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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송도갈매기
작가 : 목요일의여자
작품등록일 : 2019.9.26

여자의사랑은 충동으로 시작되었다.
충동이 욕망을 삼켜버린 세여자의 사랑이야기....

 
밤의여왕
작성일 : 19-09-26 11:28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8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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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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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24일 오늘은 마술피리 마지막 공연 날이다. 왜인지 모를 울렁증이 가슴을 답답하게 조여 옴을 느끼며 책상 가득 흐트러져 있는 악보를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보고 있다. 창으로 비치는 겨울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짜증스런 한숨을 내 쉬며 나 뒹굴어져 있는 술병들 사이에 먹다 남은 캔 커피를 찾아 들고는 단숨에 들이키며 중얼거린다.

 

  “아! 이놈의 커피는 꿀보다 더 달아! 이젠 단 맛이 쓰게 느껴지는 게 이게 무슨 지랄인지?”

 

  캔 커피를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아주 힘껏 손으로 '탁' 누르며 중얼거린다.

 

 “그래 다 똑 같아, 사람이나 물건이나 하다못해 이것도 비워지면 바로 찌그러져 버리니.”

 

  머리위엔 지난밤 술과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빈 술병들 보다 더 잔인하다 못해 서글프게 내려 앉아있다. 핸드폰 벨소리가 계속 방안 가득 울렸다 멈추면, 주섬주섬 악보를 챙긴 준은 엉망이 되어 있는 방안을 아니, 겨울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바다가 보이는 큰 창문을 한번 휙 돌아보다 악보를 떨어 뜨리며 소리친다.

 

  “아니, 저건 뭐지?”

 

  송도와 영도를 가로지르는 남항대교 난관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금방이라도 뛰어 내릴 듯이 바다가 아닌 나를 보고 서 있다.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은 요란하게 계속 울리고 핸드폰을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창가에서 빨간 원피스 여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 뚜렷이......

 

  핸드폰 소리 끈질기게 울리면 마지못해 핸드폰을 귀로 가지고 가며 빨간 원피스를 입은여자에게 시선이 고정되어있다. 핸드폰에서는 아주 다급한 여자 소프라노 목소리로 “지휘자님....”

 

  아... 그 순간 창밖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사라졌다. 핸드폰 속에선 계속 나를 부르고 있다. 잠꼬대처럼 핸드폰에 중얼거렸다.

 

 “어 그래 나야... 아니...빨간 원피스가 사 라 졌 어...”

 

 “지휘자님...지금 오시고 계시죠? 다들 기다리..”

 

 “사라졌다고 아니, 그럼 바다로...”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바다로 사라졌어....”

 

  핸드폰에서는 계속 나를 부르고 있다.

 

 “지휘자님... 지휘자님...”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겨울햇살에 정신이 돌아왔다.

 

 “지금 가고 있어.”

 

  발밑에 뒹구는 술병을 발로 차며 중얼거린다.

 

 “어제 너무 많이 마셨어 이젠 겨울햇살이 환상으로 다 보이고, 술 때문이야...술이 정말 문제야...”

 

  공연이 끝난 텅 빈 문화회관 입구엔 마술피리 공연포스트가 붙어있다.

 

 포스트 중앙에 미간 주름으로 인해 고집스럽게 보이는 삼십대 초반의 준이 지휘봉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입 꼬리를 올리며 헛웃음 지으며 서있는 사진 밑으로 이렇게 적혀있다.

 

 

 ‘천재 바이올린리스트 강준, 마술피리 지휘자로 돌아왔다.’

 

  포스트를 빤히 보고 있던 준 들고 있던 지휘봉을 포스트를 향해 힘껏 던진다. 지휘봉은 포스트 정 중앙을 '탁' 치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신나게 박수를 치며, '나이스 정말 마지막' 말끝을 흐리고는 큰소리로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린다.

 

  “마지막은 무슨 개뿔 쌩쇼를 해라. 미친놈.”

