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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호인지몽(胡人之夢) : 사람이 되어 삶을 보내던 꿈.
작가 : 하늘물
작품등록일 : 2019.9.2

화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지 못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방법이었다.
끝내 이야기 하지 못하고 나비처럼 곳을 향해 날아올랐다.

“나비가 날아왔다.
그가 떠나온 곳은 가장 밝게 빛나던 별.
약육강식의 세계로 찾아온 나비.”

 
1막 [성체가 되어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전까지 그곳에서 처세를 잘하며 살아가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작성일 : 19-09-02 19:44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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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체가 되어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전까지 그곳에서 처세를 잘하며 살아가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퇴근 시간. 왕복 8차선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각자의 안식처로, 또는 삶의 야생으로 향하는 자들. 차량의 전면 유리로 보이는 그들의 표정은 모두 한결같다. 상당히 지쳐있는 표정. 문득, 내 표정도 궁금해 백미러로 시선을 옮겨 살펴봤다.

 

  지쳐있는 얼굴에는 초조함.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애써 표정을 갈무리해 본다.

 

  “늦었다, 큰일이네. 서둘러야 하는데.”

 

  내 마음을 비웃듯이 도로 위에 주차한 듯 멈춰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차들. 바뀌지 않는 신호. 결국, 조금 돌아가지만 다른 길을 통해 가보기로 했다. 서둘러 도착하기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그 길이 단 1분이라도 단축 할 수 있는 길이라면.

 

  비상등을 켜고 경광등을 올렸다. 창문을 내려 다른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해가며 겨우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재빠르게 수동 변속을 해 속도를 올리며 내달렸다. 위험은 나에게 다음 문제다.

 

  도착 예상 시간이 한참을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상등을 켠 차량이 정차해 있었다. 서둘러 차량의 뒤편에 출동 차를 멈춰 새우고 허겁지겁 출동 차에서 내려 정차해 있는 차량의 운전석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닫혀있는 운전석 창문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문이 열린다. 운전자가 나오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게 뒤로 한걸음 움직였다. 마주한 여자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죄송한 마음에 다시 반 발자국 다가가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돌아오는 것은 짝 소리와 뻔쩍하며 얼얼하게 달아오르는 한쪽 뺨. 정신이 날아가 멍해진다. 바닥에 보이는 작은 모래들.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는 것이 시선에 들어온다.

  귓가에 웅~웅 거리는 소리. 서둘러 정신을 다잡았다.

 

  “..., 지금 장난해! 부른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기어오는 거야!”

 

  손가락질과 욕설로 분을 푸는 여자. 한참을 퍼붓고서야 분이 풀렸는지 운전석으로 다시 들어간다. 정신을 다잡고 목적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량의 문제는 타이어 펑크. 스페어타이어를 꺼내려 트렁크로 갔다. 열어보니 잡동사니로 난장판이다. 우선 물건들을 한쪽으로 조심스럽게 치웠다. 충분한 공간이 나오자 트렁크 바닥에 있는 패널 판지를 들었다. 분명 그곳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다른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결국, 다시 여자 운전자에게 다가가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과 문제가 될 것이 우려되니 서둘러 타이어를 교체하라고 말했다.

  다시 문제의 타이어로 갔다. 펑크의 발생 원인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타이어가 교체 주기를 넘어 철심이 보일 정도다. 고개를 내저으며 비눗물이 가득 찬 분무기로 빙 둘러 뿌렸다. 바람이 새어 나오는 곳이 보인다. 일명 지렁이로 응급 처치가 가능했다.

  일을 마치고 여자에게 다가가 조치가 끝났다고 알리자 그대로 쌩하니 가버린다.

 

  상처로 얼룩진 마음으로 회사로 복귀했다.

  온몸의 진이 빠진 것 같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지친다. 회의감이 든다. 점점 소파로 몸이 스며드는 기분이다. 이대로 소파와 하나가 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잠깐의 휴식이라도 줄 수 있는 쓸모있는 도구라도 될 테니까.

 

  귓가로 금속 마찰음이 들린다. 문이 열렸나. 아무래도 기름칠을 해야겠다. 눈을 뜨고 보니 사장이 들어와 있다. 진한 알코올 내음이 사무실 안을 금세 가득 채웠다. 오늘도 사장은 이른 시간부터 인맥 관리하느라 바쁜 하루였나보다.

