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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의 딸 : 죽음을 보는 아이
작가 : 피그
작품등록일 : 2016.8.22

타인의 죽음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9살 소녀 '성경', 그들의 죽음을 막아야 하는 그녀의 고뇌와 파란만장 성장기.

 
ACT 1.0 * 바른생활 사나이
작성일 : 16-08-24 21:29     조회 : 815     추천 : 5     분량 : 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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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딸 : 죽음을 보는 아이 * ACT 1.0 * 바른생활 사나이

 

  성경은, 빛도, 공기도 없는, 어둡고 답답한 이 터널을, 혼자 걸었다. 숨조차 쉴 수 없는, 배려라곤 하나 없는 이 터널에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기쁜 마음에 촐싹이며 뛰는 그녀의 발목을.. 살갗이 깨질 듯 차가운 촉감의 뭔가가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뭐지?’ 하고 고개를 숙이니, 세상에, 맙소사, 멀쩡한 땅을 뚫고 쑥 올라온 그것은 사람의 손이 아닌가! 한 구가 아니다. 갈수록, 땅을 뚫는 손의 수가 늘어만 갔고, 그 손들은 점점 소녀의 몸을 타고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점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손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그녀의 몸을 에워쌌고, 더 뚫고, 또 뚫고, 계속 뚫어서, 마침내, 그 많은 손들은, 눈알 하나 없는, 새 빨간 레드와인 같은 피를 흘리는, 호러 그 자체의 귀신이 되었다.

  “살려줘.”

  “나 좀 구해주면 안 돼?”

  “넌 알고 있었잖아!”

  “제발!!”

  처음엔, 한이 가득히 맺힌 귀신들이 그녀에게 애원하듯 매달리다, 갈수록.. 그녀의 몸을 타고 올라가던 손들은 목을 조르고 눈을 가리며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애원을 하나, 위협적이나, 귀신들의 입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부탁은 모두, 살려달란 포효.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나 아니라고!! 아니란 말이야!! 아니야!!!!!!!!!!!!”

 

  그렇게, 거의 ‘꼼짝 마라’ 식으로 귀신들에게 혼을 뺏긴 성경은,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 지독하고 끔찍한 악몽이었다. 이런 꿈을 간간히, 가끔 꾸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죽음을 보게 된 이후로, 사람의 죽음을 구할 방법이 없어 방관하게 된 이후로 시체가 하나 둘 나타나더니, 단체로 아침부터 땀 한 바가지를 흘리게 만든다. 그래서 성경은 아침에 한 번, 밤에 잘 때 한 번, 하루에 두 번 목욕을 하는데, 이 어쩔 수 없는 습관에 대해, 성경의 친언니 성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언행을 내뱉는다. 그것도 항상. 똑같은 대사를.

  “넌 왜 아침마다 씻어? 바쁜 사람은 생각도 안 하지!? 진짜 이기적이다.”

  “이제 좀 대사 좀 바꿔봐. 하나도 안 바쁘면서 오바 좀 떨지 마라. 다 씻었어!”

  성경이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틀어 올린 채 화장실에서 나오자, 성서는 원망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화장실 문이 뜯길 듯 ‘쿵-’, 세게 닫고 들어갔다. 이 장면마저도 매일 아침마다 보는 매우 익숙한 장면이다.

 

  성경은 본격적으로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기 전, 그 악몽 때문에 가시지 않은 더움을 식히려고 주방에 들어갔다. 복잡하게 쌓인 그릇들 중 컵을 꺼내려고 하던 그 때, 드라마 속 복선처럼 접시 하나가 싱크대로 떨어져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녀는 이런 진부한 것들을 믿지는 않지만, 접시가 깨지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깨진 접시는 접시고, 그녀도 할 일이란 게 엄연히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물을 얼른 꺼내 마시려던 그 순간, 거실 쪽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네, 나가요! 잠깐만 기다려요!”

  세상 물정 모르고, 남에게 화낼 줄 모르는 그녀의 정신지체 아빠가 방에서 나풀나풀 뛰어나왔다. 문을 여니, 잘생긴 옆집 남자가 웃으며 서있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안녕! 어서와. 들어와. 아침 먹었어?”

  아빠는 집 앞 복도에 서있는 옆집 남자의 팔짱을 끼며 거실로 들어왔다.

  “배고프면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갈래?”

  “저 괜찮아요, 아저씨. 곧 일하러 가야하기도 하고, 지난번에 챙겨주신.. 반찬통 가지고 왔어요.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아줌마한테도 전해주세요. 맛있었다고.”

