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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의 계약자
작가 : 경월
작품등록일 : 2018.11.4

 
1화
작성일 : 18-11-04 17:59     조회 : 464     추천 : 1     분량 : 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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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정의. 신념. 이성. 사랑. 믿음. 악. 충동. 질투. 갈등. 배신. 욕망.

 

  흔히 인간에게 인간이 어떠한 존재이냐고 물어본다면 위에 적혀있는 단어들이 들어간 설명을 해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인간은 정의이면서 악이고, 이성적이면서 충동적인 존재일 수 있으니 이건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사내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묵살 시킨 채 단 한마디로 수만 년간 이 세상에 살아온 자들을 규정했다.

 

  그들은 ‘고통’이라고.

 

  *

 

  퍽! 퍽!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빈민굴에서 커다란 구타 소리가 둘린다.

 

  일반인들은 절대 가까이 가지 않는 햇빛하나 들지 않는 널찍한 골목, 그곳에 우두커니 서있는 사내들 사이로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한 사내가 힘없이 쓰러져있다.

 

  가슴 부근이 끊임없이 들썩이는 것을 보면 사내는 분명 살아있다.

 

  하지만 사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얼굴에 짜증을 한 가득 담아낸 듯한 자가 재빨리 달려가 쓰러져있는 사내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발로 차버렸다.

 

  “빈민 따위가!!”

 

  마치 죽은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던 사내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으며 신음을 참지 못했다.

 

  “허억......!!”

 

  아마 일시적으로 숨을 들이쉬질 못하는 상태일 것이다.

 

  온 몸을 관통하는 고통에 신음을 마저 흘리지도 못하는 사내의 머리가 거칠게 들어 올라갔다.

 

  자신을 발로 걷어 찬 자의 얼굴이 불쾌함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혹시 말을 못 알아먹는 거냐? 어? 지금 우리랑 장난치자는 거냐고......!! 사람이 말을 하면 최소한 짖어 보기라도 하라고 개 같은 새끼야!!”

 

  “......”

 

  저절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모욕적인 폭언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있는 사내의 눈에는 마치 죽은 자의 그것처럼 아무것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떠한 감정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분노도, 고통도, 공포도, 삶의 의지도.

 

  그 무엇도 사내는 드러내지 않았다.

 

  흠칫!

 

  그런 눈을 본 거구의 남성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지만 곧바로 다시 한 번 사내의 몸을 거칠게 내동댕이쳤다.

 

  “......컥!”

 

  머리가 차가운 바닥에 크게 부딪히자 멍한 감각과 함께 사내의 눈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 중 그런 변화를 눈치 챈 이는 없었다.

 

  “그만하며 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꺼림칙한 느낌으로 인해 이제 끝을 내려던 거구의 남성은 뒤쪽에 있는 거대한 오크통에 앉아있던 자의 중후한 목소리에 즉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당장에라도 내리 꽂으려고 힘을 잔뜩 주어 떨리고 있던 단검을 천천히 자신의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툭 툭 툭

 

  오크통에서 내려온 중년의 남성은 손에 들고 있던 적당한 길이의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자네는 어째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건가? 설마 진짜로 말을 못 알아 듣는 건가?”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앞에 있는 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곳에 있는 자들과는 다르게 차분히 말을 이어가는 남성에게는 귀품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흠... 그건 아닌 것 같군.”

 

  ‘이자는 분명......’

 

  중년 귀족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아무래도 말은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으나 친히 말해주지. 오늘은 나에게 있어 꽤나 기쁜 날이었기에 이정도로 끝내주겠다. 그리고 특별히 쓰레기이긴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포션도 하나 주도록 하지. 그러니 명심하게, 다시 그따위 짓 꺼리를 하는 것을 보이게 된다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천민?”

 

  “......”

 

  역시 사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꺼내지 않았지만 중년의 귀족은 더 이상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지 쓰러져 있는 사내의 눈앞에 품속에서 꺼내든 작은 병을 내려놓았다.

 

  그것은 핏빛의 붉은 색을 지닌 포션이었다.

 

  중년의 귀족은 이것을 쓰레기라 평하였지만 저 정도면 밭에서 쓸 수 있는 말 한필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다.

 

  “그럼 이만 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영주님.”

 

  중년의 귀족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골목에서 나갔고, 쓰러진 사내를 구타한 자들은 저마다 탐욕적인 눈을 빛내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포션에 시선을 두지는 않았다.

 

  그저 입맛만 다실 뿐.

 

  그것을 본 사내는 훈련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터벅. 터벅.

 

  그렇게 어두운 골목은 한 명의 사내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

 

  그때 이런 곳에서 들리기에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소리가 어두운 골목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방금 전 귀족과 그의 수하들이 있던 골목보다도 깊은 곳에 있는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아니, 어쩌면 태어났다고 하는 쪽이 더 어울리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부웅ㅡ!!

 

  그것은 소름이 끼치는 ‘무언가’였다.

