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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다시 봄날
작가 : 엠제이
작품등록일 : 2018.12.24

-세상의 평안과 다가올 봄날을 위해-

허무주의의 극복.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기까지의 성장 이야기.

'우린 모두 살아가는 걸까? 죽어가는 걸까?'

 
[1]
작성일 : 18-12-24 22:08     조회 : 432     추천 : 1     분량 : 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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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깜짝 놀라 두 눈을 떴다. 알람을 끄는데 짜증이 밀려왔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 이었다. 다시 누워 잠을 자고 싶었지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간밤에 꾼 꿈을 떠올렸는데 군데군데가 흐릿하다. 대략 5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니 하품이 나왔다. 더 자고 싶다는 욕구가 온몸을 휘감았다.

 곧바로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부엌에선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났다. 냄새를 맡아도 식욕이 돋지 않았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 엄마에게 등짝을 맞기는 싫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 옷장에서 교복을 꺼내 입었다. 잠이 덜 깬 상태라 휘청거리며 식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엄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는 손바닥으로 내 등짝을 후려쳤다.

 "아! 알았어." 뭘 알았다고 한 건지 모르겠다. 지옥 같은 아침이다. 오늘도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아침밥을 먹어야 했다. 밥을 먹는 것인지 잔소리를 먹는 것인지.

 학교로 가는 길은 역시 순탄치 않았다.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 내부의 산소농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자본주의가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이라면 아침 출근길 버스는 하품이 하품을 부르는 시스템인가 보다. 버스 손잡이를 붙잡아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붙잡을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붙잡고 있어서, 내가 잡을 수 있는 건 앞좌석의 손잡이 뿐이었다. 인생에서든 버스에서든 손잡이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잠에서 덜 깼다는 증거다.

 지옥행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향했다. 2학년 교실은 3층이다. 3층…….올라갈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씩씩거리며 반에 들어온 나는 가방을 책상위에 휙 던져두고 잠시 숨을 돌렸다. 고개를 돌려 교실 뒤 시계를 보니 1교시 수업 15분 전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석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수업시간 전까지 입시에 대해 말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보였다. 잔소리도 했다. 성적이 좋으면 이런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선생님은 냉담하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너 숙제했어?" 유난히 커 보이는 뿔테안경을 낀 병호가 말했다.

 "숙제? 무슨 숙제?"

 "다음 수업 영어잖아."

 "1교시 수업이 영어야? 당연히 미리 해뒀지."

 "빨리하고 줄 테니까 좀 보여주면 안 될까?"

 "싫은데." 나는 장난 칠 요량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아! 제발, 이따 매점에서 맛있는 거 사줄게."

 병호의 제안에 나는 조용히 영어 교과서를 건넸다. 사실 숙제라 해봤자 별 거 없다. 금방 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다. 학교 영어 수업은 수능에 비해 쉽다. 영어 교과서도 그렇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부리나케 책을 베끼던 병호는 종이 치자 더욱 열을 올렸다. 다행히 선생님의 도착과 동시에 숙제를 마친 듯하다.

 "봤냐? 오졌다."

 "응. 못 봤어." 내가 무심히 말하자 병호는 웃으며 뭐라 욕을 했다.

 지루한 수업들이 이어지고 어느새 4교시가 되었다. 친구들은 곁눈질로 시계를 보며 선생님의 눈치를 봤다. 수업이 끝나면 발 빠른 친구들은 급식실로 달려간다. 나는 조금 기다렸다가 줄이 짧아졌을 때 가는 편이다.

 매점에서 간식을 사준다고 약속한 병호를 데리고 급식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늦게 갔는데도 불구하고 급식소는 거의 만석이었다. 메인메뉴는 불고기였다. 맛은 그저 그랬다. 급식소에 있는 친구들은 급식에 대해 불평을 했다. “양이 적다”혹은 “메뉴가 만날 똑같다”라고 말이다. 병호도 역시 맛을 보더니 “개 맛없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어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은 아래층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4명의 학생이 신나게 떠들며 올라오고 있었다. 두 명은 우리 반 아이였다. 4명 모두 바지통을 줄여 발목이 허옇게 보였다. 우리학교 노는 애들이다. 저 애들은 적당히 무시하며 피해야한다. 얽히지 않는 게 좋다.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다. 똥을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진 않지 않는다.

 "가자." 병호가 매점에서 남은 빵을 입안에 쑤셔놓고는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

 "다 먹고 말해."

 "다 먹었어. 가자."

 교실은 본관 3층에 있다. 매점이 있는 건물에서 본관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체육관 뒤쪽에 있는 좁은 지름길과 체육관 앞으로 돌아가는 길.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애들은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노는데 보통 빠르게 가려고 큰 길로 간다. 나는 보통 독서실에 들려 책을 읽거나 교실로 돌아가니, 주로 좁은 지름길을 이용한다. 오늘도 지름길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방향에서 되돌아오는 친구들이 보였다. 그 이유를 입구에 다다라서 알게 되었다. 방금 매점에서 스쳐 지나간 4인방이 누군지 모를 한 친구와 낄낄대며 서있었다.

