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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설(雪)울
작가 : 몽글
작품등록일 : 2019.9.23

2019년 서울, 계절과 맞지 않는 흰 눈이 내린다. 그 눈을 맞은 설이 고려로 타임슬립하여 조선왕조를 연 태조 이성계를 만나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유래를 설명한다)

 
설(雪)울 上
작성일 : 19-09-23 21:24     조회 : 358     추천 : 0     분량 : 9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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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雪)울’

 작가 신우유

 

 이 글은 고려 말기 조선 초기 역사를 바탕으로 쓴 픽션입니다. 총 38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 소설 속에선 10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라고 가정하였습니다.

 

 

 

 

 

 

 

 

 

 

 

 

 

 

 一.

 

 

 

 

 설의 나이는 스물다섯으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이었다. 이미 면접을 스무 번도 넘게 봤지만 최종합격 연락은 아무데서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 스물 한 번째의 면접을 또 본다.

 

 답답한 마음에 오늘도 혼자 집 앞 북한산에 오른 설은 정상에 도착해 서울을 내려다보며 크게 소리쳤다.

 

 

 

 

 

 

 

 “이번엔 합격 좀 시켜줘라!”

 

 

 

 

 

 

 二.

 

 

 

 

 오늘도 회사 면접을 보러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온 설이었고 긴장되는 면접이 끝난 후, 회사에서 나와 경복궁을 바라보며 광화문을 걸었다.

 

 모든 회사들이 서울에만 밀집되어 있는 것이 새삼스레 불만스러워 걸음을 멈춰 뒤돌아 걸어온 광화문 길을 바라보며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는 설이었다.

 

 

 

 

 “집에 또 언제 가냐. 왜 다 서울에 있는 거야. 경기도 사람은 인생의 1/3을 지하철에서 보낸다는데, 아무래도 진짠 것 같아.”

 

 

 

 

 서울에 살지 않고 경기도에 사는 것을 후회하며 힘없이 터덜터덜 길을 걷는데, 갑자기 내리는 눈에 하늘을 바라보는 설이었고 손바닥을 펼쳐 내리는 눈을 맞았다.

 

 

 

 

 

 

 

 “여름 다 돼 가는데, 웬 눈?”

 

 

 

 

 눈이 설의 손바닥에 닿아 녹는 순간, 눈이 부셔 도저히 볼 수도 없는 빛과 함께 갑자기 사라진 설이었다.

 

 그리고 그 눈부신 빛과 함께 설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있는 설의 핸드폰을 줍는 한 남자가 있었다.

 

 

 

 

 

 

 三.

 

 

 

 

 손바닥의 눈이 다 녹아 사라지자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든 설이었고 설의 눈앞에 보이는 건 방금까지 보였던 광화문 거리가 아닌 낯선 궁궐이었다.

 

 

 

 

 

 

 

 

 

 

 

 ‘경복궁인가? 분명 광화문이었는데.’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마냥 다른 풍경에 당황해 제 자리를 빙빙 돌며 주변을 살피는 설이었고 그런 설에게 다가오는 옛날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이, 이 자가 갑자기 딱하고 나타났는데. 자네들 보았는가?”

 

 “보았네. 갑자기 딱 나타나지 않았는가?”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어.”

 

 ‘드라마 촬영 중인가. 연기치고 리얼한데.’

 

 

 

 

 이상한 사람들은 설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이상한 옷을 입고 있다며 설의 셔츠 소매를 조심히 잡았고 그 손을 피하며 인상을 구기는 설이었다. 이상한 사람은 오히려 이 사람들인데. 드라마 촬영 중인 건가 생각하는 설이었다.

 

 

 

 

 

 “폐하.”

 

 ‘폐하? 저 사람이 왕이야?’

 

 

 

 

 그리고 그때 ‘폐하’라는 말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는 관료들 사이로 누군가 걸어 나와 그들과 같이 설을 신기하게 쳐다봤고 그 사람의 옷을 살피며 같이 쳐다보는 설이었다.

 

 그러자 곧 굽혔던 허리를 펴 뒷짐을 지곤 관료들에게 묻는 왕이라는 사람이었고 고작 저보다 몇 살 많아 보인다고 생각한 설이었다.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졌다고?”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봤습니다.”

 

 “이 처자가 갑자기 빛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폐하.”

