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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결혼부터 시작해
작가 : 엔큐
작품등록일 : 2018.11.6

모쏠경력 25년만에 갑자기 상견례라니? 그것도 그 상대가 재벌3세라니?! 모태솔로 열정교사 도연서는 처음으로 남자와 키스 한 다음날, 부모님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가게 되는데...거기서 만난 건 다름 아닌 왕싸가지 재벌 3세 최선중! “오늘이, 네 상견례 자리였어.” 엄마의 청천벽력 한 마디에 예비신부가 되어버린 도연서! 썸남은 버려두고 재벌과의 정략결혼이라고?!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는 여자 도연서, 결혼부터 시작하는 그와의 만남에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사랑보단 사달같지만 일단, 결혼부터 시작해!

 
1. 첫키스 그리고 상견례
작성일 : 18-11-06 12:00     조회 : 411     추천 : 2     분량 : 8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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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죽겠다. 술 너무 많이 마셨어.

 

 “도 선생, 괜찮아? 얼굴이 너무 빨간데?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지 그래?”

 

 아, 죽겠다. 저 머리도 몇 가닥 없는 최 부장, 나한테 그렇게 많이 멕여놓고는 바람 좀 쐬고 오라고?

 병주고 약주기냐? 확 그냥, 대머리 되라고 머리 다 뽑아버릴까 보다.

 

 “그나저나 도 선생, 술이 많이 약해졌어. 이래서 애들은 가르칠 수 있겠어?”

 

 아 또. 이놈의 지긋지긋한 최 씨 남자들!!

 내가 이래가지고 여기서 일하기 힘들다니까? 회식이 너무 잦아!!

 아야야야...머리야...안 되겠다.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야지...

 

 “아하하, 제가 좀 많이 마셨나 봐요. 저 좀 밖에 나갔다 올게요.”

 “그럼, 같이 나가요, 도 선생님.”

 

 예상치 못한 다정한 남자의 한 마디.

 그 한마디에 그녀의 얼굴이 더 발갛게 달아오른다.

 그것만은 숙취 때문이 아니었다.

 술 취한 그녀를 밖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새숲고의 절세미남, 인기 선생 정하윤이기 때문이었다.

 술 취한 그녀 앞에 남자의 몸이 들어선다. 하윤이 그녀를 부축하여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선생들은 혀를 끌끌 찬다.

 

 “저 둘이 사내연애라도 하는 거야? 뭐야? 정 선생, 꼭 저렇게 도 선생을 따라다닌단 말이지.”

 

 그도 그럴 것이, 둘은 사실 긴장 백배의 썸을 타고 있는 야릇미묘한 관계였다.

 

 ***

 

 쉬이잉.

 찬바람이 분다. 그러나 25살 모태솔로 연서의 두 뺨만큼은 한겨울의 군고구마 마냥 뜨끈뜨끈했다.

 그것은 비단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옆에 세상 누구보다 잘생긴 187cm의 조각미남 하윤이 있었으니. 과연 두 뺨이 발그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모태솔로인 연서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학교에서 만난 절세미남 하윤 역시 연서에게 관심을 보였고 이렇게 야릇한 관계까지 다다르게 됐다.

 감히 자기 주제에 하윤에게 마음을 품은 것도 스스로 생각할 땐 놀라운데, 하윤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깨달을 때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헤헤. 시간이 좀 많이 지난 것 같은데. 그래도 하윤 쌤 얼굴 막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연서는 힐끔힐끔 하윤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아무리 담아도 볼 때마다 새로운 잘생쁨이 쏟아져나오니 얼굴을 볼 때마다 새롭게 설렐 수밖에 없었다.

 조각같이 날렵한 얼굴선, 오똑한 코, 크고 아름다운 두 눈.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눈은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무엇보다, 남자임에도 백옥같이 곱고 하얀 피부는 정말 사람의 마음 한끝을 자극하는 킬링파트였다.

 

 “정 쌤, 이제 괜찮은데...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있어서 감기 걸릴 수 있어요. 들어가 계세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도 술 많이 마셔서 나올 타이밍 보고 있었어요. 도 쌤...아니 누나 덕분에 이렇게 나올 수 있었는데, 들어가기 싫어요.”

 ‘누나.’

 

 모태솔로 연서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단어.

 단어 자체만으로도 설레는데, 그 단어를 부르는 낮고 달콤한 꿀 목소리 때문에 연서의 가슴은 진자추 마냥 빠르게 하늘부터 땅끝까지 움직였다.

