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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귀에 위스퍼
작가 : 따꼬북
작품등록일 : 2018.12.15

9년 전, 사고로 인해 '위스퍼'라고 불리는 천사와 악마의 목소리를 듣게 된 수라.

사사건건 싸우는 그들로 인해 더 괴로워진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용케도 버티며 나름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감마혁,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 남자, 무조건 피해!" 라며 겁에 질린 위스퍼들의 모습에,

수라는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마혁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는, 평화로웠던(?) 일상을 위협하는 마혁에게서 자신과 위스퍼들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나의 그들을 소개합니다
작성일 : 18-12-15 05:23     조회 : 370     추천 : 0     분량 : 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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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근사한 오렌지빛 샹들리에가 보이는 어느 레스토랑 안.

 

 여기서 소개팅을 했다하면 열에 아홉은 성공한다는 얘기를 언젠가 들어본 적 있던 수라는 분위기에 감탄하며 레스토랑 안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었다.

 

 “어때요, 수라씨?”

 

 그녀의 앞에 앉은 소개팅 남이 물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녀의 대답은 신경 쓰지도 않았는지, 음식 사진 찍기에만 바빠 보이는 그였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파스타의 맛있는 비주얼을 앞에 두고, 포크보다 카메라가 먼저 나간다니... 수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찰칵대는 남자의 카메라 소리에 자신의 꼬르륵 소리가 묻히길 바라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휴우......”

 

 자신도 모르게 나온 한숨 소리에 놀란 그녀가 고갤 들었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소개팅은 뒷전이고 사진만 찍어대던 남자는 미안 했는지, 말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오랜만에 근사한 곳에서 밥을 먹는 것 같아서, 신나고 설레서 그만... 제가 찍은 사진 좀 보실래요?”

 

 그러더니 수라의 얼굴 가까이 손을 뻗어 휴대폰을 들이밀었고, 수라는 못이기는 척 받아들었다.

 수 십장이 넘는 사진 목록에 놀란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사진을 훅훅 넘기던 때였다.

 

 “와~ 이걸 음식 사진이라고 찍은 거야?”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디에선가 날아와, 그대로 수라의 귀에 박혔다.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인데, 이거 식욕 감퇴 사진으로 쓰면 좋겠는 걸~? 사진 좀 보내달라고 해~”

 “초면에 무슨 막말이니? 김 서려서 비록 뭘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따뜻한 음식이라는 뜻 아니겠어?”

 

 갑자기 끼어든 둘의 목소리가 평화로웠던 훈훈한 분위기를 깨고 말았다.

 

 수라는 혹시나 남자가 들었을까 눈치를 살피며, 가시방석에 앉은 듯 메마른 침만 삼켜댔다.

 

 “하여튼, 난 마음에 안 들어!”

 “뭐가? 김 서린 음식 사진이? 아니면 저 남자가?”

 

 아예 대놓고 묻는 질문에 놀란 수라가 헛기침을 하며, 물 잔을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아잇!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돼? 둘 다 싫다고! 음식 사진 하나도 못 찍는, 저 예술 감각이라곤 쥐똥만큼도 없는 남자 말이야!”

 “첫 만남부터 무슨 예술 감각 타령이야? 너 자신부터 한번 돌아보는 게 어때?”

 “뭐?!!”

 “저 남자 정도면 괜찮지. 얼굴도 준수하고, 말도 제법 잘하는 게, 난 맘에 들어.”

 

 둘의 대화에 참다못한 수라가 귀를 막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만! 조용히 좀 해!”

 

 일순간, 그녀의 외침에 레스토랑의 모두가 입을 다물었고,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테이블로 향했다.

 

 “죄,죄송합니다. 실례했네요, 제가 아무리... 직업 정신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소개팅 자리에서......”

 

 말까지 더듬으며 사과를 하는 수라의 소개팅남이 가장 놀란 듯 보였다.

 

 “직업 정신? 저 남자, 사진사였어?”

 

 눈치도 없는 질문하는 목소리에 수라는 모든 걸 내려놓았는지, 낮게 세 글자를 읊조렸다.

 

 “망했다...”

 

 말을 꺼냄과 동시에 입을 막아 보았지만, 이미 ‘망했다’는 그녀의 목소릴 똑똑히 들어버린 소개팅 남이 도끼눈을 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망했다고요? 아무리 제가 마음에 안 들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소개팅 첫 만남에서 그런 말을 합니까?!”

 “...죄송해요.”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아까부터 제가 얘기하는데 대놓고 귀를 막질 않나, 하다하다 화까지 내시네요?”