 

 

 

 

 

 왕의 질문에 저도 나도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관료들이었고 그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설을 쳐다보는 왕이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설..이요.”

 

 “설. 그렇구나.”

 

 

 

 

 저를 빤히 쳐다보는 왕의 눈치를 보며 설이 대답하자 설의 이름을 나직이 중얼거리는 왕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숙인 설이 입술을 깨물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거 아무래도 촬영은 아닌 것 같지. 그럼 내가 진짜 타임 슬립이라도 했단 말이야? 말도 안 돼.”

 

 “너를 내 비로 들이겠다.”

 

 “예. 그렇게 하세, 비요?!”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설에게로 가까이 다가와 웃으며 말하는 왕이었고 그의 말을 대충 들은 설은 관심 없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한껏 커진 눈으로 왕을 쳐다보는 설이었고 그런 설을 빤히 보는 왕이었다.

 

 

 

 “그렇다. 앞으로 넌 설비이니라.”

 

 

 

 

 

 

 四.

 

 

 

 

 ‘뭐야. 꿈 아니었어? 촬영 아니었어? 진짜라고?’

 

 

 

 

 믿기지 않는 현실에 제 팔을 세게 꼬집고 아파하는 설과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궁녀들이었다.

 

 당장 데려가라는 왕의 명과 동시에 설을 어딘가로 데리고 온 궁녀들이었고 정신없이 붙잡혀 온 설은 갑자기 나무로 된 통 안에 목욕을 했다. 아무리 같은 여자라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홀딱 벗기 싫었던 설은 발버둥을 쳐보지만 네 명의 궁녀들에게 붙잡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다 씻은 후였다.

 

 

 

 

 

 

 

 ‘내가 비라니. 왕의 비라니. 후궁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어리둥절하게 옷을 다 갈아입고 방 안, 침대에 다소곳이 앉은 설이었고 당연히 꿈일 것이라고 확신했던 설은 점차 꿈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예쁘게 빗겨진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옷을 보면 조선은 아니고 고려 같은데. 근데 내가 갑자기 고려에 왔다고? 왜? 어떻게?’

 

 

 

 

 제가 입은 옷을 살피며 시대를 추측해보는 설이었다. 설에게 고려는 드라마 ‘달의 연인’이었고 조선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었기에 다른 복식으로 다행히 추측이 가능했지만, 추측일 뿐 확실하진 않았다. 그리고 방 안을 살피며 혼자 속으로 되묻는데, 아직 방에 남은 궁녀가 공손히 손을 모으며 설에게 다가왔다.

 

 

 

 

 “앞으로 마마를 보필하게 된 덕이라고 하옵니다.”

 

 “네. 이제 나가셔도 아니, 잠깐.”

 

 

 

 

 제게 공손히 인사를 건네는 궁녀이지만 지금은 별로 관심이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저은 설은 왜 이곳에 온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어느 시대인지는 확실히 알아야 뭐라도 할 것 같아 방을 나가려던 궁녀 덕을 다시 급하게 붙잡았다.

 

 

 

 

 “예. 마마.”

 

 “그.. 지금 왕 이름이 뭐예요?”

 

 “폐하의 존함은 함부로 거론할 수 없습니다. 마마.”

 

 “아. 그렇구나. 그렇겠다. 알았어요. 나가보세요.”

 

 “예. 마마.”

 

 

 

 

 설의 물음에 깜짝 놀라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는 덕이었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괜히 침상을 더듬거리며 손을 흔들어 덕을 방에서 내보낸 설이었다.

 

 곧 방안에 혼자 남은 설은 침상에 편히 두 다리를 올려 책상다리를 하곤 생각하던 설은 끝내 답이 나오지 않아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왕 이름을 알아야 지금이 고려 언제인지 알 텐데. 물론 이름을 알아도 모를 것 같긴 한데.’

 ‘나 이제 어떡하지.’

 

 

 

 

 

 

 

 五.

 

 

 

 

 무엇이라도 알아내야할 것 같아 방에서 나온 설과 설의 궁녀들이었다. 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뒤돌아 제가 나온 건물의 한자로 된 패를 가리키며 궁녀 덕에게 물었다.

 

 

 

 

 “여긴 이름이 뭐예요? 저거.”

 

 “만령전이라고 하옵니다. 설비마마 같은 희빈마마들의 침전이지요.”

 

 “만령전..”

 

 

 

 

 건물 위의 한자로 쓰인 글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중얼거리곤 다시 걸음을 옮긴 설이었다.

