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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에게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어린시절 장난스런 약속 하나로 엇갈리게 된 인연.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닿은 그의 마음.

첫사랑 그녀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
그녀에게.

 
01.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행
작성일 : 18-11-17 19:45     조회 : 389     추천 : 0     분량 : 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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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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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는 쉽게 잊히는 기억의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가슴 저밈으로 남을 사랑이기도 하다.’

 

 수영은 모든 것이 이 날 그 갤러리의 전시회를 가는 길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는 걸 먼 훗날 알게 되었다.

 

 날씨는 어느새 여름을 지나 가을인 듯 싶더니, 곧 함박눈이 내려도 어색하지 않을 추운 겨울이 되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서로 다투기라도 하듯이 너나 할 것 없이 두꺼운 코트와 패딩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고,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추워서 온 몸을 움츠리고 다니느라 바빠 보였다.

 

 거리는 푸르렀던 가로수의 잎들을 대신하여 반짝이는 전구들이 달렸는데, 밤에는 예쁘게만 보였던 것들이 낮에는 그것들이 나무를 꽁꽁 묶어두는 것 같아, 그건 그것대로 거리를 쓸쓸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신사동 가로수 길은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저기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곧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사동까지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었지만 수영은 택시를 잡아탔다. 북적임을 피해 잡아 탄 택시 안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택시기사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이 수영을 더 시끄럽게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차창 너머로 한강이 보였다. 그저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았고, 따뜻하게 데워진 차안이었음에도 한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수영은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제게 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사님, 인사동까지 얼마나 걸리죠?”

 

 택시기사는 수영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룸미러를 쳐다보기만 했다. 막 한강 다리를 건너와 정체되기 시작하는 도로를 확인한 택시기사가 수영의 물음에 답을 하고자 몸을 뒤로 살짝 돌릴 때였다.

 

 택시가 앞 차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지자 그곳으로 승용차 한대가 추월하려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 본 택시기사는 클랙슨을 세게 누르며 한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여튼 요즘 것들은....”

 

 가벼운 목소리로 한참을 앞차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꺼내든 택시기사는 룸미러로 수영을 다시 쳐다봤다.

 

 “아이쿠,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

 

 이때 택시가 급정거를 하면서 택시기사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다행히 택시는 급정거를 했지만 앞차를 들이박지는 않았다. 그러나 급정거하는 차 때문에 순간적으로 수영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쿵. 그리고 이내 수영이 탄 택시 앞으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조금 전 택시를 추월한 승용차의 옆을 교차로의 왼쪽 차선에서 달려오던 버스가 들이받아, 교차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정말이지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경적이 울리고 도로는 이내 꽉 막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끼익- 쾅. 여러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리고 수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수영의 귀가 먹먹해지면서 그날의 사고 한 장면이 머릿속을 관통하듯 찌릿 스쳐지나갔다.

 

 “허억.”

 

 잠시 숨까지 멈췄던 것인지, 숨이 한꺼번에 몰아서 나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수영의 모습에 택시기사도 당황했는지 수영을 돌아봤다.

 

 “손님, 괜찮으세요?”

 

 택시기사의 목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소음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들자 택시기사 너머로 사고의 현장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손님…?”

 

 “네…….. 괜찮아요.”

 

 수영은 기사의 물음에 답을 하고는 앞좌석 헤드에 부딪힌 이마를 손으로 만져보지만 띵한 것 말고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어휴, 천만다행이네요. 안 그럼, 우리가 저 꼴이 됐을 거예요”

 

 수영은 택시 기사의 말에 유리창 너머를 쳐다봤다. 버스에 옆구리를 들이 받힌 승용차는 심하게 차체가 찌그러져 있었다. 앞의 상황이 궁금했는지 택시기사는 안전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세상을 살면서 교통사고가 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는 일이 얼마나 흔한 일일까? 수영의 가슴이 점점 더 답답해져 왔다.

 

 “기사님, 빨리 좀 가주세요.”

 

 수영의 목소리에 아쉽다는 듯 택시기사는 안전벨트를 다시 메고 그 자리를 벗어나 원래의 목적지로 출발했다. 아득히 먼 곳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의 불행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행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수영은 택시에 내려서 한참을 길가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교통사고에 머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머리를 부딪쳐서 그런 것인지, 교통사고를 목격해서 그런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던 수영이 원래의 목적지에 다다라서 처음 마주 한 것은 전시회장 앞에 걸린 커다란 포스터였다.

 

 「그녀에게」

 

 인사동의 작은 갤러리 앞에 걸려있는 포스터는 ‘그녀에게’라는 전시회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득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갤러리는 한적하다 못해 고요한 산사처럼 느껴졌다.

 

 수영은 한참을 포스터를 쳐다보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 남자가 급하게 안에서 뛰쳐나왔다.

 

 수영과 부딪히는 바람에 남자는 넘어질 뻔 했지만 상관없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내 정신없이 가던 길로 뛰어 나갔다.

 

 수영은 사과도 없이 뛰어가는 남자를 쳐다봤지만 순간 귀신에 홀린 것 같아 화도 나지 않았다. 부딪친 팔이 제법 아파왔다. 수영은 아픈 팔을 만지며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여백의 미를 한껏 강조한 듯 한 전시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일반 보통의 전시와는 뭔가 달랐다.

 

 미술 전시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사진 전시라고 해야 하는 건지. 어쨌든 전시실에 걸려있는 액자에는 그림과 사진이 나란히 함께 걸려 있었다.

