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잃어버린 자들
작가 : 라하비
작품등록일 : 2019.7.15


'록 바이러스(Lock Virus)'라는 전염병이 퍼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1부 시계 도시 中>

“오빠.”

잠시 침묵한 티아가 나직하게 나를 불렀다.

“응?”

대답을 하면서도 지금 티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혹여나 안가겠다는 대답이 나올까봐 불안했다. 얼굴에 그런 생각이 드러난 것일까. 티아가 머그컵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무릎 위에 올려져있던 내 손을 잡는다. 따듯한 온기가 전해졌다.

“걱정하지 마. 내일 갈 거야.”

“그래.”

“대신에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

“부탁? 뭔데?”

티아가 싱긋 웃는 걸 보고도 이상하게 안심이 들기는커녕 이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져 손을 빼고 달아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행하기도 전에 티아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게 먼저였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내린 거야. 내일 추첨 용지 넣을 때.”

거기까지 들었을 때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안 돼.”

나는 다급하게 티아의 말을 끊어버렸다. 듣고 싶지 않아. 싫어. 공포와 경악으로 몸의 모든 장기들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를 악물며 처음으로 원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어떻게? 악바리처럼 악쓰고 티아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에 나는 티아의 손 안에 갇혀있던 내 손을 빼고 어두운 눈빛으로 티아를 향해 다시 한 번 단호하고 절박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안 돼”

널 잃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야. 나는 티아를 노려보았다.

“알아.”

무엇을 아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티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록 바이러스에 걸린 걸 토큰에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나 알아, 오빠.”

티아의 눈에서 작은 빗방울들이 떨어져 내렸다.

.
.
<중략>
.
.

“오빠를 믿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나는 내 미래는 내가 결정하고 싶어. 혹시라도”

잠시 말을 끊으며 숨을 고른 티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시설에 가야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어. 그리고 나는……. 나로 살고 나로 죽고 싶어.”


 
1화 지독한 악몽
작성일 : 19-07-15 11:42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1268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텁텁한 공기. 매캐한 냄새. 툭툭.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언가.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구름에 가려져있긴 해도 태양의 존재는 지울 수 없어서 나는 조금이라도 빛의 영향을 덜 받고자 눈을 가늘게 떴다.

 “우박인가?”

 싶었다. 작은 알갱이는 먼지보다는 크고 우박이라기에는 심하게 작아서 머리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손바닥 위에 흩어진 그것은 모래바람에 휘날려와 힘을 잃고 떨어지는 부스러기였다. 종이. 먼지. 작은 돌 알갱이들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바로 옆에서 들려온 동생의 작은 소리에는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나는 다급히 상체를 숙여 티아의 상태를 살폈다. 하얀 볼에 그어진 흉이 눈에 들어왔다. 끝이 뾰족한 돌이라도 볼에 스쳤는지 작은 상처와 함께 피가 나고 있었다. 티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잡아 살피며 물었다.

 “괜찮아?”

 티아는 따가워서 놀랐을 뿐인지 아무렇지 않은 듯 소매를 잡아당겨 피가 맺힌 볼을 닦아낸다. 분명 따가울 텐데. 걱정으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렇게 문지르지 마. 상처 덧날지도 몰라.”

 걱정스럽고 안쓰러워 티아의 손을 잡아 내리고서 더러워지지 않은 바지에 손을 문질러 닦고는 살살 상처 근처를 닦아냈다.

 “큰 상처는 아니네.”

 다행이었다.

 “이제 어떻게?”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로 묻는 티아에게 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어렸다. 생존본능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것만 가능했기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지진과 어디서 나는지 모를 무너지고 부서지는 소리들을 듣는다면 누구든 그럴 것이다.

 “여긴 너무 위험해. 더 빨리 걸어야겠어.”