  옆집 남자는 오른팔에 끼워둔 도시락 가방을 열어, 남자의 솜씨라곤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설거지된 반찬통을 하나하나 꺼냈다. 그리곤 말했다.

  “같이 일하는 이모 중에서 요리를 잘하는 분이 계세요. 그 분한테 하루에 하나 씩 밑반찬 하는 거 배워서, 다음엔 꼭 제가 직접 만든 반찬 나눠드릴게요.”

 

  말씨 하나하나에 예의바름이 묻어나는 옆집 남자의 눈과, 물 다 마시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려던 성경의 눈이 마주쳤다. 12시간 내에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 죽기 전 10초 언저리의 영상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는 성경에겐, 상대와 눈 마주치는 이 순간이 가장 괴롭고 무서운 순간이다.

 

  불길한 복선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유리가 깨지거나, 칼에 손이 베인다거나. 접시가 깨져 불길했던 오늘 아침, 옆집 남자, 김다올 씨에겐 죽음의 감지가 있었다.

 

  [ 흔들리는 트럭, 그 트럭의 차량번호 ‘서울 마 78 2668’, 트럭 기사의 상태를 보기 위해 트럭의 뒤에서 옆으로 차선을 바꾼 배달 오토바이 기사 김다올 씨, 꾸벅꾸벅 졸고 있는 트럭 기사, 트럭 기사의 육교 충돌 및 전복, 김다올 씨의 전복, 도로 한복판에 쓰러진 김다올 씨를 피하려다 바퀴로 그의 머리부터 내장까지 그대로 깔아버린 9인승 차량, 그리고 즉사. ]

 

  핸드폰 정각 알림으로 추정되는 알림소리가 들렸다.

  “4시!” 라는, 어린 아이의 똘망똘망하고 맑은 음성이, 성경의 뇌리에 박혔다.

 

  마침 감사하게도 옆집 남자 김다올 씨의 핸드폰에서 “8시!” 라는, 알림이 울렸다. 그의 죽음을 감지하면서 들었던 “4시!”의 음성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음성이었다. 김다올 씨는 오늘 오후 4시에, 교통사고로 사망할 것이다.

 

  꿉꿉한 마음을 다 잡고 등교하던 중, 김다올 씨의 죽음을 감지하며 봤던 오거리 부근을 지나쳤다. 그녀가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는, 아주 익숙한, 한남오거리. 머리 전체가 ‘쿵-’ 지진 울리듯 흔들리더니 속도 매스껍고, 거의 죽기 일보 직전 상태로 학교에 도착한 성경은, 수업시간에도 김다올 씨가 생각나 펜을 잡지 못했고, 에너지 원천 점심시간에도 김다올 씨가 생각나 수저를 잡지 못했다.

 

  사람의 죽음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건 고1 무렵. 그동안 그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알아차리고서도 방관했던 이유는, 단순히 무서워서였다. 그리고 그 능력을, 환각과 환청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던 것도, 나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나타난 ‘악몽’, 그 미친 후유증 때문이라도,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살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들었다. 살리는 게 악몽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라면, 별 수 있나. 살리는 수밖에. 머리를 굴려서라도 살려내는 수밖에.

 

  사고 발생 시간이 종례시간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김다올 씨를 구하려면 조퇴가 답이다. 안 아픈 몸을 아픈 척 하며 속이는 것 보다, 정말 아파서 조퇴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돼, 칙칙해진 피부를 미용하기 위해 7일 묵힌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헛구역질이 올라왔고, 배도 살살 아픈 게 이 정도면 조퇴를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어 곧바로 교무실로 달려가, 베이글 몸매의 담임 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 오늘 웬만하면 안 오려고 했는데, 장염 때문에 배가 자꾸 아파요.”

  “아침에 보니까 표정이 안 좋긴 안 좋더라. 선생님들도 너 아파 보인다고 하고.”

  “대충 우유 챙겨먹고 왔거든요. 근데 그게 좀 문제가 있었나 봐요. 죄송해요.”

  “아픈 게 죄도 아니고. 그래. 집에 가서 좀 쉬어. 빼빼 마르니까 맨날 아프지!!!!”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수고하세요.”

 

  교무실을 나갈 때까지 허약한 척, 아픈 척, 꾀병인 걸 의심받지 않기 위해 온갖 수를 썼고, 그렇게 그녀는 조퇴해 교통사고 예정 장소인 한남오거리로 향했다.

