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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In The Black
작가 : 장덕배
작품등록일 : 2019.9.17

극단에서의 로맨스.

 
1. 눈빛이 좋아서요 (1)
작성일 : 19-09-17 16:31     조회 : 342     추천 : 1     분량 : 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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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일 오후 세 시에 면접 보러 오세요.'

 

  기대도 안하던 연락이 왔다.

 

  "김진한."

 

  옆에 앉은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진한은 대답하지 않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야, 김진한."

  "왜."

  "나 면접 보러 오래."

 

  그제야 그가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어디? 극단?"

  "응."

 

  진한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언제 가는데."

  "내일."

  "꼭 가야겠냐. 거기 남자도 많을 것 같은데."

 

  그는 내가 이성과 같이 있는 것을 싫어했다. 같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연락하는 것조차도 싫어했다.

 

  몰래 내 폰을 뒤져 메신저에 뜨는 남자의 이름을 차단하다가 걸린 적도 있었다.

 

  "사귀는 사람 있다고 하면 되잖아."

  "널 못 믿는 게 아니라 다른 남자들을 못 믿는 거야."

  "매번 그 말이지."

 

  진한의 시선은 집요했다. 가슴이 답답해 한숨이 나왔다.

 

  "왜 한숨이야. 내가 지겨워?"

  "됐어, 게임이나 해."

  "아니 그래서, 거길 꼭 가야겠냐고."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됐다.

 

  싸우다 지쳐 각자 모니터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진한은 신경질적으로 욕을 하며 게임을 했고 나는 헤드폰을 쓰고 영화 볼륨을 크게 높혔다.

 

  언젠가부터 우리 둘은 만나기만 하면 진한의 집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나는 늘 영화를 보고 진한은 늘 게임을 했다.

 

  처음엔 그와 게임을 같이 하려고 했지만 진한은 내가 한 번 죽을 때마다 욕을 읊조렸다. 싸우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에 얼마 못 가 그만두었다.

 

  테트리스 같은 거 하면 안 되냐, 진한에게 장난치듯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정말 장난으로만 받아들였다.

 

  영화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금세 딴 생각에 빠져 들었다.

 

  연기는 해본 적도 없었고 해볼 생각도 없었다.

 

  늘 표정이 없고 말수가 적다는 말을 듣고 다녔으니까.

 

  며칠 전, 교양 수업 기말 과제 때문에 연극을 보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나는 연극을 보러 가지 않고 대충 쓸 생각이었지만 세은이 계속 졸랐다.

 

  "아 이비은! 제발 같이 가자아아. 우리 연극 한 번도 본 적 없잖아, 보고 싶단 말이야."

  "귀찮아, 혼자 가."

 

  세은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알겠다고 대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조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소극장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지하였고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벽에는 각종 연극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화요일이라 그런지 극장 로비에는 나와 세은을 제외하곤 관객이 네 명밖에 없었다.

 

  세은은 과제를 새까맣게 잊은 것 같았다. 한껏 신나서는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겠다며 사진을 계속 찍었다.

 

  로비가 조용해서 찰칵 거리는 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적당히 좀 찍어."

 

  그러나 세은은 익숙한 듯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

 

  정말 신난 모양이었다. 해맑은 세은의 모습에 결국 피식 웃음이 났다.

 

  그 때, 입장 시작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

 

  세은이 달려와 팔짱을 끼고 나를 끌고 객석 맨 앞자리로 갔다.

 

  객석은 방향제를 뿌렸는지 커피향이 났다.

 

  무대엔 집으로 보이는 세트가 있었고 어두운 파란색 조명이 세트를 비추고 있었다. 객석에 조용히 흐르고 있는 음울한 클래식 음악과 잘 어울렸다.

 

  "이거 제목이 뭔데."

  "그걸 이제야 물어? 하여튼 이비은."

  "그래서 뭐냐고."

  "가족 퍼즐."

  "가족 퍼즐? 그게 뭐야."

  "조용히 해, 이제 시작한다. 어떡해, 너무 설레."

  "누가 누구 보고 조용히 하래."

 

  세은과 작게 투닥 거리는 사이 천천히 암전이 됐다. 음악이 점점 커지더니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지독한 어둠 속에서 듣는 음악은 어둠 그 자체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조명이 다시 켜지고 주인공의 담담한 독백과 함께 연극이 시작됐다.

 

  '가족 퍼즐' 이라는 제목은 스포일러나 다름없었다.

 

  주인공과 그의 불우한 가족이 퍼즐처럼 흩어졌다 다시 끼워 맞춰지는 이야기였다.

 

  신선하거나 새롭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눈빛 때문이었다.

 

  남자 주인공은 처음 등장할 때도 예사롭지 않았다.

 

  쌍꺼풀 없이 옆으로 긴 눈과 창백한 얼굴, 얇지만 빨간 입술. 관에서 금방 깨어난 뱀파이어처럼 나른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나른한 인상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낮고 힘이 있었고 눈빛 또한 그랬다.

 

  극 중에서 그가 괴로움에 소리를 지를 땐 그 모습이 너무나 진짜 같아서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건 옆에 있는 세은을 포함해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그리고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저렇게 서럽게 우는 건 또 어떤 느낌일까.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미친 듯 울고 괴로워하는 게 당연한 그런 상황에서도.

