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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막장의 전설
작가 : 망아지
작품등록일 : 2018.12.20

[오늘 저...언니 남편이랑 헤어졌어요ㅋ] 남편의 내연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적어도 C컵은 돼 보이는 여자에게 안겨 있는 남편의 사진. 막장에 막장을 더하는 현실 속에 시작된 이혼 소송. 지수의 인생에도 사이다 전개, 로맨스가 찾아올까?

 
인간은 쾌락과 고통을 번개처럼 계산하는 계산기
작성일 : 18-12-20 20:28     조회 : 367     추천 : 0     분량 : 5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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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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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4시.

 정각에 냉정하게 울리는 휴대폰 알람 소리에 지수는 몸을 뒤척였다. 간신히 눈을 뜬 그녀는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불 꺼진 부엌으로 걸어갔다.

 

 커피믹스 3봉에 물은 조금만 넣으니 제법 쓰고 진한 인스턴트커피가 되었다.

 

 "하아..."

 온몸이 저릿저릿하게 느껴지는 피곤함에 무거운 숨을 뱉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지수는 전업주부를 하면서 4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시어머니랑 시누이가 날 또 얼마나 비웃을까.'

 

 그녀의 귓가에 시어머니의 음성이 울린다.

 "너도 참 답답하다. 머리가 나쁘면 10년을 해봐야 안 돼."

 

 빠질세라 거드는 시누이.

 "언니, 인터넷 강의도 비싸다던데 얼마야? 책값이 아깝네."

 

 사실 지수는 하루 종일 집안 일과 육아를 하느라 바빴다. 쉬면서 피곤함을 풀어야 할 시간에 그녀는 책을 폈다. 공무원이 꼭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녀는 그저 자신감을 좀 얻고 싶었다.

 

 반듯이 다려진 옷을 입는 것. 책 한 권이 딱 들어갈만한 작은 핸드백을 어깨에 매는 것. 한 손에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고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것. 이런 사소한 일들이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하지만 현실은 목이 늘어나고, 잦은 세탁에 색이 바랜 티셔츠차림 이었다. 그녀는 꾸민다 해도 마땅히 갈 곳도, 봐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더 슬펐다. 반쯤 풀린 눈으로 동영상 강의를 보던 지수는 작게 읊조렸다.

 

 "원래 내 꿈은 작가였는데...로맨스 소설 작가."

 

 형편상 대학은 나오지 못했어도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습작을 썼다. 결혼 후에도 처음 몇 년은 공모전 준비를 꾸준히 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기 전까지.

 

 로맨스 소설인 줄 알고 산 책이 '사랑과 전쟁'일 줄이야.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이라 여겼던 영준은 바람만 두 번 피고, 지금은 지방근무를 하며 3주째 집에 오지 않고 있다.

 

 "오늘 아비 오는 날 아니냐?"

 시어머니가 문을 빼꼼히 열고 그녀에게 물었다.

 

 "네, 오늘 와요. 어머니."

 "오랜만에 오는데 영준이 좋아하는 반찬이랑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새벽 5시 반, 꼭두새벽부터 반찬타령이라니 지수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네, 그이 좋아하는 갈비찜이랑 잡채랑 할 거예요."

 "이참에 아들 하나 맹글면 좋겠네."

 

 시어머니의 아들 손자 타령은 멈출 줄을 몰랐다. 지수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시어머니라 해도 이런 말에 그녀는 수치심을 느꼈다.

 

 시어머니는 방을 나가려다 말고 책상으로 눈을 흘겼다.

 

 "지겹다. 시간 낭비, 돈 낭비!"

 

 ***

 

 지수가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하니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 나 지금 KTX 안이야. 7시쯤 도착하겠네."

 영준의 목소리는 중저음에 나긋나긋했다.

 

 "응응, 조심해서 와요."

 "가면서 뭐 사갈까? 우리 수아 뭐 먹고 싶은 거 없대?"

 "수아는 용산역 바로 앞 빵집에 크림 바게트 좋아하잖아요. 그거 사와요."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들르는 남편이 밉다가도 딸을 생각하는 모습에 꽁했던 마음이 금세 풀어졌다. 지수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갈비찜과 잡채를 서둘러 만들기 시작했다.

 

 

 "오~ 맛있는 냄새!"

 방에서 영준의 동생 은지가 나오며 말했다. 올해 하반기 공채에 모두 떨어진 시누이는 발리로 힐링 여행을 다녀왔다. 오로지 10대 기업만 지원한다는 이해 못 할 소신 덕분에 그녀는 졸업 후 4년 동안 취업 준비 중이다. 기분 전환으로 머리도 새로 했는지 탱글탱글한 긴 갈색 웨이브 머리가 돋보였다. 지수는 늘 '아가씨'란 호칭에 존댓말을 썼지만 은지는 늘 지수에게 반말이다.