 

 연필로 스케치되어 있는 그림 옆에, 이것을 표현한듯한 비슷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처음 시작한 그림과 사진 안에는 작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있었고, 다음 전시실로 이동할 때마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전시는 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그림과 사진을 보고 있자니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따뜻한 그림체 때문이었는지 저도 모르게 그 그림에 빠져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그런 성장일기처럼 보여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어떤 강렬한 색채를 쓴 것도 아니었고, 거의 스케치에 가까운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의 한구석에 작은 꽃문양과 함께 'Hg'라고 쓰인 낙관이 보였다.

 

 수영은 낙관과 함께 옆에 놓인 작은 꽃문양에 유독 눈이 갔다. 그것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 한편이 아릿한 통증과 함께 미약하게 쿵쿵 뛰는 것도 같았다.

 

 수영은 어쩌면 교통사고를 목격해서 그런 것일 거라 여기며 그림을 계속 관람했다. 그러다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는 두 아이의 그림을 보는데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 손을 뻗고 있었다.

 

 “그림에 손대시면 안 됩니다.”

 

 수영의 옆에서 낮지만 잔잔한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수영이 죄송하다고 인사하려는데 자신을 내려다보며 해사한 미소를 짓는 남자의 얼굴을 보고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 순간,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수영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뭐에요? 왜 그래요? 얼굴이 왜 이래요?”

 

 수영은 정우의 손을 잡아 내리며 물었다.

 

 “괜찮아. 그런데 너,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오늘 최선배가 여기서 보자고 해서요. 정말 괜찮은 거예요?”

 

 “후우. 응.”

 

 수영은 정우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먼저 나왔다. 말없이 다음 전시실로 넘어가는데, 정우가 수영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오며 나직하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저 그림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니.”

 

 “치, 그럼 그런 걸로 해요. 그런데 여기 전시 참 특이하지 않아요? 뭔가 그림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되게 아련한 것 같지 않아요?”

 

 수영은 정우의 말에 잠시 멈칫거렸다. 자신도 정우와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포스터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그림과 사진에서도 진한 그리움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음 전시실은 시간이동을 한 것처럼 꼬맹이의 모습에서 교복을 입은 청소년기의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그림은 이 똑같은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지만, 사진은 그림 속 느낌을 담은 것처럼 각기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이 그림에 맞춰서 작업이 되었던 것인지 그림에는 담겨 있지만 사진에는 미처 그 모습이 담기지 못한 것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영은 사진보다는 그림이 더 좋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림의 낙관처럼 찍힌 꽃문양들이 눈에 밟혔다.

 

 수영이 해질녘 자전거 앞에 나란히 서 있는 남자와 여자아이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데 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첫사랑일까요?”

 

 수영이 정우를 쳐다보자 정우가 다시 그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 이 아이들이요.”

 

 첫사랑.

 

 수영은 속으로 조심스레 그 단어를 읊조렸다. 정우의 말을 듣고 보니 남매라기보다는 첫사랑의 느낌이었다.

 

 아, 그래서 제목이 ‘그녀에게’ 이었나보다. 수영은 그제야 그림과 사진들에서 그리움이 느껴졌나 보다고 생각했다.

 

 수영이 다음 그림으로 옮기면서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정우가 수영에게 말했다.

 

 “오늘 최선배 안 올 거예요.”

 

 정우의 말에 수영의 걸음이 멈췄다. 왜 오지 않냐고 묻지도 않고 그저 그를 쳐다만 봤다.

 

 “아까 오는 길에 전화 받았어요. 병원이라고. 또 쓰러졌나 봐요.”

 

 “뭐?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수영은 남은 그림을 채 보지 않고 그대로 갤러리를 빠져나갔다. 갤러리를 빠져나온 수영이 정우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병원이 어디야?”

 

 정우가 자신은 보지도 않은 채, 갤러리 밖을 나가는 수영의 팔을 잡아 세웠다.

 

 “차 가져왔어요. 타고 가요.”

 

 수영은 정우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물론 차에 오르고서도 어떤 말들이 편히 오가지 않았다. 그러다 침묵을 깨고 정우가 얘기했다.

 

 “선배가 이럴까봐 얘기 안 한 거예요. 또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라고 하고.”

 

 “응.”

 

 수영도 지금 정우가 무얼 걱정하는지 알 수 있었다. 별일 아님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뛰어대는 심장 때문인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아무래도 오늘 낮에 봤던 그 교통사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들어가요. 나는 주차하고 갈게요.”

 

 “응.”

 

 먼저 병원 응급실로 향한 수영의 발이 무거웠다. 병원의 응급실은 늘 그렇듯 약 냄새로 가득 찼고, 다행히도 많은 응급환자가 있지는 않은 듯 했다.

 

 응급실 문을 여는 수영의 손이 떨려왔다. 그리고 어딘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간호사의 뒤를 저도 모르게 무심코 따라가고 있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수영아.”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자 수영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리고 더 이상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또 백지상태로 가고 있는 걸까?

 

 의심하려는 찰나에 의사의 무리가 들어오면서 움직이지 않던 수영의 몸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갔다. 쳐다보니 난감해하며 어쩌지 못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는 최선배, 지숙이었다.

 

 “그게…… 갑자기 당이 떨어져서…… 원래 내가 꼭 사탕하나씩은 주머니에 넣어갖고 다니는데, 오늘따라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었더라고…….”

 

 지숙은 쉴 틈 없이 말을 하면서도 수영의 눈치를 살폈다. 지숙은 수영이 침대 옆으로 다가가고 나서야 한 숨을 돌렸다.

 

 “정우가 말했구나? 이 자식을, 내가……. 하여튼 들어오기만 해봐.”

 

 갑자기 수영의 등골이 오싹했다. 옆을 스쳐가는 의료진들의 모습에 수영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이 빠져나온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너무도 하얀, 흰 천이 누군가를 머리끝까지 덮고 있었다. 흰 천 밑으로 흘러내려 온 손이 왠지 슬퍼 보였다.

 

 
작가의 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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