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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후영당의 그림자
작가 : 다시봄
작품등록일 : 2019.8.25

100년에 걸친 전설의 3마패가 등장한다. 그리고 유를 무로 돌릴 신수의 주인이 태어난다. 그러나 그날 태어난 아이는 2명. 후영당은 1명을 죽이기로 결정하고 흑자객을 보내 1명의 부모를 죽인다. 그러나 살아남은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2019년 뺭셔틀인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 그런 주인공에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물인 유척이 등장하며 그의 삶이 180도 뒤바뀐다. 주인공은 점차 신수의 주인이 되기 위한 모험에 빠져드는데...

 
1. 인트로: 예언
작성일 : 19-08-25 22:01     조회 : 455     추천 : 0     분량 : 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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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트로 : 예언

 

 

 추생(抽栍)을 부르는 자,

 암행어사 중의 암행어사,

 모든 의지의 주인.

 

 산하가 옛날과 다르고,

 달이 몇 번 차고 이지러져도,

 신수의 주인은 바뀌지 않으리.

 

 그대,

 서 있는 곳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리.

 

 

 

 사도의 붉은 입술은 오물거렸다. 속삭이듯 읊조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소리는 하얀 너울을 미끄러지듯 파고 나왔다. 한 차례 예언이 끝나자, 마치 정지된 화면 같았다.

 

 너울 안에서 눈을 감고 있는 사도는 인형처럼 보였다. 그 하얀 살갗은 합성수지처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입가에 닿은 하얀 너울이 사도가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입김으로 하늘거렸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얀 너울은 사도의 온 몸을 감싸고 무릎을 꿇고 있던 발치 끝까지 길게 덮었다.

 태신관은 결코 외부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그것이 태신관의 의무 중 하나였다.

 

 예언이 깊어질수록 사도의 가녀린 작은 어깨는 잘게 흔들렸다. 흐느끼는 듯 했으나 그녀는 울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점점 표정을 잃어갔다. 그녀는 예언의 무게를 감당할 힘이 없었는지 몸을 비틀거렸다.

 

 

 으으윽.

 

 

 짧은 신음소리가 사도의 뱃속에서 새어나왔다. 사도의 핏기 없는 하얗고 조그만 손이 너울 밖으로 삐져나왔다. 온 몸이 노곤했다. 목도 말랐지만 물을 마실 기운이 없었다.

 

 그녀의 손은 부르르 떨며 바닥을 짚었다. 사도는 손을 웅크리며 바닥을 움켜잡듯이 손을 오므렸다.

 

 검은 너울을 뒤집어 쓴 무녀는 빠른 손놀림으로 예언을 써내려갔다. 사도는 잠시 멍하니 무녀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무녀는 사도보다 두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바닥에 잔뜩 웅크렸다.

 

 무녀의 귀는 사도를 향해 종긋 세워졌다. 소곤거리는 사도의 목소리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그녀의 손놀림은 연신 부산했다. 무녀는 붉은 비단 위에 붉은 먹으로 예언을 차례대로 받아 적었다.

 

 사도는 무녀가 받아 적고 있는 붉은 비단으로 눈길을 주었다. 그러나 금세 사라지는 글씨 때문에 뭐라 적고 있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붉은 비단에 섞인 붉은 먹은 이내 글씨인가 싶더니 곧 붉은 비단 직조 사이로 스며들었다.

 

 

 

 마치 거대한 비밀을 머금은 비밀문서처럼.

 

 

 

 그렇게 예언은 붉은 비단 사이로 모습을 영원히 감출 것만 같았다.

 

 

 

 신수의 주인이시며,

 해태가 보호하는 분.

 

 태초 이래,

 직지의 시대가 열리리.

 

 3 마패가 모이면

 짙은 어둠은

 그 분 아래에 무릎을 꿇고 영원히 순종하리라.

 

 

 

 사도는 얄미울 만큼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목소리와 함께 두려운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꼬꼬댁.

 

 

 새벽을 알리는 수탁의 거친 목청이 쩌렁쩌렁 울렸다. 밤새도록 타올랐던 촛농이 거의 녹았다.

