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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과거 살인
작가 : 커트코베인0903
작품등록일 : 2018.12.28

내가 살아남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
그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1) 파괴된 삶
작성일 : 18-12-28 13:28     조회 : 375     추천 : 1     분량 : 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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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 교양학부에서 물리학 수업을 맡고 있는 시간강사 근태는 학생들 사이에서 괴짜 교수로 불리고 있었다.

 

 수염은 깎지 않은 채 덥수룩하고 머리도 간신히 감고만 나오고 제대로 빗질도 하지 않은 게 티가 났다.

 

 걸쳐 입고 있는 오래된 정장은 정말 봐줄 사람 하나 없이 대충 입고 나온 듯 낡고 초라했다.

 

 커다란 안경을 걸친 초점 없는 눈은 누구와도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잔뜩 구겨져 있는 걸로 보이는 사람, 그게 바로 현재 2018년의 명 근태 교수의 모습이다.

 

 명 교수에겐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12년 전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었다.

 

 아내와 딸은 살해당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2006년 12월 24일, 그의 집에 정체불명의 괴한이 들이닥쳤다.

 

 괴한은 커다란 족적만을 남긴 채 아내와 어린 딸을 살해하고 사라졌다.

 

 현장엔 범인의 지문 하나 나오지 않았고 족적을 이용해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현장에 남아있던 범인의 발 사이즈는 280mm, 남자 평균 발 사이즈를 웃도는 크기였다.

 

 당시 살인 현장 바닥에 찍힌 발자국 모양과 형태를 통해 신발이 나이키에서 새로 나온 신상이란 건 알아냈지만 그 당시 나이키의 신상 제품은 전국적으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못했다.

 

 그리고 근태의 삶은 파괴되었다.

 

 

 

 근태는 그 날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시절 근태의 나이는 38살, 이제 막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수원대학교에 강사 자리를 얻었을 무렵이었다.

 

 그의 목표는 당연히 정교수였다.

 

 정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있었다.

 

 물리학과 학과장에 그의 중학교 선배 최 재성 교수가 있었다.

 

 그는 최 재성 교수에게 “선배님, 선배님.”하며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2006년 12월 24일, 그 날은 종강회 겸 송년회가 있는 날이었다.

 

  “내일 모임 꼭 올 거지?”

 

  최 재성 교수가 물었다.

 

 그는 반들반들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럼요.”

 

  그 시절 그는 마당이 넓은 2층짜리 집에 살고 있었다.

 

 그가 결혼한다고 하자 그의 부모님이 선뜻 마련해준 집이었다. 아내는 마당이 있어 좋다고 했다.

 

  “서주야.”

 

  신 서주. 그게 그의 아내 이름이었다.

 

 아내와는 대학 시절 미팅으로 만났다.

 

 물리학과인 그와 무용학과인 그의 아내는 미팅 이후로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윽고 그가 유학을 가게 될 무렵 결혼을 하게 되었다.

 

  예진이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소중한 딸이었다.

 

 예진이 다섯 살이 된 2006년 한국에 들어왔고 수원대학교 시간강사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정교수가 되기 위해 근 일 년을 학과장 최 재성 교수에게 잘 보이고 12월 24일 송년회 모임에 가게 된 것이었다.

 

  “여보,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알지?”

 

  그가 넥타이를 매주는 아내에게 물었다.

 

  “그럼요.”

 

  그의 아내가 그를 안아주며 말했다.

 

  “잘 하고 와요. 난 당신 믿으니까.”

 

  그는 그 날의 아침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만일 그 날 약속을 취소하고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 날 예진이는 정오가 되도록 쿨쿨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나오며 말했다.

 

 “오늘 늦을 거야. 자정 넘어서 들어올지 몰라.”

 

  “알았어요.”

 

  문을 열고 나오는데 누군가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옆집에 살던 남자였다.

 

  그의 집은 커다란 마당이 있는 대문 안에 그가 살고 있는 2층 집과 거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허름한 단칸방 집이 있었다.

 

 하나의 대문 안에 두 개의 격차가 큰 집이 있는 셈이었다.

 

 이전 주인이 아마 세를 놓았던 것 같아서 그도 그 허름한 단칸방 집에 세를 놓았다.

 

  다섯 살 남자아이를 둔 30대 초반의 남자가 집을 계약하겠다고 찾아왔다.

 

  “김 병수라고 합니다.”

 

  남자는 자기소개를 하더니 품안에 안고 있는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는 지성이에요, 김 지성.”

 

  보증금 100에 월 20만 원.

 

 그게 남자가 지불할 수 있는 조건의 전부라고 했다.

 

 그의 가족은 그렇게 계약을 했다.

