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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열 일곱의 너에게, 서른 살의 나에게.
작가 : 김지수
작품등록일 : 2019.9.1

중학교 3년을 함께한 나와 '소리'. 고등학교 입학 후 '소리'와의 연락이 끊기게 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서른 살이 되었다.
나의 서른 살의 어느날, 17년 만에 듣게 된 '소리'의 부고. 남겨진 '소리'의 팬던트와 일기장. 너는 네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열 일곱의 '소리'와 서른 살의 나의 특별한 만남.

 
열 일곱의 너에게, 서른 살의 나에게.-1
작성일 : 19-09-01 03:30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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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독

 

 

 톡 톡

 

 

 톡톡톡

 

 

 

 쏴아아-

 

 

 창문으로 이슬 몇 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시원하게 쏟아진다. 어제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릴 거라며 우산을 챙기라는 베이지색 반팔 랩스커트에 똥머리가 잘 어울리던 기상캐스터가 말하는 것을 분명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챙길 생각도 하지 않은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 기상캐스터 언니가 입은 베이지색 반팔 랩스커트는 착실하게  쇼핑 장바구니에 담아놨으면서도.

  

 

 "하아-"

  

 "웬 한숨이세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던 내가 못마땅했는지, 옆에 있던 내 파트너이자 동료인 승우가 말을 걸며 따뜻한 믹스 커피를 내밀었다.

 

 

 이 녀석과는 벌써 6년을 함께 했다.

 

 

 사람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많았던 나는 회사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은 받아주었으나 깊게 사귀지는 않았다. 그렇다보니 초반에 난 회사 내에서 아싸였다.  뭐, 자진해서 아싸가 되었지만.

 

 그러나 승우가 온 후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회사 분위기도. 나도. 

 

 

 *

 

 승우는 밝은 아이였다. 나와 다르게.  사람 기분을 잘 맞춰주었고, 같이 있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즐거웠다.  또 승우는 잘 생겼다. 그래서 승우는 인기가 많았다. 다른 부서 여직원들이 승우를 보기 위해 3층에서 12층으로 올라올 정도로.

 

 모든 게 완벽할 것 같았던 승우에게도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승우는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건 4년 전 정비실에서였다.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커피 마시기를 즐기는 조금 이상하고 기괴한 취미가 있었던 나는  평소와 같이 차가운 믹스커피를 가지고 나만의 아지트였던 정비실을 찾았다. 그날따라 유독 정비실은 어두웠고 음산할 정도로 조용했다.  회사 내 직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장소라 그런지, 전등이 나간지 벌써 세 달이나 지났지만,  회사에선 이를  고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비실 문 바로 옆, 낡아서 이제 사용하지 않는 큰 테이블 위에 가져온 램프를 두고 불을 붙였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며 소설책을 읽기로 하였다.

 

 나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취미 생활을 즐기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려고 뒤를 돌아본 순간,  정비실 한 쪽 구석에서 손목에 피를 흘린 채 울고 있던 승우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가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10분 정도가 흐르고,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자켓 안 쪽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승우의 손목을 지혈했다. 당황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 나와 달리, 승우는 무표정으로 그런 나를 그저 바라보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승우와 나름 진지한 이야기를 하게 된 나는, 승우가 고아였다는 것, 처음 입양된 집에서 가정 폭력을 당했다는 것, 그 이후 자해를 시도 때도 없이 했다는 것 등, 승우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승우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후 , 승우와 난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고, 보다시피 이렇게 회사 내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었다.

 

 **

 .

 

 

 .

 

 

 

 "안 드세요? 팔 떨어집니다."

 

 

 "나 냉커피만 마시는데-"

 

 "그럼 말고요."

 "누가 안 먹는데?"

 

 다시 가져가려던 커피를 승우의 손에서 재빠르게 낚아 채갔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니 몸이 따뜻해지는  느껴지면서 뭔가 소름이 끼쳤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시려던 순간,

 

 "이거 PPT 누가 만들었어?!?! 제품 자료가 덜 들어갔잖아!!!!!!"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 속을 찌르듯 들어왔다. 누군가 회사 내 깐깐하기로 소문 난 김부장이 맡긴 PPT 제작에 작은 실수를 남겨 이 사단이 난 것 같았다. 목소리를 외면한 채 주위를 둘러보자 누가봐도 PPT를 잘못 만들어 어쩔줄 몰라하는 병아리 신입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2개월 차 인데, 요번에 외국 회사와 새롭게 손을 잡아 개발한 신제품을 소개하는 PPT를 제작하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기다니. 정말 김부장도 어지간한 쓰레기 같은 놈이다.

 

 

 "이거 오늘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이거 어쩔꺼야?!! 다들 정신 안 차려?!!누구냐고!!!!"

 "아 거참 너무 하시네-"

 

 김부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한번 더 울려퍼지자, 옆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승우가 이를 말리기 위해 일어서는 중 이었다.

 

 "됐어. 내가 갈게. 너 다음달에 승진이잖아. 찍히고싶어?"

 

 승우가 일어나는 것을 재빠르게 제지한 후, 옆에서 불안에 떨며 얼쩡거리던 신입에게 다가갔다.

 

 " 만든 PPT 메일로 나한테 보내. 그거 제품 자료지? 이리 줘."

 "네?"

 

 신입 손에 있던 제품 자료가 몽땅 담긴 종이 뭉치를 건네받는 순간,

 

 "아!"

 "선배-!"

 

  종이에 손을 베이고 말았다. 일반 종이보다 더 두껍고 빳빳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깊게 베인 손바닥에 피가 한 방울, 두 방울 맺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진홍빛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짧은 신음과 함께 그저 멍하니 손을 바라보았다. 승우가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어 내 손을 지혈해주었다. 신입이 옆에서 또 안절부절 못하며 나와 승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제법 멋있게 도와주려했다가 이 꼴이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법 사람들이 몰려 서로 수근대고 있었다. 아까 너무 크게 소리를 질렀나 보다.

 

 

 "가요. 소독부터 해야겠어요."

 

 승우가 사람들 사이로 나를 이끌어 회사 내 작은 휴게실로 향하였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 사람들 사이로 흩어진 내 피가 묻은 종이를 바라보았다. 뭔가 기분이 쎄하고 좋지 않음을 느꼈다. 애써 무시하고 앞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

 

 

 노랫소리가 들렸던 건,

                    내 착각이였을까.

 

 

 

 

 (참고)

 *-회상

 **-회상 끝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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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 일곱의 너에게, 서른 살의 나에게.-1 2019 / 9 / 1 298 0 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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