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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곱 개의 문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8.12.6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소녀.
그 소녀가 마법사가 되어 세상을 구할 일곱 명의 천사들의 봉인을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지옥이 된 세상
작성일 : 18-12-06 23:58     조회 : 442     추천 : 0     분량 : 4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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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지옥이 된 세상

 

 “헉! 헉……!”

 

 유라가 어두운 숲길을 헤집으며 달리고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찬 그녀의 얼굴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커다란 철퇴를 든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었다.

 유라의 두 배쯤 돼 보이는 커다란 덩치에 적갈색의 피부, 온몸이 울퉁불퉁한 근육이 튀어나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들개의 형상을 한 괴물이었다.

 그는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달아나는 유라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절박했다.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거나 옷이 찢어지면서도, 결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찢어진 옷 안으로 피가 흘러나오고, 긴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다.

 괴물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동안 쫓겨 다닌 모양이었다.

 들개 머리의 괴물은 [룩타]라 불리는 마물이었다.

 사람을 먹잇감으로 삼는 마물인데, 남자가 나타나면 약탈한 뒤, 몸은 산채로 뜯어 먹고, 여자가 나타나면 죽을 때까지 겁탈한 뒤, 시체는 새끼들에게 주는 악랄한 놈이었다.

 본래는 인적이 뜸한 산속에 숨어 살고 있었지만, 지옥왕 페르세드가 세상을 지배하고 난 다음부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산과 들을 활보하기 시작했다.

 놈은, 겁에 질려 달아나는 사냥감의 모습을 보면 더욱 흥분했다.

 그래서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지쳐서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까지 잡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동 불능이 된 사냥감을 천천히, 그리고 잔혹하게 유린한다.

 

 “사, 살려주세요!”

 

 숲 속에 그녀의 절박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희미한 메아리가 된 그녀 자신의 목소리뿐이었다.

 마물들이 온 세상을 활보하고 있는 이 시국에, 숲속에 접근하는 ‘인간’이 있을 턱이 없었다.

 있다 하더라고, 섣불리 나설 리 없었다.

 룩타는 광폭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해서, 웬만한 기사 단원들 서너 명이 힘을 합쳐야 물리칠 수 있는 놈이었다.

 유라는, 다리에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을 느꼈다. 독초에 긁히고 가시에 찔리면서 온 몸 곳곳에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더 이상 달아날 힘도, 소리 지를 힘도 없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다리의 근육들은 더 이상 그녀의 지시를 따를 수 없을 만큼 힘이 빠져버렸다.

 주춤거리던 발목이 움푹 들어간 웅덩이를 밟고, 풀썩 꺾여버렸다.

 

 “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유라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다시 일어나 보려 했지만, 온 몸의 근육과 세포들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도망갈 체력도 의욕도 없었다. 그저 엎드린 채,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난폭하고 무지막지한 짐승에게 짓밟히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척-

 

 룩타가 철퇴를 내려놓고, 자신의 발밑에 쓰러져있는 그녀의 몸을 바라보았다.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하얀 살결들을 보자, 입 밖으로 축 늘어진 그의 혀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흘러 축축하게 고이는 놈의 침을 보자, 유라는 격하게 몸서리를 쳤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이런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더럽고 추악한 괴물의 손길이 자신의 몸을 더럽힐 거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르르-”

 

 룩타는 탐욕스러운 소리를 내며 유라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은 힘없이 괴물의 손길에 끌려갔다. 발버둥을 칠 힘도, 의욕도 잃은 여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만 응시했다. 그 때,

 

 콰광!!!

 

 귀를 찢는 듯한 파열음이 숲속을 가득 채웠다.

 여자는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했다.

 룩타의 거대한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뒤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넘어진 룩타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우자, 십 수 개의 화살이 그의 몸에 날아와 꽂혔다.

 룩타는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유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쓰러져 있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놀라움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등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친 덴 없으세요?”

 

 유라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후드와 망토를 뒤집어 쓴 사람이 보였다.

 후드의 그늘에 가려져 정확히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로 미뤄볼 때, 젊은 여자인 것 같았다.

 

 “이거 참…… 마물에게 쫓기던 분한테, 다친 데가 없냐는 질문은 적절치 못했던 것 같네요.”

 

 깊게 눌러썼던 후드를 열어젖히자, 발랄한 인상을 가진 여자가 얼굴을 드러냈다. 소녀와 숙녀의 중간에 머물러 있는, 앳된 모습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 붉은 열기가 남아 있었다.

 

 마법사?

 

 쓰러져 있는 룩타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 곳곳에 검게 그을려 있는 흔적들이 보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룩타를 튕겨낸 폭발음은, 여자가 쓴 마법이었다.

 유라는 다시 고개를 돌려 소녀를 바라보았다.

 현재, 세상에서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 중, 여자는 단 한 사람뿐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후드의 여자가 자신의 손에 머물고 있는 불꽃을 털어내며 유라를 향해 걸어왔다.

 

 “걸을 수는 있겠어요?”

 “……아마도.”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유라는, 아직도 긴장이 풀어지지 않은 듯 휘청거렸다.

 후드의 여자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자, 숲의 곳곳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각 각 손에 활이나 창, 칼 등의 무기를 들고 무장을 하고 있었다.