 “그게 아니구요...”

 “저 더 이상은 못 참겠네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배수라씨는 마저 조용하게 식사나 하고 가시죠!”

 

 수라가 말할 틈조차 주질 않고, 참고 있었던 울분을 다 쏟아낸 남자는 마지막 말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렇게 수라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저절로 또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수라는 마저 조용히 식사나 하고 가라는 남자의 말을 떠올리며, 포크를 집었다.

 그러자 또 그들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거 봐! 내가 뭐랬어? 저 남잔 아니라고 했잖아. 속까지 좁은 자식이었어!”

 “아니야. 속 좁은 건 맞지만, 애초에 수라가 잘 했다면...”

 

 “조용...! 하랬지....?!”

 

 수라가 조용하라며 목소릴 높이려다가 조금 전의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리더니, 급하게 목소릴 낮추며 말을 했다.

 

 “너희가... 내 3년 만의 소개팅을 망쳤어. 각오해, 오늘은 너흴 봐줄 마음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러고 수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가 나갔던 문으로 향했다.

 테이블의 주인들 모두 자리를 떠나고 나니, 미처 식지도 않은 음식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수라가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의 모습이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옆 테이블을 정리하던 직원들도 이상하게 여겼는지 한참을 둘러보다가 입을 떼었다.

 

 “소개팅 깨진 거 봤어? 내가 다 민망하더라.”

 “인터넷에서나 보던 얘기들을 실제로 목격하다니...”

 “그런데......”

 

 한 직원이 테이블을 닦던 동작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며 마저 말을 끝내기 시작했다.

 

 “저 여자, 남자가 가고 난 뒤에도... 계속 혼잣말하지 않았어?”

 

 

 

 .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흘기며 수라가 레스토랑을 나와 걷기 시작했다.

 

 “아~ 아까워! 돈도 시간도, 이게 다 얼마야~”

 

 오랜만의 소개팅인 만큼 공들인 티가 팍팍 나는 그녀가 옷가게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길게 내려온 웨이브 펌 머리와 꽃무늬 원피스 차림의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씩 붙잡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녀도 아는 지, 쏟아지는 햇살을 아쉬워하며 천천히 집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렇게 아까우면 다른 남자라도 만나고 가!” / “아깝긴 해. 오늘 너, 완전 다른 사람 같거든.”

 “깜짝이야!”

 

 그녀가 혼잣말을 할 시간도 주지 않는 듯, 금세 그 둘이 끼어들었다.

 놀란 그녀의 표정이 재미있단 듯이 실컷 비웃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키키키키. 배수라 넌, 언제쯤 우리 목소리에 적응할래?”

 “이게 웃겨? 난 네 목소릴 9년 동안 들어도 적응이 안 돼. 아마 평생 그럴 거야, 알.”

 

 수라가 오른쪽을 바라보며, 그녀가 ‘알’이라고 부르는 상대에게 말을 했다.

 

 9년 전 사고로 수라는 이명 증상을 겪고서 한 동안 어떠한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 후, 처음으로 듣게 된 소리가 바로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알의 목소리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적응이 안 될 만큼의 특이하고도 걸걸한 목소리였다. 악마라고 소개하는 그 목소리와도 어울릴 만큼 말이다.

 

 

 “수라, 네 말에 공감해. 나도 250년 동안이나 저런 놈이랑 다니면서 적응 못 했으니 말이야.”

 

 그녀의 왼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 천사 ‘엘’이다.

 말이 천사지, 알이 그냥 악마라면, 엘은 착한 악마 정도나 될까?

 최대한 천사처럼 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때로 그 노력이 무색할 만큼 수라의 뼈를 때리는 ‘팩트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엘, 그래도 넌 믿었었는데... 뭐, 위스퍼가 위스퍼한거지.”

 

 위스퍼. 성향이 다른 엘과 알을 묶어주는 단 하나의 고리는 바로 그 둘이 ‘위스퍼’란 존재라는 것이다.

 

 그들은 위스퍼란 존재가 그녀에게처럼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그들조차도 잘 모르는 자신들의 존재, 그렇게 엘과 알은 250여년의 세월동안 사람과 사람 을 옮겨 다니면서 몇 가지 알게 된 사실들이 있다고 했다.

 

 첫째, 위스퍼는 사람의 이명 증상이 시작될 때 그 울림을 통로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다.

 

 둘째, 위스퍼의 존재는 그 사람에게만 보이고 들리지만, 물리적으로 귀를 막는다면 일시적으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된다.

