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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랑 나랑 너
작가 : 우루루
작품등록일 : 2018.11.8

 
나는 무서운 꿈을 꿨다
작성일 : 18-11-08 23:52     조회 : 393     추천 : 0     분량 : 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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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디선가 날개 짓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날개 짓 소리는 1초에 800번 가량을 울려 내 머리를 흔들어 놓았다.

 하수구에서는 생쥐의 배설물 냄새가 내 코를 향해 스며 들어왔다.

 나는 역한 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이번에는 푸른색 아름드리나무가 시원한 바람을 보내왔다.

 그 바람은 내 볼을 차갑게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건 꿈이다. 수 없이도 되풀이 되던 꿈.

 오감이 뛰어난 사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지몽처럼 꾸기도 한다. 꿈 속에서 겪었던 광경들을 실제처럼 느낀다.다만 꿈에서 깨었을 때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꿈은 신이 내려주는 일종의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신이라는 작자는 내게 장난을 쳤다.

 내가 그것을 느낀 것은 여덟 살 무렵이었다.

 

 “엄마, 엄마 나 오늘 꿈에 엄마가 나왔다? 히히”

 

 “진짜~? 그래, 민혁아 엄마가 꿈에서 뭐하고 있든?”

 

 “으~응 엄마가 물 속에서 막 이렇게, 이렇게 수영하고 있었어.”

 

 팔을 휘적거리며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내가 그저 귀여웠던지 엄마는 말없이 볼을 씰룩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였다.

 

 “엄마! 나, 또 어제랑 같은 꿈 꿨다?”

 

 엄마는 설거지를 하다가 종종걸음으로 방에서 나온 자신을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또? 이야~ 우리 민혁이가 엄마 생각을 많이 해주나 보네. 잠잘 때 꿈에 나오는 사람은 평소에 많이 생각하던 사람이라던데.”

 

 “그치? 나 완전 잘했지?”

 

 “호호, 그래. 우리 민혁이밖에 없다.”

 

 엄마는 말을 하고선 손에 묻어있는 물기를 탁탁 털어낸 뒤 내 머리를 다시금 쓰다듬었다.

 그 시절 그때의 나는 그냥 단순히 머리를 만져주는 것일 뿐인데도 그게 왜 그렇게 좋았었는지 모르겠다.

 

 그 날 이후 꿈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잠에 들었을 때, 심지어 낮에 잠깐 졸았을 때에도 어김없이 엄마는 나타났다.

 뜬 구름 잡듯이 흐릿하게 생각나던 꿈도 몇 번이고 반복되던 탓에, 점점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엄마가 흙탕물에서 수영하고 있지?’

 

 꿈이 선명하게 기억날수록 의아했던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냥 엄마한테 자랑을 하면 어느 때와 같이 밝게 웃어줬기에 다른 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같은 꿈을 꾸게 된지 두 달이 지났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기 시작한 저녁 그 날은 굵은 장대비가 매섭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았을까, 그날은 왠지 모르게 엄마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똑 하고 떨어질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민혁아. 엄마랑 같이 할머니 보러가자.”

 

 “으응, 지금? 어.. 응. 알았어”

 

 오밤중에 할머니 집을 가자는 것이 의아했지만, 이미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낀 나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엄마는 빠르게 내 손을 낚아채고 현관문을 나섰고 나는 그 잠깐 동안 소파에 등을 지고 TV를 보고 있는 아빠의 뒷모습 밖에 볼 수 없었다.

 

 조수석에 앉아 엄마와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나는 아무런 얘기도 할 수 없었다.

 엄마의 너무나도 차가운 표정에 괜히 말을 꺼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계속되는 어색한 시간에 나는 그냥 이따금씩 하늘을 쳐다보며 이 엄청난 폭우에 천장이 뚫리진 않을까? 하고 어이없는 걱정을 했다. 그만큼 차를 두드리는 빗소리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그때 그 빗소리를 뚫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혁아, 너는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엄마의 차분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뭔지 이미 알고 있다.

 

 “음.. 아빠도 좋지만 역시 나는 엄마가 젤루 좋아!”

 

 천진난만한 목소리. 하지만 엄마는 그것마저도 간파했는지 내 기대와는 달리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와의 짧은 대화를 끝으로 차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렇게 말없이 십분 정도를 더 가고 나서 우리는 한강대교 앞까지 왔다. 이제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할머니 집이 나온다. 날씨가 우중충 해서인지 오늘 이 다리를 건너는 차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앞에서 라이트만 작게 키고 다니는 승용차 두 대랑 바로 뒤에서 그 조그만 불빛조차도 안 키고 달리는 트럭 한 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깜깜한데 저 차는 앞이 보이나?’