 

 무녀는 붉은 서신을 4번으로 곱게 접었다. 그녀는 붉은 비단 봉투 안에 붉은색 서신을 담고, 불에 달구어 붉어진 붉은 인주를 봉투 입구에 엄지손톱 크기로 동그랗게 부었다.

 

 무녀의 손에 들린 작고 동그란 낙인이 인주에 찍혔다. 그러자 푸시시, 소리와 함께 인주는 무명에서 신수의 모양으로 바뀌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신수의 모습 같았다.

 

 

 “다 되었습니다.”

 

 

 무녀는 모든 일을 마쳤다는 홀가분한 목소리였다.

 

 

 “그분께 전하거라.”

 

 

 장시간 예언 때문이었을까.

 사도는 온 몸에서 스르르 힘이 빠졌다. 그러나 뺨은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쉬워하는 여운이 묻어 있었다.

 

 

 “네.”

 

 “잠깐.”

 

 

 너울 아래로 사도의 감은 눈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에어컨 바람이 지나친 것처럼 등을 타고 소름이 돋았다.

 

 

 사사삿.

 

 

 바로 코앞에서 차단기가 덜컥 내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촛불이 흔들리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사도의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순간 멈추었다.

 

 

 파.

 바.

 바.

 밧.

 

 

 수많은 무언가가 멀리서부터 땅을 진동시켰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사도의 한쪽 귀가 쫑긋거렸다. 온 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사도는 무의식중에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엄청난 양의 칼이 땅에 끌리며 진동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사도의 옷깃 안에서 심장은 빠르게 수런거렸다.

 

 

 “뒷문으로 나가거라.”

 

 

 사도는 앞을 향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가락은 병풍 근처를 가리켰다. 손끝이 경련이 일어난 듯 파르르 떨렸다.

 

 

 “태신관님, 왜 그러십니까?”

 

 

 무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무녀는 창문으로 다가가려 했다. 사도는 덥석 무녀의 손을 잡았다.

 

 너울 밖으로 나온 사도의 창백한 손은 어느새 땀이 배어 번들거렸다. 사도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무녀는 사도의 긴장한 표정을 읽어냈다. 무녀는 말없이 턱을 당기며 끄덕였다.

 

 

 “서둘러라. 반드시 이송정 대감에게 이것을 전해야 한다. 꼭 그분이어야 한다.”

 

 

 사도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네.”

 

 

 무녀는 곧바로 병풍을 밀었다. 사도는 무녀가 빠져나가도록 병풍 끝을 잡아주었다.

 

 

 “반드시 이송정 대감이다. 기억하거라.”

 

 

 사도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병풍 뒤에는 뒤채로 연결된 문이 있었다. 무녀의 몸은 벽에 달린 문을 스르르 빠져나갔다. 무녀가 사라지자, 사도가 병풍을 다시 원래대로 옮겨놓았다.

 

 그러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창호문이 와지끈, 하며 부서졌다. 시퍼런 칼을 휘두르며 거무스레한 그림자들이 막 대신전에 들어섰다. 그들의 신발이 흙을 묻힌 채 성결해야 할 대신전 안을 범하였다.

 

 저벅 거리며 들어오는 발자국들의 기운만으로도 사도의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 신성한 곳을 더러운 발로 더럽히다니?”

 

 

 사도의 담담한 듯 강한 말투에 문득 공기가 농밀해지는 것 같았다.

 

  흑자객들이 스슥, 거리며 옆으로 비켜섰다. 사도의 청각 한 귀퉁이에서 사뿐히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급 자수가 새겨진 비단 신이 대신전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은...?”

 

 “잘 지냈소? 사도? 아니 이제 사랑에 빠진 여인이라 해야 하는가?”

 

 

 예리하면서도 능구렁이 같은 목소리였다. 그는 이내 사도 앞에 있는 작은 상을 끼고 마주하듯이 앉았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감히 후영당을 벗어나시다니요? 장로들이 알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장로들...? 큭큭큭... 그야... 내 맘 아니오? 큭큭큭”

 

 

 갑작스럽게 목소리는 정감이 넘쳤다. 그는 뺨을 조금 풀었다. 계산된 웃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표정이었다.

 

 

 “내 말을 잊은 게요?”