 담담히 말하려고 노력했다. 어른스럽게. 지금은 내가 티아의 보호자니까.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내가 ‘두렵다.’, ‘무섭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를 외치고 있었다. 혼자였다면 무너져버렸을 것이다. 지켜야할 존재가 옆에 있기 때문에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은. 티아는 나를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나에게 어디로 가냐고, 무섭다고 울며 떼쓰고 싶을 텐데도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12살이면 충분히 보호를 받아야할 나이라서 나는 자꾸만 티아가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흘끗 거렸다. 차라리 티를 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티아가 내 옆구리에 바싹 달라붙어 티셔츠 끝자락을 꽉 쥐는 걸 느꼈다. 울컥하는 걸 느끼고 토해내기 전에 재빨리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깜박이며 힘을 주었다. 그나마 상황이 내게 도움을 준다면 눈물이 나온다고 해도 티아한테 변명할 거리가 되어 준다는 것이다. ‘먼지가 눈에 들어갔나 봐.’ 그렇게 말하면 티아도 의심하지는 않겠지.

 나는 힘을 주어 티아의 어깨를 내 쪽으로 더욱 끌어당겼다. 말로 내뱉지 않는다고 정말로 그런 건 아니니까. 이렇게라도 티아가 안심을 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 초조해졌다. 그렇다고 이대로 떨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자비는 짧게 끝날 것이고 곧 뭐든 일어날 테니까. 걸음을 재게 놀려도 자연 앞에서는 그저 느린 걸음일 뿐인 모양이다. 돌로 만든 비를 시작으로 잠잠했던 땅이,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연이어 몰아치듯 흔들렸다. 만약 이게 현실이 아니었다면……. 나는 파도 같다며 웃으며 농담을 해댔을 것이다. 그리고 티아는 그런 나를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얼굴로 한심하게 쳐다봤겠지. 한숨이 나왔다. 지금은 농담뿐만 아니라 단어 한마디를 내뱉는 게 힘들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은 제 역할을 하지도 못할 터였다. 침묵. 그리고 지진이 내 발목에 원치 않는 무게 주머니를 계속해서 달고 있었다. 속도를 내어 뛰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도. 건물도. 땅에 의존하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속절없이 흔들렸다. 나는 간절함과 두려움을 담아 높이 솟아있는 건물들을 노려보았다. 대체 건물들을 왜 저리 높게 지은거야? 고층 건물에 살지 않는 사람이 드문 도시지만 괜스레 화가 났다. 위태롭게 모든 것들이 흔들렸고 고층 건물일수록 2차 피해를 유발할 확률이 높았으니까. 비약이 아니다. 높은 건물들이 젤리처럼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약해지고 분노는 거세질 것이다.

 가슴이 뼈를 뚫고 뛰쳐나올 정도로 거세게 뛰었다.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동시에 내가 얼마나 긴장과 초조함으로 제정신이 아닌지 알게 해주는 심장 소리에 정신이 멍해지고 손이 덜덜 떨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냐고! 메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적시고 터진 자리를 씹으며 고통을 주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못 박힌 듯이 서서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무너져가는 게 느껴져 절망스럽다. 안 돼. 제발.

 제발. 제가 큰 걸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저 단 하나만! 나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으니까. 알고 있는 모든 신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짖으며 애원했다. 후회가 되었다. 아빠를 따라 집근처 교회라도 갈 걸 그랬다. 평소 종교도, 신앙심도 없었기 때문일까. 작은 바람은 닿기도 전에 흩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말아 쥐고서 도전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연속되는 지진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던 건물들의 붕괴가 심해지면서 연쇄적으로 다른 건물들도 피해를 입기 시작하는 게 눈에 들어오자 마음은 다시 약해졌다.

 “안 돼.”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을 티아가 들었을까 두렵다. 스스로가 나약하다는 걸 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우뚝 멈춰버린 다리에 쌓인 피로가 몰려와, 식인 물고기에게 물어뜯기는 것처럼 아프고 63층을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내린 다음날 아침마냥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는데. 언제나 찾아오는 아침을 게으르게 맞이했고, 오늘 하루도 특별한 일 없이 평소와 같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정해진 시간에 아침을 먹고, 아빠가 틀어놓은 재미없는 뉴스를 보면서 투덜거렸다. 그러면 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티아가 옆에서 조용히 하라며 입을 삐죽이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런 일상이 바로 몇 시간 전만 해도 존재하고 있었다. 매일 보던 뉴스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느 나라에 지진이 3일째 발생하고 있다던가. 몇 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화산이 분화할 조짐이 보인다던가. 허리케인이나 태풍으로 인해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는······. 우울하고 끔찍한 소식들이지만 언제나 있어왔던 내용들이 흘러나왔을 뿐. 그 어디에도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에, 세상의 멸망과 가깝고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거라는 내용은 없었다. 말 그대로 언제나 있는 일상 중에 하나였으니까.

