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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익의 귀공자
작가 : 딴지노아
작품등록일 : 2016.8.24

황제에게 반역을 일으킨 죄로 사형을 당해 죽게 될 남자, 윌리엄 폰 잉그릿드.
그는 죽기 전에 신에게 빈다.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고. 비뚤어진 마음이 아닌 올바른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고...그리고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과거로 돌아간 그는 다시 맹세한다.
두 번 다시 그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혹은 못 다한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프롤로그
작성일 : 16-08-25 15:01     조회 : 530     추천 : 1     분량 : 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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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 앞길을 가로막은 방해꾼들을 모조리 해치우거나 그에 합당한 벌을 준 것 뿐인데…

 아니, 크다큰 욕심을 너무 부린 대가가 클 줄은 몰랐다.

 그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웅성웅성-

 커다란 집들과 저 멀리 우뚝 서 있는 큰 성까지 이어진 길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한 길을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걸으면서 다들 저마다 입에 담기 민망한 욕설과 통쾌하다는 듯이 웃음꽃을 피우며 뭔가를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들었어? 황제 폐하를 죽이려고 한 그 공작인가 뭔가하는 남자가 처형하는 날이래.”

 “나도 들었어. 그 남자 직위와 신분만 믿고 잘난 척하더니 꼴 좋다.”

 “맞아.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 하게 여겼잖아. 특히 자기 주변인 뿐만 아니라 가족, 형제들까지 모조리 죽였잖아. 잔인한 남자 같으니.”

 “그나마 그 개망나니 공작이랑 친분이 있으셨던 아이린 황후만이 반대 하셨다던데…”

 “몰라. 암튼 그 애꾸눈 공작 놈이 죽는다니까. 한번 봐야지.”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왕을 죽이려고 했던 그 공작을 욕하고 있었는데 그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익히 들은 적이 있는지라 아무도 그를 불쌍히 여기거나 하지 않았고 오히려 천벌을 받았다며 좋아라 떠돌았다.

 

 사람들이 욕하며 처형을 기다리고 있는 공작이라는 자는 차디찬 감옥 안에 갇혀 있었다.

 갇혀 있는 그는 짙은 청푸른색 머리에 왼쪽 얼굴 부분에 긴 앞머리를 하고 있었고 큰 몸집에 얼굴은 험상궂고 무서웠고 콧부분에 작은 수염을 달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지 청푸른 머리부분에 흰 머리가 약간 나 이었고 이마에 희미한 주름살이 있는 걸 보면 4~50대 정도 보였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손과 발에 단단하고도 무거운 쇠고랑을 차고 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허름하고도 더러웠다.

 게다가 먹지 못했는지 볼살이 꽤 빠져 있었으며 씻지도 않았는지 몸에서 머리까지 냄새가 나 마치 거지꼴 신세였다.

 알고 보니 한때 이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귀족이자 왕보다 권력과 힘을 가진 남자였지만 지금은 이렇게 초라하게 변해 있었다.

 

 “하아…배고파…목말라…이봐! 밖에 누구 없느냐? 나 배고프다고! 얼른 맛있는 거라도 내와! 어서!”

 

 감옥 밖에 있는 간수들에게 큰 소리로 쩌렁 울리며 외쳤지만 밖의 간수들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은 건지 아님 무시하는 건지 들여다보지도 대답하지 않았다.

 

 “왜 대답 없어? 밖에 있는 거 다 알아! 내 말 무시해? 대답하지 못해?!”

 

 밖에 있는데도 들여다보지 않자 짜증이 나 소리쳐 부르자 무시하던 간수 한 명이 들여다 봐 말했다.

 

 “거참. 조용히 하셔. 곧 있음 죽을 놈이 왜 자꾸 성질이야?”

 “뭐, 뭐라? 죽을 놈이라니! 난 공작이야! 하등한 간수 주제에 감히! 곧장 존댓말을 쓰지 못할까?”

 

 자신을 깔보는 간수의 말에 화가 나 벌떡 일어나려고 했지만 묶여있는 줄이 벽과 연결되어 있어 문 앞에 다가서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읏…!”

 “밥이라면 어제 줬잖아. 그걸로 드시오.”

 

 어제 밥을 줬다고 했는데 사실 간수들이 어제 건네준 밥은 영양가가 없고 맛대가리가 없는 스프와 딱딱한 빵 하나 뿐이었는데, 그걸 본 공작은 어이가 없어 기가 찼다.

