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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의 패러독스
작가 : 권계절
작품등록일 : 2018.12.30

가족의 사랑이 목마른 신유연. 뛰어난 양궁실력으로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으나 비운의 사고로 잠정은퇴를 하게 된 후 늘 갈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엄마와 동생의 무시와 차별 속에서도 사랑을 갈구하던 그녀의 앞에 묘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위층 남자가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민유하. 아리송하지만 자꾸만 끌리는 그... 그로부터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민유하와의 만남으로 신유연의 내일은 조금씩 달라지게 되는데...

 
01 사랑받지 못하는 딸
작성일 : 18-12-30 00:33     조회 : 342     추천 : 1     분량 : 7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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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모성애라는 것이 모든 엄마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 엄마가 모성애가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엄마에게도 모성애는 있었다. 한 살 어린 내 동생, 신지연. 눈꼬리가 처진 큰 눈에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살, 155cm의 키를 가진 지연이는 귀여운 강아지를 닮았다. 고양이상에 키가 168이 되는 나와 지연이는 겉모습부터가 완전 달랐다.

 

 엄마는 동생을 무척이나 챙겼다. 아니, 챙겼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지연이를 사랑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빠를 쏙 빼닮은 지연이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우리 딸, 뭐 더 먹고 싶은 건 없어?"

 

 "불고기, 삼겹살은 너무 기름기 많아서 별루야."

 

 

 

 알았어, 엄마가 내일 아침에 불고기 해줄게. 젓가락으로 맛있게 익은 삼겹살을 쿡 찌르며 심드렁하게 말을 하는 지연이에 엄마는 평소 그녀가 좋아하는 고등어를 발라 밥 위에 올려주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지만 식탁에 올려진 밥그릇은 단 두 개뿐이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마시는 동안에도 엄마의 시선은 내게 향하지 않았다. 인덕션 위에 올려진 냄비 뚜껑을 열었으나 든 건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있는 건 밥솥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나도 배고파."

 

 "배고프면 라면을 끓여 먹든가, 나가서 사 먹든가 알아서 해."

 

 

 

 지연이에게 말을 할 때와는 달리, 애정이 조금도 묻어나오지 않는 엄마의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었다. 항상 그랬다. 엄마는 지연이만 좋아했다. 내가 주워온 자식은 아니었다. 엄마가 지연이와 똑같이 약 열 달을 배 아파하면서 낳은 자식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핏덩이 같던 나를 단 한 번도 안아주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꼴도 보기 싫었다고, 배 아파서 나은 자식이 나였다는 게 끔찍이도 싫었다고 엄마는 4살도 안 된 나의 손을 붙잡으며 말을 했다.

 

 

 

 

 

 부엌을 나갈 때까지도 엄마는 단 한 번도 내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오로지 고등어 가시를 바르는데 온 신경을 쏟은 엄마는 제 앞에 앉은 딸을 챙기기 바빴다.

 

 오늘도 외면받는 내게 시선을 주는 건 지연이가 유일했다. 밥을 먹기 싫어서 젓가락으로 밥풀을 뒤적거리던 지연이의 얼굴은 나를 마주한 순간 호선을 그렸다. 지연이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을 즐거워했다. 지연이는 단 한 번도 나를 언니로서 대해주지 않았다. 가시가 발린 고등어를 밥그릇 위에 올려주는 엄마의 행동에 지연이는 보란 듯이 고등어를 입에 넣었다. 생선을 먹는 동안 지연이의 시선은 내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먼저 그 시선을 피한 건 나였다. 피식, 하고 비웃는 지연이의 웃음소리가 들렸으나 못 들은 척 빠르게 부엌을 벗어났다.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으나 모녀의 웃음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사랑받지 못하는 딸은, 언니는 늘 가족 속에서 외로웠다.

 

 

 

 

 

 자정이 지나고 거실에서 나던 TV 소리 마저 사라지고 나서야 방에서 나왔다. 어둠 속에 휩싸인 거실을 지나서 밖으로 나왔다. 집을 나오자마자 나를 반긴 건 하얀 입김이었다. 아직은 추운 계절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다시 들어가서 옷이라도 챙겨서 나올까 하고 생각했다가 관뒀다. 몸이 추운 것 따위야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는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으며 발을 굴렀다. 뭘 사 먹어야 하나, 고민하며 줄어드는 숫자를 봤다.

