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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벽장 속의 김우빈
작가 : 배꼼
작품등록일 : 2018.11.19

서울러가 되고 싶었던 비서울러 이현주!
드디어 꿈에 그리던 직장과 서울생활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다.
보통 서울의 시세보다 엄청나게 싼 집을 얻은 현주는 그곳에서 서울드림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그 집엔 현주만 아는 비밀이 있다!?

 
1. 꿈 속의 남자
작성일 : 18-11-19 13:03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8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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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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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처음은 굉장히 임펙트있고 소중하다.

 

 고등학교 시절 첫 사랑을 만났다.

 그와의 사랑은 순수했고 아름다웠다.

 

 손만 스쳐도 가슴이 설레고 그와 한 공간에 둘만 있다는 것 자체가 떨렸던

 그런 사랑이 있었다.

 

 나는 그와 영원할 줄 알았다.

 

 가끔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해 대학 시절을 지나 결혼에까지 성공하는 커플들의 사례를 봤었다.

 

 아름다워 보였다. 사랑은 그렇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고귀하고 순수하리라.

 

 하지만 나의 첫 사랑은 나에게만 고귀하고 순수했나보다.

 

 “현주야...”

 “응.. 왜?”

 “나 이제 너랑 그만 만나고 싶어”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왜...?”

 “....”

 “왜 그러냐고”

 “....”

 

 그는 그렇게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분명 침묵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할 찰나.

 

 “다른 여자 만나보고 싶어”

 “다른 여자라니..?”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다니?’

 

 “내가 뭐 잘 못 했어..?”

 

 난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 우리 너무 오래 만난 것 같아. 이제 대학교도 가서 점점 더 멀어질 텐데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여자들을 만나보고 싶어.”

 

 ‘이 뭔 개소리야...?’

 

 “그러니까 내가 싫어진 게 아니라 단순히 다른 여자를 이제 만나보고 싶다는 거지..?”

 “응...”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나의 문제가 아닌 더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싶다는데 내가 바뀐다고 소용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다른 여자로 변신해줄 수도 없고..

 그냥 그렇게 그를 보내줘야 했다.

 

 몇 날 며칠을 울기만 했던 것 같다.

 그와의 이별이 슬픈 게 아니라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진 것 같이 느껴져 슬펐다.

 

 슬픔은 곧 그의 대한 분노로 바뀌고 점점 그를 미워하게 되었다.

 

 그가 나중에라도 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면 똑같이 버림받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 혼자 그를 저주했다.

 

 곧 우리들은 졸업을 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세상으로 향하기 시작한 우리 대부분은

 작은 이 도시에서 벗어나 서울로 향했다.

 

 난 다른 친구들처럼 인서울 대학을 가지 못 했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대학교가 하나 있었다.

 

 집에 돈이 많이 없으니까..

 자취는 어림도 없고 어서 빨리 취직해서 좋은 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

 

 부모님에게 손 벌릴 여유도 없고 손 벌려도 받을 여유도 없다.

 

 그렇게 대학생활 3년차, 더 이상 받고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그만 도넛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매출도 잘 나오고 동년배 학생들에게 몇 번 번호도 따였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

 

 그 놈이 이 광경들을 봤으면 좋겠다.

 나 정말 괜찮은 여자라고.

 너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들한테 번호 따이고 다닌다고..

 그렇게 계속 내 자신을 타일렀다.

 

 그 중 한 사람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이 도넛가게 사장 아들.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것저것 옆에서 챙겨주는 그에게 나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데이트를 몇 번 하고 우리는 공식적인 커플이 되었다.

 몇 번의 놀이동산, 몇 번의 영화 그리고 몇 번의 커피

 몇 번인지 모르겠다.

 

 놀이동산은 한두 번?

 나머지는 셀 수 없이 많이 했다.

 

 이전에 만났던 그 놈은 학창시절에 만나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모든 것이 새로웠다.

 

 청소년들은 갈 수 없는 곳에 몰래 가고 밤늦게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면 지금은 그저 그런 평범한 연애.. 편하고.. 뭐 그런...

