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Pay first.
작가 : 바울
작품등록일 : 2018.12.1

인기 없는 작가와 찌질한 팬의 아슬아슬한 관계 유지.

 
#1
작성일 : 18-12-02 20:36     조회 : 463     추천 : 2     분량 : 503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 고아 씨 (1)

 

  "그래서, 상을 취소하겠다고요?"

 

  약한 달빛이 간신히 채울 정도의 원룸엔 짧은 머리의 작가가 산다. 지금처럼 우는 고양이 하나 없이 조용한 새벽이 되면, 그 작달막한 집에 불이 켜진다. 좁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 위에서, 작가는 잠시 휴대폰을 얼굴에서 떼고 크흠 하며 목을 푼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새벽 한 시에 전화가 올 줄은 몰랐다. 휴대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대답한다.

 

  "그게 발표가 나긴 났는데.. 작가님 작품이 표절 시비가 붙어서 저희도.."

 

  "무슨 표절이 붙어요 표절이. 발표까지 다 하고 이제 와서 표절이라뇨."

 

  표절을 세 번이나 강조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이 여자는 남의 글을 배껴 쓰기엔 너무 딱딱한 사람이기 때문에, 초 새벽의 헛소리가 들어올 마음의 여유는 준비해둔 적 없다. 미쳐버릴 노릇이다. 명단 제일 위쪽 최우수에 강 고아 석 자 붙이고 그 옆에 적힌 천만이란 숫자에 오랜만에 늘어지게 자던 도중이었다. 자다 깨서 들은 첫 마디가 표절입니다 라니.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신청하실 때 확인하셨듯이.."

 

  "아 됐고, 내가 확인해야겠으니까 표절시비 떴다는 그 작품 좀 알려줘요. 표절이라는 말 한마디로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후. 하는 한숨 뒤에 뭐라 뭐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표절작가가 된 고아 씨는 '확인 후 다시 연락주해겠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어렸을 때 그녀의 단짝이 말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 한 일이 생겼을 땐 우선 침착해야 한다고. 그 친구는 늘 손에 쥐고 다니는 토끼 열쇠고리를 하수구에 빠뜨렸음에도 대단히 의젓했었다. 배게 맡에 가지런히 놓인 담배가 보인다. 내 쉼터. 내 탈출구. 불을 붙이고 한껏 들이마셨다가 천장에 확 뿜어버린다. 누군가 옆에서 봤다면 입에서 연기가 아니라 불이 나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드보일드마냥 뻣뻣한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가 자신의 것 말고도 또 있을까? 정말로, 정말로 우연히 그녀의 작품과 똑같거나, 티가 날 만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결백하지만, 이야기의 과포화 시장에선 이렇듯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나타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좌우지간 직접 확인을 해야 납득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빠르게도 한 대를 다 태운 그녀는 노트북을 열고 직원이 이야기한 우스꽝스러운 제목을 검색한다. 무슨 제목이 이렇게 긴지 열 글자는 되는 것 같다. 인터넷 연애소설 쪽이다. 그다지 인기는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고아 씨는 이런 부류에 관심은 없었지만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는 쪽도 아니었다. 1화를 클릭하고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그렇게 1화, 십몇 분뒤 또 2화, 그리고 3화를 클릭하고 고개를 처박고 있을 때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휴대폰을 집어든다. 그리곤 익숙한 손놀림으로 직원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전히 고개는 화면에 고정되어있고, 스크롤은 내려가고 있다. 건조한 한 번의 신호음 뒤에 예의 짜증을 억누른 목소리가 들렸다.

 

  "네 작가님 확인해보셨어요?"

 

  고아 씨는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귀에 갖다 댄다. 시선 끝이 덜덜 떨린다.

 

  "내가."

 

  "네?"

 

  "내가.. 내 작품이.."

 

  떨리는 심호흡 한 번, 그렇지만 욱하는 걸 억누르지 못 했다.

 

  "내 작품이 이딴 쓰레기랑 엮일 수준이냐 이 새x들아!!"

 

  목이 갈려버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도 화가 풀리지 않는 밤이었다.

 

 

 - 강승아 (1)

 

  오랜만에 깊게 잠든 밤이었다. 남자는 기지개를 쭉 켜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는지 주변은 아직 어둡고,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빗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해 뜨기 전 부터 비가 내린 모양이다. 초 새벽쯤 집에 들어와 몇 시간 못 잤을 터인데 몸에 힘이 넘친다. 여덟 시간을 자도 피곤하던 몸이 도리어 술을 먹으니 이렇게나 멀쩡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여섯 시 반쯤 됐으려니 하며 휴대폰을 켰다. 잠에 깨서 이렇게 개운하려면 정말 깊게 잠들었거나,

 

 A.M 09:27

 

 정말 오래 잠들었거나. 안타깝게도 후자였다.

