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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일까요
작가 : j_재인
작품등록일 : 2016.8.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일까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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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만들어주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 속. 인영은 세상에서 가장 속깊은 동생 하진과 함께 살아갑니다.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사이. 서로의 상처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그 깊이를 알고 쓰다듬어주는 관계. 이모와 하진은, 그렇게 인영에겐 우주와 같습니다. 그런 그녀의 세상에 석현이 선뜻, 발을 집어넣었지요. 그렇게 인영의 우주가 흔들립니다. 나의...사랑. 그러나 내 사랑이 가족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건 이미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는 것. 그러니, 가족...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일까요.

 
싹싹한 나대리
작성일 : 16-08-23 21:19     조회 : 582     추천 : 1     분량 : 7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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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싹싹한 나대리

 

 “목디스크에 의한 등 통증은 특징이 있습니다. 목을 아픈 쪽 뒤로 젖힐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데요,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면 통증이 조금 줄어들기도 합니다.”

 

 고급스럽고 차분한 인테리어의 병원 진료실. KBC 아침 방송에 나갈 한영병원 임형원 원장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인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역시 완벽해. 임 원장님의 인터뷰는 30년 진료 내공을 증명하듯 매끄럽기 그지없다. 외워서 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카메라를 마치 환자처럼 여기며 최대한 쉬운 언어로 설명하기 때문에 친근함마저 느껴진다. 거기에 ‘로맨스 그레이’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외모까지.

 60대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 딱 벌어진 어깨, 날이 서있는 하얀 가운, 염색하지 않은 반백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오묘한 분위기, 입가에 걸려있는 따뜻한 미소,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차분한 눈빛까지...... 언제 봐도 멋있는 분이다.

 

 인영은 미소를 지은 채 담당PD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PD 역시 카메라 속의 피사체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역시. 인영의 미소가 깊어졌다.

 

 “...디스크 예방을 위해서 앞서 설명한 생활 습관을 가지도록 꼭 노력하세요.”

 

 아, 드디어 예방에 관한 부분이다. 인영은 임형원 원장의 인터뷰 직전 찍었던 ‘목디스크 예방습관’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목디스크 예방법을 설명할 때 화면에 분할되어 송출될 영상을 찍어야 한다며, PD가 인영더러 예방법 장면을 연기하라 했었다.

 

 홍보담당자로서 PD의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기에, 병실 하나를 차지하고는 ‘낮은 베개를 사용해 잠을 자는 장면’,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 하는 장면’, ‘바른 자세로 앉아 눈높이에 책을 놓고 읽는 장면’ 등을 찍었더랬다.

 

 이런 식의 TV 출연은 홍보담당자로서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여러 번 했다고 해서 적응이 되는 건 아니다. 인영은 또다시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연예인들은 수십 명의 스태프들 앞에서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컷! 좋습니다! 원장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아, 인터뷰가 벌써 끝이 났나보다. 손부채질을 멈춘 인영은 임형원 원장에게로 다가가 촬영 스태프가 마이크를 제거하는 것을 도우며 ‘고생하셨습니다’ 하는 눈빛을 보냈다.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인자하게 웃어주시니 기분이 좋아진다. 카메라와 조명장비, 마이크 등등의 짐을 정리하는 스태프들을 도우랴 촬영팀이 마셨던 음료수 병을 쓰레기통에 버리랴 바쁘게 움직이고는 진료실 문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PD님! 수고하셨습니다, 작가님!"

 

 촬영팀과 함께 진료실에서 나오던 인영은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웃으며 인사했다. 웃는 얼굴과 싹싹한 태도는 전문병원 홍보담당자로서 인영이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이다.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환자가 구름처럼 몰리는 종합병원이 아닌 이상, 언론에 병원을 노출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홍보담당자의 가장 주된 업무 중 하나다. 방송에 병원을 많이 노출하기 위해서 의료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담당 PD들과 친분을 쌓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인영 나름의 필살기였다.

 

 "대리님도 수고하셨어요. 나대리님은 언제 봐도 한결같네요. 연차도 꽤 되는데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열심이고."

