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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쌍화점: 고려성인주점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9.8.28

'쌍화점에 술을 마시러 갔더니 회회 아비 내 손목을 잡더라~'
쌍화점이란 고려시대에 귀화한 서역인(중동인)들을 위해 상권을 주어 영업을 하도록 한 장소이다.
이들은 밤이면 상점 앞에 심지가 두개인 등잔을 내걸어 쌍화점이라고 했고 이들 서역인들을 회회아비라 불렸다.
쌍화점은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영업방침으로 인해 고려의 남녀들의 은밀하고 퇴폐적인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이런 쌍화점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청년이 있었으니..

 
1/실크로드
작성일 : 19-08-28 14:43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7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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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실크로드

 

 나는 먼 길을 걸어 고려로 갔다.

 그 길을 사람들은 실크로드라고 불렸다.

 동양에서는 동서교역의 루트로 비단길이라도 부른 이 오래된 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사막과 고원과 초원, 오아시스와 낮선 고대의 도시들을 쌍봉낙타에 실린 향신료, 모피, 양탄자, 유리공예품, 금과 은, 등 과 함께 수십 명의 카라반(대상/隊商)의 대열 속에 섞여 수개월의 고생 끝에 도착한 곳은 고려의 수도 개경이었다. 내가 개경에 도착한 때는 고려 명종 26년 B.C 1196년 이었다.

 

 두바이로 향하는 에미레이트 A380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9시간 만에 우리를 두바이 공항에 내려 주었다.

 우리라고 하면 나와 그녀이다.

 나는 강남의 이름난 호스트바의 잘 나가는 호스트.

 즉, 선수라 불리는 직업을 가진 남자다.

 

 내가 호스트가 된 이유는 달리 없다.

 이 험난한 헬 조선에서 가문도 배경도 학벌도 딸리는 스펙으로는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돈을 왕창 벌고 싶었고 그 돈을 펑펑 쓰며 잘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잘생긴 용모가 그 역할을 해 주었고

 이런 여자, 저런 여자 괘 많은 여자들이 나의 주위로 몰려들었고 그 여자들은 나에게 많은 해택을 주었다.

 돈을 준 여자가 대부분이지만 차도 사주고 아파트를 얻어 준 여자도 있었다.

 모두가 거래로 이루어진 관계 이었지만

 그중 가장 해택을 많이 준 여자는

 명색이 잘 나간다는 골드미스 였다.

 그러나 그 해택만큼 간섭도 많았다.

 가장 큰 간섭은 여자관계에 의한 질투 였다.

 그럼에도 나는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많은 여자들의 품을 오가며 넘치는 꿀물을 빨았다.

 

 그러자니 자연 그녀와 멀어지게 되고 우리 사이는 냉랭한 벽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이별을 선언 했다. 나 역시 그 선언에 마지못한 듯 응 했다.

 그녀가 마지막이라며 권유한 이별여행.

 그냥 부담 없는 남남이 되는 의식의 여행이니 가쁜 하게 콜 했다.

 그녀가 선택한 곳은 두바이 관광.

 나는 처음엔 웬 두바이 했지만?

 쇼핑의 천국이고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랜드 마크.

 중동의 뉴욕이라고 불리우는 누구나 한번은 가고 싶은 곳이었다.

 더욱이 모든 건 다 그녀가 준비하고 나야 몸만 가면 되는 것이니 망설일 게 없었다.

 우리는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에 여장을 풀었다. 그날 밤 우리 두 사람은 새벽이 올 때까지 뜨거운 밤을 보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한 그녀를 향한 나의 봉사는 당연한 것이었다.

 

 다음날부터 2박 3일간에 여행은 계속되었다.

 부르르 칼리파의 분수 쇼와 세계최대 실내파크인 두바이 IMG에서 마불 게임도 즐기고 역시 세계최고의 쇼핑몰인 두바이 몰에서의 쇼핑과 전통시장인 금시장과 향신료 시장. 그리고 라구나 워터 파크에서 물놀이도 즐겼다.