 

  한남오거리로 도착했을 때 시간은 1시 40분. 사고까지 약 2시간 20분이 남았다. 2시간 20분이면 충분해 보이지만, 김다올 씨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어떤 방법으로 대처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려면, 그 시간이 결코 여유롭지 않다.

 

  그녀는 근처 카페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계속 생각했다. 머리가 터질 때까지 그럴싸한 해결방법을 찾겠다고, 소매까지 걷어붙였다.

 

 *

 

  “감사합니다, 한중각입니다.”

  운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남오거리 근처 중국집 ‘한중각’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다올 씨는, 제주도에서 줄곧 살다 서울로 혼자 올라와 독립한, 놀라울 정도로 올바른 청년이다. 왜들,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조금 벌어도 세금은 제때 내고, 가계부까지 작성하며 돈 관리하고, 술 안 하고, 담배 안 하는, 신랑감으로 0순위인, 이.. 착하고 괜찮은 남자가, 3시 56분, 중국집 배달용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사고가 단 4분밖에 남지 않았다. 성경은, 아직까지도 김다올 씨 구할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 트럭이 전복하니 오토바이도 전복하고, 김다올 씨를 피하려던 차량이 김다올 씨를 깔아버리며 사고가 나면.. 이건 분명, 단언컨대, 연쇄추돌사고다. 게다가, 사고의 원인인 트럭 운전기사가 꾸벅꾸벅 졸았으니, 두 말 하는 것도 입 아프게, 졸음운전으로 인한 연쇄추돌사고다.

 

  깊이 들어가서 생각을 해보니, 2668이라는 차량을 찾아내 그 사람을 운전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김다올 씨를 비롯해 모든 피해자들이 더 빨리 응급처치를 받으면 어쩔지 생각이 들어, 성경은, 곧바로 근처 공중전화 부스로 향했다.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걸까. 말까. 만약 내가 장소를 잘못 추측한 거람, 어떡하지? 아님 반대로 사고가 안 나면 어떡해? 허위신고라고 괜히 벌금 물면 나 어떡하지?!’

 

  입 안에 고인 침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가슴 두 곳이 괜히 답답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죽음을 막아야, 그녀, 본인이, 그 끔찍하고 지긋지긋한 악몽을 꾸지 않을 것 아닌가? 떨려도, 긴장 되도, 도박 한 번 걸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수화기를 잡아들었다. 우선 생명이 먼저니, 119에 신고를 했다.

  “여보세요? 여기 한남오거리 육교 있는 곳인데요. 차가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 충돌해서 지금 상황이 엄청 심각하거든요? 어떤 젊은 남자 분은 차에 깔려서요..!! 지금 당장 오셔야 할 것 같아요. 빨리요!!”

  그 다음 전화해야 할 곳은, 112, 졸음운전 신고다. 그녀는 아침에 봤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

  “네, 여기 한남오거리 육교 있는 곳인데요. 여기 충돌사고 일어났는데.. 그, 트럭 운전하시는 분이요.. 지그재그로 차를 왔다 갔다 한 것 보니까, 졸음운전 같은데.. 서울, 마, 78, 2668이에요. 얼른 와주세요. 빨리요!!”

  성경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떨린 심장을 진정시키듯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곧 사고가 일어날 육교 쪽을, 부스 안에서 바라봤다.

 

  3시 58분, 사고가 일어나기 2분 전, 앰뷸런스 4대가 도착했다. 곧이어 112가 한 대 도착했다. 사고는 커녕 너무나도 평범한 도로의 풍경에 모두가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그들의 입장에선 이건 분명, 장난전화이기 때문에.

 

  “아 지금, 장난해? 오늘 며칠이야. 4월 1일이냐? 만우절이야? 3월 달 아니야? 하여튼 맘에 안 들어.”

  119 구급대원 중 한 명이, 장난전화에 기가 막힌다는 듯 침을 ‘퉤’ 뱉고 말했다.

  “하기사, 사람이 깔렸을 정도로 사고가 났음 여기저기서 신고전화가 왔겠죠.”

  “요즘 요 장난전화 문제야, 문제. 응? 잡히기만 해. 가만 안 둬.”

  모두들, 탐스럽게 익은 토마토처럼 빨개진 얼굴로 성을 냈다. 할 일도 많은데 연쇄추돌이라고 허위신고를 하다니, 그들 입장에선 충분히 화낼만하다. 구급대원과 경찰들은 허위신고를 받아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으니까.