 

  핸드폰 벨소리 요란하게 울리면 아주 심드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다.

 

  “와? 뭐라고? 다시 말해바라?”

 

  “송도갈매기 그래 알아. 지금 어딘데?”

 

  “지금 바로 간다.”

 

  신경질적으로 포스트를 힘껏 떼어내어 들고는 갑자기 미친 듯 크게 소리친다.

 

 “송도갈매기”

 

  텅 빈 건물에 메아리쳐 울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손에 꼭 쥐고 있던 포스트를 바닥에 내던지며 뛰쳐나간다.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서 있는 준 앞으로 모범택시가 멈추어 선다. 뒷자리에 앉아 지친 목소리로 “대학병원”이라고 짧게 말하며 두 눈을 감는 준에게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택시기사는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백미러로 힐끔 보고 있다 작은 소리로 말한다.

 

  “목소리가 아주 좋으십니다.”

 

  준 아무런 대답 없이 두 눈을 감으면 택시는 비 내리는 겨울밤 속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두 눈을 감고 있던 볼엔 눈물이 흘러내린다.

 ​

  한때 숙피아노학원 원장님, 준이엄마, 총장님사모님이라 불렸던 내 엄마 아니, 볼통 각시가 지금 위독하다. 혼수상태에서도 아들이 아닌 송도갈매기만 찾으시는 엄마, 모질게 무덥던 그해 8월 송도갈매기라는 여자가 우리 앞에 나타나면서부터 엄마가 변화기 시작했다.

 

 

  1987년 8월초 더위가 모든 걸 삼켜버린 늦은 오후 숙피아노학원에는 초등학생들이 썰물처럼 몰려왔다 사라진 후 8살 준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엄마의 ‘고향의 봄’ 피아노반주에 맞추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조심스럽게 학원 문이 열리며 8월의 열기보다 더 후끈한 몸매를 가진 20대 후반의 여자가 아주 당당하게 들어왔다. 숙이 피아노를 치다 멈추며 아주 반갑게 여자를 보며 말했다.

 

  “윤숙아!”

 

  여자는 미숙을 무시하고는 준이 머리를 스다듬으며, “네가 준이구나?”

 

  준을 가슴에 꼭 끌어안으면, 준 왜인지 모를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분 냄새에 불안감을 느끼며 엄마를 본다. 엄마 다정한 미소로 말했다.

 

  “준아! 엄마 친구야 인사해야지?”

 

  준 바이올린 활을 꼭 잡으며 머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안녕 하세요?”

 

  “그래 준이 이젠 다 컸네. 초등학교 일학년이지?

 

  “예.”

 

  “난 윤숙이 이모야 기억 못하는구나?”

 

  여자는 아주 익숙한 눈빛으로 학원을 둘러보며, 피아노앞에 앉아 빠른 손놀림으로 ‘고향의 봄’을 치며 큰소리로 엄마에게 말했다.

 

  “선생님 언제 귀국해?”

 

  의아한 표정으로 엄마는 근성으로 “응, 아직 3년 더 남았어. 왜?”

 

  여자는 대답 없이 피아노 금반에서 손을 멈추며, 준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 준아, 어쩌니... 더는 못 치겠다. 악보가 기억에서 사라졌네.”

 

  피아노에서 손을 털며 일어나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참, 숙아! 너 들었지 경숙이 자살 한 거?”

 

  엄마는 깜짝 놀라 딸꾹질을 하며 “뭐? 경숙이가 왜? 시집가서 잘 살고 있다 했잖아?”

 

  여자는 아주 퉁명스럽게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왜 그랬데?”

 

  여자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죽고 싶었겠지?”

 

  엄마 눈물을 닦으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여자를 보며 “야... 그게 무슨 말이니?”

 

  여자 헛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엄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술 한잔 들어가야 얘기가 술술 나오지. 우리 미숙이는 너무 순진해.”

 

  엄마는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이 없었다.

