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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완] 딕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8

마약중독자 흑인 부모에게 태어나, 백인 가족들 밑에서 자라게 된 미국 뉴욕 버팔로 치크토와가 딕 로드(Dick Rd)에 사는 딕(Dick)이 있는 흑인 십대 소년 딕 존스(Dick Jones)의 아주 평범한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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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르가 드라메디 장르인데 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선택할 수가 없네요ㅠ

 
DICK JOHNSON
작성일 : 19-08-28 14:34     조회 : 388     추천 : 0     분량 : 5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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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

 

  내 첫 등장은 욕부터 시작한다.

  사실 이는 내가 내 입에서 내뱉은 욕은 아니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멍청한 녀석의 말이다.

 

  “딕 존슨!”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있는 나를 깨우는 건 빌리의 외침이었다. 터벅터벅 계단을 뛰어 오르는 빌리의 목소리에 베개로 두 귀를 틀어막았다.

 

  창문으로 빠져나가 빌리에게서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에 앉아 빌리를 기다렸다. 팔짱을 끼고. 아주 거만한 표정으로.

 

  빌리가 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깨있으면 대답을 해야지.”

 

  빌리의 음성이 날카롭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빌리의 말투와 음성은 원래 그러니까 말이다.

 

  이게 만약 영화라면 빌리의 저 멍청한 표정에서 5초 정도…… 아니 5초는 너무 길다. 3초 정도 멈춘 다음에 빌리의 얼굴에는 하얀색 분필로 ‘멍청이’ ‘또라이’ ‘병신’ ‘양아치’ 이런 단어들이 써질 게 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건 영화가 아니다.

 

  “왜.”

 

  나는 빌리에게 지지 않기 위해 아주 짧고 간략하지만, 아주 무거운 말을 내뱉었다. ‘왜.’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말이었다.

  하지만 빌리는 나의 그런 심정을 전혀 모르는 듯 보였다.

 

  “네가 내 엑스박스 만졌냐?”

 

  아차, 만졌는데 들키기 않기 위해선 나는 우스꽝스러운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된다. “아니, 안 만졌는데?”

 

  “허, 웃기지 말라고 해. 사만다가 네가 엑스박스 하는 거 봤다 잖아!”

 

  빌어먹을 사만다.

 

  빌어먹을 사만다를 원망하기 전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목울대가 심하게 울렁거렸고, 빌리는 나의 목울대를 유심히 지켜봤다.

 

  “내가 때리진 않을 게. 욕도 안 할 게. 그러니까 네가 했다는 거 인정해.”

 

  빌리는 나를 협박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 협박은 나에게 두려움 대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두렵지 않은 빌리를 지나쳐 방을 빠져 나왔다. 빌리는 그런 내 모습에 어이없어, 내 어깨를 돌려 세웠다.

 

  “한 번 만이다, 한 번만 더 나 몰래 하면……”

  “딕! 딕 존슨!”

 

  그 때였다.

 

  나를 부르는 경쾌한 목소리가 내 방에, 우리 집에 울려 퍼졌다.

 

  나는 빌리의 말을 무시하고 계단 밑을 처다 보았다. 토미가 나와 빌리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딕 학교 안 갈 거야?”

 

  토미가 말했다.

 

  토미는 구세주였다.

 

  빌리는 토미의 말에 미간을 구기더니 내 어깨를 잡은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내게 경고했다. “집에 와서 보자.” 하지만 나는 별로 무섭지 않았다. 내가 무서운 게 있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사만다가 가장 무섭지.

 

 

 

  “그럴 땐 인종차별 하지 말라고 따지면 되지.!”

 

  토미가 말했다.

 

  토미가 말한 방법은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써오던 방법이었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빌리가 나를 괴롭힌다면? 그때 인종차별 하지 말라고 소리치면 빌리는 무섭게 생긴 형들에게 맞고 오는 날이다. 그런대도 빌리 이 녀석은 나를 무척이나 괴롭힌다.

 

  “집에선 안 통해. 엄마랑 아빠는 바쁘고 사만다는 아군이 아니야.”

 

  내 말에 토미가 내 어깨를 두들기고 한숨을 쉬었다.

 

  “네가 고생이 많구나. 그래도 어쩌겠어. 이기적인 백인들이란…….”

 

  토미는 백인이다.

 

  피부가 하얗다 못해 내 흰자위 보다 내 치아 보다 더 하얀 토미가 흑인인 내 앞에서 백인이 이기적이라며 백인을 모욕했다.

  나는 그런 토미가 정말 이상한 사람 같다. 아니, 토미는 정말 이상하다.