 

 “하~나보고 저런 걸 먹으라고? 웃기고 있네. 저런 질 낮은 음식을 이 몸이 먹을 것 같으냐?”

 “아니. 이 사람 상황파악 안되네? 당신 죄인이야. 죄인. 그것도 황제 폐하를 죽이려고 했던 대역 죄인이라고.”

 “맞아. 더 이상 이 나라 공작도 귀족도 무엇도 아니니 그깟 자존심 세우지 마쇼. 원래 같으면 이 자리에 없었겠지만 자비로우신 황후 마마께서 댁을 살려둔 거니 고마운 줄 아쇼.”

 “…!”

 

 원래라면 이 감옥 안에 있을 게 아니라 곧장 죽었어야 했지만 황후 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거라고 하자 그 말에 공작은 움찔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무튼 몇 시간 뒤에 나가야 되니 만만의 준비하셔.”

 “우리들 좀 밥 먹고 올테니.”

 “뭐라? 야, 이것들아. 어디를 가느냐? 야-!!”

 

 밥을 먹으려 잠시 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비우자 홀로 남게 된 공작은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제길…저런 천한 것들 따위에게…젠장.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간수들에게 무시를 받고 신세가 초라하게 되어 버린 공작은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윌리엄 폰 잉그릿드. 대대로 공작가 잉그릿드 가문의 장남이자 후계자였다.

 엄격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밑으로는 자신과 닮은 쌍둥이 여동생과 10살 차이가 나는 어린 막내 동생이 한 명 있었다.

 어느 가정이나 볼 수 있는 화목한 가정 속에 잉그릿드 가의 장남, 혹은 후계자로서의 위엄과 귀족으로서의 긍지를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화재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변하고 말았다.

 하인이 실수로 그런 건지 아님 공작가에 불만을 품은 무리들이 한 짓인지 모르지만 다른 가족들은 무사히 피했지만 그와 다르게 미처 피하지 못한 그는 왼쪽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잃고 말았다.

 

 심한 화상 탓에 치료도 불가능했으며 그 충격에 밖에 나가지도 연회에서도 잘 나가지 못했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변해버린 얼굴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비뚤어져 버렸다는 걸.

 심한 화상 때문에 누구한테도 얼굴을 들지 못하자 이상한 소문이 퍼져 사람들은 그를 보며 수곤거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수곤거림과 비아냥에 참지 못해 결국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인들부터 평민을 가리지 않고 비웃는 이들과 맘에 들지 않은 이들까지 죽이거나 고문을 했고 그들을 괴롭히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고 점점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해갔다.

 변해버린 장남의 모습에 부모님은 실망했고, 아예 그를 학교에 보냈다. 학교에 보내면 나아질 거라 생각해서 보냈지만 큰 착각이었다.

 학교에 보냈어도 질 나쁜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며 변함없었지만 그래도 최고의 성적만은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난생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 감정을 갖게 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새로 편입된 어떤 여자애 때문이었다.

 그 여자애는 후작 가의 딸로 그녀의 이름은 아이린 엘 칼라린이었다.

 희안하게도 그녀는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바로 사제나 치료사들이 흔히 쓰는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귀족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에게 봉사하는 사제 집안이기도 했다.

 사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제 관련 학교에 들어갔어야 했으나 집안의 권유 때문이지 들어왔다. 소심하고 말수가 적었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성적도 꽤 좋았다.

 무엇보다 웃는 얼굴이 매력적이었다.

 

 웃는 미소를 보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고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후에 졸업을 하면 정식으로 그녀에게 청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끼익-

 

 회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감옥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뭐야? 누구야?”

 

 그 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 갈색빛이 도는 큰 후드를 입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후드를 깊게 썼는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자 그를 본 윌리엄은 혹시 자신을 구해주러 온 사람인가 생각했다.

 

 “이 몸을 구해주러 왔느냐? 마침 잘 됐구나. 이걸 풀어다오.”

 

 겉으론 충성을 했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싫어하고 두려워해 배신해 도망쳤던 측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러 왔구나 했지만 이상하게도 후드를 입은 사람은 도와주지도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뭐하는 거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

 “……”

 “쳐다만 보지 말고 얼른 풀어다오! 천한 간수놈들이 오기 전에 어서!”