 혹시 미리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겠지. 나는 회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평화로운 일상은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코앞까지 다가와도 그 안에 ‘나’와 ‘내 가족’이 포함되지 않는 한은 더욱이. 나 역시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만큼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못됐다고 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은 안타깝고, 동정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한편으로는 먼 남의 일이라는 생각도 존재했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단어를 언젠가 들어봤던가. 아마 그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알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나의 어리석음이 지금의 상황을 더욱 크고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미리 알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테지만 이보다는 좀 더 이성적이게 행동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와 후회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지도 않을 거야. 발버둥을 쳐서라도 티아는 살려야해. 멍청히 하늘을 응시하던 내 눈동자 속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성격도 급한 누군가를 향해 욕을 던지며 나는 이를 악물고 다급히 티아를 끌어당겼다. 그 반동으로 우리는 바닥에 볼품없이 나뒹굴며 먼지를 온몸에 골고루 묻혔다. 심장소리가 이젠 귀에서도 들려올 지경이었다.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만 늦었어도! 아찔했다. 성인 얼굴보다도 큰 돌덩이가 방금 전까지 우리가 서 있던 곳에 떨어졌으니까. 거대한 돌은 삼분의 이 정도가 땅 속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단 5초. 5초만 늦었어도 저 돌 아래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직접 겪는 건 차원이 달랐다. 죽음이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이란 온몸이 덜덜 떨리고 충격으로 한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티아가 곁에 없었다면. 나 혼자였다면.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던 티아가 허리와 머리를 감싸고 있던 내 손을 치우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삐-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공간에서 나는 티아가 부르는 소리만은 똑똑히 들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어 나쁜 생각을 털어냈다.

 그리고 티아를 눈에 담았다.

 “오빠, 정신 차려봐! 오빠!?”

 작고 자잘한 상처로 엉망이 된 두 손으로 절박하게 내 옷을 꽉 쥐고서 티아가 울먹이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목이 졸린 사람처럼 이 한 마디를 밖으로 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이대로 또 다른 바위가 우리를 덮치기를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괜찮아.”

 한 번 더 소리 내어 말하는 건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정신을 차리자 그곳은 지옥으로 변해있었다.

 “도와줘!"

 “다리가……. 움직일 수가 없어! 누가 나 좀!”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으앙! 엄마! 아파-아!”

 절규. 비명소리. 울음소리. 절박함과 현실을 알려주는 소리들이 귀 고막을 날카롭게 내리쳤다. 나는 뿌리가 얕은 식물이다. 포기하고 싶다는 나쁜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나라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한 걸까.

 “아……. 안 돼.”

 “도망쳐! 빌어먹을! 다들 도망쳐!”

 “싫어.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

 이대로 주저앉아 귀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던 사람들마저도 하나같이 헐레벌떡 일어나 경악한 표정으로 연신 뒤를 확인하며 뛰기 시작하는 걸 보고는 그것마저도 하지 못하고 얼어버렸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뒤로 물러나고 다른 고민이 나를 잡아챘다. 이대로 도망을 갈 것인가. 확인할 것인가. 내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게도 내 마음속에서 갈등하고 있던 두 가지 중에서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이 이기는 걸 느꼈다.

 중증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이유를, 그 무언가의 공포심을 찾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흙먼지들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려 있는 저 어딘가를 응시했다. 뭘까. 설마 여기서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몸이 떨렸다. 그러면 보지 않으면 될 것을. 우리들을 죽이기 위해 작심하고 달려드는 살인자를 눈으로 확인해야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보고 싶어."

 조용히 있던 티아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멈칫했다.

 “뭐?”