 

 “무엇을 말입니까?”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 있지. 그래, 그것이 가장 위대하다 불리는 태신관이라도 상관없소만...”

 

 

 사도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도는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그러나 당신이라면 안 되지. 암... 안 되고말고. 그럼 내 계획이 다 틀어지지 않겠는가? 감히... 네 년 따위가 내 계획을 망치는 꼴을 내 어떻게 보겠어. 후후후... 어디 갔는가? 자네 시종은?”

 

 “모르는 일입니다.”

 

 

 사내는 그의 시선을 옮겨 방안 구석구석을 훑었다. 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병풍이었다. 병풍 끝이 살짝 비틀려 있었다.

 

 

 “그래. 그래야 사도지. 암...그래야지. 그래야 노는 맛이 있지. 호락호락하면 재미가 없지 않겠어?”

 

 

 사내는 집게손가락으로 병풍을 가리키며 고개 짓을 했다.

 

 

 “예. 어르신.”

 

 

 사내 바로 뒤에 서 있던 흑자객 대장이 대답했다. 그는 온통 흑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송정과 성장호의 집으로 가는 길목을 다 뒤져라. 사도의 시종을 찾는 즉시, 척살하라.”

 

 “예.”

 

 

 그림자 사내의 명령이 땅에 닿기도 전에, 대장과 흑자객 몇 십 명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안 됩니다. 제발... 이리하시면 안 됩니다. 순리를 거스르지 마십지요. 제발...”

 

 

 사도는 무릎을 꿇은 채 사내의 앞까지 기어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도는 손을 더듬거리며 사내의 다리를 찾았다. 사내는 그대로 일어났다.

 

 사내는 사도의 손이 닿지 않도록 일부러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 사내의 눈빛은 애증이 서렸다. 흑자객 한 명이 사도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제발... 이 년의 업보입니다. 제발... 저로 끝내시지요. 이 년이 죄인입니다. 제발...”

 

 “사도여...”

 

 “...”

 

 “여기까지 오래 걸렸네. 이제 모든 것을 밝힐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곧 있으면 3마패가 태어날 걸세. 모든 준비는 끝났네.”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순리를 거스르지 마시지요.”

 

 

 사내는 돌아서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서늘해진 눈빛을 내리깔았다. 그 시선은 사도의 폐부를 곧장 쑤셔대었다.

 

 

 “순리...?”

 

 “예.”

 

 “자네가 말하는 순리가 순리는 맞는 겐가? 내가 아는 순리와 다른 듯 허이. 자네의 그 순리, 내가 원래대로 돌려놓을 걸세. 기대하게.”

 

 

 미간의 깊숙한 주름이 사도의 사고의 농밀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내는 내리 깔았던 시선을 거둬들였다. 후, 하며 사내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양손을 뒷짐 지고 몸을 스윽 뒤로 젖혔다.

 

 

 “이제 새로운 태신관을 뽑을 때가 되었구나.”

 

 

 사내의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그는 엄지에 끼고 있던 옥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반지에는 뱀 문양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펄럭, 도포 자락을 날리며 사내는 사도를 등지고 돌아섰다. 그의 발걸음은 곧장 대신전을 나섰다.

 

 사내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발자국 소리가 울리듯이 사도의 귓가에 이명을 일으켰다. 그것은 점점 커져서 그녀의 마음속을 거세게 뒤흔들었다.

 

 

 “안 됩니다. 제발... 순리를 거스르지 마시지요. 제발...”

 

 

 사도에게 칼을 겨누던 흑자객은 곧바로 사도의 가슴에 칼을 깊숙이 꽂았다.

 

 

 아...

 안 됩니다.

 

 

 너울 아래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흑자객이 사도의 가슴에 꽂힌 칼을 빼어내며 너울을 찢었다.

 

 피는 벽과 천장으로 뿜어져 나갔다. 사도는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그녀의 눈가에 피눈물이 한 방울 도르르 흘러내렸다. 지금까지의 나날들이 비디오 빨리 감기하듯이 되살아났다.

 

 그것도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윽고 모든 장면들이 사라지자 하얀 허탈감만이 사도의 마음속에 남았다.

 

 

 내...

 아기.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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