 “……”

 

 쳐다보지 말고 와서 풀어달라고 했지만 그의 말이 들리지 않은 건지 아님 무시하는 건지 시행하지 않자 그 모습을 본 윌리엄은 빡쳐 소리쳤다.

 

 “야! 뭐하는 거야! 날 구하러 온 거 아니더냐? 풀지 못해?! 안 그럼…”

 “…안 그럼 어쩌시려고요? 죽이시게요?”

 “뭐?”

 “대게 죽음에 가까운 사람은 자신이 해 온 짓을 후회를 하거나 반성을 하기 나름인데 당신은 변하지 않는군요. 참으로 뻔뻔스럽게…”

 “!?”

 

 입을 열지 않았던 후드를 입은 사람이 말을 했는데 그의 말을 들은 윌리엄은 흠칫 놀랐다.

 

 ‘이 목소리는 설마…?’

 

 후드를 입은 사람이 얼굴을 드러내자 드러낸 얼굴은 본 윌리엄은 놀라 경악하였다.

 

 “다, 당신은…?!”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밤이 되었다.

 길가에 가득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길가에 세워진 집집마다 환한 불을 키고 있었다.

 불이 켜진 집들 중에 북적거리는 곳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여행자나 투숙객들이 머무는 여관이었는데, 여관 속에 식당이 자리 잡고 있어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안에 있었다.

 

 “크으~술 맛 완전 떨어지네.”

 “왜 그래?”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고? 그 놈의 사형을 내일로 미뤄졌다는 게 말이 돼?”

 

 식당 안 사람들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윌리엄 폰 잉그릿드의 사형이 오늘이 아닌 내일로 미뤄진 것이었다. 한시라도 그의 최후를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일 아침 일찍 실행하다니까 걱정 말라고. 어차피 그 놈 감옥에서 단단히 묶여 있어서 도망도 못 친다고.”

 “그러긴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그 놈을 따르던 무리 놈들이 숨어 들어와 풀어줄지.”

 “에이~그럴 일 없어. 그 일 이후로 아무도 그 놈을 보러온 사람들도 거의 없다고. 한때 따르던 자들도 이미 떠나거나 등을 돌린 지 오랜데 이제 와서 호응해 봤자 이득 될 게 없잖아.”

 “하긴 그래.”

 

 비록 사형이 내일 아침으로 미뤄졌지만 이제 더 이상 얼굴 볼 일도 없다고 생각하니 하루 빨리 내일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뚜벅-뚜벅-

 

 큰 복도 너머에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울린 복도에 간소한 드레스에 입가에 주름이 조금 있는 짙은 보라색 머리빛을 한 여성 한 명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러다간 어느 한 큰 문에 멈춰 섰는데 마침 그 문에서 하얀 가운에 약간 두꺼운 안경을 낀 남성 한 명이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딱 문 앞에 마주친 보라색 여성을 보더니 얼른 고개 숙여 인사하였다.

 

 “아, 왕비 전하…!”

 “폐하는 안에 계시느냐?”

 “예.”

 “차도는 어떠신가?”

 “걱정 마십시오. 회복 약을 드시고 나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지금 안에 폐하를 진찰하고 나오는 중이라 다행히 괜찮다고 하자 그 말에 왕비는 안심이 되는 듯 했다.

 

 “그럼 전 이만.”

 “그래. 수고했네.”

 

 의원이 자리를 뜨자 왕비는 살짝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밖이 환하게 보이는 창문 옆에 큰 침대 하나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 침대 안에 힐끗한 머리를 한 남성이 누워 있었다.

 그 남자가 바로 이 나라의 왕이었는데 어디 다친 건지 누워 있자 그를 본 왕비를 선뜻 다가가 말을 걸었다.

 

 “폐하.”

 “으음…오, 왔는가?”

 “예. 몸은 좀 어떠신지요? 괜찮으신가요?”

 

 괜찮냐며 걱정스럽게 묻자 그녀의 물음에 왕은 씩 웃으며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소. 아까 어의가 다녀갔으니.”

 “예. 여기 들어오기 전에 들었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많이 괜찮아지신 것 같군요.”

 “그래 보이오? 허허.”

 

 자신을 걱정해주는 왕비의 위로에 왕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만약 잘못 되셨으면 이 나라는 완전 망했을 겁니다.”

 “……”

 

 비록 몸에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걸고 지켜준 사람들 덕에 죽지 않고 편안히 치료를 받아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제가 능력을 썼으면 쉽게 빨리 회복되셨을 텐데…”

 “괜찮소. 그대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어의가 다녀갔으니 필요없소.”