 다 듣지 못한 문장에 되묻자 티아의 몸이 잘게 떨렸다. 처음으로.

 “아빠가 보고 싶어. 무서워, 오빠.”

 당연한 것임에도 나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나는 바보였다. 참고 있다고 해도 티아도 같은 사람인데. 무섭지 않을 리가 없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티아가 약한 소리를 내뱉은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티아도 노력을 하고 있었던 거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지만 나는 티아가 입술을 깨물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는 걸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사람들로 인해 모래 안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에 강철을 한 겹 두 겹 둘렀다. 그래야 살릴 수 있어. 이제 다시는 나약한 마음을 품지 않을 거다. 티아만큼은. 내 동생만큼은.

 “오빠가 지켜줄게. 꼭.”

 대답 없는 티아에게 아빠를 만나러 가자고 말했다. 티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시체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을 움직이기 위해 갓 태어난 새끼 망아지처럼 후들거리는 허벅지를 주먹으로 두어 차례 힘주어 때렸다. 그리고서 어린 동생의 몸을 추슬렀다. 망설임은 사치다. 나는 티아를 안아들고 뛰었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정신은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몸은 자잘한 상처투성이에 급조된 강철은 약하기만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것만큼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나는 몇 번이고 무너지려는 자신을 다독였다. 할 수 있어. 구할 수 있어.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내 자신이 이 정도로 약한 사람이었나. 비웃으면서도 나는 내 스스로를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는 견딜 만 해. 할 수 있어. 난 해내야만 해. 넘어진 무릎은 욱신거리고,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달라붙고, 돌멩이 잔해로 찢어진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은 견딜 만했다. 의연함을 가장한 채 누구처럼 흘러내린 피만을 옷소매로 간간히 닦아 냈다.

 “으아악! 씨발! 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울분에 찬 비명이 들렸다. 남자는 간신히 떨어지는 돌덩이를 피하며 침을 바닥에 퉤 내뱉었다.

 “사, 살려줘! 아직은 죽고 싶지 않다고! 왜 우리를 구해주러 오지 않는 거야!”

 다친 팔을 손으로 감싸고서 절뚝이며 걷는 여자가 울먹였다.

 “죽기 싫어! 내가 누군 줄 알아? 이런 곳에서 개죽음 당할 수는 없다고!”

 전화기를 붙잡고 소리치는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에 구토를 하는 사람도. 모두 벌벌 떨며 겁에 질려 있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자세히 들릴수록 온몸에 피가 빠져나갔다. 두려움에 숨통이 조이고,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안 돼, 안 돼! 이러지마! 제발······. 참고 있던 눈물이 기어코 터져 흘러내렸다. 티아 앞에서 꼴사납게 울고 싶지 않았는데. 내 의지를 거부하고 흐른 눈물길을 따라 먼지로 뒤덮인 얼굴에 자국이 생겨났다. 급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흐느끼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 않아서.

 나는 티아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동생의 뒷머리와 목 사이를 손으로 감싸 내 어깨에 기대게 했다.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묻은 티아한테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 마음이 아팠다. 내가 울자 티아도 울었다. 입술을 다물고 울음을 참아보려고 노력했다. 이빨에 세게 깨물린 입술에서 피가 흘러 눈물과 겹쳐졌다. 비릿한 맛이 혀끝을 맴돌았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구멍에서 터진 울음은 더욱 커져갔다. 지금 당장 어른이 되고 싶었다. 주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꼭 나와 티아의 미래 같이 보여서 무서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걸 티아가 눈치 챌까봐 초조했다.