 

 그와의 데이트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 즐겁지도 않았다.

 뭔가 새로운 데이트가 일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조금 다른 데 가볼까?”

 “뭐?”

 “뭐.. 예를 들어서 안 가본 곳에 여행을 간다거나 그런 거 있잖아.”

 “여행..? 여행 좋다.”

 “뭐 어디로 가고 싶은데 가고 싶었던 데가 있었어?”

 “내가 알아올게. 기다려봐 이 오빠가 다 짜올 테니까.”

 

 동급생이 허세 부린다고 본인을 오빠라 지칭하는 것이 왜 이렇게 꼴 보기 싫은지..

 

 ‘난 이 남자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과의 모든 것이 갑자기 피곤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여행지 한 번 물어보고 알아올게 잠자코 있어”

 “그래 기대한다~”

 

 기대한다고 했다.

 나의 요구로 여행 계획을 알아오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기대까지 안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헤어지는 게 맞는 걸까?’

 

 그 생각도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헤어진 그와 계속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난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까지 헤어지는 건 보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는 여행 계획을 짜 왔다.

 

 “우리 안면도 가자!”

 “안면도..? 거기는 또 어디야”

 “여기서 되게 가까워!

 

 막상 가자 그러니 정말 더 가기 싫어졌다.

 가기 싫은 걸 억지로 갈 수는 없다.

 

 “우리 그냥...”

 “응?”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자”

 

 그는 나에게 불같이 화내기 시작했다.

 

 “아니 여행 계획 짜 오래서 다 짜왔는데!”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아니야 미안해 내가 잠깐 잘 못 생각했어. 그래서 안면도 가서 뭐 하는데?”

 “일단 가자마자 숙소에 가서 짐 풀고...”

 “뭐!?!?!? 숙소!?!?!?”

 

 내가 가자고 한 여행은 자고 오는 게 아니었다.

 

 그냥 기분 전환 차 매일 가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 가고 싶다고 한 건데..

 

 “자고 오는 건 안돼!”

 “왜..?”

 “난 자고 오자고 한 적 없잖아”

 “여행 가는 게 하룻밤 자고 오는 거 아니었어?”

 “응 아니야~”

 “그럼 뭐 하러 여행을 가?”

 “그냥 맨날 가던 곳 말고 다른 곳에 가서 기분전환하자는 얘기였지”

 “뭐야! 나 속옷도 새로 샀는데!!”

 “김칫국 아주 한 사발 잡수셨어요..”

 

 첫 순결은 나에게 중요하다.

 고귀하다. 소중하다.

 

 혼전순결 뭐 이런 건 아니지만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무섭기도 했고 그 느낌은 잘 알지 못 했던 나로서는 그게 굳이 꼭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앞서 얘기했듯이 첫 경험은 소중하다.

 

 “나 첫 경험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 그럼 난 사랑하지 않는다는 소리야..?

 “....”

 

 몇 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나도 결국 그 놈과 같은 것이었나?

 내가 아직도 저주하는 그 놈..

 

 “그럼 모텔이라도 가자”

 

 ‘미친놈인가..?’

 “내가 왜..”

 “내가 말했잖아! 나 여행 가려고 속옷까지 샀다고 그런데 그냥 이렇게 보내면 어떡해.”

 

 ‘미친놈 맞는 것 같다’

 

 “너랑 진짜 안 가길 잘 했다..”

 

 진짜 잘 했다. 진작 끝냈어야 했던 만남이었다.

 그에게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측은함과 정까지 모조리 떨어트려주는 말이었다.

 이렇게 말해서 있는 정까지 싹 다 없애주니 고맙다..

 

 그렇게 그와 예정보다 빠르게 헤어졌다.

 사랑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고 했는데 난 이별만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그것도 두 번이나.

 

 다음 날 도넛 가게 아르바이트는 지옥이었다.

 굳이 나한테 투정을 버리거나 하는 건 없었지만 계속해서 눈치가 보였다.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한테는 신경 쓰였다.

