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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의 노래가
작가 : 정림
작품등록일 : 2019.9.2

이 여자를, 이 여자를 절대 놓아줄 수 없다.

 
1. 버려진 아이
작성일 : 19-09-08 11:09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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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914년 3월, 봄은 왔지만 아직은 날씨가 차다.

 

 밖은 이미 어스름이 깔렸다.

 

 다른 집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외로이 있는 은수네 집에서 오늘 모처럼 굴뚝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은수 집 근처에는 은수 집처럼 너무 낡아 곧 허물어질 듯한 집들이 몇 채 더 있다.

 

 오늘은 모처럼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운 좋은 날이기도 하다.

 

 부엌에서 불이 꺼지지 않게 장작 몇 개를 더 아궁이에 넣은 소정은 쟁반에 숭늉을 담아서 방으로 들어왔다.

 

 준하는 이미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은수의 입가에 밥풀이 묻어있다.

 

 소정은 웃으면서 은수의 입을 닦아주었다.

 

 “우리 아가도 맛있게 잘 먹었어?”

 

 “응!”

 

 은수는 보기에도 커다란 숟가락으로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밥그릇을 다시 싹싹 긁으면서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 톨 남은 밥알마저 싹싹 긁어먹는 은수를 보며 소정은 마음이 아파져 왔다.

 

 저 작은 배도 못 채워 주다니…….

 

 “서방님은 괜찮습니까? 혹 모자라지는 않는지요?”

 

 “난 배불리 먹었소. 부인이나 어서 드시구려.”

 

 “예.”

 

 준하의 미소 띤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소정은 밥을 한술 떠 은수 입으로 가져갔다.

 

 은수는 입을 크게 벌렸다.

 

 은수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을 흐뭇하게 보던 소정은 그제야 먹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바깥이 무척 소란스러웠다.

 

 많은 사람이 뛰는 듯 발걸음 소리가 어지럽다.

 

 점점 더 가까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죠?”

 

 “내가 나가 보고 오겠소. 부인은 여기 있으시구려.”

 

 준하가 일어남과 동시에 방문이 쾅하고 열렸다.

 

 총검으로 무장한 헌병들이 군화를 신은 채 방안으로 들어왔다.

 

 헌병들이 밥상을 발로 걷어찼다.

 

 “逮捕しろ(체포해)!”

 

 “はい(예)!”

 

 헌병대장이 큰 소리로 말하자 헌병들이 달려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준하를 포박했다.

 

 그리고 준하를 개 끌 듯 끌고 나갔다.

 

 준하가 헌병에게 맞으면서 끌려 나가는 광경을 본 은수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소정은 은수를 달래지도 못하고 급히 마당으로 뛰어나가 엎어질 듯 두 손으로 준하를 끌고 가는 헌병의 다리를 붙잡았다.

 

 “무, 무슨 일이에요? 서방님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소정은 덜덜 떨려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소정에게 다리를 붙들린 헌병의 앳된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앞서 가던 헌병대장이 뒤돌아보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何をぐずぐずしていんだ! 早く連行しろ(뭘 꾸물꾸물하고 있는 거야! 빨리 연행해)!”

 

 다리를 붙들린 헌병이 난처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この女が(이 여자가).”

 

 명령을 내린 헌병대장이 소정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소정의 공포에 질린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헌병대장이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その女も連れて行け(그 여자도 끌고 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정도 묶여서 끌려갔다.

 

 “엄마! 엄마!”

 

 “은수야! 은수야!”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은수가 숟가락을 손에 든 채 울면서 엄마를 부르면서 마당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엄마를 찾아서 자꾸만 밖으로 나갔다.

 

 “엄마! 엄마!”

 

 차가운 봄바람이 은수의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어두운 밤하늘에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은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질 뿐, 마을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은수 집 근처는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

 

 은수 집 근처에 있는 집은 열 가구도 채 안 된다.

 

 열 가구도 채 안 되는 이 집들은 마치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집들이다.

 

 조선 어디를 가도 피폐하고 세상에 버림받은 듯 못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지만 여기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어디서 멀리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주위는 쥐죽은 듯 고요하다 못해 괴괴하기까지 하다.

 

 하늘에서 눈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했다.

 

 

 

 어제까지는 눈이 많이 내렸건만 오늘은 눈이 그쳤다.

 

 눈은 제법 많이 쌓여있어 온 세상이 하얗다.

 

 아츠시는 아까부터 은수를 보고 있었다.

 

 일본 전통 옷을 입은 아츠시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은수를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었다.

 

 아츠시는 은수를 보고 봄은 왔지만 아직은 꽤 추운데 저렇게 입고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은수가 입고 있는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는 천이 너무 얇아 추워 보였다.

 

 거기다가 군데군데 헤져있기까지 했다.

 

 저 애를 이대로 놔두어도 괜찮을까? 너무 추워 보이는데, 어, 저 애 신발도 안 신었잖아. 아무래도 엄마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아.

 

 그때였다.

 

 은수가 갑자기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한 움큼 쥐고 입으로 가져갔다.

 

 “얘, 너 뭐하는 거야!”

 

 아츠시는 깜짝 놀라 은수에게 뛰어가 음식 쓰레기를 쥔 손을 탁 쳤다.

 

 손에 쥔 음식 쓰레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지자 은수가 울면서 땅바닥에 흩어진 음식 쓰레기를 두 손으로 긁어모았다.

 

 아츠시는 자신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두 손으로 은수의 두 손을 잡았다.

 

 “너, 왜 그러니? 너, 배고파서 그래?”

 

 울먹울먹한 눈으로 아츠시를 보던 은수가 두 주먹으로 아츠시의 가슴을 때렸다.

 

 “앙, 오라버니 때문이야! 오라버니 미워!”

 

 은수가 큰 소리로 울자 아츠시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 은수의 손을 잡고 은수를 안아 일으키면서 더듬더듬 조선어로 말했다.

 

 “우리, 우리 집에 가자. 내가 먹을 거 줄게.”

 

 은수가 울다말고 눈물 가득 담긴 눈으로 아츠시를 보면서 말했다.

 

 “정말?”

 

 “응, 정말이야. 자, 우리 집에 가자.”

 

 아츠시는 은수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갔다.

 

 은수는 아츠시의 손을 놓칠세라 꼭 잡았다.

 

 은수가 자신의 손을 힘주어 잡는 것이 느껴지자 아츠시가 고개를 돌려 은수를 내려다보았다.

 

 은수는 배가 많이 고픈지 한 손을 입가에 대고 입을 오물거리고 있다.

 

 그런 은수를 보고 아츠시가 소리 없이 웃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츠시는 큰 소리로 레이라를 불렀다.

 

 “엄마!”

 

 아츠시네 집은 일본식 집이었다.

 

 목조주택으로 된 집인데 다다미방이 두 개가 있고, 부엌, 화장실, 욕실이 있는 아담한 집이었다.

 

 일자식으로 된 집으로 방 앞에 있는 좁고 작은 마루가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큰 방은 가운데 있는 맹장지를 경계로 두 개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아츠시와 아츠시의 부모가 사용하고 작은 방은 집안일을 돌봐주는 하루에가 사용하고 있다.

 

 별로 넓지는 않지만 일본식으로 꾸며진 정원에는 나무도 몇 그루 있었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작은 연못도 있어 물고기 몇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아츠시의 손을 잡고 은수는 연못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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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버려진 아이 2019 / 9 / 8 303 0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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