발걸음을 옮겼다.

 

 파티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다. 유명한 첼로리스트의 첼로 연주가 아름답게 홀을 채웠다.

 

 포레 시실리아노의 작품번호 78번. 연아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그는 알고 있을까? 내가 이 곡을 좋아한다는 걸. 그럴 리가 없지. 머리를 흔들며 있을 수 없는 생각들을 떨쳐버렸다.

 

 곳곳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유명한 스타들과 각 기업들의 중요인물. 사진으로, 혹은 LK그룹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백연아!”

 

 

 기계적으로 발을 옮기던 연아를 뒤에서 누군가 불쑥 잡아세웠다.

 

 서늘한 손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연아를 미소로 반기는 건 다름아닌 한기석이었다.

 

 

 “오랜만이다?”

 

 

 한기석은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알아주는 감독이었다. 그가 찍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것은 물론이었고, 작품 하나하나가 살아있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으니 그의 인지도는 식을 줄 모르고 커져갔다.

 

 다른 거장들에 비해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뤄낸 업적은 실로 대단했다.

 

 기석은 연아의 첫 영화를 찍은 감독이자, 지금의 톱스타 백연아로 있게 한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연아에게 그는 다른 의미로 특별했다. 때론 오빠였고, 어쩔 땐 스승이었다, 또 가끔은 믿고 의지할 친구였다.

 

 

 “감독님! 영국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언제 들어왔어요?”

 

 “오늘 막 한국 도착했어요.”

 

 “안 피곤해?”

 

 “엄청 피곤합니다.”

 

 “그럼 집에서 좀 쉬지. 이런 행사 참석 잘 안 하잖아. 오늘은 어쩐 일로 온 거야?”

 

 

 카메라와 사람이 많은 곳을 질색하는 한 감독이 영화제도 아닌 명품 론칭 파티에 얼굴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거리로는 충분했다.

 

 기석을 잘 아는 연아는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누가 꼭 참석해달라고, 애원하더라.”

 

 “누가요?”

 

 “그건…….”

 

 

 잠시 고민하던 그의 눈동자가 어디론가로 이동한다. 기석의 눈을 따라 고개를 돌려 그가 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특정 인물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까먹었어.”

 

 

 그때 연아의 노력을 방해하듯 기석이 입을 열었다.

 

 

 “뭐?”

 

 

 한 감독이 이상하다. 좀처럼 가지 않는 파티에 왔고, 거기다 이상한 말도 한다. 연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나이가 있으니 자꾸 뭘 까먹게 돼.”

 

 “말하기 싫은 거야, 정말 모르는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오빠! 진짜 이럴 거야?”

 

 “이럴 때만 오빠래.”

 

 

 그가 이럴수록 궁금증은 더 커져갔지만 그냥 해본 소리라고 하기엔 딱 잡아떼는 그의 모습에 연아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가 그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진짜 나이 먹었나 봐. 오빠 이상해.”

 

 “늙었지. 너도 내 나이가 되면 이해할거다. 그러는 그대는 결혼 생활을 즐기고 계신가?”

 

 “……결혼이 뭐 별거야? 같이 자고, 먹고, 사는 거지.”

 

 “중년 부부 같아 말하는 게. 그거 안 좋은 거야. 결혼 생활에 있어서 적당한 애정, 그거 필요한 거야.”

 

 “알고 있습니다.”

 

 

 연아는 영화다 드라마다 하며 바빴고, 기석은 영국에서 영화를 찍느라 한동안 한국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1년전 결혼식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고 다시 그를 본 게 오늘이 처음이었지만, 마치 어제 본 친구처럼 각별한 모습이었다.

 

 

 “내가 항상 말했지?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다.”

 

 

 기석의 말을 연아가 끝맺었다.

 

 이제는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은,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라는 그의 말.

 

 기석은 무서울 정도로 그녀를 잘 알았다.

 

 열 친구 부럽지 않을 정도로 소중하고 특별한 기석이었지만, 어쩔 땐 자신을 너무 잘 알기에 불편한 존재였다.

 

 

 “노력 중입니다.”

 

 

 연아가 조용히 제 왼손 약지를 감싸고 있는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사랑은 노력하는 게 아니지. 노력으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잖아.”

 

 “돼. 노력으로 안 되는 거 이때까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조금 전 ‘사랑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기석의 말이 연아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들과 뒤엉켰다.

 

 사랑은 노력으로 안 된다는 말에 화가 난 걸까?

 

 아니, 노력을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다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게 진짜 사랑일까?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라며 계속해서 자기자신에게 거짓말하는 것 같잖아. 나는 거짓말은 싫다.”

 

 

 항상 무겁다고 느낀 결혼반지가 오늘따라 더 무겁게 느껴졌다.

 

 

 “넌? 결혼해서 행복해?”

 

 “나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둔 것 같아. 나중에 또 봐 오빠.”

 

 “연아야…….”

