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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느루 가는 길
작가 : 윤비꽃
작품등록일 : 2018.12.3

신규 간호사 여 운. 고 삼 수험생 오 늘.
힘들고 외로워도 의지할 곳 없는 원룸, 느루빌.
그 안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의지하며 사는,
오늘을 여운있게 사는 두 여자의 이야기.

 
pro - 느루빌
작성일 : 18-12-03 17:55     조회 : 452     추천 : 1     분량 : 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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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늘은 무슨 축복이 내렸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날이 있는가 하면, 오늘이 바로 날이구나, 싶을 정도로 바쁜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일이 좀 잘 풀려서 뭐든지 한 번에 됐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급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로 오늘 날을 잡아서 그런 건지, 꼭 하지 않던 실수도 연발하고, 조용하던 인간관계에 불이 붙고, 손도 자꾸 꼬여 아무렇지 않게 행하던 것들도 한 번에 되지 않고 몇 번에 걸쳐 행하기 일쑤다. 이렇게 되면 집이 정말로 간절해 얼른 퇴근을 하고 싶은 것이 정상인데, 퇴근 시간이 천천히 다가오기를,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게 된다. 일이 덜 끝났기 때문이다. 지금이 이 시간이어서는 안 된다. 왜냐면 나는 이때 나가야 할 루틴 업무를 아직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이 미뤄지고 미뤄져서 쌓여있으면 다음 교대 근무자에게도 민폐이다.

 시간에 쫓겨 겨우 일을 끝마치고 나면 그때서야 자신이 근무 한 이후로 화장실을 단 한 번 밖에 못 갔고, 밥을 먹는 건 고사하고 물조차 마시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계를 듣기 전에 떠놓았던 텀블러에 물이 전혀 줄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상한 서러움이 밀려왔다. 일이 바쁘지 않을 때에도 물을 잘 마시지 않는데 이런 날에는 이상하게 서럽다.

 “..... 다녀왔습니다.”

 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불이 꺼진 집으로 퇴근하는 것도, 출근 전에 급하게 먹어 치우지도 않은 점심의 잔해들도, 이리 저리 널브러진 상태 그대로의 수건과 옷들도, 그 이상한 서러움에 한 몫을 더한다. 피곤해서 그대로 이불 위에 눕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어 집을 간단히 치우는데, 자꾸만 눈물만 났다.

 오늘 하루, 위로가 필요한데, 수고했다고 말 해주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바빴는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 집에는 그럴 사람 하나 없다. 후- 물기 어린 숨뭉텅이를 내뱉고는 화장실로 힘없이 걸어 들어갔다. 씻는 것도 귀찮아 대충 씻고는 물기도 채 마르기 전에 이불로 파고들었다. 이 집에서 가장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랬나. 끝끝내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려보내 버렸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대로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없는 생각을 꽤나 진지하게 하더니 이내 다시 무거운 숨을 내쉬고는 돌아누웠다.

 

 느루빌 302호. 여운의 집에 불이 꺼졌다.

 

 

 느루빌 301호. 오늘의 집에 불이 켜졌다.

 

 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고 삼이어도 시험 끝난 날은 즐겨야 하지 않겠냐는 친구들의 꼬드김에 하루 종일 맛집, 오락실, 노래방, 카페를 전전하고 오는 길이었다. 부모님이 고 삼이라고 보내주신 홍삼의 저력이 이럴 때 나타나나 보다. 공부할 때나 좀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늘이는 한숨을 푹 쉬며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평소에는 피곤하고 뒷목도 당기고 두통도 있더니, 놀 때는 쌩쌩한 것이 이것이야말로 고삼병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침대를 향한 갈망은 여전했기에 늘이는 침대에 풀썩 누웠다. 누우니 씻기 싫다. 한참을 뒹굴 거리고 있자니 왠지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침대에 씻고 누워야지. 샤워 안 할 거면 적어도 손발이랑 얼굴은 씻고 누워라. 세균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자고 싶어?’

 자취의 장점은 혼자 산다는 것이었다. 이런 부모님의 잔소리도 듣지 않아도 된다. 밖에서 노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자 고삼이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는 부모님들의 재촉 전화나 문자도 받지 않는다. 주말에 일어나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모두 자기 마음대로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갈망의 대상일수도 있지만 늘이에게는 겨우 ‘그것 뿐’이었다.

 ‘늘아, 오늘 중간고사 끝나는 날이지? 수고했어. 고삼인데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시험 끝난 날이니 고기 같은 거라도 사먹고 그래. 알았지?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

 자취의 단점은 혼자 산다는 것이다. 가족이 나의 곁에 없다. 가족과 먹던 밥을 혼자 먹어야 하고, 항상 온기가 느껴지던 집이 내가 없으면 냉기가 느껴진다. 부모님을 보고 싶은 날에도 사진과 목소리로 달래야만 한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내색을 할 순 없었다. 어린 딸을 내보낸 부모님이 자신보다 더 속상해 하는 게 느껴지니까.

 늘이는 아침에 온 문자를 읽다가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에 팔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렸다.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숨겨왔던 감정은 어느덧 버릇이 되어 혼자 있을 때도 숨기게 되었다. 감정을 표출하는 법을 이제는 모르겠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는다.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뜨거워졌던 눈시울은 다시 식기 시작한다. 달아올랐던 감정 역시 식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속상하지 않다고, 우울하지 않다고 자신을 속이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남을 속이는 것만큼 자신을 속이는 것도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성숙치 못해서, 그러니 성숙해지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그저 가볍게 생각하며 넘길 뿐이었다.

 
작가의 말
 

 처음으로 도전을 해봤습니다. 몹시 떨리고 그러네요.ㅎㅎ

 외로워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쓰면서 옛날의 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다른 힘듦보다 외로움이 참 컸었어요. 점점 서로를 의지하고 치유받으며 성장할 두 사람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비가 옵니다. 추운 겨울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조은하늘 18-12-03 22:08
 
신선하면서도 예전의 저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되는 글이네요 ...
작가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조은하늘 18-12-03 22:08
 
신선하면서도 예전의 저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되는 글이네요 ...
작가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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