 

  한 여름 밤 넓은 정원이 펼쳐진 마당을 지나 아담한 양옥 현관문을 열면 마루 끝으로 그랜드피아노가 보이고 피아노앞 벽면 가득 강영우의 공연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여자는 사진을 아주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숙아! 집에 양주 있지?”

 항상 아버지가 아끼시던 양주를 엄마가 가져왔다. 여자는 양주를 단숨에 들이키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숙아! 넌 행복해? 마산간장 무남독녀이신 우리 피아노공주님께서는 나 같은 무수리들의 인생을 어찌 알겠어.”

  엄마는 당황해하며 나를 보고 있으면, 여자는 거실 소파에 앉아 바이올린 활을 만지고 있는 준에게 아주 다정한 눈빛으로 “우리 준이, ‘고향의 봄’ 한번 들어볼까?”

  여름밤 바이올린 소리가 슬프게 들리면 여자는 여름을 삼키듯 독한 양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바이올린 연주가 끝난 후 아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자를 보는 준을 엄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방에 누워 거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온통 정신을 집중한 준은 술에 취한 여자가 큰소리로 말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숙아 송도갈매기가 나야, 조윤숙 내가 바로 송도갈매기라고”

  “송도갈매기”....

  여자는 열 번도 더 말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소름 돋을 만큼 준을 자극했다.

  “오늘 거기 그만뒀어. 나 내일 일본 갔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난 마술피리에 타미노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보다는 언제나 밤의 여왕이고 싶어했어.”

  한동안 아주 조용했다. 여자는 아주 슬프게 말했다.

  “밤의 여왕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듣기가 좋아. 송도갈매기보다는... 미숙아! 경숙에게 딸이 있었어. 그런데 말이야 그 아이를 잃어버렸고, 그래서 마산까지 갔는데 찾을 수 없었나봐. 마산역에서 매일 포대기를 두르고 선생님을 기다리다 철로에 뛰어 들었다고 했어. 나도 얼마 전에 들었어.”

  여자는 엄마에게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

  “너 선생님 사랑하니? 재수는 죽었겠지 ? ”

  엄마는 눈물석인 목소리에 힘을 주며, “여기서 재수가 왜 나오니? 선생님은 우리 준이 아버지야.” 여자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재수도 죽었어. 그렇게 재수 좋으라고 이름까지 재수라 지었다고 아저씨가 그랬는데, 억수로 재수 없는 놈, 니 첫사랑 재수도 이 년아.. 죽었단 말이야. 미숙이 너 때문에 그리고 경숙이가 미쳐가며 그렇게 기다린 사람은 우리 선생님이야. 우리 선생님이라고....”

 또 침묵이 흘렀다. 준은 우리선생님이 아니 재수가 누굴까? 라고 생각하며 아주 깊은 잠이 들었다. 아무리 일어나려 애를 써도 눈이 뜨지지 않았다. 이른 새벽 피아노소리에 눈을 떠 거실로 나와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엄마일거라 생각했지만 엄마가 아닌 그 여자가 ‘고향의 봄’을치고 있었다. 여자는 악보를 기억하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준에게 아주 조그마한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준아! 이 사진 볼래?”

  사진 속에는 양 갈래로 땋은 머리가 눈부시게 예쁜 여학생 세명이 웃고 있었다. 우리엄마도 있었다. 눈을 비비며 사진을 보고 있는 준에게 여자는 사랑스럽게 말했다.

  “이 사진 엄마 드리고 우리준이 잠이 들 깼구나?”

 하며 볼에 뽀뽀를 했다.

  준이 놀라 보고 있는 사진 귀퉁이에 적혀 있는 글을 큰 소리로 읽었다.

  “수기시스터즈”

  여자는 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수기시스터즈”

  준은 여자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들으며, 소파위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여자가 볼에 뽀뽀를 하는 꿈을 계속 꾸었다. 준이 눈 떴을 때 여자는 없었다. 송도갈매기라는 그녀 아니 밤의 여왕이 다녀간 후 여름이 끝자락에 올 때까지 엄마는 피아노만 쳤다.