 

 뒤돌아 길을 알지 못 하는 궁 안을 마음 내키는 대로, 발이 닿는 대로 무작정 돌아다니는 설과 서둘러 그녀를 따라다니는 궁녀들이었다.

 

 궁 크기는 경복궁보다 작지만 웅장하고 화려했다. 또, 곳곳에 샘과 연못이 있고 나무와 꽃이 있는 작은 정원들이 있었다. 한참을 궁 안을 살피던 설은 조선의 궁궐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확실히 조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떤 한 건물에 ‘潚擁府’라고 쓰인 팻말을 보고 읽어보려 애쓰다 끝내 덕이에게 물은 설이었다.

 

 

 

 

 “부.. 마음부인데. 여긴 뭐예요?”

 

 “숙옹부라고 하옵니다. 과거에 노국공주님께서 지공에 관한 일을 보시던 관아입니다. 폐하께서 친히 지어주셨지요.”

 

 “아. 숙옹부.”

 

 

 

 

 덕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설이 드라마 ‘신의’를 떠올렸다. 노국공주면 공민왕의 비인데, 그럼 폐하가 공민왕이라는 말이고 지금 시대는 고려 말이라는 말이었다.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마냥 핑거스냅을 하며 좋아하는 설이었고 웃으며 다시 덕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노국공주님은 어디 계세요?”

 

 “돌아가셨습니다.”

 

 “아..”

 

 

 

 

 설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며 속삭이듯 조심스레 대답하는 덕이었고 그녀의 대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설이었다.

 

 정리를 해보자면 노국공주님이 돌아가셨으니 지금의 공민왕은 정신이 온전치 못 할 것이었고 그래서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관료들의 말을 신임하여 저를 비로 들인 것이었다.

 

 폐하를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다 생각한 동시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하필 마침 옆을 지나가던 왕이 설비를 보곤 설비에게 다가왔다.

 

 

 

 

 “설비. 마침 잘 만났소.”

 

 “예?”

 

 

 

 

 갑작스런 왕의 행차에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는 덕을 포함한 여럿 궁녀들이었고 그녀들을 보며 눈치껏 함께 고개를 숙인 설이었다.

 

 그러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왕을 쳐다보자 설의 손을 잡고 웃는 공민왕이었다.

 

 

 

 

 

 “비가 나와 함께 갈 곳이 있으니 따라 오시오.”

 

 

 

 

 

 

 六.

 

 

 

 

 공민왕이 설을 데리고 온 곳은 다름 아닌 원덕전이라는 곳이었고 치맛자락을 붙잡고 서둘러 왕을 뒤를 따라 가던 설이 문 앞에 멈춰 서 궁녀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그러자 설의 팔을 잡아 직접 안으로 모시는 덕이었다.

 

 

 

 

 “여긴 어디에요?”

 

 “원덕전입니다. 마마. 안으로 들으시지요.”

 

 “아. 네.”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두 명의 남자가 왕의 등장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그에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장군의 손을 잡더니 웃는 공민왕이었다.

 

 

 

 

 “오셨습니까. 폐하.”

 

 “장군. 아주 잘 해주셨습니다.”

 

 

 

 

 인사가 끝나자 의자에 앉는 공민왕과 그 앞에 장군들이었고 설 역시 그들의 눈치를 보며 왕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곧 나이가 조금 있으신 장군이 너그럽게 웃으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두 손을 뻗으며 말했다.

 

 

 

 

 “이 고려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폐하.”

 

 “쌍성총관부를 탈환했으니 이제 원나라의 간섭이 점차 줄지 않겠습니까? 두 분이 정말 대답한 일을 해내신 겁니다. 이자춘 장군.”

 

 

 

 

 무슨 큰일을 해내고 왔는지 엄청 기뻐하며 크게 웃는 왕이었고 장군의 이름을 들은 설이 깜짝 놀라 조심스레 장군을 쳐다봤다.

 

 

 

 

 ‘저 아저씨가 이자춘 장군? 누구였더라. 위인의 아버지인데. 그럼 옆에 저 사람이 위인?’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아. 왜 생각이 안 나냐.’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이는 이자춘 장군의 옆에 있던 장군을 빤히 쳐다보는 설이었고 끝내 설의 시선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친 둘이었다. 눈이 마주치고도 어느 누구 먼저 피하지 않았고 곧 이자춘 장군의 말에 끊기는 그들의 시선이었다.