 

  빌리는 지금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지능적으로 인종차별을 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녀석은 나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른 흑인들에게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고 나에게만 한다. 인종차별이라고 하기에 과장됐지만, 그래도 흑인인 나한테 하는 장난들.

 

  한 번은 내가 열 살 때였다.

 

  사만다가 계단을 쿵쾅쿵쾅 거리며 내려와 거실을 누볐다. 그런 사만다의 얼굴은 아주 우락부락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나는 토스트를 먹고 있었고, 사만다의 한 손에는 탐폰이 들려있었다. 그것도 물을 잔뜩 먹은 탐폰이었다.

 

  사만다는 토스트를 먹고 있는 나와 엑스박스를 하고 있는 빌리에게 탐폰을 들이밀며 물었다. 그러자 얄미운 빌리 녀석이 내가 토스트를 먹고 있는 아주 짧은 시간 사이에 인종차별을 해버렸다.

 

  “딕이 그랬어! 탐폰이 흰색이라서 질투하나 봐!”

 

  그때부터 나는 빌리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너랑 친구가 아니었던 게 아주 후회된다.”

 

  토미의 말은 진심이었다. 토미의 말에는 그 재미있는 걸 놓쳐서 후회한다는 말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도 최고는 성모마리아야.”

 

  내가 말했다.

 

  교회에서 몰래 빠져나온 빌리는 평소에 싫어하던 루크 아저씨의 차에 ‘성모마리아랑 섹스 했어요 하트 화살표’라고 적은 적이 있었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이런 이상한 녀석은 본 적도 없는데 그 녀석이 바로 내 형제다. 물론 걔는 백인, 나는 흑인. 사만다 엄마 아빠는 백인, 나는 입양아.

 

  나는 약쟁이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내가 세 살 때 아동보호국에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때 부모라는 사람들은 약에 취해있었다고 한다.

 

  집 안에는 하얀 가루와 주사기, 담배, 콘돔, 굴러다니는 프링글스 통, 땅바닥에 흩뿌려진 도리토스 잔해물들 그리고 엎질러진 마운틴 듀.

  그때 들려온 노래는 라는 노래였다. 그 부모들이 내게 얼마나 관심이 없었냐면, 그때 내 이름은 브루스 웨인 아이삭이였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브루스 웨인. 그들이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가 배트맨이었기 때문에 내 이름을 브루스 웨인이라고 지었다.

  나는 사이클롭스가 더 좋은데. 스콧 서머스 아이삭! 멋있잖아. 그래도 뭐…… 딕 존슨 보단 낫지.

 

  “야. 캐롤라인 봐.”

 

  회상에 빠졌을 잠시, 토미가 나의 정신을 흔들어 깨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캐롤라인이라는 그 이름에서 내 모든 정신이 깨버렸다.

 

  “오늘도 캐롤라인 예쁜 거 봐. 원피스 저거 못 보던 건데. 장미야? 아, 꽃은 모르겠네. 캐롤라인 오늘 머리 묶은 거 정말 귀엽다. 캐롤라인 목소리 들어 봐. 캐롤라인이 사이렌이라면 나는 벌써 홀렸을 걸?”

 

  조용히 캐롤라인을 감상하고 싶었는데 내 옆에서 참새마냥 종알종알 떠드는 토미 때문에 감상의 ‘ㄱ’자도 못 하겠다.

 

  머리가 울린다.

 

  “안녕?”

 

  토미도, 나도 아닌 캐롤라인이었다. 캐롤라인이 우리를 보고 ‘안녕’이라고 해줬다. 땀이 비오듯 쏟아질 것만 같았다.

  캐롤라인이 안녕이라니…… 우리가 오기를 기다렸던 걸까? 토미가 변태처럼 떠들어대는 걸 들었나? 아니면, 내 발걸음 소리를…… 아니, 내 심장 소리를 캐롤라인이 들은 걸까? 생각했다.

  아주 짧은 1초란 시간 사이에.

 

  “안녕.”

 

  내가 말했다.

 

  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캐롤라인은 우리를 붙잡지 않았다.

  우리와 더 이상 말이 하고 싶지 않은 건가? 아니면 내가 대답을 너무 늦게 했나? 내가 이제 지켜워 진 건가? 아니면 오늘 나 너무 못생긴 건가? 이런 저런 아주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머리를 지배했다.

 

  토미는 그런 내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지 ‘안녕이래, 안녕. 캐롤라인이 우리보고…… 아니 나한테 안녕이래. 너한테 할 리가 없잖아.’라며 혼자 실컷 떠들어댄다.