 

 

 "손님...!"

  기사의 손님이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손님 대학 병원 입니다."

 "아 예...."

 "만 오천원입니다."

  겨울비는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고, 택시에서 내린 준, 멀리 사라져가는 택시를 보고 있다. 빠른 걸음으로 응급실로 걸어 갔다.

  아주 착잡한 표정으로 응급실 앞에 서성이다 천천히 응급실로 들어간다.

 침대위에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는 엄마를 보는 순간 왜인지 모를 슬픔이 몰려왔다. 등 뒤에서 아주 작게 아니 서투른 한국말이 들렸다.

 "준....!"

  나는 내귀를 의심하며 아주 천천히 뒤 돌아 섰다. 아니 내 앞에 아침에 봤던 빨간 원피를 입은 여자가 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8월 무더위에 우리를 찾아 왔던 그 밤의여왕 아니 조 윤숙 그녀가 내 앞에 서있다. 두 눈을 비비며 다시 그녀를 봤다. 그리고 그녀는 서투른 한국말로 또 나를 불렀다.

 “준!”

  그녀가 날 부른다. 당신은 밤의여왕이라고 큰소리로 말하려다 산소호흡기속 엄마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엄마 왜? 이러구 있어. 그리고 저 여자는 누구야? 그래 밤의여왕은 저렇게 젊을수가 없는데”다시 그녀가 날 속삭이듯 또 불렀다.

  “준..”

 퉁명스럽다 못해 신경질적으로 엄마를보며 말했다. "너 뭐야?”

 ​ "오늘 저와 만나기로 했었죠. 그런데 이런 사고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며 똑부러지게,"전 프랑스에서 온 세실입니다.”

  그녀는 슬픈표정으로 좀 전에 어눌한 말투로 날 부르던 목소리가 아닌 또렷하게 말하고있다. 갑자기 응급실문이 열리며 의사가 들어왔다. 나에게 보호자이냐고 물었고, 오늘 밤이 고비라고 아주 사무적으로 말하며 다시 응급실을 나갔다. 의사가 나가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내손을 잡으며 하얀색이 누렇게변해버린 편지봉투를 건냈다. 편지봉투에는 '송도갈매기'라고 또렷하게 적혀있다. 그것도 우리엄마가 정성스레 힘주어 쓴 글들이 나를 보며 웃고있다. ....그녀가 다시 말한다.

 

  "엄마가 송도갈매기였어요. 준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

  이게 무슨얘기지? 여기서 송도갈매기가 왜 나오냐고...나는 응급실문을 열고 나와조용한 로비구석 자리에앉아 '송도갈매기'라 적혀있는 봉투를보고있다. 힘껏 구겨 던져버렸다. 핸프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기 넘어로 정아가 내 이름을 부른다.

 

  "그래 정아! 아직까지는..오늘밤이..뭐라고? 빨간원피스..아직~~있어. 그래 고맙다..."

  아주 짧은 통화에서 정아도 빨간원피스를 병원에서 만났구나 생각했다. ​

  빨간원피를입은 그녀가 구겨진봉투를 손으로 곱게펴면서 내 옆에 앉으며 말한다.

  "그녀는 오늘 자살했어요."

  "자살?"

  "그래요 경찰이 그랬어요. 갑자기 남항대교에서 뛰어내렸다고"

  "남항대교?"

  나는 크게 중얼거렸다. "빨간원피스"

  "나와 똑같은 원피스를 입고계셨죠. 이옷은 송도갈매기가 프랑스로 보내준거예요."

  "그럼 당신은 부산에 언제왔어요?"

  "4시쯤.. 그건 왜?" ​

  그럼 인건 환장할 노릇 아닌가? 아침에 내가 본게 그럼 이게 말이된다는건가?

  이건 꿈이야....!

  "준! 정신차려요.." 그녀가 나를 흔들며 말했다.