 게다가 연서를 볼 때마다 살짝 휘는 그 눈꼬리라니, 이젠 남아날 심장도 없는 것 같았다.

 

 “정 쌤도 차암. 지금 회식 자리인데, 누나라니...”

 “지금은 우리 둘뿐이잖아요. 그리고 업무 시간도 끝났는데...나한텐 항상 도 쌤이 아니고 연서 누나인걸.”

 

 ‘연서 누나.’

 

 그 말에 연서의 귀 끝이 전원 켜진 인덕션 마냥 발갛게 달아오른다.

 

 어둠 속 술집 조명에 의존한 하윤의 망막에 그녀의 발간 귀 끝은 몰라도 부끄러워하는 모습만큼은 맺혔을 것이다.

 그런 모습은 연서가 한 살 위의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하윤의 가슴에 오묘한 설렘을 가져왔다.

 하윤은 부끄러워하는 연서에게 서서히 손을 뻗는다. 아직은 꽃샘추위 때문에 살짝 차가운 그녀의 살결이 느껴진다.

 하윤은 저도 모르게 덥석 그 손을 쥐어버린다. 그러고는 술기운이 올라와 발간 피부와 살짝 풀린 눈이 야릇한 상상까지 하게 만드는 그녀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허둥지둥 눈알을 굴리며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얼굴이 오롯이 그의 동공에 담긴다.

 

 “하윤아...”

 

 그녀의 부름에 하윤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입술을 갖다 댄다.

 예상치 못한 남자의 입술에 연서가 화들짝 놀란다.

 키스해 본 적이 없는 그녀로서는 하윤의 도톰한 입술만 바라봐도 몸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었는데 그 도톰한 입술에 끈적한 체액까지 들어오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흐응...”

 

 저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였다.

 술기운 때문인지 더 야릇하게 들리는 그 소리에 하윤은 더 깊숙이 자신의 혀를 그녀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혀라고는 평생 자기 것만 느껴보다 처음으로 남의 것을 접해보니 연서는 회식 자리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는 하윤과의 키스에만 집중하기 시작한다.

 하윤이 본격적으로 연서의 뒷목을 감싸고, 연서는 본격적으로 하윤의 허리를 잡는다.

 하윤이 격정적으로 자신의 혀를 위아래로 휘두르며 연서 안으로 들어간다. 끈적하고 뜨끈한 체액이 연서의 입술을 점령한다.

 부드럽고 도톰한 입술과 야릇하고 매끈한 혀의 감촉에 연서는 정신이 아찔해진다.

 둘은 서로를 탐한다는 것을 입술로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양 더 격정적으로 물고 뜯는다.

 연서가 마지막 마음 까지 담아 격정적으로 하윤의 아랫입술을 깨물기 시작할 때...!

 

  “우으으읍!”

 

 연서가 재빨리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휙 돌린 채 헛구역질을 시작한다.

 

 ‘우왁, 미친 거 아냐? 지금 이게 내 인생 첫키스인데 지금 토할 거 같아서 그만둔 게 실화야? 진심이야? 우에에에엑, 그보다...미치겠다...토할 것 같아.’

 

  “우에에에에엑!”

 

 연서는 제가 낸 소리에 놀라 화들짝 입을 막는다.

 ‘미쳤어, 미쳤어. 도연서!’

 

 그 와중에 옆에 서 있는 하윤이 신경 쓰여 죽을 판이다.

 

 힐끗.

 완전 힐끗.

 연서는 작은 발소리에도 두리번거리는 미어캣처럼 몰래 하윤을 살펴본다. 하윤은 연서의 예상과는 달리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살피고 있다.

 

 “누나, 등 좀 토닥여 줄까요? 아니면 제가 여명이라도 사 올게요.”

 

 여명!

 숙취해소제 소리에 연서의 고개는 저절로 끄덕끄덕 세차게 움직였다.

 그 말에 하윤은 금방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후다닥 달려간다.

  웁스. 생애 첫 키스가 숙취에 져버리다니. 아, 진짜 창피해 죽겠어!

 

 “우웨...우에엑!”

 

 스물다섯 살 여자가 낸다고는 상상조차 못 할 소리를 내고 있는 기인 도연서.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속쓰림을 해소하기 위해 마땅한 골목을 찾아 나선다.

 한 걸음, 두 걸음. 점점 걸음이 빨라진다.