 "감사합니다, 피디님! 피디님한테 칭찬 들으니까 기분 엄청 좋아요.“

 "오늘 찍은 자료화면, 앞으로 계속 활용되는 거 말 안 해도 알죠?“

 "그럼요. 목디스크 관련 KBC 방송 나올 때마다 저 나오는지 챙겨볼게요.“

 "작년에 내가 찍어갔던 화면도 저녁 방송팀에서 얼마 전에 자료로 활용했던데. 혹시 봤어요?“

 

 "네. 대학 동창이 봤다고 문자가 왔어요. 그렇게 한 번씩 방송에 얼굴 나가면 소원하던 사람들한테서 연락오고 그래요.“

 "얼굴 팔렸다고 투덜거리는 홍보담당자도 많은데 긍정적이라 좋네. 아마 오늘 찍은 것도 저녁방송 PD가 갖다 쓸지도 몰라요. 동기 놈인데 나인영 대리 예쁘다고 다음에도 가져다 쓰겠다고 하더라고. 그러고 보면 나대리도 참 한결같이 안 늙는다. 아직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어머~피디님도 20대로 보이세요."

 "나 농담한 거 아닌데. 나대리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실없는 소리 한 거 같잖아요."

 "저도 농담한 거 아니에요. PD님 진짜 20대로 보이세요."

 "나대리 능구렁이 다됐네. 옛날엔 거짓말 못하더니.“

 "어머 거짓말이 뭐예요?“

 

 PD를 바라보며 인영은 눈을 두어 번 깜빡여 보였다. 피식 웃는 PD를 따라 해맑게 웃던 인영은 종종걸음으로 촬영팀을 앞서가서는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자동문 버튼을 눌렀다.

 

 "PD님 오늘 감사합니다. 늘 감사드려요.“

 "다음 주 방송인데, 혹시라도 방송일자 변경되면 연락해 줄게요."

 "넵!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수고가 많아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품을 하다 말고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조심스레 돌아보니 임 원장님이 인자하게 웃고 있다.

 

 “피곤하죠?”

 "아니에요! 원장님, 방으로 올라가세요?"

 "응, 인터뷰 빨리 끝나서 다음 예약환자 올 때까지 시간이 좀 비네. 촬영팀은 갔고?"

 "네, 원장님."

 "아까 PD가 칭찬 많이 하던데. 기자들도 나대리 칭찬 많이 하고, 나대리 일하는 모습, 언제나 보기 좋아요."

 "감사합니다, 원장님."

 우왕, 오늘 칭찬의 날인가 봐. 인영이 희고 고른 치아를 드러내 웃으며 대답했다.

 

 "힘든 건 없어요? 기자들, PD들이 힘들게 하진 않고?"

 "네, 원장님이 워낙 유명하시고 인품이 좋으셔서 기자들이 저한테까지 다 잘해줘요."

 

 사실이었다. 기자들이 인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영이 워낙 센스 있게 업무를 진행하고 싹싹하게 기자들을 대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인영의 말처럼 병원장 때문이기도 했다. 임형원 원장이 세운 한영병원은 디스크를 다루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병원이었다. 규모가 종합병원처럼 크진 않았지만 의사들의 전문성과 실력은 종합병원 못지않았다. 특히 임 원장은 의술과 인품이 뛰어나 기자들 사이에서도 명의로 인정받고 있었다.

 

 "나대리가 우리병원 온 후로부터 방송이 많이 늘었어. 수고가 많아요. 혹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고."

 "감사합니다, 원장님. 참, 잡지사에서 원장님 인터뷰 자료 달라고 해서 제가 초안을 써보았는데요, 이따 프린트해서 찾아뵐게요."

 원장님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까. 인영은 마케팅팀이 사무실로 쓰는 13층에 도착한 후에도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어야 했다.

 

 "원장님 인터뷰 끝났어?"

 인영의 옆자리에 앉은 동료이자 절친인 서경미 대리가 말을 걸어온다. 눈치 빠르고 유쾌한 경미는 팍팍한 회사생활을 촉촉하게 해주는 단비 같은 친구다.

 

 "인터뷰 하면서 좋은 일 있었지? 너 또 입술 먹는 거 보니까, 안 봐도 비디오다.“

 역시, 경미는 못 속여. 얼른 책상 위 거울을 들어 입술을 살펴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입술이 허여멀건 하다.

 

 "이놈의 입술! 문신을 하던가 해야지......."

 "그래도 안 발랐을 때 연약해 보이고 아파보이고 그런 맛은 있잖아. 근데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립스틱 다 빨아먹고 온 거야?

 "그냥....... 원장님이 칭찬해 주시길래 기분 좋아서.“

 “뭐? 원장님이 먹었다고? 드디어 원장님이랑 그런 관계가 된 거야?”

 “어우 야~”

 영인이 질색하며 경미의 손등을 찰싹 하고 내리쳤다.