  조용한 로비에 큰소리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응급실로 들어갔다. ​의사가 나에게 다가오며 아주 사무적인 말투로 말한다.

  "운명 하셨습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유창한 프랑스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왔어. 세실이왔어. 빨간원피스 입고왔어." ​

 

  이게 무슨 일인가? 엄마라니 딸은 무슨? 내머리로는 도무지 이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눈물은 커녕 목소리까지 잠겨 버렸다. 등뒤에서 울먹이는 정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 어떻게된거야? 어머니는? 무슨일이야? 저 아가씬 아직있네. 저 아가씨 말인데 오늘 프랑스에서 왔데. 송도갈매기를 만나려고 그리고 어머님이 송도갈매기래 어떻게 된거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정아에게 말했다. "나도 전혀 모르는 일이야."​

 ​ 정아는 나를 무시하고는 엄마 손을잡고는 "어머니...어머니 죄송합니다" 라고 울먹이다 한참을 울었다. 프랑스에서 온 빨간원피스 세실과 함께..............

  슬피우는 정아와 그녀를 보니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엄마는 어떤 사람 이였는지?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빨간 원피스의 세실은 누구인지? 그게 슬픔으로 다가와 눈물이 두뺨으로 흘러 내렸다.

 

  엄마의 장례식은 아주 조용히 끝났다. 평소 강력하게 아버지와는 죽었어도 같이 하길 원치 않으셨기에 엄마가 바라시는데로 화장을했고 납골당에 모셨다.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이루어 졌고 마무리 되었다.

 정아는 나와 이혼하고 떠나던 날 처럼 아무 표정없이 말하기 시작한다.

  "나 오늘 서울가.."

  "정아야! 나, 사고나던날 아침 남항대교에서 빨간원피스입은 여자를 봤어. 그런데 금방 사라져 버렸어."

  "어디서 본건데?"

  "작업실에서 그 후론 잠을 잘수가 없어.. 빨간원피스 꿈만꾸거든."

  "자기 잘 못본거 아니야? 전날 술 마셨지....." 말을 멈추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자기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 그리고 술 그만 마셔.. 미안해 도움이 못 되네..."

  "아니,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고.. ​

  장례식 동안 울기만 했던 세실이 낡은 사진 한장을 내밀었다. 사진은 내가 열살때 밤의여왕에게 받았던, 바로 그 사진이었다. 역시나 사진뒤에는 '수기시스터즈" 라고 적혀있다. 또 여러장의 편지를 내 밀었다. 천천히 편지를 읽었다. 편지속엔, 분명 엄마가 있었고 봉투엔 또렷이 송도갈매기라 적혀 있었다. 갑자기 손이 떨려왔고 눈물이 났다. 편지엔 분명 '우리딸'이라 적혀있었다. 편지를 봉투에넣으며 세실에게 말했다.

 ​

  "난 믿을수 없어?"

 

  "준! 뭘 믿을수 없어? 엄마가 송도갈매기였다는거? 아니면 내가 동생인거? 나도 알아 내가 엄마 진짜 딸 아니란거 당신도 알잖아. 하지만"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가방에서 일기장을 건네며 말한다.

 

 "일기장이 프랑스로 왔어.. 그런데 이해할수없어 왜 이걸 나에게 보냈는지? 준, 나 다음주에 프랑스로 돌아갈거야

  그때까지 날 이해시켜줘... 일기장 내용들을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나도 너무나 궁금했다. 왜? 엄마가 송도갈매기가 되었는지? 아니 그날 빨간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누구였는지? 이젠 악몽에서 벗어 나고 싶었다. 망서리다 큰 인심을쓰듯 말했다. "그래 세실!"

 

 내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낡은 일기장표지엔 야구공이 수도없이 그려져있고 야구공들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거 같아

 순간 두 눈을 감았다 떴다.

 

 나는 아주 천천하히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엔 이렇게 시작했다.

 

 "강총장 먼저 당신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지" 라고 내 아버지 강 영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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