 난 중동의 왕자 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그녀 역시 이별여행 답지 않게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우리는 사막 사파리를 떠났다.

 현지인이 모는 차는 우리 두 사람을 태우고 사막으로 향했다.

 우리와 함께한 운전기사와 안내인은 모두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었다.

 모래언덕을 오를 때에 차가 거의 뒤죽박죽으로 65도로 기울었지만 뒤집히진 않았다.

 놀이동산의 청룡열차를 탄 느낌이었다.

 나는 너무도 좋아 키득거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녀도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코스가 아닌 사막 더 깊숙한 곳으로 가보자고 했다.

 운전기사와 여행 가이드는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

 정말로 깊숙한 사막 오지 속으로 차를 몰았다.

 사방이 온통 모래 뿐 인 사막 한가운데

 돌연 차가 멈춰서고 나는 차 밖으로 내 동댕이쳐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사막에 홀로 버려졌다.

 마지막 잔인한 미소와 함께 그녀가 나에게 한말이 내 귀에는 절망의 에코 음으로 들려왔다.

 

  ‘네 놈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걸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이것이 네 놈에 대한 내 마지막 사랑이야. 살아서 널 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살아 나오기는 아마 힘들 거야.’

 

 처음엔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엄연한 실화 였다.

 나는 그녀에게 매달렸다.

 제발 살려 달라고.. 서울로 돌아가면 다른 여자는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너 만을 위해 살겠다고..

 나의 그런 애원도 소용이 없이 그녀는 차를 타고 사라졌다.

 

 나는 사막에 홀로 남았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일단 이곳이 어딘지 위치 파악이 중요했다.

 휴대폰이 터진다면 구조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어? 그런데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휴대폰이 없다.

 분명 뒷주머니에 꽂혀 있을 텐데..

 그제야 생각났다.

 왜 그자들이 차를 마구 털컹 거리며 몰았는지를

 휴대폰이 차 바닥에 떨어지는 걸 모르고 낄낄 거렸으니

 왜 그녀가 나를 향해 비웃듯(?) 웃어 주었는지..

 

 그렇다고 휴대폰이 없다고 망설일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이 모래 사막을 빠져 나가야 한다.

 일단 해가 떠 있는 방향을 향해 걸었다.

 푹푹 모래 속에 발목이 빠지는 행보 속에 사막은 끝이 없이 이어졌고 해는 곧 사라지고 어둠이 몰려 왔다.

 그 암흑 속에 나는 거대한 모래바람에 휩싸이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 어쩌자고 이곳 중동까지 와서 이런 끔찍한 일이..

 차라리 메르스에 걸려 죽는 게 나았을 텐데?

 

 멀리 태양이 뜨고 있다.

 내가 사막이 버려진지 며칠이나 지났을까?

 죽은 건지 살아있는 있는 건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입안에 모래가 가득 한 걸 보니 죽지는 않은 것 같다.

 겨우 입안에 모래를 뱉어내니 목이 타는 갈증이 몰려 왔다.

 물 한모금만 마실 수 있다면...

 이처럼 삼다수가 그리울 수가 없다.

 그러나 목이 타 들어가는 것 보다 일단 모래 속에서 내 몸을 빼내야 한다.

 일단 몸을 움직여 보았다. 그런데 점점 몸이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몸을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더 모래 속으로 침몰 된다는 거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그대도 숨조차 죽여 가며 가만히 있는 것.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죽는 것뿐이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마구 쏟아 졌다.

 그리고 뭔지 모르지만 후회가 밀려 왔다.

 부나비처럼 황홀을 좇아 온갖 날 짓으로 청춘을 혹사한 지난날들이 한심했다.

 살아서 돌아간다면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 성실하게 살리라.

 

 그런데 정말 살아서 돌아 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절벽 끝에 선 것과 같은 절망 속에 모든 걸 체념하니 그래도 마음은 편해졌다.