 

 “우웨웨에엑!”

 

 헛구역질 소리가 더 세차진다.

 한 걸음, 두 걸음. 보폭도 작아지고 걸음 수는 많아진다. 아무리 살펴도 주변에 적당한 곳이 없다.

 게다가 하윤이 없는 탓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어지러움은 훨씬 더 심해진다.

 

 ‘아 안 되겠다. 여명이고 뭐고 간에 지금 집에 가야 돼, 집! 나 죽어! 나 죽는다고!’

 

 당장이라도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정신을 애써 붙잡은 채, 연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택시를 잡는다.

 강남 한복판에서 택시 잡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아니면 만취한 취객이 택시 잡는 게 힘든 일인 건가.

 택시들은 야속하게도 연서의 손짓만을 피하며 쌩쌩 달렸다.

 

 ‘우에, 우우웨엑! 이 나쁜 놈들. 나 지금 토할 것 같다고!’

 

 휘청휘청. 이제 갈지자 스텝에 엑스자 스텝, 현란한 스텝이라는 스텝은 모두 밟고 있는 그녀는 근처에 정차한 주황색 차 한 대를 본다.

 옳거니, 택시인가 보구나.

 축지법 도인에서 스텝 장인이 된 연서는 정차되어있는 택시 문을 열고 거기에 앉자마자...

 

 “으아! 이 미친 여자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녀는...그녀는...일을 벌이고 말았다. 택시 안에 그녀의 창조물을 쏟아내고 만 것이다!

 그러나 소리 지르고 놀라는 목소리는 비단 한 개가 아니었다.

 

 “도련님,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랏? 도련님? 이 기사가 지금 내가 만취자라고 나를 남자로 보는 거야? 이 사람이, 나 오늘 절세미남하고 키스도 한, 그런 여자라구!

 으아, 그나저나...이 냄새...어떡하지? 냄새 때문에 더 죽을 것 같아!

 

 “도련님, 어서 나오세요! 죄송합니다. 아가씨 기다리느라 잠금장치를 안 해뒀는데...이런 여자가 여기 들어올 줄이야...”

 

 뭐? 도련님? 아가씨? 이런 여자? 이 기사가 지금 뭐라는 거야. 이 택시에 여기 누가 또 있다고...

 팔자 좋게 토사물을 차에 뿌려놓고는 뒷좌석에 쓰러져 있는 연서는 해롱거리며 활짝 열린 반대쪽 차 문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보지 않았으면 더 좋을 풍경이었다.

 거기엔, 만취객을 혼내려는 일반 택시기사가 아닌 다른 남자가 있었으니까.

 지금껏 보지 못한 품격을 가진 채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으니까.

 자신이, 택시가 아닌, 건드리면 안 되는 누군가의 차에 탔다는 걸 알게 돼 버렸으니까!

 

 “후, 연 기사님. 이 여자 처리해주세요.”

 

  건드리면 안 되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생쥐처럼, 그녀의 앞날은 뻔히 정해져 있었다.

 

 ***

 

 으아~ 속 쓰려.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겠네!

 아침 일찍 일어난 연서는 해장 겸 출근 준비를 위해 밥을 서둘러 먹고 있다.

 그때, 저 멀리서부터 애타게 연서를 찾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연서야, 이거 좀 읽고 도장 찍어!

 -엄마! 나 바빠. 나중에! 나 출근 늦었단 말이야!

 -안 돼,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 줄 알아? 지금 도장 찍어야 돼!

 -나 밥 먹어야 된다구! 숙취 있는 상태로 학교 가면 큰일 나는 거 몰라?

 

 하지만 엄마는 막무가내로 연서에게 꾸역꾸역 종이 한 장을 들이민다. 그러나 연서의 눈에 그게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럴 시간에 콩나물국이나 한 모금이라도 더 먹어서 해장해야지, 안 그러면 학교에서도 수업하다 말고 속을 게워낼지도 모른다.

 그러면 학생들이 수업 때마다 날 보면 게워내는 척을 하겠지. 으...생각만 해도 끔찍해!!

 

 -엄마! 이것 좀 치워봐. 나중에 할게, 나중에!

 -안 돼. 지금 해야 된다니까? 지금! 얼른 읽어봐!

 

 연서는 막무가내인 엄마를 흘깃 쳐다보곤 휙 종이를 낚아채어 읽어본다.

 그런데 그곳에 적혀있는 것은...

 

 [정하윤과의 만남을 일체 금지한다.]

