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져서 그런지 밖은 어두컴컴했다.
이날 따라 왜 이렇게 어두웠는지 모른다. 이게 아마 복선이었을까...
우리는 엄마와 헤어졌다.
저기 멀리 마당 한가운데 사무실에서 엄마와 어떤 아저씨랑 이야기하는 걸 봤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원장이었다. 얘기하는 걸 살짝살짝 들어보니 꾀나 충격적이었다.
“저.. 일주일 정도만 우리 애들 좀 부탁할게요.. 저희가 사정이 좀 있어서...”
엄마가 사정하면서 애원했다. 하지만 들어오는 건 거절뿐 도통 들어주지 않았다.
“사정이 있는 건 알겠는데 일주일은 좀..”
그렇다. 그곳은 보육 시설이라 일주일만 지내겠다고 하면 그쪽에서는 손해를 보기에 일주일은 당연히 안 되었다.
“꼭 일주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제발 저희 좀 도와주세요.. 지금 잘 곳도 먹을 것도 없어서 그래요 제발 우리 애들만이라도...
그때 엄마의 눈을 봤을 때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내가 은근슬쩍 원장을 보니 아, 이를 어쩌지.. 싶은 표정이었다.
“하.. 어쩔 수 없죠.. 일단 밤이 늦었으니까 애들은 방으로 돌려보낼게요. 어머님은 저랑 조금만 더 얘기하고, 김경희 선생님, 애들 방 위치 알려주고 큰애는 윗방으로 여기 쌍둥이 둘은 유치부 방으로 보내요.”
“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만 허릴 계속 숙이며 감사하다고, 정말로 감사하다고 반복 말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로 오더니,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엄마, 며칠 뒤에 올 테니까 조금만 여기서 지내고 있어.. 일주일 정도만 기다리면 엄마가 다시 올게.. 우리 딸들, 엄마 잘 기다릴 수 있지?”
“일주일?.. 일주일이나 돼?”
옆에 있던 언니가 풀이 죽어 말했다. 엄만 언니의 말에 회피하듯 언니의 눈을 피해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내가 슬쩍 엄마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서인지 엄마의 표정은 더 어두워 보였고 애써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고 참아내며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와 헤어진 채, 어디인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여전히 엄마와 원장이 이야기하고 있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조차 모른 채 그 속의 분위기로 심각한 상황이구나 싶었다.
한 두시간이 흘렀을까, 길고 길었던 얘기가 끝나고 엄마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길을 나섰다.
우리는 엄마가 어디로 가셨는지, 어디서 주무시고, 어디서 밥 먹는지 모른다. 단지, 엄마가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을 뿐이었다. 일주일 뒤에 오겠다는 엄마의 말은 우리를 더 힘들게 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그곳에서는 우리들의 울음소리만이 들려왔고,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야만 한다는 것과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자꾸만 무거워져만 갔다.
하루빨리 일주일이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엄마가 빨리 오길 간절히 원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그곳은 우리를 더더욱 힘들게 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우리의 마음속에는 스크래치가 났고 한순간에 다른 인생을 살 게 되었다.
언제쯤 우리가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
언제쯤 엄마가 우릴 데리러 올까.. 하는 생각뿐, 결국, 일주일 뒤에 오겠다는 엄마의 말은 지켜지지 않았고 우리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그곳은 바로..
미애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