 

 "언니, 나 오늘 친구 집에서 자고와. 갈비찜 내 거 남겨놔!"

 

 마침 수아가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왔다.

 

 "우와! 갈비찜이다! 오늘 아빠 와?"

 수아가 아빠를 쏙 빼닮은 보조개를 보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수아는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고 눈치가 빨랐다. 모처럼 우리 세 가족이 모이겠구나 싶은 순간 까톡이 울렸다.

 

 [까톡 56개]

 

 '까톡이 56개나? 누구지?'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까톡 창을 여니 남편 영준의 모습이 보였다. 영준은 어딘지 모를 이국적인 곳에서 적어도 가슴이 꽉 찬 C컵은 돼 보이는 여자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진한 키스를 나누는 영상도 있었다.

 

 "어? 사진 아니라 동영상이었네?"

 영상 속 여자는 깔깔대고 웃었다.

 

 밤마다 속삭였던 은밀한 대화내용도 캡처해서 보내왔다

 

 -오빠, 이 사진 어때?

 >사진이 너무 야한 거 아니야?

 -더 야한 것도 보낼까?

 >아잉(이모티콘)

 -내일 만나면 열 번 하자.

 >끄덕끄덕(이모티콘)

 

 지수는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왔다. 이런 순간이 처음도 아니었지만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언니, 저 오빠랑 같은 회사에 다니는 후배예요. 1년 정도 만났고 오늘 헤어졌어요.]

 

 지수는 부엌 귀퉁이에 주저앉아 이름 모를 그녀가 보내는 문자를 봤다.

 

 [언니랑도 해요? ㅎㅎㅎ 집에 가서 얼마나 애처가인척 좋은 아빠인 척 위선을 떨지..가증스러워서 보냈어요.]

 

 "엄마 뭐해?"

 수아가 사색이 된 엄마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오랜만에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네? 수아도 얼른 씻고 밥 먹을 준비하자."

 

 지수는 태연한 얼굴로 미소를 띤 채 수아에게 말했다.

 

 [언니한텐 미안해요. 그래도 지금은 헤어졌고 앞으로도 만날 일 없을 거예요. 언니도 이런 사람이랑 헤어지는 게 낫지 않겠어요?]

 

 삐삐삐삐-

 지수가 마음을 진정할 겨를도 없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빠다!"

 수아가 달려가 영준의 품에 안겼다.

 

 "여보, 나 왔어."

 차마 영준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만 쳐다보고 서 있는 지수에게 수아가 말했다.

 

 "엄마?"

 지수는 아랫입술을 꾹 다물고 영준을 바라봤다.

 

 그의 두 손이 텅 비어있었다.

 

 "수아 바게트는?"

 "아~집에 빨리 오고싶어서 서둘렀더니 깜빡했네! 수아야 미안해. 다음에 꼭 사올게."

 

 지수는 수아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감정을 억눌렀다.

 

 "배고플 텐데 얼른 밥 먹어요. 수아야 밥 먹자."

 

 지수는 평소처럼 영준과 수아의 수저에 잡채와 갈비찜을 올려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있는 힘껏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셋이 TV를 보다가 수아는 먼저 잠이 들었다. 지수는 그제야 억지로 끌어올린 입 꼬리를 내렸다. 억지웃음덕분에 입꼬리 부근이 얼얼했다.

 

 "얘기 좀 해."

 "응?"

 영준은 한 손에는 리모콘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치토스를 집어먹으면서 태연하게 답했다.

 

 "집 말고 밖에서."

 

 "...?"

 

 

 ***

 

 

 지수가 먹색 낯빛을 하고 아파트 단지에 있는 벤치에 앉자 영준은 자신이 저지른 여러 잘못 중에 무엇이 들켰는지 몰라 불안하고 초초한 얼굴이었다.

 

 "오늘은 나가서 자. 집에 들어오지 마."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지수가 두말 않고 바로 휴대폰을 보여주자 영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아...지수야 정말 미안해. 이미 끝난 사이야. 나 곤란하게 하려고 이러는 거야. 너 화날 상황인 거 아는데..."

 

 영준은 허공에 대고 큰 한숨을 연달아 쉬고,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수야, 미안해. 진지한 사이 아니었고 이미 정리 다 했어. 불가능 할 거 아는데 용서해 주라. 잊어 주라. 나 정말 너랑 수아한테 잘 해야겠다 다짐 많이 했어. 나 다시 태어날게."