 나한테 특별히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데 신경이 쓰였다.

 절대 그에게 미련이 남은 게 아니었다.

 그냥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해코지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계속 신경을 쓰는 걸까?’

 

 신경 쓰지 않기로 노력하기로 했다.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뽑고 도넛을 팔았다.

 

 내가 일하는 이 도넛 가게는 대기업이었다.

 횡포가 만연하기로 유명한 그 대기업.

 전 남자친구의 아버지인 이곳 사장님은 이 지역이 발전할수록 올라가는 임대료와

 본사의 매출압박 그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본사의 재료값에 등골이 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페업률 나날이 치솟고 있다.

 

 그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전 남자친구도 언제까지 여기서 일하고 있을 수는 없다. 모두가 그렇듯 각자 본인의 삶을 찾아가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난 내가 아직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내가 좋아했던 건 무조건적으로 서울의 삶을 동경했다는 것.

 

 그리고 밤마다 듣는 라디오에 내 마음을 달랬다는 것.

 

 그리고....

 

 없다.

 

 요즘은 TV보다도 핸드폰 속의 세상을 더 자주 보는 세상이다.

 

 모든 TV프로그램은 인터넷 미디어 사이트를 통해 다시보기를 할 수 있고 시청 시간대에 되감기부터 언제 어디서든지 핸드폰만 있으면 무엇이든 볼 수 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기존 심의를 거쳐서 봤던 내용이 아닌 좀 더 자극적이고 재밌는 콘텐츠 그리고 실시간으로 보며 살아있는 콘텐츠도 접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난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구식 감성을 가졌다 할 수 있겠다.

 

 TV도 아닌 라디오를 들으니 말이다.

 

 내가 라디오를 즐겨 듣는 건 말하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고 쓴 사람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TV같은 경우는 말 할 때 그 사람의 행동과 표정으로도 웃길 수 있다.

 

 몸 개그로도 웃길 수 있고 표정이나 분장으로도 웃길 수 있다.

 

 하지만, 라디오의 세계는 오직 글과 말로만 사람의 감성을 이끌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글과 말에는 분명 엄청난 힘이 있다.

 

 그렇게 어릴 적 막연하게 라디오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최신 유행곡보다 라디오를 트는 것이 좋았다.

 커피를 뽑으며 듣는 라디오의 연주 그 속에 들어있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들의 향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으며 난 행복해하고 즐거워했다.

 

 “저기...”

 

 그렇게 라디오에 심취해 있던 사이 아메리카노에 물을 너무 많이 타버렸다.

 

 어차피 이건 물 값인데...

 

 “저기요..?”

 “네...?”

 

 뒤에서 사람이 부르는 지도 모르고 혼자 뭔 생각을 그리 했는지..

 

 “지금 주문 가능한 거죠..?”

 

 ‘와... 겁나 잘 생겼다.’

 

 “네... 네 주문 부탁.. 아니 주문하셔도 됩니다.”

 

 ‘주문 부탁..? 미쳤어?’

 뒤를 돌아본 순간 심장이 멎을 정도로 잘생긴 남자가 사슴같은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순간 어리버리하자 갸우뚱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말도 못 알아듣는 강아지에게 아무 말이나 하면 무슨 말 하는지 이해 못하고 갸우뚱하는 그런 모습 같았다.

 

 구구절절 설명하면 뭐하리

 그냥 귀여웠다.

 

 “스콘이랑 치즈 베이글 하나 주시구요. 커피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 라떼 하나 테이크 아웃이에요.”

 “네 그렇게 드리겠습니다. 진동벨 울리면 픽업대에서 드릴게요.”

 

 제조부터 픽업대까지 내가 직접 가야겠다.

 

 보통 내가 제조를 하면 누가 됐든 그 쪽에 있는 사람이 확인하고

 진동벨을 울려줬는데 오늘은 예외다.

 

 내가 직접 한다.

 

 우선, 에스프레소를 두 잔을 기계에 돌리고 치즈 베이글과 스콘을 데운다.