 

 

 

 

 “허허. 아닙니다. 폐하.”

 

 “금년이 첫 출전이라고 들었는데, 아버지인 이자춘 장군의 강인함을 쏙 빼닮으셨나봅니다.”

 

 “이번에 아들 녀석이 함께 해서 저도 도움이 참 많이 됐습니다.”

 

 “아닙니다. 아버지를 도와 고려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장군의 충심까지 쏙 빼닮았습니다.”

 

 “허허.”

 

 

 

 공민왕과 이자춘 장군의 말에 차분히 대답하는 장군이었고 그의 대답에 흐뭇하게 웃는 왕과 이자춘 장군이었다.

 

 그리고 곧 웃음을 멈추고 왕의 옆에 앉은 설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묻는 이자춘 장군이었고 곧 설을 쳐다보곤 웃으며 대답하는 왕이었다.

 

 

 

 

 “근데 폐하. 이 마마는 누구신지..”

 

 “비의 소개가 늦었소. 설비입니다. 하늘에서 보내준 사람이지요.”

 

 “아. 얼마 전, 궁에 천(天)인이 내렸다고 하던데. 이 분이.”

 

 “맞소. 하늘에서 내게 보내주시어 내가 감히 비로 들였습니다.”

 

 

 

 

 천(天)인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 설을 쳐다보는 이자춘 장군이었고 설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공민왕이었다. 그리고 곧 웃으며 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자춘 장군에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설이었다.

 

 

 

 

 “설비마마. 이자춘 장군이라 하옵니다.”

 

 “네. 안녕하세요.”

 

 “마마께서 정말 천(天)에서 오셨습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정말 궁금한 눈빛으로 설에게 묻는 이자춘 장군이고 그에 큰 소리로 웃으며 설 대신 대답하는 왕이었다.

 

 

 

 

 “장군.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것이오?”

 

 “허허. 믿습니다. 천(天)인이라 신기해서 말이지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민왕과 이자춘 장군이었고 그 옆에 오로지 서로를 빤히 쳐다보는 설과 이름 모를 장군이었다. 장군 역시 무표정으로 설을 쳐다보고 있었고 설 또한 장군을 가만히 쳐다보며 생각했다.

 

 

 

 

 

 

 “.....”

 

 ‘대단한 사람인 게 분명한데. 누굴까.’

 

 

 

 

 

 

 七.

 

 

 

 

 어제 원덕전에서 나오자마자 천인인 설비가 나타나 고려의 일들이 모두 잘 풀리고 있다며,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는 왕의 말에 경치가 좋은 산에 가고 싶다고 대답한 설이었고 그리하여 다음날 일찍이 출발해 신하들과 함께 개경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삼각산이라는 곳에 오게 된 설이었다.

 

 삼각산 정상에서 고려의 수도인 개경을 등에 지고 개경의 반대쪽을 한참동안이나 내려다보는 설이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이쪽 지형이랑 풍경이 낯익단 말이야. 북한산에서 보는 서울이랑 비슷한데.’

 ‘지금 수도는 개경이니까 뒤쪽이 개경일 테고 그럼 여기가 서울이 맞지 않나. 근데 한양천도는 조선부터 아닌가? 고려 때부터 서울에 궁이 있었나?’

 

 

 

 

 숨을 크게 들이쉬며 산 밑에 마을을 내려다보는데 개경 반대편인 저 곳에 짓다만 궁터를 발견한 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혼자 생각하는데, 갑자기 나타나 설의 옆에 나란히 서는 그때 본 장군이었다.

 

 

 

 

 

 

 “남경천도를 위해 남경에도 궁터를 지었습니다. 물론 고려 재정이 불안하여 도중에 그만두었지만.”

 

 “여, 여긴 어떻게.”

 

 “저도 이 삼각산을 좋아합니다. 남경이 잘 보여서.”

 

 

 

 

 갑자기 나타난 장군의 등장에 깜짝 놀란 설이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 묻자 고개를 돌려 태연히 설을 바라보며 대답하는 장군이었고 곧 놀라지 않은 척, 태연한 척하며 장군의 옆에 나란히 선 설이었다.

 

 

 

 

 “아. 그러시구나. 근데 남경이요?”

 

 “예. 저기 말입니다.”