 

 돈 욕심이 컸던 것도 아니었고 본채와 동떨어진 단칸방 집이 워낙 낡고 초라했기 때문이다.

 

 벽돌로 지어지고 특수 섀시로 방음과 방한이 되는 그의 집과 달리 단칸방 집은 슬레이트 지붕에 석회로 지어진 집이었다.

 

 창고로나 쓸 만했는데 방 한 칸에 그래도 부엌과 화장실이 딸려 있어 살림집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그가 문을 열고 옆집 나오자 남자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옆집 남자는 자신의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이었다.

 

 남자는 담배를 다 피웠는지 담배를 비벼 끄고는 단칸방 셋집으로 들어갔다.

 

 그의 아들 울음소리가 얼핏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집을 나온 그는 학과장인 최 재성 교수의 아파트로 향했다.

 

 그 날은 최 교수의 이삿날이었다. 그가 이사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잘 보이기 위해서.

 

 “뭐하러 왔어. 고생스럽게. 안 와도 된다니까.”

 

  최 교수의 말에 그가 넉살 좋은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이따 어차피 송년회 있어서 끝날 때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빨리 끝내고 편하게 가시죠.”

 

 “원, 사람도.”

 

  그는 이삿짐센터 사람들과 섞여 이사를 도왔고 송년회가 있는 술집으로 학과장 최재성 교수와 향했다.

 

  “오셨습니까, 학과장님.”

 

  그가 학과장과 함께 안으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박 승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승현은 그와 같이 물리학과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었고 승현 역시 정교수 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둘은 경쟁상대였다.

 

 둘은 명문인 진성고를 같이 졸업하고 같이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왔다.

 

 졸업하고 그는 유학길에 올랐지만 승현은 수원대학교에서 석 ‧ 박사를 마쳤다.

 

 엄밀히 말해 승현은 집이 가난해 돈이 없어 유학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승현은 일찌감치 노선을 정했다.

 

 수도권의 작은 대학에서 석 ‧ 박사를 취득하고 그곳에서 대학 교수 자리를 따내자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대학으로 근태도 온 것이었다.

 

  근태는 외국에서 받은 학위로 교수 자리를 쉬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팍팍했다.

 

 시간당 3만 원짜리 교양 수업 강자 자리도 겨우 얻은 것이었다.

 

 근태는 다행히 평소 친분이 있는 학과장 최 재성 교수와의 인맥을 통해 정교수 자리를 꿰차려 하고 있었고 승현은 그 모습을 불안히 바라보고 있다.

 

  ‘정교수 자리에는 내가 들어가야 해.’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게임에선 근태가 이겼다.

 

 2차를 가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근태는 최 재성 교수를 보았다.

 

 최 재성 교수는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를 본 최 재성 교수가 가까이 오라며 손짓을 했다.

 

 그가 최 재성 교수의 옆으로 가 소변을 보고 있는데 최 재성 교수가 말했다.

 

 “걱정 마. 이번 정교수 자리는 자네 것이 될 테니.”

 

  분명 바라고 기대하던 것이었지만 그는 시치미를 떼고 감격한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그러자 최 재성 교수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족한 것이야…채워 가면 되고.”

 

  그때 근태는 알지 못했다.

 

 최 재성 교수가 말한 ‘부족한 것은 채워간다’는 것이 로비를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최 재성 교수에게 로비를 하고도 배신당하여 정 교수 자리를 빼앗긴 승현이 화장실 칸 안에 있다는 것을.

 

 승현은 최 재성 교수에 대한 배신감과 근태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었다.

 

  ‘네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나의 앞길을 막다니.’

 

  학창시절부터 근태와 승현은 라이벌이었다.

 

 둘은 친하지도 않았고 서로를 경쟁상대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표현 안 했지만 둘은 서로를 내켜하지 않았다.

 

 악연은 다시 이어졌고 승현은 지금 막 악연의 줄에 다쳤다.

 

 승현은 차마 화장실 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침묵하고 앉아 있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온 근태는 주점 계단에 서서 집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시간은 밤 열 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벌써 자는 건 아닐 테고.’

 

  오늘이 정교수 채용의 열쇠를 쥔 중요한 모임이라는 걸 아내 서주도 알고 있었다.

 

 결과가 궁금해서라도 자지 않고 기다릴 여자란 걸 그도 알고 있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시각 그의 아내는 이미 딸 예진과 함께 집에서 살해당했다는 것을.

 

 그 시각 집에는 살인범이 있었다.

 

 살인범은, 울리는 전화벨이 끊어질 때까지 바라본 다음 피가 묻은 족적을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다.

 

 

 
작가의 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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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나 19-02-09 07:23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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