 "야! 그냥 돌아가자." 병호가 급박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잠깐만." 녀석들이 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멀리서 얼핏 보면 그저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 수 있다. 장난을 가장한 괴롭힘이다.

 "쟤 우림이야. 신경 꺼."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너 미쳤어? 쟤들이 저러는 거 한두 번이야? 괜히 꼽사리꼈다가는 너만 손해야. 그리고 뭘 어떡하게?"

 "그래도……."

 "너도 같이 얻어맞게?"

 "내가 저런 애들한테 맞을 거 같으냐? 선생님한테 얘기할까?"

 "너 그러는 순간 학교생활은 끝나는 거야. 빨리 가자니까!" 병호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알았어. 가자" 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나의 양심의 온도는 딱 관심을 가져주는 정도였다. 행동까지 이어지지 않는 정도였다. 사실 모두들 그랬다. 우리 중 누군가가 또 다른 우림이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쟤네는 건들지 마." 병호가 속삭였다.

 "나도 알아."

 아침에 엄마에게 알겠다고 대답한 뒤 또 그에게 안다고 대답했다. 난 그저 그래야 한다는 사실만을 알뿐이었다. 모두들 다 안다고 그렇게 대답했다. 교실로 돌아오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귀에서 녀석들이 내뱉은 욕과 웃음소리가 뒤엉켜 맴돌았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오후의 하굣길, 책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날, 난 신발을 갈아 신고 있었다.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와서 그 방향의 유리문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은 주차장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에서 누군가 흠씬 얻어맞고 있었다. 두 명의 학생이 같은 반 친구를 발로 밟고 있었다. 나는 정의감에 곧장 달려가 한 놈의 등을 발로 걷어차 넘어트렸다. 넘어진 아이는 팔꿈치로 아스팔트 바닥을 짚었는지 피가 흘렀다. 옆에 서있던 놈은 어떤 미친놈이냐고 소리쳤다. 나는 곧바로 나머지 놈에게 보기 좋게 주먹을 갈겼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땀내가 진동하는 여름날, 나는 청소로 봉사시간을 보내야했다. 친구를 돕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항변하기는 했지만 어른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 일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선의의 행동이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현명하게 도우라 말씀하셨다. 나는 “현명한 게 뭔데?”라고 물었고 엄마는 “한 번 더 생각하는 거.” 라고 답했다. 나는 엄마의 바람대로 현명한 겁쟁이가 되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때 하나둘 친구들은 교실로 돌아왔다. 그 녀석들은 황당하게도 우림과 친한 척 어깨동무를 하면서 들어왔다. 우림이의 표정이 어색하고 불편해 보였다. 그들은 뒤에 비어있는 다른 학생들의 자리에 앉았다.

 "야! 다음 수업 뭐냐?" 그들 중 제일 덩치 큰 녀석이 말했다.

 "수학이야." 우림이 말했다.

 "아! 시발, 담임 시간이야."

 "잠도 제대로 못자겠네." 다른 한 아이가 말했다. 우림은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 하자 진영은 그의 교복셔츠 끝자락을 붙잡아 다시 앉혔다.

 "이제 수업 시작하는데…" 우림이 진영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어깨가 아파서 그러는데 좀 주무르다가 담임 오면 가."

 우림은 군말 없이 진영의 어깨를 주물렀다. 주위 친구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바뀐 건 사람이지 상황은 아니나 보다. 그런 상황이 익숙해져버린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떠들었다.

 "진짜! 창피하다." 나의 무모한 정의감이 끓고 있을 때,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 탓에 모두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이 돌렸다. 한 여학생이 뒷문으로 들어와서는 한참 우림이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이 입에서 맴돌았으나 생각나지 않았다. 병호가 얘기해주기를 그녀가 모범생이라고 했던 것 같다.

 "왜 내가 너 같은 애랑 같은 학교에 다녀야 하는 거야?" 그녀는 따지듯이 말했다.

 "나?" 두리번거리며 덩치 큰 녀석이 말했다. 이름은 아마 이진영이다.

 "그래, 너! 걔 좀 놔주지?" 그녀는 우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뭘 놔줘?" 그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자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쟤 보내주라고." 잠시 숨을 고르며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얘는 그냥 내 어깨를 주무르는 건데?" 그녀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그녀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문 닫아."

 "문을 왜 닫아? 야! 닫지 마."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말했다.

 "닫아!" 큰 소리로 그녀가 외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앞자리 친구는 눈치를 보며 스리슬쩍 문을 닫았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딴 짓을 하고 다녀?"

