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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요정의 날개
작가 : 주능
작품등록일 : 2018.12.3

한 인간을 사랑한 요정은 90번의 시간을 돌려 사랑하는 인간을 되살렸고, 인간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인간을 지키려다 세계를 멸망시켰다.

그리고 천년 후, 세계를 망하게 한 죄로 벌을 받던, 기억을 잃고 인간이 된 요정은 꿈을 꾼다. 벌거벗은 마왕이 나오는 꿈이었다.

그녀는 대체 이게 무슨 개꿈인가 싶었지만, 결국 벌거벗은 마왕님과 그가 있는 꽃동산이 현실이길 바라게 된다. 꿈임에도 불구하고, 마왕님과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려던 그때, 전생의 기억을 찾고 요정이었던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

#남주는 누굴까 #전 요정 현 인간 여주 #똑똑여주 #죽기전에죄를씻어야하는여주 #남주후보1다정한마왕 #남주후보2차가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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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03 22:31     조회 : 342     추천 : 0     분량 : 5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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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큭…. 컥.”

 

 그의 입에서 핏덩어리가 튀어나왔다. 몸 안의 흐름이 실타래처럼 엉키고 엉켜서 그의 신체가 무너져가고 있었다. 몸 안에 있던 마나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그는 생생히 느꼈다. 인간은 마나가 없으면 죽는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천하의 소드마스터도 어찌 할 수 없는 지독한 독이었다.

 

 디알리온은 자신이 만들어낸 피 웅덩이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렇게 까지 하는 그녀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자신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이미 오래전에 결심했으므로, 이것은 결국…. 예정된 결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

 

 “넌 나의 훌륭한 기사였다. 네가 날 위해 목숨을 희생하며 명예롭게 죽었노라고 알리겠다. 너는 죽어서도 추앙받을 것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명예롭다는 건 일개 평민이었던 기사가 받기엔 과한 처사이니 감사하게 생각하도록.”

 

 디알리온은 과한 통증으로 굽어지는 몸을 억지로 들어 레기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녀의 얼굴엔 사죄를 하는 이에게 있어야하는 미안함의 눈빛이라고는 단 한 톨도 보이지 않았다.

 

 레기나의 얼굴은 그저 무감각해보였다. 주변까지 시리게 만드는 차가운 얼굴이었다. 얼음장 같은 그녀의 얼굴에서 디알리온은 꿋꿋이 그녀의 눈동자를 찾았다.

 

 그는 많은 시간 동안 그녀를 그리워했다. 그가 그녀에게서 가장 그리워 한 건 그녀의 눈동자였다. 깊은 심해의 빛을 띠는 눈동자, 분명히 따뜻한 빛을 띨 수 있는, 따뜻했던 그 눈동자를 그는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사랑해왔다.

 

 레기나는 불손하게 왕족인 자신과 눈을 맞추려고 하는 디알리온을 한껏 내려다보았다. 디알리온은 늘 그랬다.

 

 충성을 맹세하면서,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겠다고 스스로 서약했으면서 늘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불쾌하진 않았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사랑이던 어찌되었든 사랑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 그녀는 디알리온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왜 자신을 사랑하는지, 언제부터 자신을 사랑해왔는지, 그가 보이는 사랑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그녀는 관심 없었다.

 

 충성심이든 사랑이든 어떤 이유이던지 간에 그는 자신의 충견으로서 그녀의 명령을 잘 들어주었다. 그는 오직 그녀에게만 충직한 맹견이었다. 레기나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충견은 쓸모를 다 한 것이다.

 

 레기나는 한때 자신의 충직한 신하였던 자가 고통 속에 있음에도 일말의 동정심조차 내비치치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그는 그저 완벽한 여왕의 자태라고 생각했다. 이제 여왕이 되기에 충분해 지셨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디알리온은 계속 무너져 내리는 몸을 어렵사리 통제하며 여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콘타론제국의 무한한 영광을…. 여왕폐하께… 받칩니다.”

 

 피가 끊임없이 목구멍에 차오르는데도 그는 끝끝내 말을 마치고 숨을 거두었다.

 

 그가 완전히 쓰러져 숨을 거두자 그의 등에 새겨져 있던 작은 날개의 형체가 점점 커지며 빛을 내뿜었다.

 

 빛은 곧 온 세상을 뒤덮었고, 그렇게 다시 한 번 세상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갔다.

 

 

 --

 

 

 88번 째였다. 여든 여덟 번이나 봐온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요정은 피를 토하는 디알리온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많이 아플 텐데도 매번 인상한번 제대로 찡그리지 않는 그를 볼 때마다 요정은 마음이 아팠다. 그가 피를 토할 때 마다 심장이 덜컹거렸다. 심장이 아프다 못해 찌그러드는 느낌이었다.

