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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흔들려도 괜찮아, 넘어지지만 않으면.
작가 : writer
작품등록일 : 2019.9.3

이야기 1
우울함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한 사람과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 2
죽음을 택한 친구와
그 친구에 대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

 
이야기 1 01
작성일 : 19-09-03 20:47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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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에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열리지 않았던 내 방문이 할머니의 죽음에 의해 열렸다. 방문을 나선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서자,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버지라는 존재, 그리고 나를 공격하려는 듯이 무시하는 투로 바라보는 어머니라는 존재. 그들이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눈으로. 나를 욕했다. 나는 그 모든 시선을 피해 바닥으로 내 눈을 내렸다. 나가고 싶지 않았으나 나가야만 했다.

 

 죽음.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죽음이라는 것은 마지막을 뜻하는 것이기에. 나는 문 밖을 나서서는 두려움을 가지고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나의 두려움은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마주보아야만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내릴까. 무서웠다.

 

 나는 그러한 두려움을 가지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어김없이 시작되는 내 속을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라는 사람의 말.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라는 사람의 욕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그러한 가. 족. 이라는 사람들의 공격들을 감내해야만 했다. 나를 향해 마구 쏘아대는, 나라는 존재를 한없이 바닥으로 낮추는 그들의 험담. 그들의 말이 나의 귀를 찢어놓았다. 세세하게 기록할 수는 없었다. 슬픔은 기록할수록 짙어져만 가기에. 나는 내 귀로 들어온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평가내리는 그들의 말을 다시 내보내기 위해 모든 힘을 썼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부터 막아내고 싶었으나, 그건 불가능 한 것이었다. 귀는 입과 다르게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없기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입은 닫힐 줄을 몰랐고,

 상처를 받는 나의 귀 또한 닫힐 줄을 몰랐다.

 

 어느 한 쪽이라도 닫히면 좋을 텐데.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나를 한없이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들의 폭격 속에서 홀로 발버둥을 쳐대었다. 그렇게 나와 그들은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영원할 것만 같아서 그만 끝내버리고 싶은 시간이 그렇게 장례식장에 도달하자 끝이 나버렸다. 그렇게 죽음에 다다라서야 끝이 났다.

 

 할머니의 장례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나는 그들의 곁에 서서는 할머니의 죽음을 추모하러 찾아온 사람들을 맞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갔다. 그러나 한 번도 나의 시선은 내 발을 떠나 들려질 줄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의 눈을 마주보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기에 계속해서 내 발 언저리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버지라는 사람이 내 발을 꾸욱 하고 밟았다. 나는 순간 내 시야를 침범해 버린 아버지라는 존재에 놀라 고개를 확. 하고 들어버렸다. 그 곳에서 나를 너무나도 한심하게 내리 보는 두 눈빛. 그리고는 닫힌 입으로 ‘고개 들어. 정상인척 해.’ 라고 웅얼거리는 입. 그 순간, 아버지라는 사람의 눈빛이 나를 얼렸다. 나는 그 모습에 온 몸이 굳어서는 서서히 내 목을 돌려 앞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나의 시선에 닿는 어른의 눈들. 그렇게 그곳에서 나의 눈과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 눈빛들이 나를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나를 옥죄는 사람들의 시선. 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져서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서 멈춰버린 사진 한 장으로 남아버린 할머니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죽음 속에 갇힌 채로, 사람들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였다. 아무런 교류도 없이. 그저 제 속에 아무런 생각을 담지 않은 채로. 그저 앞만을 바라보고 있는 죽은 사진. 그렇게 죽음 속에 있는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니 살아있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어떤 생각도 내 머릿속을 침투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내 앞에 서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는 사진 한 장에 박혀버린 할머니의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눈을 쳐다보았다. 편안했다. 살아있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를 비난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죽어서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할머니만은 나에게 욕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게 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바라본 할머니의 사진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꼈다.

 

 옆으로 돌려진 나의 눈을 대신하여, 앞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귀가 사람들의 소리를 담아내었다. 할머니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다들 흐느끼고 있었다. 서글픔의 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울음은 제 안에 슬픔을 담고 흘렀다. 그러나 그 울음들은 나를 울리지 못했다. 나는 슬프지 않았다. 그들과는 다르게.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나를 찾아온 감정은 슬픔이 아니었다.

 

 부러움이었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할머니의 죽음에 슬퍼하기 보다는 죽음. 그 자체를 부러워했다.