 

  3시 59분, 사고가 일어나기 1분 전, 배달을 가려고 오거리에 도착한 김다올 씨는 앞 차량, 포터 트럭이 너무나 수상했다. 쭉 직진을 해야 할 상황에 좌회전, 우회전, 고민하는 것처럼 차량 자체가 꼬불꼬불 흔들렸기 때문이다. 혹시 졸음운전이라면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아 차량번호 ‘서울 마 78 2668’을 외웠고,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차선을 트럭 옆으로 바꿨다. 역시나.. 꾸벅. 꾸벅.

 

  “4시!”

 

  1시간마다 정각 알림을 들어야 마음이 진정 되는, 정말 희한한 습관이 있는 다올 씨의 핸드폰이 울렸다. 성경이 다올 씨의 죽음을 보며 들었던 음성이다.

 

  그리고 그 때, 팡!

 

  문제의 트럭이 육교에 부딪혀 전복됐다. 그리고, 다올 씨가 타고 있던 오토바이가 트럭과 부딪혀 전복됐고, 다올 씨는 그대로 튕겨져 나가 도로에 쓰러졌다.

 

  뒤에 오던 9인승 차량이 사고가 난 다올 씨를 피하려다, 미처 피하지 못해 그의 몸을 그대로 깔아버렸고, 뒤에 오던 비싼 외제 승용차도 9인승 차량과 충돌했다. 그 뿐이면 천만 다행인가. 외제 승용차를 피하려던 국산 승용차도 전복된 트럭과 그대로 충돌해, 무려 총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멀리,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사고의 상황을 지켜보던 성경은 주저앉았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대형 차량에 그대로 깔려버린 바른생활 옆집 사나이는 불쌍해서 어쩌나 싶어, 심장이 절구 찧듯 쿵쾅댔다.

 

  119와 112도 이 어이없고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구조를 먼저 시작했다. 차에 깔린 다올 씨를 빼내고, 전복된 트럭에 갇힌 트럭기사를 빼내고, 다른 피해자들 역시 들것에 옮겨 후송 됐다. 구급차 4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몇 대를 추가로 더 부르는 등 구조에 총력을 다 했다.

 

  경찰은, 성경이 신고 당시에 불러준 졸음운전 차량번호가 ‘서울 마 78 2668’이 맞는지 살폈다. 정말 맞다. 이 소름 돋고 미친 상황, 어쩔 것인가.

  “미래를 보는 거야..? 그걸 어떻게 알고 신고를 했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성경은, 쇼크로 잠시 정신이 멍해 공중전화 부스에 쪼그려 앉았다. 이것은 예지력인가. 아니면, 남의 죽음을 감지하는 것인가. 왜, 평범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평범하지 않은, 소름끼치는 능력으로 피곤한 삶을 사는 것일까.

  또, 바른생활 김다올 씨는 살아날 수 있을지.. 이런 저런 생각에.. 목이 메어온다.

 

 *

 

  그 날, 사회부 여기자 출신 앵커인 성경의 엄마가 진행하는 뉴스에서는, 김다올 씨의 치료 중 사망 소식과, 졸음운전을 한 트럭 운전기사의 중환자실 이동 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악몽에서 탈출하기 위해 처음으로 결심했던 성경의 ‘사람 구하기’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녀는, 어김없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

 

  김다올 씨 사고가 일어나고 2주가 지났을까. 4월 1일, 달력이 한 장 넘어간 그 날, 모두가, 거짓말을 해도 좋은 날이었다. 평소 버스를 타고 다니던 그녀가, 오늘은 너무 늦어 지하철을 타기로 결심했다.

 

  사실 지하철은 그녀가 제일 꺼리는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다. 지하를 뚫고 그 곳을 통해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답답하다. 단지, 그 답답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버스정류장 바로 근처 지하철역으로 뛰어 들어가니, 지하철은 하필 전역을 출발해 해당 역사로 접근하고 있었다. 지갑을 꺼내 카드를 찍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빠르게, 더 빠르게 뛰었다.

 

  스크린도어가 닫힐락, 말락! 하던 그 순간, 간발의 차이로 지하철 탑승에 성공한 그녀의 지친 눈에, 한 동급생의 죽음이, 눈에 보였다. 그것도 아주 어이없는 죽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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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16-08-25 11:10
 
다음 글이 보고 싶어 추천 드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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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춘 16-08-25 11:14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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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16-08-25 14:26
 
죽음을 보는 아이 - 멋진 타이틀입니다. 작품은 읽지 못 하였습니다. 훗날 줄독하러 들리겠습니다. 좋은 작품 만드시길 바랍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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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GNU 16-08-25 15:59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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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dream 16-10-06 16:47
 
아주 좋으네요. 다만 숨표(,)가 너무 많아 읽기 힘들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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