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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주와의 발칙한 상상
작가 : 유하란
작품등록일 : 2018.12.15

.

 
1, 어서오세요
작성일 : 18-12-15 15:07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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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작은 몽우리를 드러내며 수줍어 할 땐 언제고 온 세상엔 부끄러움을 털어내고 만개한 꽃들의 향기로 자욱하다. 두꺼운 패딩 위로 긴 목도리 칭칭 감여 매던 사람들도 그것들을 홀홀 벗어던지고는 얇은 카디건 하나만을 걸치고 거리를 활보했다.

 

 꽃샘추위도 이젠 끝났나 보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어 시선을 끄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띄었다. 조만간 짧은 봄이 마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될 것 같았다.

 

 한송이. 어제까지만 해도 칙칙한 검은색 후드 집업과 진청의 스키니진을 고집하던 그녀가 포근한 날씨에 매혹되어 간만에 화사한 옷차림으로 집 근처의 단골 카페를 찾았다.

 

 작은 키에 후드를 뒤집어 써 28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땅꼬마처럼 보이던 평소와는 달리, 얇은 민트색 셔츠와 흰색 면바지를 입어 제법 세련미를 뽐내며 다가오는 송이의 모습에 카페 여사장인 숙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송이 씨, 오늘 좀 예뻐 보인다? 어머, 화장도 했네?”

 

 긴 생머리를 질끈 묶어서 훤히 드러난 송이의 다부진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새 글 시작하려고요. 새 마음으로 신나게 스타트를 끊어야죠.”

 “오! 이제 작업 들어가는 거야? 사인북은 나한테 제일 먼저 줘야하는 것, 알지?”

 “당연하죠. 제 글이 이 집 커피 맛에 술술 나오는 건데.”

 “호호! 순식간에 뚝딱 한 편 나올 수 있게 내가 또 한 잔 기가 막히게 내려줄게.”

 

 숙희가 주방으로 들어가려다 고개를 다시 내밀곤 물었다.

 

 “뭐로 마실래? 따뜻한 아메리카노? 아니면 아이스로?”

 “음……. 카페모카로 한 잔 주세요.”

 

 평소와 다른 주문에 숙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웬일이래? 카페모카를 다 찾고……. 우리 한 작가님, 연애하시나? 입맛이 갑자기 달달해진 게 수상한데?”

 “연애는 무슨. 우리 주인공들 연애시키기 바빠서 난 연애 할 시간 없어요. 대세가 로맨스 코메디라니 이번엔 아주 달달한 얘기 좀 써보려고요. 아무래도 단걸 먹으면 달달한 생각이 좀 나지 않을까요?”

 “그런 심오한 뜻이? 좋아! 내가 아주 달콤하게 만들어줄게. 모카 마시고 예쁜 글도 쓰고 예쁜 연애도 이젠 좀 해서 남자친구랑 같이 카페로 와. 나는 한 잔 파는 것보다 두 잔 파는 게 훨씬 좋다?”

 “어우, 만날 연애하란 소리만 하셔. 완전 친정엄마야!”

 

 송이가 콧잔등을 찌푸리며 툴툴댔다. 그 모습에 숙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가서 앉아있어. 갖다 줄게. 때마침 송이 씨가 좋아하는 자리가 비어있어.”

 “잘됐네요.”

 

 송이는 카드로 커피 값을 결제하고 다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할 세라 급하게 그녀가 즐겨 앉는 의자에 착석했다.

 

 그녀가 앉은 자리는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로, 온통 유리인 카페의 벽면에 테이블이 바짝 붙어있어 의자에 앉으면 카페 밖의 모습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어두운 색으로 코팅된 유리라 햇볕이 적당히 들어와 커피를 마시며 바깥구경하기에 적합해 그녀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자리다.

 

 가방에서 작은 수첩 하나와 검은색 볼펜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수첩의 새 페이지를 펼쳐놓았을 때, 달콤한 카페모카 한 잔이 그녀의 테이블 위에 놓였다.

 

 “언니가 손이 빠른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잘 마실게요.”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반드시 찾아오는 단골손님에 대한 서비스로, 머그컵 위로 휘핑크림이 위태로울 만큼 수북하게 올려 있었다. 새하얀 크림 위에 지그재그로 멋을 낸 초코시럽 이 아낌없이 뿌려져 있는 모습에 벌써부터 입안에 단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송이는 납작한 빨대로 휘핑크림을 야금야금 퍼 먹으며 본격적으로 유리창을 통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근처에는 젊은 층을 위해 지어진 깔끔한 원룸들이, 공원 건너편에는 근사한 오피스텔들과 고층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그러다보니 카페 밖의 거리는 젊은 사람들부터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게다가 황금 같은 주말의 오후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송이는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바깥에서 들여다보았을 때 카페 내부가 어두워 보이도록 코팅된 유리였지만 사람들이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불투명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향한 송이의 시선은 혹여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관찰 당한 사람의 기분이 상할 만큼 집요했다.