 

  푸핫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전공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남자를 찾는 문자메시지 몇 개, 익숙한 전화 몇 통 쌓여있는 걸 보면 분명 그렇다. 지금 분주히 준비해서 학교에 도착하면 딱 강의가 끝나있을 것 같다. 남자는 차라리 다시 드러눕기로 했다. 휴대폰의 모든 알림을 지워버리고는 페이스북 조금, 게임 출석 한 번, 그리고 인스타그램. 사람 사진은 거의 없이 그림으로 가득한 타임라인이 내려도 내려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빠르게 손가락을 놀리다가 흠칫하는 느낌에 잠깐 멈춰 섰다. 고아 씨의 그림이다. 어제 새벽에 업로드 된.

 

  무채색으로 만들어진 고아 씨의 그림은 이 남자가 늘 부러워하는 감각이 있다. 고아 씨의 그림엔 색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그 점이 4년 전, 이 남자의 취향을 제대로 찔러낸 셈이다. 고아 씨의 단순할 정도로 간단한 펜 터치엔 이따금 추측할 수 있는 감정이 실려있다. 이 그림은 고아 씨가 그러니까... 제대로 빡쳤었다는 걸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림보다도 그 밑에 적혀있는 욕에서 더 잘 드러난다.

 

  이미 그녀를 걱정하는 몇 개의 댓글이 매달려있다. 대부분 남자다. 저들 중 고아 씨와 실제로 만난 사람은 몇 없을거라고,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게시물이 올라온 지 일곱 시간 정도 지났다. 정말 화가 나서 저런 식의 표출을 한 거라 쳐도 이미 일곱시간은 지났다는 얘기다. 남자는 저 위로의 대열에 참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물론 남자는 고아 씨가 화났다면 얘기를 들어주고 싶다. 위로도 해주고 싶다. 하지만 고아 씨가 '이 남자에게서' 그걸 바라는지는 모를 일이다.

 

  위로의 한 줄을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먼저 댓글을 단 저들처럼 한껏 점잔빼고 교양있는 척하고 싶진 않다. 그럼 조금 더 가볍게 써 본다. 개념 없어 보인다. 다시 지웠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냥 아는 누나를 위로한다고 생각하라며 본인에게 다그친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그녀에게 부담되는 것만은 팬으로서도 이성으로서도 피하고 싶은 일이다. 손가락이 근질근질한데도 간단한 말 한마디 쓰기가 힘들다.

 

  그렇게 정말로 몇십 분을 썼다 지웠다 하던 남자는 결국 한숨을 푹 쉬며 일곱번째 위로를 적는다. 거기에 하트도 눌러버리고는 나쁜 짓이라도 한 듯 휴대폰을 확 숨겨버린다. 심장이 약하게 쿵쿵거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색한 말투로 적었지 싶다.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는 것 같다. 이미 일곱 시간이나 지났는걸.

 

 

 - 고아 씨 (2)

 

  띠링 하는 알림이 울렸다. 강승아님이 회원님의 게시물에 어쩌고저쩌고. 고아 씨는 눈을 다 뜨지도 않고 이름만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귀찮은 놈. 4년째 이상한 말투가 고쳐지질 않는 내 팬.

 

 

 - 강승아 (2)

 

  고개를 양쪽으로 힘껏 휘저어 쪽팔림을 털어낸다.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달린 댓글을 삭제해봤자 이미 알림은 갔다. 이런 것 하나하나 신경 쓰는 본인이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고아 씨는 절대로 승아를 이만큼이나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마음을 편하게 가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조소가 비집고 나왔다.

 

  승아는 자조적이진 않았다. 다만 이런데에 유난히 냉정하게 판단할 뿐. 너무 대단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나 하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격이 어딨느냐는 이상한 자신감 사이에서 승아는 4년째 고통받고 있다.

 

 

 - 고아 씨 (3)

 

  띠링하는 알림 대신 더 시끄럽게 벨 소리가 울린다. 고아 씨는 고개를 양쪽으로 힘껏 휘저어 짜증을 털어내려 애쓴다. 그녀가 편히 쉬는 걸 온 세상이 나서서 방해하는 것 같다. 휴대폰 화면에 가득 찬 건 친구의 이름이다. 그녀의 친한 친구다. 무슨 일로 아침부터 전화하는진 몰라도, 지금 고아 씨는 기분이 아주 개떡같다.

