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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산할아버지 구름 비니 썼네
작가 : 지양
작품등록일 : 2018.11.26

행복 하고 싶은 여자 '구름'과 모자를 찾고 싶은 '산할아버지'의 어쩔 수 없는 동거힐링 이야기
.

 
음주 산행 금지
작성일 : 18-11-27 10:10     조회 : 338     추천 : 0     분량 : 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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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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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산행 금지. 술에 취하지 말고 자연에 취하세요.’

 

 빨간 글씨로 크게 적혀 있는 경고 현수막.

 그 옆으로 경고 문구를 가볍게 무시한 채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자그만 여자.

 걸음걸이에도 술 냄새가 나는듯하지만 밤이 깊어 사람 하나 없는 산에는 그녀의 위험한 등산을 말릴 이가 하나도 없다.

 

 “자연에 취하면 안 되지. 난 안 취할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김구름. 딱 정상까지만 찍고 집에 가는 거야.”

 

 이미 취해 꼬부라진 혀로 자연에 취하는 것을 경계하는 이 모순적인 여자는 이름부터 자연 친화적인 김구름이다.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모자 벗겨오지. 아, 아파. 아 진짜 돌멩이 너마저 이럴 거야?”

 

 눈을 감고 신나게 동요를 부르던 구름은 유독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주저앉아 아픈 무릎을 매만지는 그녀의 눈에는 결국 눈물이 고이고 만다.

 

 “이럴 거냐고. 다 나한테 왜 이러냐고.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매니저님도. 공모전도. 엄마도... 한준혁도. 왜 다 나한테만..”

 

 오늘은 구름에게 유달리 쓴 하루였다.

 

 아침을 공모전 탈락 소식으로 시작한 것부터 세상의 불행이 모두 자신에게 왔다고 확신했지만 신은 구름에게 더 큰 시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공모전은 탈락했지만 당장에 먹고는 살아야하니 꾸역꾸역 알바를 간 구름은 그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분노한 손님이 던진 케익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영문을 몰라 벙쩌 있던 구름에게 매니저는 사과를 시켰고, 한참의 사과 후 얼굴의 크림을 닦아내면서야 본인이 매니저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썼음을 알았다.

 따질 새도 없이 매니저는 일을 똑바로 하라며 다그쳤고, 결국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어영부영 넘어가버렸다.

 

 찐덕한 크림을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 일을 하던 구름이 드디어 한 숨 돌리려는 순간에 반갑지 못한 전화가 구름을 3차 공격했다.

 이번 달 밀린 관리비 얘기를 꺼내며 은근슬쩍 남동생의 과외비 얘기를 끼워 넣는 엄마의 전화.

 언제나 아들이 우선인 엄마를 잘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안부는 묻지도 않는 건조한 전화에 구름은 얼굴에 묻은 달디 단 크림도 왠지 쓰게 느껴졌다.

 

 이제 하루를 다 견뎌냈다. 이 정도면 잘 견뎠다. 김구름 장하다. 구름이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던 그때 긴장이 풀린 구름은 마지막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구름이 알바 하는 백화점의 관리직으로 있는 남자친구 준혁. 준혁은 그녀의 6년 된 연인이다. 20살에 같은 학과 CC로 만나 구름의 꽃다운 나이를 모두 그와 함께했다.

 오늘 만나자는 구름의 전화에 몸이 좋지 않아 월차를 냈다던 그가 다른 여자와 팔짱을 끼고 가는 모습을 결국 구름이 보고 만 것이다.

 그런 진부한 막장 드라마의 서사에 자기도 모르게 엉거주춤 껴버린 구름은 진부한 여주인공처럼 포장마차에서 ‘이모 여기 소주 주세요.’를 외치고는 몸도 못 가눌 만큼 취해버렸다.

 

 “내가 너가 그런다고 못 갈 줄 알아? 아니. 갈 거야. 넘어져도 일어서면 되지.”

 

 피나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흐느끼던 구름은 갑자기 울음을 그치더니 휘청이는 몸을 이끌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아니 도대체 왜 자꾸 산이 움직이냐고! 가만히 있어 떽!”

 

 수세기 동안 그저 가만히 있었던 산에게 가만히 있으라며 혼을 내던 구름은 어느새 정상에 거의 다다랐다.