 

 

 

 

 설의 물음에 개경과 반대편, 설과 장군이 바라보고 있는 마을을, 설이 서울이라 추측하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군이었다.

 

 

 

 

 “아. 서울.”

 

 “예? 서울?”

 

 “아니요. 남경, 한양이요.”

 

 “예. 한양이라고도 부르지요.”

 

 

 

 

 고려에는 남경, 조선에는 한양, 현대에는 서울이라고 부르는 저곳은 서울이 맞았다. 그렇다면 이 삼각산이라고 불리는 산은 북한산이 맞을 것이라 생각한 설이 큰 깨달음을 얻은 듯이 혼자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곧 옆에 있는 장군의 눈치를 보며 헛기침을 하는 설이었다.

 

 그리고 곧 설과 달리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뒷짐을 진 채로 차분히 서울 아니, 남경을 바라보며 입을 여는 장군이었다.

 

 

 

 

 

 

 

 “혹시 마마 존함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네? 저는 설비”

 

 “그거 말고 마마의 진짜 이름말입니다.”

 

 “아. 제 이름은 설이에요. 김 설.”

 

 “김 설. 김 설.”

 

 

 

 

 설의 대답에 몇 번이고 설의 이름을 입 안에서 중얼거리는 장군이었고 아예 몸을 돌려 장군을 올려다보며 묻는 설이었다.

 

 

 

 

 “그 쪽 이름은 뭐예요?”

 

 

 

 

 자기를 빤히 쳐다보는 설에게 한 번 눈길을 주곤 어색하게 시선을 피해 다시 정면을 바라보는 장군이었고 곧 들려오는 장군의 대답의 깜짝 놀라 목소리가 커진 설이었다.

 

 

 

 

 

 “이가 성계입니다.”

 

 “아. 이성계. 예? 이성계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다 정신을 차려 다시 되묻는 설이었고 그녀의 행동이 재미있는지 웃는 장군이었다. 곧 눈동자를 돌려 그의 눈치를 보다가 어색하게 웃더니 고개를 숙여 한껏 찡그려진 얼굴로 혼잣말을 하는 설이었다.

 

 

 

 

 “왜 그리 놀라십니까? 혹 아는 이름입니까?”

 

 “아니요. 알긴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요.”

 ‘알고말고요. 이성계를 어떻게 몰라. 조선을 세운 왕 아니야. 진짜 미쳤다.’

 

 

 

 

 곧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바쁜 설과 다르게 태연히 나직한 목소리로 설에게 말하는 장군이었다.

 

 

 

 

 “그리고 휘는 단입니다. 이 단.”

 

 “휘요?”

 

 “예. 출생에 받은 첫 이름말입니다.”

 

 

 

 

 설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묻자 듣기 좋은 목소리로 설명해주는 이성계였고 그의 대답에 이성계라고 부르는 것보단 단이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아 고개를 번쩍 들어 이성계 아니, 단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하는 설이었다.

 

 

 

 

 “그럼 단이라고 부를게요!”

 

 “예? 다들 이성계라고 부르는데, 왜..”

 

 “휘면 진짜 이름 같은 거잖아요. 그니까 전 특별히 단이라고 부를게요.”

 

 

 

 

 뜬금없이 대차게 대답하는 설을 빤히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하다 금방 웃어버리는 단이었다.

 

 

 

 

 “예. 단이라고 부르십시오. 그것 또한 좋겠네요.”

 

 

 

 

 웃는 것이 예뻐 한참을 이성계 아니, 단을 한참 쳐다보던 설이 서로 진짜 이름을 밝히고 나니 조금 편해진 분위기에 단을 따라 웃으며 물었다.

 

 

 

 

 “근데 혹시 올해 나이가 어떻게 돼요?”

 

 “금년 스물 둘입니다.”

 

 “스물 둘?! 내가 스물다섯인데?”

 

 

 

 

 단의 나이에 깜짝 놀라 눈과 목소리가 또 다시 커지더니 이성계가 자신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이상하게 허무해진 설이었다. 그러자 곧 단이 조심스레 말을 더듬으며 물었고 물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 쪽 눈을 찌푸리며 한 손을 젓는 설이었다.

 

 

 

 

 “금년에 스물다섯이십니까? 그럼 혼인은..”

 

 “우리 땐, 그런 거 안 해도 돼요.”

 

 “우리 땐?”