 

  "왜."

 

  고아 씨는 예의 퉁명스러운 말로 인사했다. 보통 사람들은 안 그래도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가 더 낮아질 떈 저도 모르게 움찔하곤 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그런 것에 반응하기엔 너무 오래 만난 사람이었다.

 

  "어. 어. 방금."

 

  머쓱할정도로 딱딱한 말에도 친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지 재잘거림을 쉬지 않는다. 고아 씨는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서 슬슬 일어난다. 언제 전화를 끊을지 타이밍만 재고 있었다.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 뿐이었다. 아침에 이랬다 언제 또 저랬다.. 말에 두서라곤 하나도 없다. 어쩐지 말을 빙빙 돌리는 느낌이다. 뭔가 이상하다. 귀찮은 부탁을 떠맡을 것 같은 느낌.

 

  고아 씨는 불안해진다. 그 긴 넋두리와 많은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며 기다리는 것이 고아 씨의 마지막 남은 배려다. 십여 분 쯤 지났을까, 친구는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마침내 본론을 꺼낸다.

 

  "무슨 일인데. 응. 어? 아..."

 

  돈이 조금 필요하단다. 다만 빌리는 게 아니라, 이전에 고아 씨가 빌렸던 돈을 달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고아 씨는 친구에게 돈을 조금 빌린 것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부끄러움이 척추 끝부터 정수리까지 내달린다. 이번 달 초 술을 먹다 급전을 빌린 일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물론 술을 핑계로 댈 순 없다.

 

  제기랄. 돈을 빌리곤 상대방이 갚으라고 말 할 때 까지 갚지 않는 인간의 부류는 고아 씨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이미 본인이 그런 사람이었다니. 그동안 참고 있던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평정을 가장하지 못한다. 고아 씨는 어울리지 않게 말을 더듬거리며 간신히 대답만 한다. 백오십이란다. 정확한 액수도 기억나지 않으니 친구가 거짓말한 게 아니라면 맞을 거다. 전의 태도가 거짓말처럼 고아 씨는 정중한 자세로 전화를 끊는다. 그리곤 베개를 퍽퍽 친다. 미친년. 진짜 미쳤어 같은 욕과 함께. 애꿎은 그녀의 욕을 받아주는 건 베개뿐이다.

 

  한참 베개를 후려치던 그녀가 현실로 돌아왔다.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오늘 하루는 더 못 버틸 거다. 곧바로 은행 앱을 열고 친구의 계좌를 입력했다. 액수는 백오십만 원에 미안함을 담은 오만 원을 더해 백오십오만 원. 전송을 누르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실패했다. 왜? 몇 번을 다시 해도 여전히 실패다. 사유는 잔액부족. 어제만 해도 확실하게 250 이상 있었다. 오늘 잔고는 146만 8천 원이었다. 머리가 핑핑 돈다. 아무리 혼란스럽더라도, 답은 하나뿐이다.

 

 "카드값.."

 

  어쩜, 이렇게 완벽한 타이밍인지.

 

 .

 
작가의 말
 

 # 작품은 대부분 자정 전에 업로드 됩니다. 내일도 이 시간에 봐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完 (2) 2018 / 12 / 31 306 1 4076   
20 #20 2018 / 12 / 28 249 1 5468   
19 #19 (2) 2018 / 12 / 27 300 1 5072   
18 #18 2018 / 12 / 25 271 1 5456   
17 #17 (2) 2018 / 12 / 24 282 1 5065   
16 #16 2018 / 12 / 22 269 1 5248   
15 #15 (2) 2018 / 12 / 20 301 1 5052   
14 #14 2018 / 12 / 19 261 1 5721   
13 #13 (2) 2018 / 12 / 18 291 1 5445   
12 #12 2018 / 12 / 17 250 1 5400   
11 #11 (2) 2018 / 12 / 14 310 1 5250   
10 #10 (2) 2018 / 12 / 13 266 1 5119   
9 #9 2018 / 12 / 12 278 1 5413   
8 #8 (2) 2018 / 12 / 11 303 1 5003   
7 #7 (2) 2018 / 12 / 10 301 1 5251   
6 #6 2018 / 12 / 7 285 2 5004   
5 #5 (2) 2018 / 12 / 6 309 2 5191   
4 #4 2018 / 12 / 6 271 1 5187   
3 #3 2018 / 12 / 4 251 2 5036   
2 #2 (2) 2018 / 12 / 3 300 2 5138   
1 #1 2018 / 12 / 2 464 2 503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지푸라기 공주님
바울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