 그래 이대로 편하게 아무 생각 없이 죽는 방법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

 일초 이초 삼초... 머릿속에 죽음을 향한 시간이 초침처럼 돌고 있다.

 곧 멈추리라. 멈추리....

 

 이어, 눈꺼풀이 감기며 빛과 어둠이 교차하며 아련한 현기증이 머릿속을 엄습 했다.

 그것은 황홀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깜빡 정신을 잃은 것도 같고 잠시 비몽사몽이 계속 되다가 다시 깨어났다.

 그런데 흐릿한 시야에 뭔가 희미한 점선들이 모래 언덕 저 편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

 

 마치 신기루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저 검은 물체.

 아! 저들은? 죽음의 사자들 인가?

 동시에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와 낙타의 방울소리가 분명했다.

 수십 명의 사람과 짐을 실은 낙타 떼이다.

 환상이나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틀림없는 현실 속에 보여 지는 풍경이 분명했다.

 번쩍 정신이 들며 순간 ‘아! 이제 살았구나.

 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래 속에 파묻힌 얼굴과 목을 길게 내밀며 그들을 향해 소리 쳤다.

 

  ‘헬프미~ 살려 주세요~~~’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내어 소리 쳤다.

 

 그러나 불어오는 모래 바람은 나의 애원에 찬 목소리를 잠식 시키고 그들은 자신들의 마치 나침판을 따라 정해진 행로 인 듯 묵묵히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안~돼!’

 

 그야말로 기적 같은 기회를 잃고 만다는 생각에 나는 너무도 분하고 억울해 흑흑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서럽게 울었건만 그들의 행렬은 점점 사막의 등선을 따라 멀어 졌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순간, 돌연 맨 후미를 따르던 낙타 한 마리가 귀를 쫑긋하며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움직이지를 않고 낙타는 모래 위에 버티고 섰다. 낙타몰이 꾼은 요지부동인 낙타를 잡아끄나 낙타는 ‘크윽 카카~’하고 울기 시작했다.

 

 생전 낙타의 울음소리를 첨 들었다.

 마치 까마귀가 우는 듯 막막한 울음과 눈빛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 낙타의 시선을 따라 낙타몰이꾼이 모래 위에 머리만 내민 나를 발견하고 뭐라고 소리 쳤다.

 그러자 후미의 몇 명의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 왔다.

 

 나는 곧 그들에 의해 모래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은 그 낙타는 얼마 전 새끼가 죽은 암 낙타 이었다고 한다.

 나의 울음소리를 죽은 새끼의 울음소리로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하여튼 그 낙타 덕분에 구조 되었다.

 모래 웅덩이에서 빠져나온 나는 타는 목을 부여잡고

 

  ‘무..물! 워러 프리즈...’

 

 내가 간절하게 물을 달라고 하자.

 그들 중 한 사람이 허리에 차고 있는 가죽 물병을 내 밀었다.

 나를 먼저 발견한 낙타몰이 꾼이었다.

 내가 가죽물병을 받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채찍이 날아들었다.

 물병을 모래 위에 떨어 졌다.

 누군가가 낙타 위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물을 주었느냐는 것을 힐책하는 듯 하나 더 깊은 뜻을 알 수가 없다.

 그러자 낙타몰이 꾼이 얼른 물병을 주워 들며 뭐라 변명한다.

 마치 자막 없는 외국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나 때문에 이들의 행렬은 잠시 멈춰졌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복장이 이상하다. 대부분 더부룩한 수염투성이의 얼굴로 머리는 터번에 가리고 오래된 복식의 아랍의상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곧 카라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물을 못 주게 한 사람이 이 카라반의 대장인 모양이다.

 나는 대장에게 매달리며 ‘헬프미~’를 외치며 호소했다.

 대사관에 데려다 달라 아니.. 두바이 까지만 가면 된다.

