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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조각상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예술의 세상속에 남기를 바라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 예술가에게
검은조각상이 나타난다.

 
01
작성일 : 19-09-03 20:54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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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뷔르탱.

 

 그는 제 안에 폭발적인 예술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파리지앵이었다. 그러나 그가 사는 파리에서는 그의 작품을 의미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그렇게 그의 작품들은 파리의 유수 작품전에서 알아봐주는 이 하나 없이 외롭게, 그저 작업실에서만 썩어가고 있었다. 땅 속에 파묻힌 듯 한 감옥과도 같은 반 지하 작업실에 갇혀서는. 어두운 그의 작업실에서는 어떠한 습기도 조절이 되지 않았기에 그의 그림들은 비가 내리기만 하면 흠뻑 젖고, 썩어 문드러져 갔다. 그렇게 그와 같이 그의 작품들은 바라봐주는 이 하나 없이 그저 한 구석에서 방치되어져 갔다. 그렇게 수많은 도전을 하나 그의 뒤로는 좋은 결과라는 것이 따라올 줄을 몰랐다.

 

 그렇게 그는 아침에 열린 살롱전에서 또 탈락을 하여 그저 자신의 작품을 다시 들고는 어두운 작업실로 다시 향하는 길이었다. 암울함에 젖은 그는 술에 취해서는 기나긴 파리의 에펠탑 아래에 나있는 긴 공터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물방울이 한 두 방울씩 그의 머리 위로 애처롭게 떨어져 내렸다. 그의 서글픈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얇기만 하던 물방울은 그가 빗속을 걸어갈수록 점점 굵어져만 갔다. 예술의 도시인 파리의 하늘에서 내려서는 땅을 적시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걸음대로 공터를 지났다.

 

 기다란 공터의 끝. 그곳에서는 회전목마가 홀로 외롭게도 돌아가고 있었다. 쉬지 않고 그 곳에서 오직 에펠탑만을 바라보며 돌아가는 회전목마. 그는 왜인지 모르게 끝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가 자신과 같다고 느껴서는 그저 멍하니 땅위에 서서 회전목마를 바라보았다. 다른 회전목마와는 다르게, 에펠탑 아래에 놓인 회전목마의 가운데에 있는 회전축은 거울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랬기에 사람이 회전목마에 탄 뒤에 돌아가는 회전축을 바라보면 그 거울에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그렇게 거울에 바라보는 사람의 온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기는 회전목마였다. 뷔르탱은 왜인지 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초라해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회전목마를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자신의 초췌함이 그를 끌어당겼다.

 

 그는 가만히 서서는 회전목마의 밖에서 회전목마의 회전축을 둘러싸고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뷔르탱,

 

 자신이

 

 비쳤다.

 

 

 