 

  나는 그런 토미를 가볍게 무시했다. 내가 해야 될 생각으로도 내 가슴이 너무 벅차올랐다.

 

 

 

  나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캐롤라인의 뒷모습이 너무 예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내가 집중해야 될 건 캐롤라인의 뒷모습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였다.

 

  캐롤라인은 신경이 아주 무감각하고 무딘 사람인지 내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그런 캐롤라인 덕분에 원 없이 캐롤라인의 뒷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캐롤라인은 머리카락은 라떼의 색과 같다.

  초코 라떼 커피 라떼 캬라멜 라떼 바닐라 라떼가 있는데 그 중 바닐라 라떼의 머리색에 가장 일치하는 거 같다. 사실 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캬라멜 라떼가 무슨 색인지 잘 모른다. 그냥 다 똑같은 갈색 아닌가…… 뭐, 바닐라 라떼는 사만다가 매일 아침마다 마시니까…….

 

  캐롤라인 머리가 길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고 짧지 않고…… 정확히 말하자면 바닐라 라떼 머리칼의 스노우 화이트 스타일. 피부도 매우 하얀 게 검정색 머리카락이라면 딱 스노우 화이트를 연상 시킨다.

  그런 캐롤라인은 오늘 복숭아 색의 원피스를 입었고, 원피스에는 꽃이 활짝 펴있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이 캐롤라인의 얼굴 덕분에 더 화사하게 보인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켜버렸다.

 

  드디어 내가 변태가 된 건가? 그 어떠한 성적 상상을 하지도 않았고 그냥 아주 건전한 생각뿐인데도 나는 변태처럼 침을 삼켜버렸다. 캐롤라인 얼굴 어떻게 봐 이제…….

 

  혹시나 침이 흐르지 않을까 옷소매로 입가를 닦으니 소매가 살짝 젖어있었다.

  나는 절대 흥분을 한 게 아니고, 그래, 빅맥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그래, 빅맥.

 

  “딕 존슨.”

 

  그때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내 변태 같은 침 삼킴으로 인해 이미 정신이 깨어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톰 선생님이 내 이름을 두어 번 부르다 내가 깜짝 놀라는 우스운 꼴은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지.

 

  톰 선생님의 부름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내 시아에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던 캐롤라인이 뒤를 돌아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마신 것도 없이 사례에 들려버릴 것만 같았다.

 

  그럼 안 돼.

 

  너무 변태 같잖아.

 

  톰 선생님이 기다리니까 빨리 대답을 해야겠다.

 

  “네?”

 

  망했다.

 

  그 짧은 대답 그 짧은 단어였는데 음이탈이 나버렸다. 나의 음이탈에 캐롤라인을 포함한 모든 학우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민망했다.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았다는 건 나의 한심한 착각이었다.

 

  “그 다음은 네가 읽어보라고 시키려고 했는데 네 지금 목 상태를 봐선 읽는 건 다음에 시켜야겠구나.”

 

  톰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민망함도 잠시 입 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이러한 숨은 뜻이 여포 돼 있었다. ‘다행이다.’

 

  만약 톰 선생님이 ‘그 다음은 딕 존슨, 네가 읽어 보려구나.’라고 한다면 나는 입 꼬리를 올리고 ‘어디인지 모릅니다.’라며 당당하게 말 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반성문을 쓸 테고. 캐롤라인은 나를 한심한 사람처럼 보겠지.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이 잘 넘어가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

 

  “야, 야!”

 

  내 옆에 앉아있던 토미가 작은 소리로 나를 불렀다. 내 이름은 야가 아니라 딕 존슨이지만 딕 보단 야가 낫다.

 

  “뭐, 왜.”

  “무슨 생각했냐? 빌리 컴퓨터에서 포르노 찾아서 봤냐? 그 생각했냐?”

 

  토미가 말했다.

 

  나는 토미의 말을 무시했다. 그런 저급한 포르노 따위를 특히 빌리 취향 따위를 캐롤라인에 붙인다는 거 자체가 혐오였다.

 

  “입 닥쳐, 토마스!”

 

  지금 내 모습은 말포이가 이상한 말을 지껄일 때 헤르미온느가 자중시키는 그런 모습 같다. 나만 그렇게 느낀 거일 수도 있지만…….

 

  “뭐야, 왜 이리 까칠 해. 혹시 너 생리하니?”

 

  나는 말로 당하지 않는 편인데 토미는 나보다 더 강하다. 아주 무서울 정도로. 빌리도 토미에게 말로 이기지 못한다. 주먹으로는 이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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