 

 

 

 7층에 조금 오래 머물고 있다가 내려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민유하. 위층에 사는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어, 편의점?"

 

 

 

 가볍게 손을 흔들던 그는 빨리 타라는 듯 고개를 까딱하며 닫힘 버튼을 눌렀다.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 서둘러 올라타느라 어깨가 문에 살짝 부딪혔다. 어깨를 손으로 문지르며 그를 째려보자 그는 내가 뭘 잘못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민유하와 알게 된 것도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편의점에 가기 위해서 나올 때마다 편한 옷차림을 한 그를 마주쳤다. 그는 늘 검은색 아니면 회색의 옷만 입었다. 오늘도 역시 그는 검은색의 패딩을 걸치고 있었다.

 

 

 

 해가 떴을 때는 인기척이 없다가 늦은 밤이 되면 천장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곤 했다.

 

 낮에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도 그렇고 밤에만 인기척이 들리는 것도 그렇고,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그는 밤에 일하는 직업을 가진 게 분명했다. 혹은 나처럼 밤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가진 사람이거나.

 

 

 

 "요 앞에 편의점 갈 거예요?"

 

 "뭐…."

 

 

 

 가까우니까, 당연할 걸 왜 묻느냐는 듯 대답을 하는 그에 오늘은 큰 길가에 있는 편의점에 가는 게 어때요? 라고 말을 걸었다. 그냥 컵라면으로 때우려고 했는데, 즉석 꼬치가 갑자기 먹고 싶어져 그에게 슬쩍 말을 붙였다. 혼자 큰길까지 나가기는 심심했으니까 같이 갔으면 했다.

 

 

 

 "무거운 거 살려고 했는데”

 

 "…. 제가 들어드릴게요!”

 

 "무거울 텐데"

 "저, 힘 세요! 그러니까 들... 도와드릴게요”

 

 

 

 얼마나 무거운 걸 사려고...민유하의 말에 벌써 어깨가 아파지는 것 같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튼튼한 팔뚝을 자랑하였다. 슬쩍 나를 내려다보며 무거울 거라고 한 번 더 강조를 하는 그에 도와준다고 슬쩍 말을 바꾸었다. 엄청 무거운 거면 내가 혼자서 다 들어주기에는 무리니까. 팔뚝을 탁탁 치는 내 모습을 보던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녘의 골목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집을 나와서 두 번째로 만나는 가로등이 나간 골목만 무사히 지나간다면 낮만큼이나 환한 길목만 있었다.

 

 

 

 가로등 아래 보이는 그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봤다. 부드러운 얼굴 선을 가졌지만 살짝 올라간 눈매가 그의 인상을 날카로워보이게 했으나 그래도 웃으면 휘어지는 눈매와 크게 벌어지는 입때문에 오히려 선한 인상을 주었다. 예측할 수 없는 그의 성격이랑 외모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민유하는 그렇게 말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다. 장난기는 많았지만, 말수는 적었다. 엘리베이터 이후로 끊긴 대화에 나는 괜히 멋쩍어서 그의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눈을 굴렸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오히려 지금의 침묵이 편안한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이따금 고개를 까딱거렸다. 마치 노래라도 듣고 있는 듯이 그의 행동에는 어색함이 묻어나오지 않았다.

 

 

 

 -꼬르르르르르륵

 

 

 

 적막하던 골목에 울려 퍼진 건 출항하는 배에서 나는 소리만큼이나 커다란 굉음이었다. 사흘은 굶은 사람처럼 길게 꼬르륵거리는 소리에 급하게 배에 힘을 주며 그의 눈치를 봤다. 소리가 컸지만, 그가 사색에 잠겨서 내가 낸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면 핫바라도 하나 먹어야겠다.”

 

 

 

 다른 말을 하는 그에 안심했다. 배에서 소리 난 걸로 엄청나게 놀릴 줄 알았는데, 작게 숨을 내쉬며 다시금 꾸르륵거리는 배에 힘을 잔뜩 주려는 순간 그가 이어 한마디를 더 했다.

 

 

 

 “소리가 너무 커서 나까지 배가 고파지네.”

 

 

 

 정확하게 내 배를 가리키며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그에 힘이 풀린 배에서는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났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파서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 배에서 소리도 날 수가 있지!!”

 

 “그래, 날 수도 있지. 누가 뭐래?”