 

 나는 그토록 행하고 싶었으나 죽지 못했는데, 할머니는 죽었기에. 나는 그렇게 할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못하고 죽음을 부러워했다. 이런 생각 없는 나 같은 손녀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지만, 나는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문득 문득 솟아오르는 죽음에 대한 나의 바람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이미 죽음의 손길에 마음대로 조종당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기에. 나는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나의 죽음을 바랬다. 할머니의 죽음을 부러워하며.

 

 

 

  이제는 장례식장을 떠나서 산으로 갈 차례였다. 그렇게 할머니는 땅 속으로 들어가셨다. 다시 돌아갔다고 해야 하나.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었기에 끝인지도, 돌아가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작과 끝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시작을 혐오했으며 끝을 원했기에 오로지 내 눈앞에서는 끝만이 보였다.

 

 내 앞에서 할머니께서 아래로 내려가시는 모습이 보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할머니의 몸이 담긴 관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부러웠다. 끝으로 향하는 것이. 부럽기만 했다.

 

 그렇게 나는 땅 속으로 들어가시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내 자신이 그곳에 들어가 있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이 마음은 할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내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싫어서 그저 나 자신을 죽이고 싶은 것을 뜻했다. 할머니는 살고 싶어 하셨으나 몸이 죽었고, 나는 죽고 싶었으나 몸이 살아있었기에. 서로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하면 안 되는 것만 같은 생각을 하며 장례식을 치렀다. 누군가가 나의 귀에 속삭이는 것만 같았기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죽음이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도 역시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렇게 땅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의 흐르지 않는 눈물을 대신하여. 그렇게 할머니가 흘렀다.

 

 할머니의 장례가 치러지는 기간 동안, 나는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운 것은 부러움이었기에. 그러나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서 느낄만한 감정이 아니었기에 나는 내 감정을 철저하게 숨겨야만 했다.

 

 사람들은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었다. 다들 그렇게 눈물을 흘려대었다. 나는 그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죽음을 눈물과 서글픔으로 추모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행하지 못한 나의 죽음 앞에서, 부러움으로 할머니의 죽음을 추모했다. 다행인 것은 다들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의 슬픔에 젖어있었기에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이 힘이 들었다. 나에게는 그 사람들의 존재가 너무나도 벅찬 것이었다. 나는 홀로 있고 싶었다. 이미 속으로는 그들과 나는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속으로 사람들이 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사라질 수 없다면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서로 섞일 수 없기에 그저 다른 공간에 있기를 바라고 바랬다. 그렇게 나는 두 눈을 감고는 나의 방을 상상했다. 살아있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마음이 편한 곳. 내 방. 나는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만의 공간을 상상했다.

 

 

 

 장례식이 끝이 났다. 정신없이 지나간 죽음의 순간. 죽음은 짧았으나, 살아있는 사람들의 죽음은 그보다 더 길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슬픔에 젖어서 죽음과도 같은 눈빛을 내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이미 죽어있었기에 슬퍼하지 못했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누군가를 부러워할 때에는 눈물이 나지 않기에. 흐르지 않는 나의 눈물과는 다르게 할머니께서는 땅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죽음이 끝이 났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나만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내 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나의 등으로 나의 한심함을 던져 꽂아버리는 가족이라는 존재들의 공격. 할머니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은 나에게 가해지지 않았던 그들의 공격이 집에 도착하자 나를 맞았다. 그들의 나를 비난하는 말에 의해 내 귀가 뜯겨져 나갔다. 그러나 뜯겨져 나간 귀는 여전히 닫힐 줄을 몰랐기에 나는 내 방에 홀로 들어가 문을 닫고 그들을 차단하기로 결심했다. 아무도.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가자.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렇게 나는 이미 돌아서버린 내 등을 그들 앞으로 향한 채로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 방으로 향할수록 나는 다시 그들과 멀어졌다. 그들과 멀어지니 내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은 듯이. 나는 그렇게 다시 나의 방으로 들어와서는 문을 걸어 잠궜다. 철컥...

 

 하.... 그제 서야 내 마음이 편해졌다.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둘러싸여있을 때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던 나의 감정이 온전히 나 혼자인 내 공간에 들어서자 너무나도 편해졌다. 그렇게 나는 쓰레기장과도 같이 더러운 내 내면과 똑같이 생긴 내 방으로 들어섰다.

 

 죽음. 죽음을 보고 오니 더욱 죽고 싶어졌다. 죽음. 내가 죽음을 바라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삶에 대한 모든 희망과 기대를 잃고 그저 죽음만을 바랬다.

 

 내가 죽음을 갈망하게 된 이유는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이 두려워졌다.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그렇게 변해져 있었다. 그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원인을 알지 못하면 해결책 또한 찾아낼 수 없기에. 괴롭다. 괴롭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오직 괴롭다는 감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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