 

 청천벽력같은 문구였다!

 하윤과의 만남을 일체 금지한다니? 나 아직 얘랑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보다 엄마 나 남자 있는 거 알고 있었어? 만나는 남자 생길 것 같으면 축하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게 뭐야?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문서에 연서가 급체함을 느끼며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이게 뭐야? 이딴 문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가뜩이나 어지러워 죽겠는데 왜 요런 이상한 짓거리만 골라서 하냐고, 엄마~

 -중요한 문서니까 잘 봐봐.

 -싫어! 도장 못 찍어! 안 찍어! 안 돼, 돌아가!!!

 -너...어렸을 때 도장 찍었던 문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거야.

 -어렸을 때? 문서...?

 -...

 -그게 뭔데? 엄마! 그게 뭔데?

 

  김 여사는 아무 말이 없다. 연서가 다급히 엄마, 엄마, 엄마를 애타게 외치는데...

 

 왈!왈!왈!왈~~ 왈!왈!왈!왈~~

 바로 그 순간, 연서의 독특한 알람소리가 울렸다.

 

  “헉!”

 

 문서를 찢을 손동작을 한 채 번쩍 잠에서 깬 연서는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누나, 괜찮아요? 어제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잖아요. 다른 선생님들도 걱정했다구요. 담엔 꼭 말하고 가요. 그리고, 너무 힘들면 그렇게 많이 마시지 마요. 걱정되니까.]

 

 으으...아 머리야. 하윤이 문자 남겨줬네.

 히히, 귀여운 하윤쌤, 귀여운 하윤. 한 살 어린 남자인데도 어쩜 이렇게 귀엽고, 섹시하고, 어른스럽고, 매력 있을까…? 창조주가 얼굴과 매력을 모두 몰빵해버린 건가?

 얼굴이 이러면 성격이 거지여도 평타일텐데, 이렇게 완벽한 성격까지 갖고 있다니…

 연서는 누구라도 홀릴 하윤의 아름다운 얼굴을 떠올리며 자신의 입술을 매만진다.

 그래, 이 입술이 어제 그 입술을 영접했지...헤헤...헤헤헤...달콤한 입술이었어. 이 입술, 맨날 밥만 먹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일도 해내는구나!

 그런데, 어제 이 입술로 한 게...키스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째 사고를 좀 친 것 같기도 하고...그보다 집엔 어떻게 왔지? 택시 타고 왔었나?

 문득 바라본 시계의 숫자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그래. 10시구나. 좀 더 자야지…10시…10시? 잠깐만, 10시?

 

 “10시라고? 엄마!!!!!”

 

 우당탕탕다다다탕.

 주택에 살고 있는 연서는 원맨쇼를 펼치며 2층에서 거실로 내려온다.

 그러나 연서가 마주한 건 거실에 앉아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부모님.

 허, 어이없는 상황에 연서는 아직 잠긴 목소리로 황망하게 물어본다.

 

 “뭐야, 오늘 다 출근 안 했어?”

 “출근?”

 “어! 아빠 오늘 회사 안 가? 엄마 오늘 구청 안 가냐고?”

 “웬 출근 타령이야? 오늘, 토요일인데.”

 “뭐? 토요일? 아, 맞다...! 토요일이구나...”

 “그래. 오늘이 그 날이잖니.”

 “응? 그 날?”

 “응. 너 약속 잡지 말라고 비워두라고 했던 날.”

 “그 날이라고? 오늘이??”

 

 엄마, 아빠가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중요한 날이니 비워두라고 했던 날.

 의문의 그 날. 의문의 3월 14일.

 그 날이 연서가 숙취에 절어있는, 바로 오늘이었다. 연서가 계속 궁금해하던 의문이 풀릴 날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그보다 연서야, 엄마가 일주일 전부터 얘기했지? 오늘 중요한 날이니까 학기 초라고 일 무리하지 말라고. 어제도 늦게 집에 들어오더니만...잠깐만...이거 무슨 냄새야?”

 

 연서의 주변에 와서 냄새를 맡던 연서 엄마는 ‘아우~기집애!’하면서 역정을 낸다.

 

 “여보! 얘 냄새 좀 맡아봐! 어제 술 마셨나 봐요!”