 

 반쯤 무릎을 꿇은 영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지수가 말했다.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정성껏 하는지 모르겠다. 나 이번엔 당신이랑 진짜 이혼해. 이거 다 증거인 거 알지?"

 

 지수는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화 더 돋우지 말고 가. 당신 나가서 자는 거 좋아하잖아. 이젠 당신이 어떻게 살든 나 신경 안 써. 앞으로 나랑 수아 얼굴 볼 생각 하지마."

 

 지수는 방 안으로 들어와 울면서 책을 폈다. 영준은 지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위해 집에 조용히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 지수는 울면서 오전에 푼 모의고사를 채점했다. 평균 50점. 붉은 빗금이 내린 시험지에 지수의 눈물이 젖어들었다.

 

 "하아...정말 나 너무 한심해."

 인기척에 졸린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연 수아는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잠이 확 깼다.

 

 "엄마, 엄마 왜 울어."

 수아는 지수를 꼭 껴안았다.

 

 "시험 잘 못 봐서 그래? 괜찮아. 시험 못 봐도 괜찮아."

 수아는 조용히 엄마의 어깨를 토닥이고 쓰다듬었다.

 

 지수가 수아의 품에 안긴지 얼마나 지났을까. 수아가 말했다.

 

 "난 이제 엄마가 공부 안 했으면 좋겠어. 공부 말고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일 하면 안 돼?"

 

 '누가 엄마고 딸인지...'

 지수는 딸에게 한없이 부끄럽고, 스스로가 등신처럼 느껴졌다.

 

 "아빠는 어디 있어?"

 "아빠는 근처에 회사사람이 왔다 그래서 잠깐 만나러 갔어. 금방 오실거야. 먼저 푹 자."

 

 지수는 코가 잔득 막혀서 맹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아 줄 바게트도 잊은 인간...애초가 뭐 사오냐고 묻지나 말든가.'

 

 지수는 수아를 재우고 방으로 들어와 스스로를 학대하는 기분으로 까톡을 하나하나 정독했다. 음란한 대화 내용, 사진보다 오히려 평범한 듯 자연스러운 영준의 미소가 더 지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인간은 쾌락과 고통을 번개처럼 계산하는 계산기다.> 그녀는 우연히 본 경제학자의 말을 떠올렸다.

 남편의 배신 앞에서 지수는 늘 계산기가 되었다.

 

 '수아를 위해서 내가 또 참아야 할까?'

 .

 '아니, 과연 내가 참고 살 수 있을까?'

 .

 '이혼한다면...위자료는 받을 수 있을까?'

 .

 '나는 집도, 직업도 없는데 혹시 양육권을 뺏기는 건 아닐까?'

 .

 '이혼하면 수아랑 무슨 돈으로 먹고 살지?'

 

 계산기를 두드릴수록 지수의 마음은 더욱 조여왔다.

 

 그간 딸을 생각하며 참는 게 낫다고 생각한 지수였다. 하지만 오늘 그 공식이 깨졌다. 지수의 고통은 이미 산술이 불가했다. 그녀는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을 닦지도 않고 구직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구직 정보 페이지가 20, 30이 넘어가도록 그녀가 비빌 곳은 없었다.

 

 '고졸에, 직장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고, 애 키우는 이혼녀라니...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지수는 뭐라도 해보는 심정으로 그동안 줄곧 봐왔던 유명 블로거에게 쪽지를 보냈다. 남편의 외도 후 이혼하고 아이와 당당히 사는 멋진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6살짜리 딸을 둔 전업주부예요...]

 

 생판 모르는 남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구구절절 풀어놓았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라 더 편하게 느껴졌다. 유명 블로거니까 답장이 안 올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찰나 바로 답장이 왔다.

 

 [010-4****-7**** 강진혁, 로앤루 로펌 변호사고 제 이혼소송 맡았던 변호사예요. 제 사촌동생이기도 하고. 제가 미리 잘 말해 놓을 테니 내일 가서 상담 받으세요. 금액은 걱정하지 말고요. 전화해서 김유현씨 소개로 전화했다고 하면 잘 해줄 거예요.]

 

 [절대 참고 살지 마세요.]

 

 '이 세상에 대가 없이 나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니...'

 

 지수는 늘 작은 일에도 큰 대가를 치르며 살아왔다. 적당히 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이제 진짜 이혼이다.'

 지수는 흔들리지 않겠노라 마음을 다 잡았다.

 
작가의 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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