 

 “그럼 나보다 동생이에요? 이성계 아니, 단이?”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는 말에 놀란 것을 너머 넋이 나가 허공을 바라보는 설이었다.

 

 

 

 

 ‘이럴 수가. 내가 이성계보다 나이가 많다니..’

 

 

 

 

 한참을 말이 없던 설에게 고개를 살짝 돌려 먼저 입을 여는 단이었고 곧 설과 눈이 마주치자 환히 웃었다.

 

 

 

 

 

 “그럼 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물론 둘만 있을 때에만.”

 

 “네?”

 

 “설이누이.”

 

 

 

 

 설을 부르는 부드러운 단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설이었고 그렇게 한참을 서로를 마주보고 서 웃는 둘이었다. 곧 그들의 주변에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아름다워 고개를 들어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설과 단이었고 그 눈이 설의 손바닥에 닿는 순간, 또 다시 하얀 빛과 함께 사라져버린 설이었다.

 

 

 

 

 

 

 九.

 

 

 

 

 곧 눈부심이 끝나 천천히 눈을 뜨니 삼각산이 아닌 만령전, 제 처소에 있는 설이었다.

 

 

 

 

 

 

 

 

 

 서둘러 방 밖으로 뛰어 나간 설이 만령전 위에 크게 우거진 나무를 바라봤고 분명 여름이었는데 어느새 벚꽃이 흩날리는 궁궐에 깜짝 놀라 서둘러 달려온 덕에게 물었다.

 

 

 

 

 

 

 

 “지금이 몇 년이에요?”

 

 “신축년입니다. 마마.”

 

 “그게 몇 년인데요?”

 

 “신축년이 신축년이지요. 몇 년이 있습니까?”

 

 “아..”

 

 

 

 

 여름이었던 계절이 벚꽃이 피는 봄으로 바뀌었다. 몇 년이고 지난 게 분명한데, 그 동안 사라진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궁녀들에 답답한 설이었다. 그러다 설마 여기에 계속 살고 있었는데, 스스로만 기억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다시 덕이를 붙잡은 설이었다.

 

 

 

 

 

 “혹시 제가 어제 뭘 했나요?”

 

 “마마께서 어제 폐하를 따라 경회전에 다녀오셨고. 아! 심심하다고 혼자 몰래 저잣거리에도 가셨어요.”

 

 

 

 

 아마 후궁이 제 마음대로 궁 밖으로 나갔다는 이유 때문인지 설의 질문에 아무도 듣지 못 하게끔 조심스레 속삭이는 덕이었다.

 

 

 

 

 “저잣거리요? 제가요?”

 

 “예. 이 가락지도 사셨잖아요.”

 

 

 

 

 덕이가 가리킨 제 손을 보자 처음 보는 반지가 껴져 있었다. 이 말은 즉, 계속 여기서 살고 있었지만 기억하지 못 한다는 것 같아 고개를 저으며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는 설이었다.

 

 

 

 

 

 

 

 

 十.

 

 

 

 

 저잣거리에 어제 나갔다곤 하지만 기억이 없어 덕에게 다시 한 번 설명을 들은 길을 따라 몰래 궁 밖으로 나온 설이었다. 저잣거리로 나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장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설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이자춘 장군님이 돌아가시고 이성계 장군님이 금오위상장군이 됐대.”

 

 “동북면상만호도 되셨다는 구만.”

 

 “양반 출신도 아니신데, 장군님 참 대단하지 않아?”

 

 

 

 

 그 이야기를 듣곤 자신이 사라진 후에, 기억이 없어진 후에 몇 년이 지났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아 멍해져 천천히 저잣거리를 걷는 설이었다.

 

 

 

 

 ‘분명 살아계셨던 이자춘 장군이 돌아가셨다니. 분명 몇 년이 더 지난 게 확실해.’

 

 

 

 

 그때 누군가 멍하니 걷던 설의 손목을 세게 잡아당겼고 동시에 말이 끄는 수레가 거친 소리와 함께 설의 바로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쳤다.

 

 

 

 

 

 

 

 

 

 

 

 깜짝 놀란 설이 뒤를 돌자 설의 손목을 잡고 설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이성계 장군 아니, 단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설누이.”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작가 신우유입니다. '설(雪)울'은 사극로맨스판타지로, 배경음악으로 'Various Artists-Not Alone(정국 테마)'를 엄~~~~~~~청 추천합니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썼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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