 “뭐?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킁킁. 연서 아빠도 연서 주변에 와서 킁킁 대더니만 ‘아이고, 우리 주당! 기어코 이렇게 일을 내네.’하며 껄껄껄 호탕하게 웃는다. 웃음소리는 엄마에게 등짝을 맞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연속으로 엄마, 아빠한테 ’킁킁‘을 당한 연서는 황당한 얼굴로 소리친다.

 

 “아니! 뭔 일인지 알려주지 않아서 내가 여태 까먹고 있었잖아.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미리 연락을 했어야지! 까먹고 술 진탕 마셨다구!”

 “어머, 얘는. 엄마가 한 달 전부터 얘기해줬잖아. 그리고 어제는 엄마도 피부관리 한다고 일찍 잤지. 얘, 오늘 중요한 날이니까 어서 준비해. 오늘 더블레스클래스 컨벤션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부모님이 모처럼 치장을 하셨다. 동갑이라 친구처럼 지내는 둘이 결혼 후에는 서로 예쁜 모습을 보인 적이라곤 한 번도 없다고 하더니만, 오늘은 웬일인지 잔뜩 차려입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연서를 안심시킬 일은 절대 없었다. 불안하면 불안했지...

 

 “근데...오늘...진짜로 무슨 날인데...?”

 “오늘?”

 “응...한 달 전부터 계속 얘기 안 해줘서, 사실 궁금했거든. 뭐, 로또라도 당첨된 거야, 뭐야?”

 

 그러자 연서의 엄마, 김 여사는 싱긋이 웃어 보인다.

 

 “로또 당첨이랑 비슷한 일이려나? 그런데 더 좋은 일이야. 오늘은.”

 “뭐? 대체 뭔데?”

 “오늘 가보면 알아.”

 

 준비하는 내내 싱글벙글한 부모님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연서는 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씻고 준비하는 동안에도 오로지 하윤 생각만 났고, 어제 분명 택시가 아닌 무언가에 타서 사고를 쳤던 것이 아른거려 머리가 어질해졌다.

 그리고 연서까지 준비를 마치고 더블레스클래스 컨벤션에 도착했을 때.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연서는 결국 폭발해버렸다.

 

 “엄마, 대체 뭔데? 오늘 뭔데? 무슨 일인데?”

 

  그러자 김 여사가 연서 아빠의 팔짱을 끼며 싱긋이 웃어 보인다. 멀리서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다가온다.

 연서는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기 위해 연서는 실눈을 뜨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흐릿하게 보이던 세 사람의 얼굴이 점점 확연해지더니 놀랍게도 그중 제일 젊은 남자의 얼굴이 연서의 눈에 확 들어온다.

 차갑지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눈매, 깊은 아이홀, 짙은 눈썹, 날선 콧대, 보기 좋은 입술, 까만 흑발 머리. 그리고, 짙게 풍기는 아우라.

 초면인데 초면이 아닌 것 같은 기분.

 어라?

 초면인데 초면이 아닌 것 같다고?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어!”

 

 그렇다. 술 취해서 뉴런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던 그 날 밤에도 연서의 뇌리에 확 꽂혔던 잊을 수 없는 그 눈빛과 음성.

 생각났다. 생각났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모태솔로 25년 인생 처음 맞이한 황홀한 키스뿐만이 아니라...남의 차에 토사물을 선사하는 경험까지...했었어.

 그런데, 차주가 심상치 않았었지? 하하...그런데 지금 그 차주가 내 눈앞에 있는 거야? 내 눈앞에??

 “연서야.”

 

 응? 왜 불러요, 엄마? 도망가라고? 나 도망가는 거 도와주겠다고?

 

 “저분이 네 남편 될 사람이야. 오늘이, 네 상견례 자리였어.”

 

 그때, 멀리서 걸어오던 남다른 포스의 세 사람의 형상이 이내 확연해진다. 그리고...젊은 남자의 모습 또한 선명해진다.

 

 “안녕하세요, 장인어른. 장모님. 최선중 인사드립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최선중? 뭐야? 지금 이게 정말 상견례라고?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뭐라구? 엄마, 아빠! 누구 맘대로 영광이래? 누구 맘대로 잘 부탁드린대? 이렇게 상견례라니, 말도 안 되잖아?!

 

 “이 아이가 저희 딸, 저의 아버님의 장손녀 도연서입니다.”

 

 엄마, 아빠?!

 당사자 몰래 진행하는 상견례가 어디 있어!!!

 그렇게 연서의 소리 없는 아우성만이 더블레스클래스 컨벤션의 로비에 울려퍼졌다.

 

 
작가의 말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로맨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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