 

  주인공처럼 온 몸을 다해 괴로워해 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지독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몸부림치는 것이 시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답답했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 홀린 듯 노트북을 켰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티켓을 꺼내 극단 이름을 확인하고 검색창에 입력했다.

 

  '블랙'

 

  그것이 그 극단의 이름이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연 관련 사진을 보다가 그 남자를 발견했다.

 

  "김채운..."

 

  그 남자에게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사진인데도 일렁이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눈빛을 멍하니 보다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단원모집 란을 발견했다.

 

  '당신의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하세요!'

  '경력이 없어도, 열정만 있다면!'

 

  어느 새 다시 홀린 것 같은 기분으로 빈 칸에 내 이름 세 글자를 입력했다.

 

  머리와 손이 따로 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나는.

 

  옆에서 진한이 내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영화는 어느 새 끝나 있었다.

 

  "무슨 생각해."

  "...그냥."

 

  핸드폰을 켜서 극단에서 온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가지 말라고 했던 진한과 싸우긴 했지만 사실 나조차도 가는 게 맞는 건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걸 캐치한 진한이 한 번 더 나를 말렸다. 아까의 그 집요한 시선으로.

 

  진한의 집요함 속에 있는 불안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했다.

 

  하지만 나를 한 번 더 얽어매는 그의 불안 덕분에 오히려 확신이 생겼다.

 

  어떻게 되든 일단 부딪혀 보고 싶다고.

 

 

  ---------------------------------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쪽에서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귀를 기울였지만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다.

 

  문고리를 잡은 채로 가만히 서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새로 오신 분이에요?"

 

  이상하리만치 쌍꺼풀이 두꺼운 여자가 안에서 나왔다.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생긴 여자였다.

 

  "아, 네."

  "지금 연습중이긴 한데, 들어가시면 돼요."

 

  퉁명스럽게 말을 건넨 여자는 등 뒤에 있던 화장실로 들어갔다.

 

  열린 문 안쪽으로 연습하는 것이 보였다.

 

  연습실 바닥에 빙 둘러 앉아 대본 리딩을 하는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남자를 눈으로 찾았다.

 

  김채운은 거기 없었다.

 

  왠지 모를 실망감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누군가와 부딪혔다.

 

  당연히 쌍꺼풀 두꺼운 그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채운 이었다.

 

  그와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로를 마주 봤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같이 들어가요."

 

  무대에서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낮고 힘 있는 목소리에 가슴 언저리가 살짝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대본 리딩을 하던 단원들이 그를 발견하고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젊어 보이다 못해 어려 보였는데. 그에게 붙은 대표라는 호칭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그들을 향해 싱긋 웃어주곤 나를 불렀다.

 

  "잠깐 따라 들어올래요?"

 

  그제야 단원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허리를 꾸벅 숙이고 그를 따라 연습실에 딸린 작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꽤나 좁아서 숨소리가 의식되는 정도였다.

 

  "앉아요."

  "네."

 

  자리에 앉자 그는 대뜸 내게 말했다.

 

  "예쁘시네요."

  "...네?"

 

  사무실에 침묵이 흘렀다.

 

  그 스스로도 약간 놀란 눈치였다. 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아, 초면에 실례했어요.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다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여기는 오디션 같은 건 없어요. 대신 무조건 스텝부터 시작해요."

 

  그는 극단의 시스템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스텝을 하며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익히고 나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밖에 나가서 단원들한테 인사할까요?"

  "네."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자 단원들의 시선이 다시 쏟아졌다.

 

  "안녕하세요. 이비은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평소에 워낙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다들 웃으며 박수를 쳤다. 한 명만 빼고.

 

  연습실 문 앞에서 처음 마주쳤던 여자는 뚱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여자의 옆에 앉아 있던 단원이 어깨를 툭 치며 눈치를 주자 퉁명스럽게 말했다.

 

  "장유희 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휙 돌렸다.

 

  "이 친구가 원래 좀, 이래요. 하하. 저는 남하정이에요. 반가워요.'

 

  진한 블루 톤으로 염색한 남자였다.

 

  이후로도 소개가 이어졌다.

 

  나머지를 정리하자면, 키가 작고 동그랗게 생긴 여자는 여소정, 삭발한 남자는 김기오, 초면부터 내게 누나, 하고 달라붙는 어려 보이는 남자애는, 스무 살 막내 서성윤.

 

  단원 수가 적기도 했지만 제각각 개성이 뚜렷해 기억하기 쉬웠다.

 

  "오늘은 비은 씨 첫날이니까 연습 그만하고 밥 먹으러 가자."

  "아싸!"

 

  성윤이 폴짝 뛰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단원들이 하나 둘 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가는 걸 보는데 뒷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이 울렸다.

 

  '어떻게 됐어?'

 

  진한에게서 온 문자였다.

 

  '다니기로 했어.'

 

  답장을 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채운이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같이 갈 거죠?"

 

  그가 싱긋 웃었다. 그런데 순간 그의 눈이 진한과 조금 닮아 보였다.

 

  착각이겠지. 채운은 진한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순간을 후회했다.

 

 

 

 

 

 

 

 

 

 

 

 

 

 

 

 

 

 

 

 

 

 

 

 

 

 
작가의 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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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찬호우주 19-09-18 00:50
 
극단 다니는게 꿈이었는데...ㅠ 다음편 기다려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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