 

 모르는 사람과 눈 마주치기를 꺼려하는 요즘, 사람들은 카페 유리창에 시선을 두지 않고 앞만 보며 걷기 때문에 그녀의 시선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덕분에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송이의 시선은 거침이 없었다.

 

 커다랗고 맑은 눈으로 한참을 둘러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멈췄다.

 

 체크무늬 남방의 소매를 걷어 올린 탓에 남자의 팔뚝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탄탄한 근육이 돋보이는 것을 보니 운동깨나 한 듯했다. 손목시계를 찬 그의 손에는 검은색의 얇은 재킷이 들려있었고, 흰색의 타이트한 면바지가 완벽히 어울리는 그 남자의 얼굴은 20대 중반 정도로 앳되어 보였다.

 

 “흐음, 스타일 좋은데?”

 

 남자가 송이에게서 합격점을 받은 순간 펜을 들어 올린 그녀의 손이 거침없이 수첩 위에서 움직였다. 막힘없이 선을 긋다 보니 순식간에 그림이 완성되었다. 인체 비율도 맞지 않는데다가 울퉁불퉁한 선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수첩에 그려진 것은 횡단보도 앞의 남자가 틀림없었다.

 

 송이는 자신의 그림이 만족스러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음, 이 남자는……. 젊고 캐주얼한 스타일이니까, 패션업계에 종사한다 해볼까?”

 

 그녀는 휘핑크림을 한 입 더 물고는 그림 속의 남자를 상대로 초코시럽보다 더욱 달콤한 상상에 빠져들어 갔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남자는 우리나라 패션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의 사장의 아들이었다. 그것도 숨겨진 첩의 아들.

 

 회장님인 할아버지는 고깝게 생각하는 존재였지만 예쁨 받고 자라지 못한 아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사장은 회장을 겨우 설득시켜 아들을 회사에 입사시켰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배워보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그는 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보다 서너 살 많은 정실부인의 아들이 떡하니 본부장 자리에 앉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동생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겠지? 이복형과 본부인으로부터 눈칫밥을 실컷 먹으면서도 철없다 싶을 만큼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의 속마음은 알고 보면 이미 새카매질 대로 새카매진 상태일 것이다.

 

 귀엽고 성실한 그의 옆자리에 이번엔 송이, 자신의 모습을 덧붙였다.

 

 취업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며 이곳저곳 면접을 보다가 겨우 합격통보를 받은 여자의 모습이 상상 속의 송이다. 그러나 그 합격마저도 정사원이 아닌 인턴. 그것이라도 감사하다며 호기롭게 파이팅을 외치며 첫 출근을 했지만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는 직장 상사에 의해 하루 만에 의기소침해진다.

 

 그때 그녀의 우울한 기분을 위로해주고 찬찬히 그녀가 해야 할 일을 되짚어주며 실수하지 않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그림 속의 그 남자. 그렇게 그 둘의 시선에 애틋함이 점점 담겨간다.

 

 “아우, 이 남자 예뻐 죽겠다.”

 

 즐거운 상상에 양 볼이 붉게 물들은 송이는 방금 전 상상했던 내용을 수첩의 그림 옆에 막힘없이 적어나갔다.

 

 “갈등은 남자의 집안을 알고 들러붙는 불여시의 존재와 집안문제 정도. 좀 흔한가?”

 

 송이는 수첩을 다음페이지로 넘겼다. 휘핑크림을 다 먹고 난 후, 벌써 식어버린 카페모카를 홀짝이며 커피 특유의 쌉싸름한 끝 맛을 즐기던 송이의 눈에 또 다른 남자가 들어왔다.

 

 보는 사람마저 덥게 만드는 다림질 잘 된 정장을 빈틈없이 차려입고는 머리카락을 왁스로 거센 바람조차 용납하지 않을 듯이 빳빳하게 넘긴 남자. 송이는 수첩에 그를 옮겨놓았다.

 

 “이번엔 대기업 사장님으로 해볼까?”

 

 아까보다 나이가 더 있어 보이니 제법 어울리겠다 싶었다.

 

 부하직원의 작은 실수 하나 용납하는 것 없는 깐깐한 사장님은 회사 내 화장실에서 직원들의 투덜거림의 주인공이 되긴 하지만, 정확하고 빠른 일처리와 타고난 사업수완으로 동시에 큰 존경도 받는 인물이다.