 이대로 어딘가로 쓸려 가버리는 건 아닐까. 언젠가 보았던 재난영화가 떠올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막연하게도, 사람들의 태도가 해일로 인한 것이라고 짐작했다. 뉴욕은 항구도시고, 지진으로 인해서 얼마든지 해일이 일어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예상은 나를 비웃고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빗나가 버렸다. 그 동안 대비를 잘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이유일 수도 있었다. 해일보다도 먼저 우리들을 덮친 건, 함몰 구멍이라고도 불리는 싱크홀(Sinkhole)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턱이 빠진 것처럼 입이 벌어졌다. 내 모습이 뭐가 예쁘다고 땅이 나를 따라했다. 서서히. 크게. 땅이 입을 벌리는 순간, 손 안에서 모래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순식간에 그 깊이를 상상할 수 없는 검은 구멍이 곳곳에 무작위로 생성되는 모습이, 마치 우주에 생기는 블랙홀처럼 혹은 괴수 영화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뭐든 먹이를 감지한 그것은 사람들의 필사적인 도망침과 비명과 손짓을 외면하고선 잔인하게 잡아먹기 시작했다.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사람들이 땅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외계생물에게 공격당하는 상황만큼이나 이질적이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공격만큼 공포심을 심어주는 건 없을 것이다. 뛰던 걸음이 점차 느려지고, 어느새 멈추었다. 그리고 갈 곳을 잃은 두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어디로 가면 되지? 패턴을 찾을 수도 없고 찾는 방법도 모른다. 잠깐 멈췄던 눈물이 다시 나오려는 듯 눈앞이 흐릿해졌다.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생명줄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그런 것들뿐이었다. 기도하는 것.

 ‘도와줘. 누가 좀. 아빠……. 살려 주세요.’

 그리고 깨달았다. 패닉은 나이, 성별에 상관이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건 어른의 도움이 아니라 빠른 상황 판단이라는 것을. 징징거리며 구조를 바라기보다 숨을 장소나, 아빠와 연락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처럼 현실적인 걸 생각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언제나 깨달음은 한 발 늦게 찾아왔다. 소리 소문 없이 괴수가 다가와 있었다. 괴수는 조금씩, 조금씩 우리 주위를 돌면서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언제쯤 잡아먹을까 고민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단단히 지탱해주던 땅이 위태롭다고 느껴지고 주위에 갈라진 틈 사이로 모래가 움직이는 걸 보았을 땐 이미 도망치기에는 늦은 시점이었다. 우리 둘 다 살 방법이 없었다. 침착하자. 티아만이라도 살려야해. 어떡하면 좋지? 여전히 심장은 폭발할 것처럼 뛰고 있었다. 온몸은 땀과 먼지투성이였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나는 머리를 쥐어짰다.

 다행이라면 티아는 아직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고민할 시간이 없어. 티아를 무사히 아빠와 만나게 해야 돼. 이번만큼은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후회는 어쩔 수 없었다. 내 목숨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티아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조차 없다는 게 슬펐다. 나는 미안하다던가, 사랑한다던가, 그 어떤 말도 없이 입가를 끌어당겨 웃었다. 우습게도. 입술에 맺힌 피가 굳어 있어서 좀 기괴해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이 미소가 티아를 위로하고 안도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영민한 티아는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직감한 듯, 이미 퉁퉁 부어있는 두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무 울면 안 되는데······. 나는 티아가 그만 울었으면 하고 바랐다. 이미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테니까. 그러면 도망치는 게 더 힘들어 질 것이다. 그래서 울지 말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나는 티아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살살 닦아주었다. 그런 내 손길을 뿌리치며 티아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내저으며 내 의견을 거부했다. 입을 열었지만 흐느낌 때문에 제대로 된 말은 나오지 못하고 들어갔다. 그럼에도 나는 티아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미안, 이럴 수밖에 없어. 미안해.

 균열이 더 심해지면서 괴수는 굳이 찾지 않아도 눈으로 보일 정도가 되었다. 나는 서둘러 동생이 입고 있는 핑크색 후두 티에 달린 모자를 단단히 티아의 머리 위에 씌우고 고무줄을 당겨 헐렁이지 않게 묶었다. 조금이라도 쿠션 역할을 해주기를 그리고 무너지는 속도가 빠르지 않기를, 그 구간이 크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런 기도를 담아 티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최대한 멀리······. 어느새 내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울면 몸에서 힘이 빠지니까.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한 순간의 망설임이 독이 될 수 있었다. 마음은 아프지만 나는 단호하게 내 어깨를 잡고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티아의 손을 떼어내, 공주님자세로 안은 뒤 팔과 허리에 힘을 실어 힘차게 던졌다.