 

 고개를 뒤로 돌려 유심히 지켜보니 차가 좌우로 왔다갔다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이 보였다.

 

 “민혁아, 우리 할머니 진짜 오랜만에 본다. 그치? 할머니가 맨날 너 얼굴 좀 보고 싶다고 나한테 계속 전화 했었던 거 알아?”

 

 “으..응!”

 

 엄마는 이제 기분이 좀 풀렸는지 아까보다는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였다.

 아직 엄마는 뒤에 트럭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엄마한테 얘기를 해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지만 역시, 이제 기분이 막 풀린 엄마한테 신경 쓰이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별일 아니겠지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다리 밑에는 거센 폭우에 강물이 불어나 이리저리 요동치고 있었다.

 내가 본 그것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고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맸다.

 강물을 바라보니 괜히 드는 무서운 마음에 나는 눈을 끔뻑 감았다 떴다.

 엄마는 내 마음을 또 어떻게 알았는지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평소와 같이 따뜻한 손,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올려 엄마를 쳐다봤다.

 표정이 풀어져 은은하게 미소를 띄우고 있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백미러에 비치는 아까 그 뒤에 있던 트럭.

 

 ‘어라? 언제 이렇게 가까이 왔지?’

 

 아까는 적어도 백 미터 이상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 어느새 바로 뒤쪽까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엄마!!”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그리고 내 외침과 동시에 뒤에서 강력한 충격이 몸을 강타했다.

 콰앙!

 

 “꺄아아아악~!”

 

 머리가 세게 흔들리고 눈 앞의 시야는 세상이 빙빙 돌았다. 그 사이 트럭은 계속 우리를 끌고 가드레일 쪽으로 밀어갔다.

 

 드르르륵

 가드레일이 차에 긁히면서 작은 불꽃들이 사방으로 튀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끝내 계속되는 트럭의 힘을 버티지 못했는지 나사 빠지는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날았다.

 내가 어지러운 게 멈추고 다시 눈을 뜬 세상은 이미 블랙홀 같은 어둠이 우리를 빨아드리고 있을 때였다.

 공중에서 느낀 공포는 짧게 지나갔다.

 풍덩!

 

 ‘차갑다.’

 

 아직 가을도 채 되지 않은 날씨였지만 이 오밤중의 강물은 너무도 차가웠다. 그리고 계속해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분명 차 안이었는데..’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에 물속에서 억지로 눈을 떴다. 눈이 따끔거리고 모든 것이 새까맸지만 엄마의 모습만큼은선명하게 보였다. 내 쪽으로 헤엄쳐 오고 있는 모습.

 아아. 꿈에서 수십 번도 넘게 봤던 장면 이었다. 엄마의 절실한 눈동자. 예전에 계속 엄마한테 꿈 얘기를 했을 때 자꾸 뭔가 까먹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서야 기억났다.

 

 ‘맞아.. 그때 엄마 표정이.. 되게 어두웠었지.’

 

 나는 잠깐 꿈에 대한 생각을 하며 엄마의 매번 봤던 익숙한 장면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날 이후 더 이상 엄마는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알코올 냄새가 그득한 병실 안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천천히 고개만 올려 주변을 둘러봤다.

 하얀 커튼에 하얀 침대, 물병에 꽂혀있는 백합 한 송이, 조금 열린 창문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멍하니 쳐다보다 풀썩 다시 누웠다. 주변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멍 하니 하룻밤을 더 지낼 동안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간간히 들어오는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는 의사 아저씨 한 명, 화장실을 갔을 때 봤던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 한 명, 그리고 내 옆을 밤새워 지켜주신 할머니가 전부였다. 아빠가 지금 왜 내 옆에 없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궁금했지만 그보다도 엄마가 지금 내 옆에 왜 없는지가 더 궁금했다.

 

 “..할머니?”

 

 “응? 왜 그려 아가. 잠이 잘 안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할머니의 퉁퉁 부어버린 눈을 보는 순간 나는 말문이 닫혔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퇴원을 한 후 나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 입어보는 검정색 옷과 검정색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엄마의 사진 앞에 향초를 꽂고 절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전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이 옷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다리가 풀려, 바닥으로 몸이 허물어졌다. 눈에서 굵은 빗방울이 볼을 타고 하염없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리고 나는 목이 메여, 다 갈라진 목소리로 흐느꼈다.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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