 

 항시 똑같이 반복되는 그의 일상에 천방지축, 예측 불가능하며 매사에 긍정적인 여자의 모습으로 송이가 등장한다. 작은 주얼리 노점상을 열어놓고 효율적인 마케팅을 고려하기는커녕, 하나를 사면 덤으로 귀걸이를 듬뿍 얹어주는 송이의 모습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나 어느덧 자신과 다르다는 이질감은 그녀만의 특별함으로 인식되고, 자신을 밀어내기만 하는 그녀를 향한 그의 거칠고 이기적인 사랑!

 

 “거친 남자도 매력적이지!”

 

 한차례 더 그녀의 입가에 사랑에 빠진 소녀가 지을법한 사랑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또다시 그녀의 펜이 종이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갔다.

 

 “남자 캐릭터 때문에 글이 무거워질 수 있으려나? 에피소드로 어느 정도 커버한다 치지만, 흠……. 가볍게 써보고 싶단 말이지.”

 

 그렇게 그녀는 거리의 남자들과 두어 번 더 상상 속에서 사랑에 빠져본 후에야 펜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좋아. 이만하면 이번에 새로 글 쓸 때 나쁘지 않겠어. 이제 이 후보들 중 누구를 뽑느냐가 문제인데…….”

 

 로맨스 소설 작가인 그녀는 달콤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소중한 수첩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가면서 상상 속에서 그녀와 사랑을 나눈 남자들을 꼼꼼히 체크했다.

 

 “아무래도 가볍게 쓰려면 집안싸움 같은 갈등을 섞지 않는 것이 좋겠지? 그럼 이 동갑내기가 좋을 것 같은데……."

 

 송이는 대학생 남자가 그려진 페이지를 펼쳐놓은 채 두 팔을 턱에 괴고 입에 물린 빨대를 연신 빨아대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 때의 풋풋한 사랑에서 시작하면 귀여울 것 같고, 갈등은 사회초년생으로서 겪을 게 무궁무진하지. 주인공들 나이가 너무 어린 것 같긴 한데, 뭐 방법 없나?”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정했으나 괜찮은 스토리라인을 뽑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깊은 고민에 빠진 송이는 커피가 바닥을 보이는 줄도 모르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빨대를 습관적으로 계속 빨았다. 그런 그녀에게 숙희가 다가왔다.

 

 “술술 잘 풀려나가는 것 같더니만, 어디 막혔어?”

 “에? 어떻게 아셨어요?”

 “애꿎은 빨대한테 심통 부리고 있기에 알았지.”

 “앗, 죄송해요. 시끄러웠죠?”

 

 그제야 송이는 자신이 내는 소리가 제법 컸다는 것을 깨닫고 사과를 했다.

 

 “카운터까지 들릴 만큼 소리 크진 않았어. 내가 커피 한 잔 더 주려고 왔다가 들은 거지.”

 

 숙희는 송이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려놓았다.

 

 “간만에 단 것 먹고 깔끔한 것 그리워하고 있을까봐 서비스로 한 잔 가져왔지.”

 “와! 언니, 최고!”

 

 안 그래도 우유와 초코의 텁텁함에 아메리카노 깔끔함이 생각이 나던 차였다. 송이는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고는 조심스레 한 모금 호로록 마셨다.

 

 “이 맛에 내가 여길 오지! 도대체 원두에 무슨 마법을 부린 거예요?”

 “비밀! 그나저나 송이 씨, 뭐 먹지 않을래? 저 친구랑 저녁 시켜 먹을 건데 자기 것도 시켜줄까?”

 

 숙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계산대 안쪽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식당 광고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 출근하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있었던 송이는 그제야 바깥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된 것이다.

 

 “앗, 제가 너무 오래 앉아 있었네요?”

 “아니야! 우리가 밥을 일찍 먹는 거야. 시간 그리 늦지 않았어. 지금 먹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먹을 시간이 없거든. 저녁 드신 손님들이 우르르 식후 커피 마시러 오시기 전에 먹으려는데, 송이 씨도 이른 저녁 괜찮으면 우리랑 같이 먹자.”

 “전 일어나봐야 할 것 같아요. 양이 밥 챙겨줘야 해서요. 죄송해요, 언니.”

 

 핑계였다. 그녀의 고양이는 자율급식을 한다. 얼른 집에 가서 오늘 정한 소재로 플롯을 짜두고싶어서였다.

 

 “이런 일로 뭐가 죄송해? 고양이 밥은 챙겨줘야지. 그럼 이 아메리카노는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줄게, 챙겨가.”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괜찮은데…….”

 “내가 내린 이 아까운 커피를 버리게……?”

 

 숙희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송이를 바라보았다.

 

 “헤헤, 싸주세요. 감사해요.”

 “암, 그래야지! 금방 해줄게.”

 

 송이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숙희가 웃고 있는데, 카페 출입문에 걸린 작은 종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다. 자연스럽게 송이와 숙희의 시선이 카페의 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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