 나는 기도했다. 근처에 있는 사람이 티아를 구해주기를, 그리고 나 대신에 위험한 이곳에서 멀리 데려가 주기를······.

 “싫어! 나 두고 가지마! 오빠!!”

 흠뻑 젖은 얼굴로 애처롭게 손을 뻗어 나를 무르는 티아를 향해 올라가지 않는 입 꼬리를 당겨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미안함과 간절함과 내 자신에 대한 절망감이 뒤섞인 이상한 미소였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나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너만 살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비참함에 우울해질 시간도 없이 땅이 다시금 놀이기구처럼 흔들렸다.

 “도망가! 티아! 제발!!”

 오빠 말 좀 들어줘!

 “싫어! 같이 갈 거야!”

 “이런 때까지 고집부리고 싶어?! 빨리 일어나! 도망가라고!”

 죽지 말고 살아야지! 내가 죽더라도 넌 살라고 멍청아!

 버럭 소리도 치고 야단도 쳤지만 티아는 답답할 정도로 고집스러웠다. 말을 듣지 않는 티아가 원망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라서. 자꾸 눈앞이 흐려졌다. 그래도 나는 티아가 못난 오빠를 포기하기를 원했다. 큰 울림이 지나자 완전히 발밑이 허전해진다. 끝인가. 아니야. 아직은! 내 바람과는 다르게 나는 허공에 떠 있었고, 곧 중력의 힘에 따라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숨길 수 없는 공포가 가슴 속에 들어왔다가 다른 감정으로 인해 빠져나갔다. 여전히 도망가지 않고 나를 부르는 티아 때문에 죽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무사한 모습을 봐야했다.

 필사적으로 두 팔을 휘저었다. 발밑이 꺼지고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심장을 철렁거리게 만들었다.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적어도 기구는 안전장치라도 있으니까. 본능인지, 아니면 초인적인 힘이 나온 것인지 나는 간신히 땅 속에 튀어나온 돌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 충격으로 손톱이 깨지거나 빠졌지만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처럼 돌을 단단히 잡고 올라가기 위해서 발버둥 쳤다. 삐끗하거나 손에서 힘이 빠지면 끝이라는 걸 잘 알기에 솜털마저 서는 기분이다. 방금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 또 다시 죽음을 걱정해야하다니, 거지같네. 그렇게 생각하자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아, 집요한 건 딱 질색인데. 죽음은 끈질겼다. 지하의 어둠은 계속해서 내가 떨어지기를 원하며 손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티아가 무사히 도망가는 것을 봐야만 했다. 그거면 돼. 기어코 맨 위까지 올라와 양 손을 땅에 걸치는 것까지 성공하자 나는 고개를 들어 티아부터 찾았다. 간신히 발을 디딜 돌을 찾아낸 덕분에 코 위까지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왜 아직도 저기에 있는 거야?! 혹시 어디 다친 건가? 티아는 내가 추락하기 전에 보았던 그 자리에서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다.

 “티아! 이 바보야!”

 아픈 목을 침으로 달래주고서 외쳤다. 제발. 제발.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 된 티아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다행이다. 어디 아픈 건 아닌 것 같았다. 다리가 다친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안도라는 감정이 퍼질 시간도 없이 내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도망쳐!!”

 나는 빨리 피하라고 소리쳤고, 신은 잔인했고, 죽음은 사이코였다. 목구멍이 사포로 긁은 것처럼 아팠지만 욕이 튀어나왔다. 하필이면 티아의 뒤에 세워진 건물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그 사실을 본인들도 자각한 듯 두 개로 분리되려 하고 있었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시계추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윗부분의 건물이 위태롭게만 보였다. 언제든 쓰러질 수 있게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두 개로 갈라져도 높이가 있는 건물은 다른 건물과 부딪혀 더 작은 크기로 부서질게 뻔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티아가 있었다. 제발. 하느님, 부처님! 세상의 모든 신들께 빌게요. 엄마······, 티아를 데려가지 마세요. 그 아이는 이제 12살이라고요! 큰 소리로 애원하고 절규했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기위해서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내 안에 있던 모든 희망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짜증났다. 눈물 때문에 티아를 보지 못하면 안 되는데······.