 

 요정은 욱신거리는 가슴께를 손으로 문질렀다. 가슴이 아파서 숨도 가빴다. 요정의 눈물이 쌓여 작은 웅덩이가 될 무렵에 끝내 디알리온이 죽었다. 그가 숨을 거두자 요정의 날개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요정은 이왕이면 이번에도 디알리온이 어릴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지금보다 작은 몸으로 자신만한 목검을 휘두르며 검을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 깜찍했다.

 

 마침내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 멈추자 요정은 주변을 확인하고는 디알리온이 유년기를 보냈던 히디스라는 마을로 날아갔다. 열심히 히디스로 날아간 요정은 거세게 날개를 파닥이며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더 거꾸로 돌아간 것이다. 세상에, 디알리온은 7살 정도 밖에 돼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너무나,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 수가!

 

 요정은 괜히 허공을 빙빙 돌며 이곳저곳에 마구잡이로 헛발질을 했다. 이건, 정말 다른 의미로 요정의 심장을 아프게 했다. 어린 디알리온은 정말로, 너무나, 엄청나게 귀여웠다.

 

 89번 모두 매번 시간이 거꾸로 돌아갔지만 멈추는 곳은 항상 달랐다. 89번째 역행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어린 디알리온은 처음이었다.

 

 어린 디알리온은 집 앞에 있는 언덕에서 놀고 있었다. 그는 하얀 냉이꽃무리에 파묻혀 있었다. 성인의 무릎 밑까지 오는 얇고 기다란 냉이꽃무리 사이에 엉덩이를 대고 철푸덕 앉아 있었다. 작은 디알리온은 꽃에 파묻혀 잘 보이질 않았다.

 

 디알리온은 작은 손으로 꼼지락 거리며 기다란 꽃대공을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금세 작은 꽃반지 두 개를 만들어 냈다. 하나는 노란 꽃으로, 하나는 하얀 꽃으로 꽃반지를 만든 리온은 작은 두 손으로 꽃반지를 잘 감싸서 집으로 달려갔다.

 

 우당탕탕- 작은 달음박질에도 현관 문 앞에 대놓은 낡은 나무판자는 쉽게 소리를 질렀다.

 

 “엄마!”

 

 “리온. 흙 제대로 털고 집에 들어와야 한다.”

 

 엄마의 말에 푸드득 오리처럼 몸을 대충 턴 리온은 곧장 엄마에게 가 엄마의 손에 꽃반지를 끼워드렸다. 저녁 준비에 한창이던 나타샤는 리온이 끼워준 꽃반지에 환하게 웃었다.

 

 “어머, 예뻐라. 고마워 우리 아들.”

 

 나타샤는 반지의 답례로 리온의 통통한 볼에 뽀뽀를 하고는 리온을 끌어안았다. 그와 동시에 우렁찬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앙.”

 

 “리트가 깼나보네.”

 

 리온과 나타샤는 함께 이 집에 하나 밖에 없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고 있는 부드러운 갈색머리의 아이가 있었다.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를 나타샤는 능숙한 손길로 안아들었다. 아이를 토닥이는 엄마를 보며 리온은 아이가 누워있던 요람 귀퉁이에 조심스럽게 꽃반지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나타샤는 리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리트에게도 주는 거니?“

 

 "응. 리트는 내 동생이니까!"

 

 어느새 울음을 그친 아기는 나타샤의 검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요정은 리트의 존재를 알고 있긴 했지만, 살아있는 리트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89번이나 되돌아 와서야 처음으로 본 리온의 어린동생은 리온과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안 닮을 수가 있는지 신기해서 요정은 미소를 지었다.

 

 머리색도 눈 색도 이목구비의 생김새도 두 남매는 닮은 것이 하나 없었다. 공통점이라고는 둘 모두 귀엽다는 것 뿐 이었다.

 

 역시 모든 동물의 새끼는 귀엽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던 요정은 이제 얼마 곧 리트를 볼 수 없을 거란 걸 깨달았다. 간만에 보는 행복한 리온의 모습에 함께 웃던 요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리온의 동생 리트는 리온이 8살 정도 되었을 때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당한다. 그 충격으로 나타샤는 시름시름 말라가고, 리온은 동생을 찾겠다며 검을 배우게 된다.

 

 리온은 집 밖 작은 창고에 쌓여져 있던 잡동사니에서 검술 책을 찾아 홀로 검을 배워 용병이 된다. 용병 일을 하며 동생의 행방을 찾아다니던 리온은 수소문 끝에 동생을 찾아낸다. 그는… 동생의 시신을 찾았다.