 유라가 다소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여자는 자신이 입고 있던 후드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린 저항군이니까.”

 

 저항군.

 그랬다. 그 여자는 유라가 그토록 찾던 사람들이었다.

 그녀를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나 위험한 숲길까지 발을 들였었다.

 저항군의 실질적 지도자 [뮨 헤르티나].

 

 20여 년 전, 지옥의 왕이라는 페르세드가 인간계를 점령하고, 각 나라의 국왕들을 제거하면서, 세상은 지옥보다 더 지옥처럼 변해버렸다.

 페르세드는 마물을 이끌고,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법과 질서를 없애버렸다.

 세상은 범죄로 들끓었고, 서로를 죽이거나 약탈하기 시작했다.

 유대와 단합이 유일한 무기였던 인간들은 다른 세력들에 비해 급격하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난폭하고 잔인한 마물들이 인간들의 세계로 들어와 그들을 지배했고, 강한 자만이 목숨을 부지하며 살 수 있게 돼버렸다.

 이제 인간들은 더 이상 만물의 영장이 아니었다.

 강력한 힘과 능력을 가진 지옥 마물들의 피지배자였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도시의 변두리나 숲의 외곽으로 도망쳐 몸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

 어느 누구도 지옥의 군단에 맞서 싸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를 이루고, 힘을 규합하여 페르세드의 마물들과 맞서 싸우는 자들도 있었다.

 세계 유일의 여자 마법사, 뮨이 이끄는 그 단체를, 사람들은 ‘저항군’이라 불렀다.

 저항군은 탁월한 전략을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여, 세계 곳곳에서 마물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비록, 페르세드의 군단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적은 없었지만, 그들은 꾸준히 싸우고 있었다.

 

 유라는 그 저항군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었다.

 마을을 뛰쳐나와 마물 룩타에게 쫓기기까지 무려 한 달의 기간 동안 그들을 찾아 헤맸다.

 워낙 은밀히 움직이는 집단이기 때문에 소문과 소문의 꼬리를 찾아다니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법과 질서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홀로 그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온갖 수모와 위험을 겪었다.

 유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눈앞에 있는 소녀를 덥석 안아버렸다.

 

 “당신들을…… 정말 오랫동안 찾았어요. 정말…….”

 “우리들을 찾았다고요?”

 

 유라는 대답을 하는 대신, 뮨에게 자신의 몸을 안겼다. 가늘게 흐느끼는 그녀를 보며 뮨은 잠시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바로 그 때,

 

 퍽!!!

 

 “으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마물 룩타의 옆에 있던 저항군 한 명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날아갔다.

 뮨과 저항군들은 재빨리 무기를 꺼내들었다.

 죽은 줄 알았던 룩타가 거친 숨을 내뿜으며 일어나 있었다. 놈은 피 묻은 철퇴를 거머쥔 채, 눈에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산재하라!”

 

 뮨의 지시와 함께 저항군들은 일사분란하게 흩어졌다.

 

 “크르르르…….”

 

 룩타는 뮨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괴물의 사나운 기세에 결코 억눌리지 않고 재차 명령을 내렸다.

 

 “사격준비!”

 

 저항군들은 활시위를 당겼다.

 룩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있는 수많은 화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주춤 물러섰다.

 무장을 하고 있는 수많은 인간을 혼자 이겨낼 자신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뮨과 저항군은 다소 안도한 표정으로 물러서는 룩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때,

 

 “우우우우우!!!”

 “!!!”

 

 룩타는 날카롭고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하는 대신, 고개를 치켜들어 길고 높은 소리를 내었다.

 마치 늑대의 울음 같은 그 소리가, 숲속을 가득 채우는 그 순간,

 

 “사격!”

 

 뮨이 재빨리 수신호를 보냈다.

 

 슉-

 슉슉슉-

 슈욱-

 

 궁수들 쏜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룩타의 몸 곳곳을 꿰뚫었다.

 

 “끼갱!”

 

 폭우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맞은 룩타는,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풀썩 쓰러져버렸다.

 뮨을 포함한 저항군의 단원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쓰러진 룩타의 몸과 숲을 살펴보았다.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유라는 숨을 죽인 채, 쓰러진 룩타의 몸과 저항군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사삭-

 사사삭-

 

 낙엽이 흐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여야만 들릴 수 있을 것 같은, 희미한 소리였다. 순간,

 뮨이 저항군 단원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동시에,

 

 “우우우우!”

 

 멀찌감치, 길고 섬뜩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었다.

 어림잡아 십 수 마리는 될 것 같은 소리였다.

 유라는 뒤늦게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룩타는 기본적으로 늑대와 비슷한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주의할 점이 바로 무리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뮨이 유라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저항군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후퇴!”

 

 다급한 그녀의 외침과 함께 단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뮨은 멍청하게 서있는 유라의 손을 거칠게 끌어당기며 달리기 시작했다.

 

 사사사사-

 사사삭-

 

 낙엽이 부대끼는 소리가 먼 곳에서부터 빠르게 기습해 오기 시작했다.

 한 마리만으로도 위협적인 마물이, 무리가 되어 온 숲속에서 모여들고 있었다.

 
작가의 말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 소녀.

 그 소녀가 다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곱 천사들의 봉인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마물과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어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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