 

 “아야! 농담한 건데 때리고 난리래? 혹시 진짜 원장님이 잡수신 거 아니야?”

 못 말려. 인영은 자신의 턱을 잡고 수상하다는 듯 이리저리 살펴보는 경미를 보며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왜 웃어! 너 진짜 뭐 있는 거 아니야?“

 "얘가 자꾸 뭐라는 거니. 요새 엄청 외롭구나?“

 "외롭지 외로워. 꽃피는 춘삼월에 애인 하나 없이 나 왜 이렇게 처량맞냐. 우리 병원엔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아름다운 문화 좀 안 생기나 몰라. 왜 그런 거 있잖아, 러브라인 엄청 복잡하고 그게 또 맨날 바뀌고. 하루는 의사랑 자고, 하루는 방사선사랑 자고 그런 거."

 "아유 이 음란마귀!“

 "참, 물론 잘 때는 의국이나 병실에서!“

 "하여간 입만 열면 음란하기는.“

 인영은 입만 열면 누가 들을까 무서운 말들만 해대는 경미를 살짝 흘겨봐주었다.

 

 "어머나~ 저도 좋으면서 내숭은. 근데 너, 정말 무슨 좋은 일 있어? 그러고 보니 오늘 옷도 예쁘게 입었네? 방금 니 립스틱 먹은 남자랑 어디 데이트라도 가는 거야?"

 "못 말리겠다, 정말. 이따 이모랑 사촌 동생이랑 저녁 먹으러 가기로 했어."

 "같이 사는 사촌 동생? 외국 나갔다더니 들어왔나 보네?"

 "오늘 귀국해. 이모랑 공항 가서 걔 픽업해서 저녁 먹으려고."

 "공항? 몇 시에?"

 "여섯시 칼퇴근해서 출발할 거야."

 "그때 공항 미친 듯이 붐빌 텐데. 오늘 차하진 귀국하잖아."

 "차하진 귀국? 야, 넌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내 동생이 차하진 빠순이잖아. 아침부터 공항 나가고 싶다고 난리를 피우더라고. 오늘 공항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웬만하면 혼자 오라고 하고 그냥 서울에서 만나."

 "이모가 가고 싶다고 하셔서 그러기로 했어. 이따 회사로 나 데리러 오신대."

 

 ‘사실은, 바로 그 차하진이 바로 내 동생이야. 차하진 데리러 가는 게 목적인데, 차하진 때문에 공항 붐빈다고 안갈 수야 없지.’

 인영은 속으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컴퓨터 절전모드를 해제시켰다. 어디, 하진이 기사가 많이 났는지 볼까...... 인영은 네이버에 ‘차하진’을 검색했다.

 

 「차하진 오늘 귀국」

 「한류스타 차하진 중국에서 신드롬급 인기」

 「차하진, 중국이 가장 사랑하는 한류배우」

 「대륙이 반한 배우 차하진」

 「차하진, 한류를 이끄는 공항패션의 정석」

 「차하진, 이기적인 9등신 비율」

 

 역시...... 칭찬과 감탄 일색인 기사들뿐이다. 자랑스러운 내 동생. 인영은 하진 인터뷰 기사 제목들을 훑다가 「차하진 특별입국 대상자 분류」라는 제목의 기사를 클릭했다.

 

 <배우 차하진이 중국 공항에서 ‘특별입국 대상자’로 분류됐다.

 

 중국 SNS 인터뷰를 통해 백만 건의 질문을 받고 기자회견 생중계에서 400만 명의 동시접속을 달성하며 신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차하진이 또 한 번 대륙을 놀라게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스케줄을 소화한 차하진은 5일 오전 10시경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하기 위해 상하이 공항을 찾았다.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든 팬들에게 차하진이 둘러싸이며 공항 안전요원들이 총출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차하진과 안전요원들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이동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지만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압력으로 안전을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베이징공항에서도 차하진을 환영하기 위해 수천 명의 팬이 몰려들었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항 측은 차하진을 일반입국이 아닌 특별입국 대상자로 분류하며 VIP 통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베이징공항 관계자는 “차하진이 방문할 때는 웬만한 외국 국빈이 방문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경호 시스템이 발동된다.”고 덧붙였다.

 

 차하진 측은 중국에서의 신드롬 급 인기에 “중국 팬들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팬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공항 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감사히 특별입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차하진은 중국에서 약 두 달간 영화촬영, 시상식 참여, 광고 촬영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할 예정이다.