 

 먹기 좋은 온도보다 살짝 더 높은 온도로 해서 플레이팅을 해주면

 커피를 만드는 동안 살짝 식어 먹기 좋다.

 

 그런 뒤, 아메리카노에는 물을 붓고 라떼에는 물과 우유를 조금 넣는다.

 완성됐다. 이제 그를 불러야 한다.

 

 “다 됐어? 내가 할게.”

 

 오늘 아무 일도 없나 했더니 전 남자친구가 친절하게도 다 만들자 마자 다가왔다.

 

 “아니야, 그냥 내가 할게.”

 “너 바쁘잖아 계산대 신경 써 이건 내가 할게”

 

 ‘아니야 아니라고 이 자식아!!’

 “내가 한다니까....(이 꽉 물)”

 

 그러기도 전에 이미 진동벨을 눌렀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참 고맙다.. 무턱대고 나랑 1박2일로 여행갈 생각만 해서

 내 마음을 박살내더니 이번엔 그를 한 번 더 볼 기회를 박탈하려는 거냐?

 

 “내가 한다고”

 

 정색했다.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무렴 상관없다. 지금 그게 무슨 대수일까?

 

 그렇게 말한 순간 멀리서 그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다. 성큼성큼 그의 걸음걸이는 흡사 패션위크에서나 볼 수 있는

 정상급 모델의 걸음걸이였으며 살짝 보이는 그의 미소는 어느 탑배우들도 저리가라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룡상의 포마드가 어울리는 남자다운 그런 남자.

 

 !!!!!너야 너!!!!!

 

 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심장도 함께 쿵쿵 요동치고 살짝 날리는

 그의 앞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내 심장도 흔들렸다.

 

 그가 다가온다.

 점점 더 가까이 온다.

 언뜻 보기엔 예뻐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투박하고

 곳곳에 굳은살의 흔적들이 보인다.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다.

 

 헬스장에 자주 가는 남자들은 손에 굳은살이 많다.

 무거운 물건을 매일같이 들기 때문이다.

 고로 자기 관리도 한다는 소리다.

 저 남자는 아무리 봐도 완벽하다.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는 꾸준한 걸음으로 픽업대 앞에 당도했다.

 “여기요”

 

 진동벨부터 내밀었다.

 진동벨을 받는 나의 손은 그의 굳은살을 살짝 스쳐 손을 살짝 감듯이 받았다.

 

 “이거 가져가면 되죠?”

 “네! 제가 드릴게요!”

 

 나도 모르게 트레이에 손이 뻗었다.

 

 남자는 트레이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마치 세상 놀라운 광경을 보고 몸이 너무 놀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인 것처럼.

 그 상태로 얼어있었다.

 

 “이거 가져가시면 되세요”

 

 트레이를 들어 올려 남자의 곁으로 가져다 댔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내가 조금 들어 올려 주는 게 그에게 아무 편의도 제공하지 못 한다는 걸..

 그냥 1초 동안 잠깐 든 게 다였다. 그는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감사합니다”

 

 그가 말했다.

 어쭙잖게 도와준다고 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그 말만 남긴 채 그 자리를 떠났다.

 

 ‘난 정말 바보인가..’

 

 왜 하필 그런 짓을 해서 그와 대화도 한 번 제대로 못 나눈단 말인가.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내 신경은 오로지 그에게만 가 있었다.

 

 그가 트레이를 들고 돌아가는 내내 그의 뒷모습을 초점 없이 쳐다보기만 한 것 같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곧 이어 부끄러워졌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어쩜 저렇게 멋있을까..?

 

 흡사 연예인 김우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 김우빈 나의 이상형은 김우빈이었나 보다.

 

 일전에 김우빈이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다.

 드라마 <상속자들>을 마치고 처음으로 방송에 나온 곳!

 두 시의 데이트였다.

 

 박경림이 MC였는데 김우빈이 ‘정상의 남자’ 3부작 중 1부에 출연했었다.