 평소 구름이 머리가 복잡할 때 자주 찾는 산인데다, 산책로가 잘 닦인 편이었기에 그나마 5번의 넘어짐과 1번의 구르기, 2개의 상처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김구름 왔다.”

 

 깎아진 듯 가파른 정상에 비틀거리며 아슬아슬하게 선 구름은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소리를 지른다. 아무도 없는 밤 산에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아 그거 참 세상 살기가 힘드네. 내가 공모전 그까이꺼 다음엔 꼭 당선되고 만다. 매니저님 그렇게 살지 마세요. 엄마 나도 죽겠어 김햇살 과외비는 좀 엄마가 알아서 해. 그리고.. 그리고.. 한준혁 너 이 개*****야 치질에 무좀에 탈모 3종 세트 10년 안에 배달 갈 거다. 내가 매일 기도할 거야 딱 기다려.”

 

 오늘 하루를 털어내려는 듯 신세 한탄을 내지른 구름은 뭐가 그리 웃긴지 한참을 손에 얼굴을 묻고 웃기 시작한다. 한참 후 얼굴에서 손을 떼어내자 그녀의 눈가엔 물이 맺혀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산에서 소리 지르고 울고 웃으며 나름의 힐링을 한 구름이 끔찍했던 하루를 잊고, 내일은 다시 잘해보자 다짐하며 발길을 돌리려는 그때 어둠사이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아 조그만 것이 참 시끄럽네.”

 

 혼자뿐인 줄 알았던 산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다. 취기에 알딸딸하던 구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낯선 인기척에 잔뜩 긴장한 구름의 머리에는 얼마 전 친구 천숙이 했던 이야기가 스쳐지나간다.

 

 ‘기지배야, 밤에 혼자 등산 다니다가 클 난다. 너 수사드라마 보면 왜 시체가 다 산에서 나오는 줄 알아?’

 

 ‘또 무슨 헛소리야. 암튼 강천숙 드라마 너무 많이 봤어.’

 

 ‘요새 세상에 CCTV 없는 데가 산밖에 더 있냐? 야 김구름아 언니 말 허투루 듣지 말고, 스트레스 푼답시고 혼자 밤에 등산 다니지 마.’

 

 ‘눼눼.’

 

 허들마냥 가볍게 넘겨 버렸던 천숙의 이야기가 마치 확성기라도 틀어 놓은 듯 머릿속에 크게 울린다. 밤. 산. 시체. 위협적인 세 단어가 머리에 가득차자 구름의 심장은 불쾌하게 빨리 뛰기 시작한다.

 

 “거기 누구 있어요?”

 

 불과 3시간 전만 해도 진부한 막장 드라마의 진부한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구름은 이번엔 역할을 바꿔 공포영화의 가장 먼저 죽는 엑스트라를 맡은 듯 괜히 어둠을 헤집고 목소리를 향해 걸어간다.

 뿌연 산안개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키가 큰 실루엣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젊은 남자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거기서 멈추는 것이 좋을 텐데.”

 

 자신을 향해 불안정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구름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뒷모습만 보여주던 남자는 구름과의 사이가 10보정도 남았을 때 나른한 목소리로 경고를 한다.

 구름의 본능은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술기운 때문인지 직각어깨 사내의 얼굴을 확인해야만할 것 같다는 비이성적인 생각이 그녀를 지배했다.

 탄탄한 어깨와 나름 좋은 스타일 그리고 커다란 키 가장 위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검정 비니. 무언가에 홀린 듯 남자에게 다가간 구름은 커다란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멈추는 것이 좋을 것이라 했는데도. 어리석구나.”

 

 드디어 남자에게 도달한 그 순간 구름은 아주 큰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의 발밑에는 디딜 땅이 없다는 것과 그녀가 곧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허공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던 남자를 당황과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쳐다본 후 구름은 그의 검정 비니를 붙잡고 한참을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

 

 ‘이대로 끝나는 거야? 이렇게 거지같은 하루가 내 인생의 끝이라고? 안돼애!’

 

 내적 비명을 지르며 한참을 고공하락하던 구름은 결국 공중에서 정신을 잃고, 잠시 후 번쩍하는 섬광이 산을 뒤덮는다.

 구름의 추락을 지켜만 보던 남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순식간에 밑으로 내려가 구름을 안아 든다.

 

 “끝까지 귀찮은 여자군.”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구름을 내려 보던 남자는 구름을 짊어진 채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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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주 산행 금지 2018 / 11 / 27 339 0 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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