 나는 지탱하고 있던 두 손 중에서 오른손을 티아를 향해 뻗었다. 홀로 내 몸을 지탱해야하는 내 가엽은 왼쪽 팔은 두 배의 무게가 더해져 떨고 있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티아가 이곳에서 도망쳐서 살수만 있다면. 온힘을 다해 손을 저으며 티아에게 거기서 나와야한다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도망쳐! 거기서 도망치라고!!”

 따끔함을 넘어 목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이제는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외쳤다. 하지만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게도, 티아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내 속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건물은 이변이 없는 한, 곧 넘어질게 분명했다. 그리고 원치 않는 일은, 너무도 쉽게 이루어지려 헸다. 그것도 다른 곳, 주시하고 있던 위태로운 건물이 아닌 바로 옆에 있던 다른 건물이 무너지면서 말이다. 그로 인해 두 건물은 부딪혔고, 천둥처럼 커다란 소리와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서서히 우리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건물을, 나는 직접 보고 있음에도 믿지 못했다. 지금 내가 가장 바라지 않던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으니까······. 머리로는 인식해도 이해하기 싫었다.

 “안 돼, 안 돼!"

 눈을 부릅뜨고 건물을 보며 나는 절규했다. 그것에 의지라도 있는 것처럼 애원하고,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빌어먹을 발은 내 의지를 배신하고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 오늘 일어난 모든 일들이 내 바람들을 무참히 짓이겼고 결국 내 마지막 소원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기어코 건물은 떨어졌다.

 “아, 아아!”

 말은 언어가 되지 못한 채 흩어졌다. 나는 내 뒤에 있는 낮은 건물들에 부딪혀 유성처럼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돌덩이들을 허망하게 응시했다. 땅 위에는 크기도, 모양도 다른 여러 개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그 크기를 더욱 불려가고 있었다. 난 그 중 하나의 그림자를 쫒았다. 나는 좌절어린 얼굴로 주시했다. 그 돌이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지키고자 한 동생의 위로 떨어지는 것을.

 나는 떨어진 건물의 파편 속으로 티아가 완전히 사라지는 광경을 문신처럼 두 눈에 새겼다. 핏발 선 눈으로 모든 걸 다 지켜보았다. 절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뭉개지는 소리가 들리고 피가 튀었다. 땅을 따라 내 쪽으로 피가 흘렀다. 구역질이 났다. 내 눈알을 파버리고 싶었다. 피는 땅을 적셨고, 그걸 본 순간 내 안에 무언가가 깨져 죽었다.

 

 

 
작가의 말
 

 월, 금 연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17화 전조(3) 2019 / 8 / 30 224 0 9609   
16 16화 전조(2) 2019 / 8 / 27 216 0 9616   
15 15화 전조(1) 2019 / 8 / 27 215 0 10484   
14 14화 깜짝 만남 2019 / 8 / 27 228 0 9443   
13 13화 다시 만난 모디스 2019 / 8 / 27 217 0 12518   
12 12화 르 레브 2019 / 8 / 27 220 0 9832   
11 11화 가이드 모디스 2019 / 8 / 12 211 0 10817   
10 10화 Aquarium 2019 / 8 / 12 231 0 11394   
9 9화 우연한 만남(2) 2019 / 8 / 5 213 0 9010   
8 8화 우연한 만남(1) 2019 / 8 / 5 202 0 6197   
7 7화 무인 정거장(2) 2019 / 8 / 1 223 0 7461   
6 6화 무인 정거장(1) 2019 / 7 / 29 211 0 6226   
5 5화 Winter 보급소(2) 2019 / 7 / 26 231 0 11203   
4 4화 Winter 보급소(1) 2019 / 7 / 26 200 0 8742   
3 3화 하루의 시작 2019 / 7 / 22 254 0 11925   
2 2화 Konpam 2019 / 7 / 19 222 0 9719   
1 1화 지독한 악몽 2019 / 7 / 15 363 0 1268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