 

 대한뉴스 이우선 기자>

 

 

 두어 달 전 하진이 중국으로 영화촬영을 하러 갈 때 기사다. 대단한 내 동생. 이 기사는 수십 번도 넘게 읽었지만 질리기는커녕 읽을 때 마다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지. 인영은 미소를 띤 채 기사들이 띄어진 인터넷 창을 닫았다. 이러다 기사 외우게 생겼네. 일 해야지 일. 인영은 인터뷰 자료를 불러내 문장을 조금 다듬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아직 4시 반.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디 흐르는지 모르겠다. 빨리 공항에 가고 싶은데...... 인영은 느리게 가는 시간을 원망하며 출력해 놓은 인터뷰 자료를 챙겨들었다.

 

 "경미야, 나 원장님 뵈러 갔다 올게."

 "원장실? 잠깐만 나 봐봐."

 “왜?”

 “입술 색깔 체크하려고. 지금이랑 원장님 뵙고 와서랑 입술 색깔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보자.”

 갈수록 음란해지는 친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경미에게 소개팅을 해주든가 결혼정보 업체라도 보내줘야 할 판이다.

 

 “나 갔다 올게, 음란마귀야.”

 

 결재판을 옆구리에 끼고 원장님 방을 향해 뻗어있는 복도. 인영의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 원장님 기분도 좋으신 것 같고, 인터뷰 자료도 이정도면 완벽한 것 같은데 무리 없이 통과되겠지. 인영은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본 후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돈하며 원장실 입구로 걸어갔다.

 

 "나인영 대리가 탐나. 아들내미가 한국에만 있었어도 우리 아들 소개시켜 주는 건데. 일도 잘하고, 싹싹하고. 예쁘고."

 살짝 열려있는 문틈으로 들려오는 원장님 목소리에 노크를 하려던 인영이 멈칫했다. 아아, 원장님이 이렇게 나를 잘 봐주시고 있을 줄이야. 인영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부모님 돌아가신 것만 아니면 완벽한 신붓감이죠."

 이건...... 원무팀장 목소리다. 여기서 부모님 얘기는 왜 나와? 엿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온 신경이 원무팀장 목소리를 듣기위해 곤두섰다. 인영은 문 앞에서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한 채 문 안의 목소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나대리 부모님 돌아가신 게 불과 몇 년 전 일 아닌가? 예전부터 고아였던 것도 아니고, 크게 문제될 일 아니지."

 그럼요, 원장님. 역시 원장님 최고! 인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도, 저는 제 아들이 정상적인 집안 여식이랑 결혼해서 장인 장모 사랑 받고 지냈으면 합니다."

 

 치...... 그럼 난 비정상이란 말이야? 인영은 원무팀장의 목소리에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여기 더 있다간 마음에 상처를 입을 지도 모르겠다. 인영은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쳐서 복도를 빠져나왔다.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도 아들이 있으면, 그 아들이 장인장모 사랑 듬뿍 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니 속상해 하면 안 돼. 그건 친딸처럼 생각해주는 이모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인영은 복도로 나와 이모에게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이모오오오오오~~~~~~"

 "응, 우리 예쁜 인영이~ 나 출발했어."

 "벌써 출발하셨어요?"

 "혹시 차 막힐까봐 지금 나왔어. 우리 아들 오랜만에 보는데 늦으면 안 되지."

 "이모, 오늘 팬들 엄청 많이 나올 거래요. 공항에서 좀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

 "그래? 하긴, 팬들은 두 달 만에 하진이 얼굴 보는 거구나. 역시 우리 아들 인기는~ 오호호호호~"

 이모의 특유의 콧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귓가에 닿았다. 항상 귀여운 우리 이모. 인영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언제나 이모랑 얘기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 모든 걱정거리가 이모라는 필터를 거치고 나면 하찮아지는 거다.

 

 "우리 인영이, 내가 늦지 않고 6시까지 병원으로 갈게. 전화하면 튀어나와."

 "네 이모. 조심히 오세요."

 "알러뷰~"

 "저두요~"

 

 50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모. 이모 덕에 웃고 나니 원무팀장 때문에 마음을 다칠 뻔 했던 것도 참을만해 졌다. 그래도 다시 원장님 방으로 가서 얼굴을 보는 건 싫다. 원장님 결재는 그냥 내일 받기로 한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오후 네 시 사십오 분이다. 아직 다섯 시도 안됐는데 언제 여섯 시가 되려나. 괜히 결재판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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