 

 리온이 리트의 시신을 찾을 때 마다, 88번 모두 항상 리온은 울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저 빨개진 눈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참았다.

 

 복수의 대상도 제대로 모르는 채 리온은 동생을 묻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과 함께 어머니까지 하늘로 보내 드려야했다.

 

 가족을 전부 잃은 리온은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깊은 산에 들어가 수련을 하다가 영원에 갇힌 요정을 구해준다. 산 속에서 리온은 수련 끝에 소드마스터가 되고 용병 일을 다시 시작 한다. 그는 세상의 인신매매단을 모조리 없애기라도 할 것처럼 인신매매단이 보이기만 하면 전부 제거했다.

 

 인신매매단을 여러 곳 무너트린 리온은 왕궁의 스카우트를 받아 왕궁 소속의 기사가 된다. 황궁에서 기사로 일하게 된 리온은 황궁에서 본 공주에게 첫눈에 반해 공주에게 기사의 서약을 한다. 그리고 공주의 명령으로 전쟁에 나간다.

 

 여든 여덟 번이나 반복되어온 그의 인생의 굴레였다. 그의 삶 중간, 중간에 늘 요정은 리온이 위험할 때 마다 그를 도왔다. 요정에게 큰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정은 모든 정령들과 친구였다.

 

  불의 정령에게, 물의 정령에게, 때로는 땅의 정령에게, 바람의 정령에게 도움을 청했고 정령들은 기꺼이 친구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여든 여덟 번이나 반복되어왔던 그의 삶은 여든 아홉 번째인 이번에도 거의 변함없이 흘렀다. 요정은 88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간혹 리온의 꿈에 들어가 리온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인간들은 요정을 전혀 볼 수 없다. 무의식이나 꿈을 통해서만 요정을 볼 수 있었기에 요정은 리온의 꿈에서 들어가야 리온과 마주할 수 있었다.

 

 황궁의 기사가 된 이후로 늘 무표정하고 말없이 지내왔던 리온이 꿈에서나마 요정에게 그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요정에게 큰 행복이었다.

 

 리온이 전쟁에 나가는 전날 밤. 그 날에 항상 요정은 리온에게 날개를 주었었다. 그의 꿈에 나타나 날개를 주며 항상 그랬듯이 딱 한 번 당신의 목숨을 살려줄 거라고 말해왔었다.

 

 이번에도, 89번째인 이 밤에도 요정은 리온이 전쟁에 나가는 전날 밤에 날개를 선물해주고자 했다. 요정은 그의 방 창틀에 앉아 별을 보며 그가 잠들길 기다리고 있었다. 리온의 별자리인 사자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레굴루스를 보던 요정은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안녕?”

 

 또 다른 요정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만 좀 하라고 말하고 싶어서.”

 

 “무엇을?”

 

 “너도 알겠지만 우리 요정들은 시간의 굴레에서 자유롭잖아. 너 때문에 나 역시 89번이나 똑같은 시간을 다시 보내야 했다고! 너무 지겨워. 이제 그만해. 네가 사랑하는 저 인간이 항상 독주인 줄 알면서도 먹는 이유는 날개라는 차선책이 있기 때문이란 걸 왜 모르니? 날개를 주지 않으면 자기 목숨 귀한 줄 알고 안마실거야.”

 

 “하…하지만…마시면…? 그가 그대로 죽으면?”

 

 “날 믿어. 난 기억의 요정이야.”

 

 “와! 세상에! 너의 정체성을 찾은 거니?”

 

 “응! 맞아. 때가 되면 내가 공주에게 갈게. 공주에게 가서 술에 독을 타기 전에 이미 독을 탔다고 기억하도록 공주의 기억을 조작해 줄게. 그러면 마신다 해도 죽지 않을 거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래. 잘 있어~”

 

 “응! 잘 가.”

 

 요정은 기억요정의 말을 듣고 리온에게 처음으로 날개를 주지 않았다. 요정은 리온이 본인에게 주어진 삶을 늙어서 노인이 될 때까지 이어가길 바랐다.

 

 이번엔 늙어가는 그를 볼 수 있어. 요정은 그가 그렇게 제대로 된 자연의 흐름에 따라 죽는 다면 자신 역시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사랑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쟁이 무사히 끝나고 시간은 또 흐르고 흘러 마침내 그가 공주와 독대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공주는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이제 자신이 진정한 여왕이 되는 것이라며 속으로 웃었고, 리온은 언제나처럼 공주가 주는 술을 받아마셨다.

 

 마침내 89번의 회귀 끝에 디알리온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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