 그러나 처음에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잘 보이던 자신이 회전목마가 돌아감에 따라 점차 흐릿해져가는 것이었다. 뷔르탱은 돌아가는 회전목마의 거울 속에서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거울속의 그 자신은 너무나도 빨리 사라져만 갔다. 쓱_ 하고 쓱쓱_ 하고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회전목마가 돌아감에 따라서 거울 또한 함께 돌아갔기에 그는 그렇게 재빠르게 흩어져만 간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거울 속에서 너무나도 잠시 머물다 가는 자신을 붙잡아 둘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쓱_ 쓱_ 하고 사라져갔다. 그의 모습은 그렇게 존재한 적도 없는 것만 같이 너무나도 잠시 거울에 담겼다가 그저 흘러지나가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뷔르탱은 순간 자신의 모습이 존재한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공포감에 휩싸인 뷔르탱이 움직이고 있는 회전목마를 한 손으로 콱. 하고 잡아채었다. 자신의 존재가 기억되지도 못하고 그저 사라진다는 것이 싫어서는. 그리고는 회전목마에 자신의 몸을 올렸다. 그러자, 그저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회전목마의 위에 올라탄 그 자신이 거울에 또렷이도 박혀있었다. 그는 그렇게 회전하는 판 위에 올라서서는 자신이 담겨진 회전축에 달린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그는 온전했다. 그의 뒤에 있는 모든 배경들은 그가 회전목마에 올라타기 전과 같이 그저 쓱_ 쓱_ 하고 사라질 뿐이었으나. 회전목마에 올라탄 그는 그곳에 박혀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거울에 그의 온전함이 담겼다.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회전목마가 여러 번 제자리를 돌때까지 그저 회전판 위에서 멍하니 서서는 그렇게 거울에 찍혀버린 자신을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자, 그의 눈에는 오직 그만이 들어왔다. 그의 뒤에 있는 모든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그저 그에게 있어서 흘러 지나가는, 휙_ 휙_ 하며 그어지는 붓 칠과도 같이 그저 흩날리는 배경이 되어있었다. 그는 그렇게 사라져만 가는 배경 속에서 너무나도 또렷하게 중심이 되어 거울 안에 담겨져 있었다. 그는 그러한 자신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휙_ 휙_ 하고 사라져버리기만 하는 배경이 아닌, 또렷하게 기록되는 그 자신을.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남았다. 영원히 기억되는 유수한 예술가들과도 같이. 그곳에 담겨져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은 회전판에 올라탄 자신이었으나, 거울도 그와 같이 움직였기에 흩날리며 날아가듯 지워지는 것은 그의 뒤에 있는 풍경들이었다. 그렇게 그는 거울과 함께 똑같은 곳을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회전목마 위에서 회전을 하였다. 제자리에서 얼마나 돌았는지 알 수 없을 때쯤 그는 회전목마에 달려 있는 한 목마 위로 올라탔다. 오른팔에는 자신이 그린 작품을 끼고, 왼손으로는 목마를 잡았다. 그는 여전히 술에 취해있었기에 약간은 휘청거리며 간신히 목마 위에 올라탔다. 그는 그렇게 한 손으로는 회전목마를 붙잡고 한 손으로는 자신이 그린 작품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작품은 그의 상반신 크기만 했는데, 그곳에는 한 가녀린 여성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의 작품 속에 담긴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한 여인이 그려져 있었다. 그 여인은 살롱 전에 전시할 작품들의 액자를 만드는 여인이었는데, 그는 항상 자신의 그림이 그녀가 아름답게 장식한 액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꿈꿔왔다.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사랑이었다. 그렇게 그는 사랑을 생각하며 그녀를 텅 빈 캔버스에 그려내었던 것이었다. 작품 속에 있는 그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그림 안을 향하였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을 그녀 또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고개는 약간은 부끄러운 듯이 살짝 아래를 향하였다. 그녀는 그녀의 등을 간질이는 곱슬거리는 머릿결을 곱게도 땋아서는 둥글게 머리 위로 말아 올리고 있었다.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그곳에서 삐져나와서 그녀의 어깨를 간질이고 있었다. 갈색 빛을 내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살포시 내려앉은 그녀의 어깨는 매혹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림에는 드러나 있지 않은 햇빛이 멀리로부터 닿아서, 그녀의 어깨는 부드럽게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한 그녀의 가녀린 팔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깨와 팔꿈치의 중간인 부분에서 오프 숄더 형의 윗옷이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의 옷은 그려진 것이 아니라 마치 입혀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는 그저 여인의 옷을 그린 것이 아니라, 여인의 몸 자체를 그린 뒤, 그 곳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옷을 걸쳐 준 것만 같이 그림을 그려내었다. 그렇게 그에게 있어서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살아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그녀의 팔을 따라가다 보면 살짝 숙여진 그녀의 고개와도 같이 쑥스러움을 담아내고 있는 그녀의 손이 보였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이 뒤돌아서는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는 작은 꽃송이들. 그렇게 그녀는 우리에게서 시선을 돌려 부끄러이도 꽃만을 매만지고 있었다. 꽃은 너무나도 밝은 색을 띄었다. 어쩌면 그녀의 속마음을 대변하려는 듯이. 그렇게 꽃을 매만지는 그녀의 손가락은 너무나도 세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그곳에 담은 채로 그려져서는 그곳에 멈춰져 있었다. 작품이라는 그림 속에서. 그렇게 그녀의 손에서 팔로 팔에서 허리로 시선을 떨어뜨리다보면 그녀의 머리보다 짙은 갈색의 치마가 나왔다. 주름이 져서 더욱 풍성해 보이는. 그녀의 치마는 더욱 부풀려져서는 그녀의 선을 가리고 있었다. 그렇게 뚝. 하고 치마의 중간 부분에서 잘리고 마는 그의 그림. 그렇게 그의 작품 속에는 그렇게 한 여인이 살아 있었다. 오직 그의 그림 안, 그의 상상 속에서만 살아있는 존재였다. 사랑이라는 의미로, 그렇게 그는 쑥스러워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사랑을 그려내었던 것이었다.

 

 

 

 <뷔르탱의 그림>

 

 

 

 

 

 말아올려진 머리

 

 

 . 한 가닥 흘러나온 머리카락

 

 

 

 

 

 .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피한 눈길

 

 

 

 

 

 . 옅게 지어진 미소

 

 

 

  머리카락

 

 

 

 

 

  햇빛을 머금어 빛을 발하는 가녀린 어깨선

 

 

 

 

 

  주름진 옷 꽃송이들 팔 세심한 손가락

 

 

 

  팔꿈치

 

 

 

 

  풍성한 치마

 

 

 

 

 

 

 

 뷔르탱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 위에 올라타서는 살롱 전에서 화가들과 미술애호가들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되감고 있었다. 자신의 작품을 향해 쏟아지던 비난들과 비웃음의 조롱들을. 그는 텅 비어있는 캔버스에 자신이 느끼고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아냈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 담긴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직 표면적으로 그림을 분석해낼 뿐, 뷔르탱이 원하는 것처럼 그 작품 속에 들어가지를 못했다.

 

 

 

 여릿여릿한 여인의 손끝에서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여자의 마음을 담아낸 것이었으나, 심사위원들과 작품 전문가들은 그의 그림을 바라보며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을 그려내기 만한 단순하기 그지없는 작품이 아니냐며 그를 비웃었다. 그렇게 심사위원들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그려지지 않은 표정을 보지 못했다. 사랑하는 마음에 떨려서는 차마 바라보는 사람을 쳐다보지 조차 못하는 설레이는 마음을 담은 그녀의 얼굴을. 그렇게 그려지지 않고 그림의 너머에 있는 그 떨림을 그 누구도 바라볼 줄을 몰랐다. 오직 뷔르탱 만이 그림 속에 빠져들어서 그녀의 앞모습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게 그 그림 속에 빠진 것은 오직 뷔르탱 뿐이었다. 뷔르탱 만이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았으며, 오직 그림의 안에서 그림의 밖인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뷔르탱은 자신의 그림에 가해진 냉정한 평가에 무너져 내리고는 서글픔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셔댄 것이었다. 그러나 뷔르탱은 자신보다 직접적인 평가를 당해야만 했던 자신의 그림 속에 살아있는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림 속에 그려진 그녀 또한 자신에게 가해진 그 모든 손가락질들을 감내했으리라. 그렇게 그림 속의 세계에서 사는 그녀는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눈물을 훔쳤으리라. 그렇게 뷔르탱은 자신에게 가해진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이 섞인 웃음보다는 자신이 그려낸 그림속의 그녀가 들었을 그 모진 말들을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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