 

 

 기석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연아가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기석이 뒤늦게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사람들 사이로 녹아든

 

 사람은 모든 것에 노력이란 걸 한다.

 

 공부를 할 때에도,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을 할 때도, 그리고 행복하려 할 때에도…….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잘못된 걸까?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면 이상한 걸까?

 

 사랑도 행복과 다를 바 없는 거다. 노력하면 생길, 언젠가는 얻어질 그런 것이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오래 하다가 보면, 자기자신도 속일 수 있게 돼.

 

 연아는 저도 모르게 머릿속 깊숙이 번진 생각을 지웠다.

 

 

 “하하, 김 대표가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었어?”

 

 

 홀을 서성이던 연아의 발이 멈칫했다.

 

 고개를 돌리자 서편 끝에 한 남성들의 무리가 보였다. 모두가 LK그룹의 고위급 간부들이었다. 언뜻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누구에게도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싸한 미소, 적당한 여유, 재치있는 말투.

 

 그 모든 게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리 중에 그가 있다.

 

 그들에 비해 훨씬 나이가 적은, 하지만 무리 모두가 그를 의식하고, 그의 눈치를 살피는 그는 LK그룹의 하나뿐인 상속자.

 

 방금까지 심각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환한 미소가 연아의 입가에 걸려있다.

 

 

 “김도원 씨.”

 

 

 김도원, 연아의 남편이다.

 

 

 

 

 ***

 

 

 

 

 집으로 가는 차 안은 론칭 파티와는 사뭇 달랐다. 조용하고 어두컴컴했다.

 

 언제나 그렇듯 도원과 연아 사이엔 익숙한 침묵이 오고갔다. 도원의 차는 짙게 윈도우 팅팅이 되어있어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아 행복한 부부인척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행복한 부부.

 

 생각해 보면 기석의 말에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다.

 

 그의 말이 행복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부인하는 것 같아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다가와서.

 

 너는 행복하냐고 묻는 거 같기에.

 

 나는 행복한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기에.

 

 그래서 싫었던 거다.

 

 그래서 피하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결국 도망친 거다.

 

 

 “파티 중엔 안 보이던데.”

 

 

 그때 운전을 하던 도원이 힐끔 눈동자를 굴려 연아를 바라보고는 침묵을 깼다.

 

 

 “아…….”

 

 

 연아가 자리를 비운 걸 도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날 찾고 있었나? 설마.

 

 연아는 머릿속에 퍼져가는 오해를 다급히 지웠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리라.

 

 

 “한 감독님께서 오셨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얘기하느라…… 미안해요.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죠?”

 

 “괜찮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었어요.”

 

 “……왜요?”

 

 

 생각도 하기 전에 질문부터 튀어나왔다. 연아의 목이 바싹 타들어갔다. 궁금할 사이 아니잖아요, 우리.

 

 

 “난 궁금해하면 안 됩니까?”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럴 사이 아니잖아요.

 

 그런 적 없었잖아요.

 

 

 “그냥 궁금했어요. 주변에 안 보이길래, 자리도 꽤 오래 비우기도 했고. 또 특별히 포레 시실리아노의 곡을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보여서.”

 

 

 알고 있었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오늘같이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기에 연아는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 빠르게 지나가는 창바ㄲ 풍경을 하염없이 응시했다.

 

 연아의 눈동자는 밖을 향했지만,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운전석에 앉은 도원을 주시했다.

 

 

 

 

 ***

 

 

 

 

 이윽고 집에 도착한 연아와 도원은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남들 앞에서는 이상적인 부부행세를 하지만 집에서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기에, 1년이 넘는 결혼기간 동안 쭉 각방을 사용했다. 연아는 2층 안방에서 잠을 잤고 도원은 1층 서재와 연결된 방을 침실로 사용했다.

 

 방 안에 들어온 연아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화장대 앞에 앉아 한참을 샵에서 받은 메이크업을 지우는데 사용한 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내려갔다.

 

 1층 부엌에서 물을 컵에 붓던 도중, 서재 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샤워가운을 몸에 두른 채 젖은 머리를 털며 도원이 서재에서 나왔다.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려와 가운 안, 넓은 가슴 근육에 자리를 잡는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시끄러웠죠?”

 

 “아뇨, 할 말이 있어서 나온 거에요.”

 

 “나한테 할 얘기가 뭔데요?”

 

 

 연아가 침을 꼴깍 삼켰다.

 

 

 “잘 자요.”

 

 “네?”

 

 

 저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되묻는다.

 

 그러자 그가 설핏 웃는다.

 

 한 발짝,

 

 두 발짝,

 

 연아에게 가까이 다가간 그가 입술을 벌린다. 오늘따라 그의 행동은 느렸다.

 

 

 “피곤할 텐데 잘 자요.”

 

 

 그것도 나를 보면서.

 

 

 “내 꿈 꾸면 더 좋고.”

 

 

 평소 그답지 않은 다정한 목소리가 나긋하게 귓가를 간질인다.

 
작가의 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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