 “그래도…”

 

 왕비한테는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상처 입은 왕을 치료해야 마땅했으나 왕은 왕비가 그 능력을 쓰는 걸 자제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것보다 왕비.”

 “네.”

 “낮에 어딜 갔다 온 거요? 혹시 그 자를 만나러 간 것이오?”

 “…!”

 

 왕의 곁에 있어야 할 왕비가 낮에 보이지 않아 혹시 그 자를 만나러 갔냐고 묻자 갑작스런 물음에 움찔거렸지만 들켰다는 듯 그렇다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만나러 갔었습니다. 허나 걱정 마십시오. 보러 갔을 뿐 절대 풀어주지 않았으니까.”

 “알고 있소. 당신도 그 사람 때문에 소중한 걸 잃었으니까.”

 “……”

 “이번 일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한때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던 친우이자 이 나라의 공을 세웠던 일등 공신이었는데…그런 자가 이런 짓을 벌일 줄은 꿈에도 몰랐소. 뭐, 성격이 괴팍하고 잔인한 사람인 걸 알고 있었지만.”

 “……”

 

 같은 학교에 공부했고, 여러 모로 공을 많이 세웠던 윌리엄 폰 잉그릿드가 설마 반역 같은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를 줄 몰랐다. 몰론 왕은 몰론 그 학교에 같이 다녔던 왕비 역시 놀라기 마찬가지 였을테니까.

 

 “윌리엄 폰 잉그릿드 아니, 그 자의…사형은 내일 시행되는 거죠?”

 “그렇소. 대신들도 그 자의 사형을 빨리 처단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내일로 미뤘소. 자신의 짓이 터무니없는 짓이라는 걸 깨닫고 반성의 시간을 주고 싶어서.”

 “……”

 “그래서 어떻소? 확실히 뉘우치고 있었소?”

 

 그 자를 만나러 간 왕비를 쳐다보며 묻자 왕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더니 몇 분 후 겨우 입을 열며 대답하였다.

 

 “…아뇨. 여전했습니다.”

 “뭐?”

 “여전했어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반성도 전혀 하지 않았더군요. 차라리 오늘 죽었어야 했는데…괜히 미루신 것 같네요.”

 “-!”

 “폐하도 아시잖아요. 그런 사람이라는 걸. 그런 자에게 반성의 시간을 괜히 주신 것 같네요.”

 

 하루 정도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 줬는데도 전혀 반성도 하지 않고 그대로라고 하자 왕비의 말에 의아해했지만 이미 예상을 했는지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괜히 기대했구나 실망하였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폐하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 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세요.”

 “미련이라…나보다는 그대가 더 미련 있지 않소?”

 “네? 그게 무슨…?”

 

 갑작스런 말에 왕비가 놀라하자 왕은 픽 웃으며 이불 속에서 손을 살짝 올리며 왕비의 한쪽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알고 있었소. 당신이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

 “나 역시 그대를 본 순간 진심으로 좋아했소. 하지만 폰 잉그릿드 가의 자식에게 내 줄 수가 없었소. 그 자에게 시집을 가면 분명 불행해 질 거라 생각했고, 비록 날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었소.”

 “……”

 “최고의 여사제가 되는 걸 꿈이었던 그대를 이런 자리에 앉히게 해서 미안하오. 그대를 이 자리에 앉히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폐하…”

 “윌리엄 그 자가 왜 날 죽이려고 하는 지 알 것 같소. 나 대신 그 자리에 오르면 그대를 차지할 거라 여기고 이런 무모한 짓을 한 것을. 아직도 그대를 사랑하고 있는 줄 몰랐소. 그 방법이 지나쳤지만…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오?”

 

 이제 곧 죽게 될 그 사람을 아직 사랑하냐고 묻자 그 질문에 왕비는 아무 말을 하지 않더니 다른 한 손을 뻗어 자신의 손을 잡은 왕의 손을 잡았다.

 

 “…아뇨.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폐하 뿐입니다.”

 “…!”

 “그러니 그런 말씀 마시고 옥체 회복에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성심껏 도와드릴테니.”

 

 사랑하는 사람은 한 사람, 왕 밖에 없다며 싱긋 웃자 왕은 당황했지만 그녀의 미소에 할 말을 잃었지만 확고한 그녀의 진심과 표정에 저도 모르게 씩 웃었다.

