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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프롤로그
작성일 : 19-09-16 01:23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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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내 인생의 첫 기억은 금빛 입자였다.

 그게 먼지가 아니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어쨌든 그 입자 때문에 재채기가 나지는 않았다.

 그 입자는 한동안 내 주위를 얼씬거리더니, 유치원에 들어갈 때 쯤 보이지 않게 되었다.

 대신 더 이상한 게 보였다.

 이를 테면 목에 웃는 호박 얼굴을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라든지(그 호박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해수욕을 갔다가 무지갯빛 비늘로 반짝이는 꼬리를 본 적도 있었다. 그건 물고기라기에는 너무 길었다.

 대개는 내가 모른 척하면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쪽도 내게 큰 관심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모른 척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내가 당신을 죽이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

 

 

 공윤은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유리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현타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 알바하고 있는 거 맞지? 3D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게 아니라?

 공윤은 아래를 흘긋 쳐다봤다.

 음, 떨어지면 그냥 아스팔트에 납작 달라붙을 것 같은데.

 까마득한 아래로 도로와 그 위를 지나치는 차들, 그리고 사람이 작살나는 광경을 목격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고해 보이는 행인들이 보였다.

 그녀가 어떻게든 도로 기어 올라가려고 끙끙대고 있을 때, 몹시 거칠고 낮은 소리가 버럭 소리쳤다.

 “거기서 뭐하는 거야!”

 저 망할 놈의 늑대 같으니. 좀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나?

 공윤이 뭐라고 쏘아붙이려고 입을 벌리는 사이, 뜨거운 손이 그녀의 손목과 어깨를 덥석 잡더니 단번에 끌어올렸다.

 시야가 쑥 올라갔다.

 공윤은 어느새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서 있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고마워. 잡았어?”

 “너 때문에 놓쳤다.”

 그 사실이 짜증나 죽겠다는 듯한 어조였다. 금빛 눈이 그녀를 훑어보더니, 머리카락에 묻어있던 유리조각을 던지듯 빼주었다.

 실로 짐승 같은 시력이었다.

 공윤이 두 번째로 고맙다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멀리서 환호가 들렸다. 어린 소년 특유의 높고 맑은 톤이었다.

 “누나! 잡았어!”

 “잡았어?!”

 그녀는 냉큼 소리쳤다. 릴리는 못마땅한 듯 콧김을 거세게 내뿜었다.

 공윤은 빨리 안 가고 뭐하냐는 눈빛으로 릴리를 쳐다봤다.

 그는 공윤을 어깨에 받쳐들고는, 서리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이동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이 시렸다.

 릴리는 층간 두 개를 단번에 넘더니 상당히 묵직하게 착지했다.

 공윤은 그게 자기 무게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믿었다.

 서리는 그녀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그 애의 초록색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서리는 거뭇한 그림자 같은 덩어리를 하얀 손으로 자랑스럽게 움켜잡고 있었다.

 그림자의 눈알이 팽팽 돌아가는 게 보이는 듯했다.

 목표물이었던 어둠 요괴, 그슨대였다.

 그슨대는 서리의 손아귀 안에서 하찮게 펄럭거리고 있었다.

 그 애는 백 점짜리 시험지를 자랑하듯 그슨대를 흔들며 그녀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건 내려놓고 와주면 좋겠는데. 공윤이 내심 생각하는 사이, 키론이 서리를 제지했다.

 “서리야, 그건 이리 주고 가야지.”

 서 있는 자태만으로도 한 편의 수묵화를 재현하는 듯한 남자였다.

 그는 기이한 빛깔이 감도는 눈을 휘며 웃었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이목구비에는 거의 새겨진 듯한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는데, 공윤은 그게 못마땅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좋았다.

 서리는 조금 망설였다.

 “공윤 씨도 네가 잡은 걸 알아. 그렇죠?”

 공윤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잘했어, 서리야. 릴리보다 빨리 잡았네.”

 공윤은 옆에 선 릴리가 콧김을 더욱 세게 내뿜는 것을 무시했다.

 서리는 배시시 웃었다. 그 애는 키론에게 가서 그슨대를 넘겨주고는, 뿌듯하게 달아오른 뺨으로 그녀에게 달려왔다.

 “누나, 봤어? 봤지, 응? 내가 잡았어! 나 혼자!”

 공윤은 사냥에 성공한 새끼를 칭찬하는 심정으로 연신 잘했어, 대단해, 서리가 최고야 등등의 멘트를 연발했다.

 서리는 공윤 몰래 그녀의 어깨 너머로 혀를 내밀었다.

 릴리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저 조그만 꼬맹이를 반만 죽여 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윤은 잘 몰랐지만(어쩌면 의도적으로 무시했지만) 서리는 나날이 릴리의 인내심 용량이 증가하는 것에 굉장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만족할 만큼 칭찬을 받은 서리는 공윤에게서 벗어나 배부른 고양이처럼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공윤은 이때를 틈타 키론에게 바싹 다가갔다.

 키론은 그녀를 보고 웃었다.

 신의 손길이 닿은 듯한 얼굴-이게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이 그녀를 향해 미소 짓는 모습은, 가끔 이게 현실인가 싶은 의구심이 들도록 만들었다.

 공윤은 그를 만질 때에만 안심했다.

 그녀보다 조금 더 따뜻한 온도의 피부, 36.5도를 미묘하게 넘는 체온이 그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공윤은 손을 뻗으며 마주 웃었다.

 앞으로도 제 목숨 좀 잘 부탁해요.

 
작가의 말
 

 두근두근 시작

 즐겁게 읽으셨다면 너무 기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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