 손짓 발짓 서투른 영어로 말했다.

 그런데 그들이 말을 통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다.

 

  ‘켄 유 스피크 잉글리시?’

 

  ‘.....??’

 

 그러나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

 영어를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분명 국제적 장사꾼들이 분명 할진데 영어 한마디 하는 자가 없다니..

 나는 그냥 중얼 거렸다.

 

  ‘인샬라هان شاء الل

  (신의 뜻대로 하소서)’

 

 두바이에 도착해서 귀가 아프도록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다.

 

 그러자 돌연 반응이 왔다.

 그들도 나를 따라 모두 {인샬라~}를 외쳐 되었다.

 겨우 인샬라로 인해 조금은 소통이 된 듯 하나 아직 갈길이 멀다.

 이런 나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냥 놔두고 가지는 사람과 데리고 가자는 사람으로 갈려 이들은 한참 동안을 담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신의 뜻으로 이 사막에 버려질 수도 구출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인샬라의 결과가 정해졌다.

 나는 물병 하나와 딱딱한 밀빵 한 덩이와 함께 버려졌다.

 

 그들이 냉정히 낙타를 돌려 가는 순간.

 나는 최후의 발악으로 몸부림치며 소리 쳤다.

 저들이 알아듣든 못 듣던 한국어로 말 했다.

 

  ‘야! 이 새끼들아! 이게 너희들이 말하는 인샬라며 신의 뜻이고 니들이 믿는 위대한 알라신이 말하는 자비냐? 사람의 목숨이 파리 목숨이냐? 제발 날 구해줘! 살려 주세요. 엉! 엉!’

 

 이 말에 뒤돌아 가던 대장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낙타의 고삐를 잡으며 중얼 거린다.

 

  ‘고려 말이잖아?’ 너 고려 사람이냐?’

 

  ‘어?’

 

 대장이 한국어를 하다니..

 

 분명 어눌하지만 분명한 한국어로 다시 묻는다.

  ‘너 고려 사람이냐?’

 

 나는 중얼거렸다.

 

  ‘그런데.. 고려라니?’

 

 나는 대답했다.

 

  ‘나 한국사람 코리안이다.’

 

 대장이 다시 물었다.

 

  ‘코리아? 꼬레아를 말하는 거야?’

 

 어디서 들은 것도 같다. 고려라는 발음을 처음엔 코리아이었다가 꼬레리아가 된 거라는 걸 말이다.

 

  ‘맞아! 나 꼬레아야.’

 

  ‘오우! 꼬레아?’

 

 그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대장이 다시 물었다.

 

  ‘근데 여기 웬일이냐?’

 

 여차저차 여자에게 버림받은 귀찮은 이야기는 생략했다

 

  ‘응! 그냥 관광을 왔다가 길을 잃었지.’

 

  ‘관광??’

 

 모두 고개를 갸웃 하는 게 아마 관광이라는 단어는 모르는 듯 하다.

 

  ‘어찌 되었던 나 꼬레아로 돌아가야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나?’

 

  ‘우리도 꼬레아 거길 가는데?’

 

  ‘뭐? 꼬레아로 간다고?’

 

 대장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이 말한다.

 역시 어눌한 우리말이다.

 

  ‘우리 상단의 최종 목적지는 꼬레아야.’

 

  ‘거길 어떻게 가는데?’

 

 또 다른 상인이 말한다.

 

  ‘어떻게 가긴 걸어가지.’

  ‘뭐? 한국까지 걸어간다고?

 

  ‘한국이 어딘데?’

 

  ‘한국이 바로 너희들이 말하는 꼬레아지.’

 

 그들이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뭔 소리를 하는지.. 그리고 우린 수천 년을 그리 걸어 다녔어.’

 

  ‘그 멀고도 먼 길을 걸어 다녔다고?’

 

 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 배를 타거나 비행기는 타지 않나?’

 

  ‘비? 비행기가 뭐야?’