 

 그리고 셋째...

 

 

 “여보세요? 응, 두리야.”

 

 갑자기 울리는 벨소리에 그녀가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입을 열려는 엘과 알의 움직임에 쉿,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집을 향해 가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 익숙한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

 .

 

 “어서와~ 우리 아들~”

 

 부엌에서 도우미 아줌마들과 함께 저녁준비를 하던 홍 여사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서둘러 현관으로 나가 그를 맞이했다. 그리곤 아무런 말없이 그를 품에 안았다.

 

 “어머니.”

 

 몇 년 만에 들어보는 아들의 목소리에 그녀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기뻐서 흐르는 눈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눈물을 쓱 닦아내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못 본 사이에 아들은 더 듬직해졌고, 웃을 때마다 휘어지는 눈꼬리 끝엔 어느덧 자신의 남편을 닮은 눈주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마혁이 얼굴이 많이 상했네... 엄마 속상하게...”

 “아이고~홍 진옥 여사님, 저게 어딜 봐서 상한 얼굴입니까?”

 

 홍 여사가 마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하자, 뒤에서 감동적인 모자 상봉의 광경을 지켜보던 마준이 분위기를 깨며 다가왔다.

 

 “형 피부에서 저렇게 광이 나는데! 아니, 그보다 내가 더 상한 것 같지 않아? 홍 여사?”

 “이게! 마준이 너는 집구석에서 삼시세끼 잘만 받아먹는 애가, 4년 동안 혼자 떨어져 지낸 네 형이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첫째에게 뺏기기 싫어하는 둘째처럼, 마준은 홍 여사가 마혁을 쓰다듬던 손을 자기의 얼굴에 갖다 댔다.

 홍 여사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마준의 볼을 그대로 움켜잡았고, 마혁은 그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웃었다.

 

 “어딜 가, 감마준! 삼시세끼 잘 챙겨먹는 놈, 얼굴이 얼마나 상했는지 좀 보자!”

 “저... 사모님. 마혁 도련님 짐은 어디에 놔둘까요?”

 

 마혁을 따라 짐을 들고, 현관으로 들어온 김 기사가 그 모습을 목격하고는 애써 담담하게 물었다.

 홍 여사는 서둘러 마준의 볼을 꼬집던 자신의 손을 놓고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

 

 “아... 저기. 2층 방에 놔주시겠어요, 김 기사님?”

 

 얼굴을 붉어진 그녀는 최대한 고상한 톤으로 김 기사에게 대답을 하고는 도망치듯 부엌으로 갔다.

 

 마혁도 저녁 준비를 도우려 2층 자신의 방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자, 김 기사가 큰 박스를 손에 든 채로 그에게 물었다.

 

 “마혁 도련님, 이 박스는 빈 박스인 것 같은데, 밖에 내놓을까요?”

 “아니요. 그 박스들 다 2층 방에 갖다 놔주세요. 중요한 거라서요...”

 “아, 네.”

 “그냥 저 주세요. 제가 옮길게요.”

 

 그러더니 마혁은 김 기사가 옮기던 박스를 자신이 건네받고는 2층 계단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이상하네... 중요하다고 하기엔 너무 가벼운데...”

 

 김 기사는 크기에 비해 가벼웠던 박스 상자의 무게를 더듬어보면서, 현관 옆에 놓인 나머지 박스들의 벌어진 틈새를 살피려 고갤 들이미는 순간,

 

 “김 기사님.”

 “아오, 깜짝이야.”

 

 박스의 내용물을 몰래 훔쳐보려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란 김 기사가 마준을 향해 고갤 돌렸다.

 

 “왜 놀라세요?”

 “아니, 그...그게 아니고...”

 “그나저나 김 기사님, 전화 왔는데. 안 받으실 거예요?”

 

 당황한 김 기사는 자신의 전화벨 소리도 듣지 못한 채, 멍하니 있다가 마준의 말에 다급하게 전화를 받으며 나갔다.

 

 “얼마나 당황하셨으면... 통화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전활 다 받으시나?”

 

 김 기사의 뒷모습에 대고 혼잣말을 하던 마준은 그가 보려고 했던 박스를 발견했다.

 

 

 “...중요한 거 맞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만큼.”

 

 그리고는 벌어진 상자의 틈을 꾹꾹 눌러 닫았다.

 어쩌면 그 상자의 주인인 마혁보다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온 몸으로 틈 사이를 메웠다.

 

 
작가의 말
 

 처음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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