  그가 내 얼굴을 보고 태연하게 인사한다. 한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는데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는 항상 말하곤 했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더러운 일을 겪는다고. 순응하며 살라고.

 

  답답하다. 가슴에 무언가 꽉 들어차 있는 것 같다. 세면대의 배수관에 머리카락이 꽉 들어차 구린내를 풍기는 것처럼, 하수도가 막혀 썩은 내가 올라오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좋지 못한 것이 꽉 들어차 악취가 나는 듯하다. 바람이 필요하다.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완연한 봄이라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원했다.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 시원하고 맑은 바람을 깊게 들이마신다. 폐부 깊은 곳까지 들어찬 바람을 다시 자연의 흐름에 흘려보낸다. 고개를 들어 바람의 감촉을 느껴본다. 소리도 들어본다. 하늘하늘 불어와 귓가에 맴도는 바람의 속삭임이 들린다. ‘하늘을 바라봐.’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밝게 빛나는 별이 시선으로 쏟아진다. 아름답다. 다시 바람이 속삭인다.

 

  ‘반가워, 널 초대할게’

 

  어쩌면 천사일까. 아직도 귓가에 속삭임이 선명하다. 가보고 싶다. 어느새 마음이 평안해졌다는 것을 알게 돼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스며든다.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한 걸음 한걸음, 디뎌지는 보도블록. 어릴 적 하던 장난처럼 같은 색을 밟으며 걸었다. 그때, 무언가 눈에 띄었다. 밟으려던 보도블록 한가운데 검고 작지만, 무수히 많은 개체가 줄지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괜한 호기심이 인다. 걸음을 멈추고 허리까지 숙여 유심히 관찰했다. 무언가를 들고 부지런히 운반하는 개미였다. 새삼스레 신기하다. 좀 더 볼까 싶어 쪼그려 앉았다. 탐구생활에 관찰 일기를 쓰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새 자리 잡은 호기심 가득한 마음. 바닥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들어 개미의 이동 경로를 차단해본다. 이리저리 분주해졌다. 어떤 개미는 빙 돌아가고, 어떤 개미는 우왕좌왕하며 고개를 들어 좌우로 흔들어 댄다. 그중에 눈에 띄는 개미가 보였다. 나뭇가지를 버둥거리며 힘겹게 타고 넘어간다. 용기 있는 개미일까. 단지 우연일까. 다시 개미들이 운반하던 하얀 무엇에 집중했다. 뭐지. 밥풀인가. 아니면 과자. 나뭇가지를 반으로 쪼개어 젓가락처럼 이용해 들어 올려봤다. 애벌레? 꿈틀댄다. 애벌레가 맞다. 조심히 들어서 이제 막 자라나는 새싹에 올려놓았다. 잎사귀에 올려진 애벌레가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움직임을 조금 더 지켜봤다. 고개를 들고 이리저리 흔든다. 모양새가 꼭,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애벌레의 감사 인사 덕분인지 좋아진 기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사무실로 향했다. 이제 퇴근 시간이다. 야간 근무자와 근무 교대를 하고 간단히 기름때만 지운 채 헬스장으로 향했다. 얼마 전부터 회사 동생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동생에게 듣기로 결혼 전에 헬스 트레이너였고 꽤 잘 나갔던 모양이다.

  그는 퍼스널 트레이너가 꿈이었다.

  외국에서는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부유한 집안의 고객을 상대로 상당한 금액을 받고 개인 강습을 하는 직업이다. 아직 한국에는 그 직업이 없던 터라 헬스장 트레이너라는 직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가정을 갖고부터는 그 일마저 포기해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그 일의 월 급여는 한 가정의 금전적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급여였다. 또한, 하루에 두 탕은 불가능했다. 12시에 끝나 마감과 인수인계를 하면 1시가 다 되는데, 12시까지 출근하라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참 안타까웠다.

 

  삶을 살아갈 힘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한 해 한해 지날수록 힘이 드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서른 중반인데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동생 덕분에 헬스를 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늘도 러닝으로 시작해 웨이트 트레이닝 후 마무리 스트레칭으로 운동을 끝냈다. 샤워실에서 땀을 씻어내니 개운하다. 충만함이 가득하다. 미래를 위해 조금씩 준비하는 것이 삶의 행복일까.