 

  그림자를 빚어 만든 것 같은 아득함을 지닌 칠흑은 마치 자아라도 가진 듯 널찍한 골목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사냥감의 흔적을 살피는 사냥꾼처럼. 재빠르고 노련하게.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그것은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만.”

 

  그때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한 사내의 입에서 처음으로 말이 흘러 나왔다.

 

  고저가 없는 그 목소리에 ‘무언가’가 흥분을 가라앉히듯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네가 모르지 않을 텐데. 나는 더 이상......”

 

  그 순간 허공에서 무언가에 걸린 듯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칠흑이 흔적도 없이 흩어지면서 그 밑으로 한 명의 소녀가 떨어졌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아무런 소리도 이 골목에 울리지 않았다.

 

  소녀의 모습을 취한 ‘그것’은 전날에 온 비로인해 생성된 넓은 물웅덩이 위를 거닐었다.

 

  소녀가 밟고 있는 물에는 작은 파문조차 일지 않았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놈이군. 나는 네놈이 갈망하여 네놈에게...... 아니, 됐다.”

 

  소녀는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말하였지만 사내의 태도는 살짝 겁에 질렸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이나 단호했다.

 

  “닥쳐. 나는 너 같은 것을 단 한순간도 갈망하지 않았어.”

 

  사내의 단호한 태도에 소녀는 그저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할 뿐이었다.

 

  “그래, 확실히 ‘너’는 나를 갈망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깨닫고 있을 텐데? 너는 나를 원할 수밖에 없어.”

 

  “......피곤하니까, 이만 사라져.”

 

  소녀는 피식 웃으면서 ‘그럼, 다음 기회에’ 라는 말과 함께 다시 그림자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소녀가 사라진 곳에서 시선을 돌린 사내는 아직까지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몸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서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절대로.”

 

  탁ㅡ

 

  한 손에 붉은 포션을 들고.

 

  *

 

  사내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스러운 아내와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들이 있었다.

 

  사내에게는 동료가 있었다.

 

  누구보다 용감하고, 강인한 전우들이었다.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사내에게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천금과도 같은 시간이었고, 보물이었다.

 

  사내에게는 적이 있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을 짓밟으려는 자들이 조국의 땅을 밟으려 하였고, 사내는 그들을 막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사내의 행동에는 분노와 의무감이 존재했다.

 

  반드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보란 듯이 지켜내 보겠다는 각오의 형태로서.

 

  사내는 수많은 동료들과 자신의 대성한 자식과 함께 최전선으로 향했고,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전장에는 결국 적군의 패색이 짙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자신들의 승리였다. 사내는 적군의 본진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퇴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승리를 마음껏 음미했다.

 

  “나는 지켜냈다!!”

 

  사내는 자신의 각오를 지켜 내었다.

 

  툭.......

 .

 .

 .

 .

 .

  그 이후의 기억이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조차 없다.

 

  다시 눈을 뜬 사내의 시야가 검게, 아주 검게 물들었다. 빛조차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속에서 사내는 잔뜩 당황하여 허우적거렸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때렸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낮선 감각이었다.

 

  “어?”

 

  그것은 아직 온기를 품고 있었다.

 

  바닥에 낮게 깔린 그것은 사내의 몸에 묻어 기분 나쁘게 달라붙었고, 그제야 진한 피비린내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사내는 두려움에 잠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앞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참을 뛰어다니던 사내는 무언가에 걸려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고, 그제야 사내의 시야에 빛이 들어오면서 ‘그것’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하지만 그것을 본 사내는 순간 자신의 눈을 파버리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자신이 넘어지면서 밟은 것들은 겨우 정체를 알아볼 만큼 사지가 갈기갈기 찢긴 자신의 전우와 소중한 가족들의 사체였다. 그것을 본 사내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이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사내는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누구보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그는 강제적으로 이 상황을 납득해 버렸다. 그 과정에 사내의 의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내에게 있어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따로 있었다.

 

  “너희들... 누구야?”

 

  사내의 몸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수천, 수만 번 불렀던 사랑스러운 아내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지인들과 같이 고심하여 지은 자랑스러운 자식들의 이름들이 나오지 않는다. 둘도 없을 동료들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허무하게 사라졌다. 목을 놓고 그들을 슬퍼하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금지되었다.

 

  “아... 아, 아 으아아, 으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지금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이름들이 차마 단어가 되지 못해 괴성이 되어 어둠속에 울려 퍼졌다.

 

  그때 사내는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을 느끼었다.

 

  그렇게 이성을 잃은 사내는 자신의.......

 

  툭ㅡ

 

  그 순간 모든 것들이 멈추었다.

 

  이성을 잃었을 사내가 차갑게 중얼거렸다.

 

  “꺼져......”

 

  작은 중얼거림이 그 공간을 가득 채웠다.

 

  [ㅡㅡㅡㅡㅡㅡ]

 

  그 순간 사내의 주변에 펼쳐졌던 모든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머릿속에 불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사내는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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