 

 “그…. 그쪽이!!”

 

 “내가 뭘? 나는 그냥 배가 고파진다는 말밖에 안 했다?”

 

 

 

 무표정으로 제 배를 톡톡 가리키며 말을 하는 민유하에 걸음을 재촉했다. 신유연! 그냥 입이라도 다물고 있으면 반이라도 갔을 텐데, 거기서 왜 발끈해서는! 부끄러움에 추위도 잊은 와중에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는 쥐구멍을 또 찾게 했다.

 

 

 

 

 

 즉석 꼬지를 먹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꼬지는 다 팔리고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컵라면, 핫바, 주전부리 몇 개를 샀는데 금세 만원이 넘었다. 천 원짜리 두 개를 더 챙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접어뒀던 지폐를 펴서 건넸다. 민유하는 1.5L짜리 생수만 네 병을 샀다. 물 먹는 하마도 아니고, 배고파서 편의점 왔으면서 왜 물밖에 안 산대?

 

 

 

 “그것밖에 안 사? 배 엄청 고파 보이던데”

 

 “이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얄밉게 핫바를 내 앞으로 흔들어 보인 뒤에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민유하에 계산이 끝난 젤리를 뜯어서 입으로 쑤셔 넣었다.

 

 

 

 “배 많이 고픈 거 맞네”

 

 “……. 이건 그냥 당이 떨어져서 먹는 거거든요!”

 

 

 

 그렇다고 해줄게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민유하에 눈으로 슬쩍 그를 째려보며 온 힘을 다해서 젤리를 씹었다.

 

 근데 물밖에 안 사요? 그렇게 많이 살 거면 배달을 시키지 그래요? 계산대에 놓인 물병을 툭 건드리며 그에게 불만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원래는 두 개만 사려고 했는데, 짐꾼이 생겨서”

 

 “짐꾼?”

 

 “응”

 

 “…. 그 짐꾼이라는 거 설마…. 나?”

 

 

 

 뭘 당연한 걸 묻고 그러냐는 듯 내 품에 생수 두 개를 툭 안겨준 민유하는 전자레인지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설마 진짜 나보고 이거 두 개 다 들라는 건 아니죠?”

 

 “먼저 도와주겠다고 한 건 너다.”

 

 “아니 생수 살 줄 알았으면 내가 안 그랬지.”

 

 “배에 먹을 것 좀 채워 넣었다고 양심도 팔건 아니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바를 입에 문 그는 아르바이트생이 비닐봉지에 넣어준 생수병을 들고는 편의점을 나갔다.

 

 헐…. 양팔에 낀 생수 두 병을 어이없게 쳐다보다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인사를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꼬지라도 샀으면 내가 더 억울하지….

 

 

 

 "내가 짐꾼이야 뭐야, 빨리 안 받아요?!"

 

 "짐꾼 맞잖아. 너. 사람이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 된다.”

 

 

 

 허 참, 헛웃음을 뱉었지만, 민유하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그저 빨리 오라며 손짓할 뿐이었다. 사람이 어떡하면 저렇게 얄밉게 말을 하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혼자 왔지. 뒤늦은 후회를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골목에 울리는 헉헉대는 내 거친 호흡에 두 발짝 앞서서 걷고 있던 민유하가 나를 돌아보며 무겁냐? 하고 한마디를 했다. 그럼 무겁지, 이게 가볍겠어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 그를 눈에 힘을 잔뜩 주고는 쳐다보았다. 그리고 양심이 있으면 하나는 가져가라고 눈으로 양팔에 끼고 있는 생수를 가리켰다.

 

 

 

 “하나는 내가 들어줄게.”

 

 “….”

 

 

 

 그가 받아간 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비닐봉지였다.

 

 

 

 

 

 “장난하는 거죠?”

 

 “아니”

 

 “…. 아 진짜 민유하 진짜 얄밉다.”

 

 “야 내가 오빠거든”

 

 “네네 그래서 어쩌라고 민유하, 내가 다시는 너랑 편의점같이 안 간다.”

 

 

 

 엘리베이터에서 그가 삐쳤냐? 하고 말을 걸어왔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함보다는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던지듯이 그에게 생수를 안겨주고는 그가 들고 있는 내 비닐봉지를 낚아챘다.