 

 라디오를 타고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상 남자의 거친 면모와 그 속엔 여자를 다루는 부드러움이 겸비해 있었다.

 

 저 남자도 그랬다.

 

 당황한 목소리 속에 거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난 앞으로도 저 목소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생각날 것 같다.

 남자는 트레이를 들고 자리에 착석했다.

 

 그의 앞에는 여자가 한 명 있다.

 키가 작고 나름 귀염상의 여자.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예뻐 보였다. 객관적으로도 예쁘다고는 볼 수 없는 얼굴이다.

 

 분명 여자친구는 아니었을 것이라 믿고 싶었다.

 

 “너 뭐해? 일 안해?”

 “어??”

 

 커피주문이 밀려 있었다.

 저 남자에 취해 바로 앞에 해야 될 일들이 안 하고 있었다.

 

 옆에서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알려준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주문 받겠습니다”

 “줄이 이렇게 서 있는데 이때까지 안 받고 뭐 하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주문 금방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한 14명의 주문을 연달아 받은 것 같다.

 연신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하필 오늘 왜 이리 바쁜 건지 저 남자는 대체 저기서 저 여자와 뭘 얘기하는 건지...

 

 모든 주문을 접수하고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는 내가 야매로 배워 야매로 뽑는 커피를 사람들은 꽤나 좋아해줬다.

 

 진작 내 적성은 바리스타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자부심이 있었다.

 (물론, 본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한참을 커피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다.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고 심지어 바로 옆에서도 누가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커피 만드는 데에 열중했다.

 

 아마 공부를 이렇게 했다면 필시 인서울 대학은 갔을 것이다.

 

 “마지막이다..”

 

 주문 받았던 모든 커피를 만들었다.

 더 이상 줄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숨 돌리며 아까 남자가 있던 방향을 쳐다봤다.

 

 그런데!

 남자가 없다!

 그 주변도 둘러보고 화장실 쪽을 바라봐도 남자는 없었다.

 

 “어디 간 거야...”

 

 그렇게 반대쪽을 둘러본 순간

 남자가 테이크아웃 잔에 남은 커피를 가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안 돼!”

 

 난 지금 태어나 처음으로 이상형을 만났다.

 첫 사랑도 전 사랑도 생각나지 않았다.

 

 무조건 그! 그였다.

 

 “잠깐만 카운터 봐줘!”

 “어디 가는데!”

 

 옆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카운터를 잠시 맡기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운명이란 건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쟁취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나 물어다 주지 않는다.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언제든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그를 놓치면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커피 만드느라 열중한 나머지 유니폼이 엉망으로 되어 있단 것도 잊고

 일단 나가기 시작했다.

 

 먹이를 사냥하는 호랑이처럼.

 혹은

 호랑이를 피해 달아나는 고라니처럼.

 신속하고 재빠르게 계산대를 넘어 문으로 향했다.

 

 이렇게 재빠른 속도라면 멀리 가지 못 했을 것이다.

 

 막연한 희망으로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길 끝에 보였다.

 

 나란히 선 남녀가 코너를 돌기 위해 발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코너를 돌면 놓칠 수 있다!

 지금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

 

 나한테 이런 속력이 나올 수 있었나? 할 정도로 힘차게 달렸다.

 

 허벅지부터 발가락까지 내 하체의 근육들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 한 긴장을 했다.

 긴장한 건 다리뿐 만이 아니었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곤두서고 심장이 박동은 6기통 자동차처럼 잠시도 쉬지 않았으며 폐는 들숨이 채 차오르기도 전에 날숨을 뱉었다.

 

 “넌 내 거야!!!”

 

 코너를 꺾으려 하는 그가 보인다.

 

 “아 안돼! 조금만 더!”

 

 내 몸에서 나올 수 없는 속력이 나오고 있다.

 나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내가 당도하기 전에 코너를 돌고야 말았다..

 

 ‘더 빠르게 가야한다’

 
작가의 말
 

 k-novel 공모전에 맞춰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과연 그를 잡을 수 있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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