 

 “고맙소. 아이린…”

 

 그 자에 대한 미련이 없어진 건지 아님 숨기는 척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왕은 자신의 손을 잡은 그녀의 따스함이 전해오는 것 같아 좋았고 오늘 밤은 함께라서 더 좋았다.

 

 그 시각 감옥에서는 여전히 고요하고 조용했다.

 어디선가 불어온 차가운 바람과 밤공기가 추운지 간수들은 약간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고 그가 갇혀 있는 방을 열심히 지키고 있었다.

 

 “아유~추워…오늘은 썰렁하니 춥네.”

 “그러게. 낮에 비해 여긴 밤만 되면 그러니까.”

 “그나저나 너무 좀 조용하지 않아?”

 “뭐가?”

 “저 안의 대역죄인 말야. 웬일로 조용하다고. 원래대로라면 난리칠 텐데.”

 “그러고 보니…”

 

 자신들이 지키는 문 안에 있는 죄인이 어쩐 일인지 소란을 피우지 않고 얌전히 있자 이상하게 여겼는지 힐끗 문 안을 살펴보았다.

 살펴보니 묶여 있던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는데 필시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뭐야? 자나? 내일 아침이면 죽을지 모르는데 잘만 자는 군.”

 “내버려둬. 실컷 자게 내버려두자고.”

 “하긴.”

 

 내일 아침에 죽을지 모르는 이 상황에 잘만 자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 모습도 마지막이라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간수들의 예상과 달리 그는 자지도 않았는데 그의 앞에 갈기갈기 찢여진 종이 조각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찢겨진 종이 조각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까 낮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다, 당신은…아, 아이린 왕비 저하!?]

 

 아까 낮에 안에 들어온 이는 놀랍게도 짝사랑했고 이 나라의 왕의 아내인 아이린이었는데 그녀를 본 순간 윌리엄은 놀라 기절할 뻔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그, 그대가 어떻게…!? 여길 어쩐 일로‥?]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을 구하러 온 게 아닌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싶어서 온 거니까요.]

 [이, 인사…?]

 [그래요. 딱 보니까 참 보기 처량하군요. 한때 이 나라 최고 대신이자 최고 권력가였던 당신이 이런 모습이 될 줄 상상도 못했거든요.]

 [……]

 [왜 그랬습니까? 이런 짓을 할 만큼 그렇게나 더 큰 걸 얻고 싶었습니까? 이 나라의 왕이 되고 싶었습니까? 어리석군요. 정말로…]

 [……]

 

 왜 그런 짓을 했냐고 그렇게나 물었지만 대답하기가 싫은 건지 입을 다문 채 침묵하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그를 보며 작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혹시 저 때문이었습니까?]

 […!]

 [정말이지. 로맨틱스럽군요. 전 이미 이 나라의 왕의 아내이자 왕비가 된 사람입니다. 저한테 미련이 남아서 이 짓을 벌일 줄 몰랐어요.]

 

 아이린은 자신 때문에 왕에게 반역 했냐고 물었지만 윌리엄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뭐 됐어요. 원래 과묵한 사람이었으니 대답 못할 수 밖에. 그럼.]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뒤를 돌아 나가려던 순간 입을 다물었던 윌리엄이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기, 기다려 주시오!]

 [!?]

 

 기다리라는 말에 나가려던 아이린은 멈칫거렸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맞소. 왕비 마마 아니, 아이린. 그대 말대로 당신 때문에 이 짓을 한 것이오.]

 […!?]

 [기억 나시련지 모르지만 학교에 들어와 그대를 처음 본 순간 반했습니다. 아니, 당신의 그 웃는 미소가 좋아 반했다고 해야 하나? 후에 졸업을 한 후 그대에게 청혼을 하러 했소. 하지만…설마 당신이 이 나라의 왕비가 되어 있을 줄 몰랐지만.]

 [……]

 [몰론 왕이 잘 대해주니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에 비해 난 별로 행복하지 않았소. 집안에서 정해준 여자랑 결혼해 가정을 꾸려도 공을 세워도 채워지지 않았지. 하지만 성 안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나갈 때마다 그대의 얼굴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소. 그치만 이것조차도 만족하지 못했지.]

 [……]

 

 말을 더 잇다가 품 속에서 뭔가를 꺼냈는데 그가 꺼낸 건 빛이 바랜 편지 봉투 한 장이었다.