 

 

 

 “라면 먹고 자면 부으니까 반만 먹고 자”

 

 

 

 뭔 상관이래 남이야 부어서 복어가 되는 말든.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드는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도어락 비번을 누르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너 또 편의점 갔다 왔냐?"

 "너가 아니라 언니야.”

 “지가 언니는 무슨.”

 

 

 

 거실에는 지연이가 나와 있었다. 팔짱을 끼고서 나를 보며 가소롭다는 웃음을 지은 지연이는 곧 내 손에 쥐고 있는 비닐봉지로 시선이 옮겨졌다.

 

 

 

 “또 라면 먹냐, 너 그러다가 일찍 뒤진다?”

 

 “….”

 

 “네가 싫지만 그래도 일찍 죽으면 심심하니까, 라면은 적당히 먹고 자라.”

 

 

 

 내 어깨를 툭 치고는 지연이는 제 방으로 들어갔다. 지연이는 나를 언니로 보지 않았다. 지연이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에 불과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밤새 뒤척이느라 늦잠을 잤다. 결국 어젯밤 편의점에서 음식은 비닐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로 침대 밑을 뒹굴었다.

 

 

 

 방에서 나오는데 공기마저 적막하였다. 현관에 다가갔더니 내가 신던 얼룩진 운동화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또 어딘가로 여행을 간 듯싶었다. 어쩐지 어제 평소보다 빨리 자는 것 같더라니…. 지연이는 금요일이 공강이었으니까,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

 

 

 

 엄마에게 어디 가셨어요? 하고 문자를 보냈으나 답은 오지 않았다.

 

 지연이로부터 [나 지금 엄마랑 바다에 옴 집 잘 지키고 있어라] 라고 온 문자와 사진에 진짜 나만 빼고 또 여행을 간 걸 확인받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었으나 그 어디에도 내가 낄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있는 건 너무 공허해서 집 앞에 있는 공원이라도 나왔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이 공원에는 아빠와는 추억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아빠는 나를 가족으로 인정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연이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했기에, 아빠는 엄마에게 못 받는 사랑까지 합쳐서 내게 사랑을 줬다. 그때 아빠가 내게 준 사랑은 너무도 달콤했고 따뜻했다.

 

 

 

 하지만 이제 그 따뜻함도 식어갔다. 아빠의 부재는 내게 너무도 크고 무서웠다. 더는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없다는 사실에 오른쪽 손목이 시큰거렸다.

 

 

 

 다시 활을 잡지 못하는 건 다 내 마음 때문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무사히 수술이 잘 끝났고, 재활 치료도 잘 됐는데 내게 활을 잡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트라우마를 이겨야 다시 활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의 미소는 지금도 이 순간에도 나를 괴롭혔으니까.

 

 

 

 

 

 떨리는 손목을 반대 손으로 움켜잡았다. 찬 바람에 손을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식어버린 손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았다.

 

 

 

 다 식어가는 체온을 다시 따뜻하게 데워준다면, 말라버린 오아시스를 다시 채워준다면 그렇다면 더는 손이 떨리지 않을까?

 

 

 

 

 

 “오빠, 연애하면 간섭 안 한다고 했잖아! 근데 숨 막히게 왜 이래?”

 

 “…. 내가 언제까지 다른 남자 만나는 것까지 이해해줘야 해?”

 

 “내가 사귀는 사람은 오빤데 그게 뭔 상관인데! 됐어, 연락하지마.”

 

 

 

 씩씩거리며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걸어가는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보면 안 될 장면을 목격했다는 생각에 서둘러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으나 발이 떼어지지는 않았다. 덩그러니 남아서 뒤통수를 거칠게 헤집고 있는 남자에 그냥 아무것도 못 본 척 지나갈 수 없었다. 혼자 남은 남자가 내 처지와 너무 비슷해 보였다.

 

 

 

 “저기, 이거 드세요.”

 

 “….”

 

 “젤리인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외로울 때 먹으면 좀 괜찮아지더라고요.”

 

 

 

 마주한 남자의 눈빛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외로움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젤리를 꺼내 남자에게 주었다. 받지 않으려는 남자의 손에 억지로 젤리를 쥐여주고서야 공원을 뜰 수 있었다. 엄마에게 외면받을 때마다 누군가가 위로해줬으면 하고 바랐으니까, 버림받은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되지도 않는 오지랖을 부렸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조한나 19-07-16 14:01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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