 

  전화벨이 울린다. 액정에 뜬 ‘남준’이라는 이름. 트레이너가 꿈이었던 회사 동생이다. 분명 술 사달라는 전화겠지. 동생은 결혼 후 힘겹게 살아가는 것 같다. 자신의 꿈을 버리고 가정을 택한 것에 대한, 필연적인 부담의 무게가 그의 삶을 힘들게 하는 이유라 짐작한다. 꿈과 가정의 행복은 공영(共榮)할 수 없는 것인가.

 

  “그래, 남준아. 어쩐 일이야?”

 -승현이 형 지금 시간 괜찮아요? 대화가 필요해요.

  “음, 그럼 저번에 봤던 그 호프집으로 올래?”

 -네, 바로 가요.

 

  호프집은 그리 멀지 않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좋아한다. 잔잔히 울리는 재즈의 선율이 제법 잘 어울리는 곳이다. 밖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로 돼 있어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 즐겨 찾을 것 같다. 사장이 사진작가인지 아니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들을 출력한 것인지, 벽에는 풍경 사진들이 그득하게 진열되어 있다. 테이블 위에 보이는 포춘쿠키 자판기. 꼭, 어릴 때 동네 구멍가게에 있던 뽑기 기계를 십 분의 일로 줄여 놓은 크기다. 호기심에 오백원짜리 동전을 넣고 돌려봤다. 출구로 굴러 나오는 쿠키는 생각했던 모양과 다르게 신호등 사탕 크기와 모양이다. 어금니 쪽으로 넣어 살짝 깨트리자 ‘콰작!’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설렌다, 이게 뭐라고. 얄궂은 감정에 어이없어 실없는 웃음이 터졌다. 조심스럽게 쿠키 안에 있던 종이를 꺼냈다.

 

  ‘곧 좋은 일이 이루어질 거예요.’

 

  역시, 그냥 재미로 하는 거야. 종소리가 들려온다. 문을 열면 특색있는 모양의 종이 흔들려 청아한 소리로 손님의 방문을 알린다. 이 종소리가 참 좋다. 고개를 들어보니 동생이 씩씩한 걸음으로 들어오고 있다.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동생이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승현이 형, 일찍 왔네요.”

  “마침 운동 끝나고 근처라 금방 도착했어.”

  “하~ 우선 맥주 시키죠.”

  “그래.”

 

  맥주가 나오자 시원하게 한 모금 마셨다. 가슴 깊은 곳 갑갑함이 탄산과 같이 산화되는 것 같다. 동생의 시선이 느껴진다. 무언가 가득 담은 눈빛. 분출하고 싶다는 갈망. 하지만 여태 그래왔듯 오늘도 역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지 못할 것이다. 혹, 살아오며 자신의 내면을 숨겨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삶의 지혜를 세뇌당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나 또한 그렇게 배워 왔고, 살고 있기에 그러지 말라고 쉽사리 말하지는 못한다. 결국, 처세를 잘해야 한다.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한데, 오늘은 유독 동생의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

 

  “우리 이대로 살아야 해요?”

  “응?”

 

  동생의 눈빛이 깊어진다. 심해의 깊은 바다의 색을 보는 듯하다. 여기서 그만 멈추기를 바랐지만, 멈추지 않는다. 결국, 불이 지펴진다. 불씨가 날아와 가슴속 깊이 숨어든다.

 

  “왜 우리는 숨죽이고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지내야 하죠? 형도 부당한 일들에 대해 말 좀 하고 살아요.”

 

  동생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살아남아야 함을 알기에, 아무도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음을 알기에. 약자의 처지를 알고 이해하는 자는 약자일 뿐, 단지 강자의 위로는 겉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라고 세상에서 보여주고 있다. 약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세, 알고 있다. 사실, 이 또한 변질했다. 서로 어울림이라는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현실은 약자가 강자에게 하는 아부일 뿐. 단지 그뿐이다. 그러함에도 처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배의 말은 불씨였다. 소멸시킬 수 없는 불씨. 이후에 어떤 바람이 불어올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말
 

 「나비가 날아왔다.

  그가 떠나온 곳은 가장 밝게 빛나던 별.

  약육강식의 세계로 찾아온 나비.

  성체가 되어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전까지 그곳에서 처세를 잘하며 살아가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나, 조그만 날게 짓으로 바람을 일으켜 잡풀 하나라도 움직여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비는 저 멀리 행복이 가득한 그곳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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