 

 [이건‥?]

 [20여전 당신에게 고백하기 위해 썻던 편지요.]

 [!]

 [그래서 직접 왕이 돼서 그대 곁에 있고 싶었소. 그 과정에서 그대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줬지만‥부디 그거라도 받아주시오.]

 

 아이린에게 고백하기 위해 썼다던 편지. 그 편지를 보여주자 그걸 본 아이린은 머뭇거리더니 선뜻 다가가 받았다. 전해주고 싶었지만 전해주지 못한 편지를 그녀에게 주자 윌리엄은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아이린은 윌리엄의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확 찢어버리자 그걸 본 윌리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깜짝 놀랐다.

 

 [아, 아이린‥!? 왜!?]

 [뻔뻔한 사람 같으니.]

 [?!]

 [이깟 걸로 동정심 얻으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사람 잘못 보셨어요.]

 [아, 아니오! 난 그저 당신에게 이걸 전해주고 싶어서‥!]

 [전해줘? 보나마나 유서나 그런 거 아닌가요? 가족도 친족들도 다 죽이고 뭘 전할 게 있다고 저한테 주시나요?]

 

 편지를 보지 않고 찢어버리자 윌리엄은 당황했고 갈기갈기 찢어놓은 아이린은 표정 하나 없이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몸을 휙 돌려 가 버리려고 하자 다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자, 잠깐! 아이린. 그건 단순한 유서가 아니오! 그건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을 표현한 거였소. 알고 있었소. 아이린 그대도 날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

 [그러니 마지막으로 한번만 그 미소를 보여주시오. 제발…]

 

 

 그때의 그 미소를 보여달라고 청했지만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래요. 그대 말대로 나도 좋아했어요. 허나 지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이 나라의 왕 뿐입니다. 지금의 당신은 그깟 질투심과 흉폭함 밖에 남지 않은 괴물입니다. 그런 괴물을 왜 제가 사랑해야 하는 거죠?]

 […!!]

 [마지막 할 말은 다 하셨죠? 내일 일찍 사형에 집행하니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럼.]

 

 결국 미소를 보여주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나가버리자 홀연히 나가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윌리엄은 망연자실하였다.

 

 ‘하하하…괴물이라고? 내가? 그래. 난 괴물이었지. 그녀 말이 맞아. 하하하!’

 

 사랑하는 사람에게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다니? 난생 처음 듣는 말이자 가슴 아픈 말이었다.

 특히 더 가슴 아픈 건 자신의 사랑이 담긴 이걸 찢고 미소를 보여주지 않은 채 가 버린 그녀가 야속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나 도대체…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어쩌다가…’

 

 그제서야 자신이 해 온 짓에 대한 후회와 막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 화재가 일어나지만 않았더라면…자신의 한쪽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았더라면…아니, 어쩌면 얼굴 뿐만 아니라 몰라보게 변해버린 마음일 것이다.

 

 ‘아아…무슨 짓을 해 온 거지? 스스로 사랑하는 이들을 내치고 죽였고, 이제는 짝사랑해 왔던 상대에게 버림 받고…이제 아무도 없구나. 없어…하하하.’

 

 학교를 졸업한 후 자신의 자리에 위협하는 남동생을 죽이고 후계자 자리에 관심이 없었던 쌍둥이 여동생을 죽이고, 실망한 부모까지 죽여 버렸다. 몰론 아내와 자식들. 옆에서 보좌해 왔던 이들과 친하게 지냈던 친우들까지. 이제야 자신의 죄를 뉘우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내일 아침이면 곧 죽게 될 거라는 걸.

 

 ‘아…신이시여. 이 어리석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심 많은 절 용서해 주세요. 아니,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해 왔던 짓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윌리엄은 저도 모르게 신에게 빌었다. 사람들을 괴롭히고 잔혹하게 대해 왔던 자신을 버리고 새롭게 살고 싶다고. 아니, 비뚤어진 마음이 아닌 올바른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내가 미쳤지? 신이 날 봐줄 리가 없지. 엄청난 짓을 저지른 날…다시 살려줄 리가 없지…암.’

 

 단 한 번도 신에게 빌어본 적도 구걸해 본 적이 없었다. 진실된 이 염원과 바램이 절대 들어주실 리가 없을 거라고. 윌리엄은 그렇게 생각하며 스륵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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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016 / 8 / 25 531 1 1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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