 "지랄하네." 진영이 말하자 옆에 있는 녀석이 킥킥대며 비웃었다.

 "장난 같아?"

 "장난이 아니면 뭔데? 내가 얘를 줘 팬 것도 아니고."

 "지랄하고 있네, 진짜. 덩치만 큰 비겁한 새끼가." 의외의 센 욕설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욕은 평소 그녀의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영이 그 말에 화가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의 의자를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시발, 시비 걸려면 네 엄마한테나 걸어! 네가 직접말해 김우림. 네가 좋아서 했다고, 병신아."

 우림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실에는 침묵이 흘렀지만 험악한 분위기마저 침묵시키진 못했다. 그러나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그 침묵을 깼다. 다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했을 것이다.

 "선도회에서 네 부모님 모셔올 준비나 해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진영은 그녀의 등 뒤에서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들을 내뱉었다. 종이치자 곧바로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수업이 시작되고 친구들이 자꾸만 하연과 진영의 눈치를 보자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현명해진 겁쟁이가 나설 기회였다. 나는 과거 엄마가 충고한데로 한 번 더 어떻게 말할까 생각하면서 선생님을 바라봤다. 선생님도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는 걸 느끼셨는지, 나를 보고는 괜찮다는 무언의 사인을 보냈다.

 "쉬는 시간에 싸운 애들이 있어서요." 고자질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나쁜 일도 아닌데 뭐 어떤가.

 "싸워? 누가?"

 "크게 싸운 건 아닌데……."

 "우림이가 따돌림을 받아서……제가 그러지 말라고 얘기했더니, 오히려 저한테……" 아무 말도 안하던 그녀가 내말을 끊고는 말했다.

 "무슨 일이야? 괴롭힌 애들이 누군데?"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물었다.

 "저요. 따돌림은 아니에요." 진영이 말했다.

 "누가 봐도 따돌림 맞아요." 그녀가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라고!" 이후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 것을 난 들었다. “시발, 진짜 개지랄하네.”

 "이렇게 목격자가 많은데도 거짓말을 하네요."

 설전은 이어졌다. 진영은 "우림은 모두 나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다."라고 말도 안되는 항변을 했으며 그녀는 "그건 부탁이 아니라 무언의 협박이야."라고 주장했다. 선생님은 묵묵히 그 둘의 설전을 지켜봤다. 그러다 그 둘에게 그만하라고 제지했고 두 사람과 우림, 그리고 내게 수업이 끝나고 남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녀는 같이 괴롭힌 애들이 또 있다며 그 애들까지 남게 되었다. 그런데 나까지 남으라고 해서 조금 당황했다. 괜히 사건에 휘말려 집까지 소식이 전해지면 난 또 엄마에게 등짝을 원 없이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병호는 나를 보더니 마구 웃었다. 그러게 왜 나섰냐고 그는 물었다. 나는 그냥 할 말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종례가 끝나고 병호는 치사하게 먼저 가버렸다. 사건에 관계된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갔다. 선생님은 나머지 애들은 놔두고 나만 따로 부르셨다. 나와 이 일에는 상관이 없으니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는 점심시간에 병호와 목격한 일과 교실에서의 일을 설명했다. 선생님은 사실관계 정도만 물었다. 물음에 모두 답하자 집에 돌아가도 좋다고 하셨다. 그게 전부였다. 전부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후련하지 않았다.

 나는 버스를 타고 독서실로 향했다. 하교시간에는 항상 버스에 사람이 많았지만 교무실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덕분에 편안히 갈 수 있게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난 야간자율학습을 그만뒀다. 불편한 학교 의자에서 벗어나 안락한 독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훨씬 허리가 편해지고 공부도 더 잘되는 기분이 들었다. 성적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 다른 독서실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위치에 있는 독서실은 집과 조금 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집과 멀지 않은 독서실을 탐색중이다.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 앞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 주변은 네온사인으로 반짝였다. 오늘은 대충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때우려한다. 평소에는 근처에서 학원을 다니는 병호와 같이 먹었지만 오늘은 조금 늦어서 혼자 먹기로 결정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은 뒤 기다리는 동안 김밥을 우걱우걱 먹었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리는 걸 느껴 꺼내보니 엄마였다. 왜 저녁을 편의점에서 해결 하냐며 걱정했다. 나는 괜찮다며 적당히 둘러댔다.

 독서실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었다. 저녁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서 졸음이 몰려올게 뻔했기에 신나는 곡으로 틀었다. 내게 음악은 귀로 먹는 카페인과 같다. 무언가 집중할 일이 있으면 음악을 듣는다. 멜로디가 반복되는 곡들은 듣지 않는다. 책보다 음악에 집중하는 일이 없도록. 중간에 자꾸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내가 할 일을 그녀가 대신 한 것 같았다. 옳은 일을 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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