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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일은 맑음
작가 : yongeun
작품등록일 : 2019.9.6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이별들을 경험합니다.
이미 어떤 식의 이별이든 한번쯤 겪어봤을 것이고,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이별을 겪을 것입니다.
이 글은 갑작스레 이별을 마주함으로써 얻는 상실감과 두려움에서 극복하길 바라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표현해 보려 합니다.

 
졸업 1
작성일 : 19-09-12 02:30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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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

 서로 갈리어 떨어짐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별을 겪는다.

 뒤이어 항상 새로운 만남이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의 내일은 항상 맑다.

 

 아마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이별은 유치원생 때 유일하게 기억나는 이름인 연후와의 이별일 것이다.

 지금은 어디서 뭐 하는 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이름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분명 나와 돈독했음은 틀림없다.

 

 나는 지금도 새로운 이별을 준비 중이다.

 

 "새린아, 너 내일 졸업식 갈거야?"

 

 익숙한 목소리다. 4년 내내 붙어다니던 동기이자 가장 친한 친구 김율하.

 

 "당근가지. 김율하 너도 무조건이다. 내일 졸업식 끝나고 중국집 콜?"

 

 "콜"

 

 2월 8일.

 4년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그리고 새로운 막이 올라간다.

 드디어 우리가 진정한 어른이 되는 날이랄까.

 

 오늘은 내일 있을 이별의 리허설 쯤 되는 날이다.

 

 "야, 다들 강당으로 오래. 내일 졸업식 연습한단다."

 "별걸 다 연습해요 하여간"

 "잘 생각해봐라. 우리 입학식도 연습했었다. 근데 졸업식을 안하겠냐."

 "네. 갑니다. 가요."

 

 이별을 연습하는 건 아마 졸업식이 거의 유일무의 하지 않을까.

 정말 마지막 졸업식을 하려고 하니, 그간 있었던 나의 졸업식들이 스쳐지나간다. 정말 신기하게도 난 졸업식을 굉장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좋아하지 않은 기억이 생생히 남아있다. 아직까지도.

 

 초등학교 졸업식, 아직도 기억난다.

 다른 친구들 손에 쥐어진 꽃다발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나.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시다. 단 한번도 내 졸업식에 오신적이 없다.

 이 날 역시 부모님을 대신에 외할머니가 오셨다. 한 손에는 오렌지빛 잠옷이 든 검정 비닐봉지는 들고.

 

 "새린아, 졸업축하해. 드디어 초등학교를 졸업하네. 우리 새린이 아빠엄마 안와서 섭섭하지?"

 "아니요, 할머니가 와주셔서 감사해요."

 "할머니가 꽃대신 새린이 입으라고 예쁜 잠옷하나 사왔어. 금방 시들어서 버리는 꽃보다 훨씬 낫지?"

 "네, 감사합니다."

 

 어릴 적 부터 맏딸이었던 나는 나의 감정을 숨기는데 능력이 탁월했다. 이날도 교통비 아깝다며 여기까지 걸어오신

 할머니가 걱정되어 거짓말을 했다.

 난 아빠엄마가 매우 필요한 나이였다. 그리고 꽃이 매우 필요한 순간이었다.

 졸업식하면 중국집에 가는 것도 난 내일이 되어야 처음 경험할 듯 하다. 이 날도 난 외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집에가

 외할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먹었다.

 

 중학교 졸업식,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난 며칠 전 부터 친구들과 밀가루를 가져오기로 얘기했다. 그 당시 졸업 하면 밀가루나 계란을 서로 던지며 교복을 더럽히는게 유행이었고, 선생님들은 절대 그런 짓은 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셨다.

 하지만, 한창 말 안들을 나이인 우리들은 정말 하나같이 밀가루를 준비해 왔다.

 졸업식은 운동장에서 진행되었다. 밀가루 뿌리기 최적의 장소였다. 밀가루를 뿌리며 즐기는 졸업식, 그 순간 난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새하얀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그 행복도 같이 끝나고 말았다.

 졸업하는 친구들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가족들이 왔고, 새하얀 세상이 끝나자 마자 각자 맛있는 점심을 먹는다며 하나 둘 사라 졌다.

 

 그리고 난 혼자 남겨졌다.

 새하얘진 교복을 입은 채로 뚜벅뚜벅 걸어 집으로 갔다. 이게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역시 난 혼자였다.

 동생과 딱 3년 터울인 덕에, 우리는 항상 같은 년도, 같은 주에 졸업식이 있었다. 맞벌이인 부모님 중에 그나마 휴무를 낼 수 있는 분은 엄마였고, 엄마는 항상 동생 졸업식날에 휴무를 내셨다.

 사실 이때쯤 되니, 두려웠고 가기 싫었다. 너무 뻔히 보였다. 혼자 있을 내가.

 심지어 친구들은 옆에서 꽃 향기라도 맡으라며 꽃을 내 얼굴앞에 가져다 주었고, 친구 부모님들은 꽃을 빌려줄테니 사진이라도 찍으라고 챙겨주셨다.

 근데 난 그 모든 상황들이 비참했다. 정말 이 날도 안 오실 줄이야. 꽃도 안 보내주실 줄이야.

 

 내일 졸업식만 버티면 된다.

 내가 느꼈던 이 비참함과 외로움, 졸업식의 감정들은 내일로써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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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졸업 1 2019 / 9 / 12 312 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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