 

  ‘비행기! 에어 포트!! 하늘을 나는..’

 

  내가 하늘을 가리키자 모두 뭔 뜬구름이냐는 표정들이다. 다들 행색들은 하늘을 나는 양탄자라고 타고 다닐 것 만 같은 데 말이다.

 

  ‘그럼 핸드폰 가지고 있음 좀 빌려줘?’

  ‘그게 뭔데?’

 

  ‘아! 영어로 셀룰러 폰이라고 한다지?’

 

 그러나 이들은 그 누구도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에는 초딩도 다 지니고 있는 핸드폰이 없다니..

 

  ‘그럼 멀리 떨어진 사람과는 어떻게 연락을 하지?’

 

 그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비들기가 편지를 전해 주지.’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시계도 없다.

 아무리 팔뚝을 살펴봐도 그 누구도 그 흔한 손목시계 하나 차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시계가 없으면 시간을 어찌 알지?’

 

 그러자 한 상인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모래위에 꽂았다.

 지팡이의 그림자를 확인하며

 

  ‘우리는 하루 다섯 번의 시간만 있을 뿐이야. 지금이 세 번째 알라 신에 경배를 드리는 살라트가 곧 시작되는 시각이야.’

 

 이때 까지만 해도 나는 이들이 이런 모든 것이 아랍인 특유의 전통적 역사와 관습으로만 알았다.

 

  ‘하여간 날 꼬레아에 데려다 줘.’

 

 그들이 다시 대장을 중심으로 둘러 서 왕방울 눈을 굴리며 골똘하게 생각하더니 대장이 말했다.

 

  ‘안돼? 우린 걷기에 익숙하지만 넌 우릴 따라 걸을 수 없어. 그러면 시간이 지체 될 테고 우리 여정에 지장이 오거든.’

 

 난 자신 있게 말했다.

 

  ‘나 잘 걸어. 군대에서 무지 행군도 많이 했어. 너희들 아미 알지? 육군? 몰라? 하여간 난 뭐든 할 수 있어. 낙타를 끌 수도 있고 짐도 지고 심부름도 할게.’

 

 다른 상인이 입을 연다.

 

  ‘가만! 이놈 꼬레아에 데려가 노예로 팔면 돈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야.’

 

  ‘뭐? 나를 노예로 판다고?

 

 하여간 노예로 팔려가든 어찌됐던 고려 한국에 만가면 된다.

 

 또 다른 상인이 말했다.

 

  ‘노예로 팔긴 힘이 없어 보이는데?’

 

 그들은 나의 몸을 발끝부터 머리 까지 훑어본다.

 나는 평소 약골에 뺀질이 티를 감추려고 홈쇼핑의 쇼 호스트처럼 나불거렸다.

 

  ‘나 생긴 거 보다 힘이 좋아! 나 노예로 팔면 꽤 값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나는 팔뚝을 내 보이며 의시 되었다.

 

 대장은 나를 보고 마지못한 듯 결정했다.

 

  ‘좋아! 데리고 간다. 대신 밥은 다른 사람의 반 만 먹어라. 봐서 일을 잘 하면 정량을 먹일 테니까 그러나 꾀를 피던가? 도둑질을 한다거나 하면 이 채찍이 널 용서 안 할거야.'

 

 하며 허공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자 다른 상인이 하늘을 올려보며 말을 받았다.

 

 ‘그리고 하늘엔 해와 달과 별이 떠 있을 뿐이야. 비..행 뭔지? 두 번 다신 이상한 소리를 하면 바로 사막에 버려 진다는 걸 명심해라.’

 

 다시 대장은 한마디를 더 했다.

 

  ‘그리고 너 반말 하지 마! 나이도 어린놈이..’

 

 그러고 보니 이들은 모두 연륜과 관록으로 다져 진 모습들이다.

 

  ‘엣쎨~!’

 

 나는 대장의 말에 큰소리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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