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대박!!"
말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자를 색기 가득한 시선으로 감탄하듯 바라보며 이내 돌아서서 커피 잔을 닦고 있는 유라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와 후~ 한유라. 저 남자 좀 봐봐. 그냥 딱 봐도 근육질이네. 어떨까~ 저 남자랑 한번 하면 미치겠지~!!"
"오 말자!! 네가 미쳤구나. 또 시작이지~?!"
유라가 시뻘건 입술로 제 귓불을 장난치듯 간지럽히며 애무하려는 철딱서니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 그녀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알바중인 카페 사장 말자를 어이가 없는 듯 혀를 차며 한심스럽게 바라보아도 그녀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남자를 향한 색기 가득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며 커피 잔만을 뚫어지게 응시하면 설거지만 하고 있는 그녀의 호응을 얻으려는 듯 옆구리를 찔러대며 더욱 더 끈적이게 속삭였다.
"완전 얼굴이 작품이네. 와~ 키도 정말 크고... 유라야. 다리길이 좀 봐봐~"
"말자야~"
"정말~ 저 남자 분신도 미치게 크겠지?!"
"오 말자!!"
"왜 애~ 저 남자 딱 봐도 밤이면 밤마다 헤아릴 수도 없이 수많은 여자들 떡 실신 시켰을 거야~ 봐봐~ 저 남자 튼튼한 허벅지 사이에..."
"얏!! 말자야!! 그만 쫌~!!"
유라가 청순한 얼굴로 남자를 밝혀도 너무 밝히는 말자를 민망한 듯 흩겨 보자 그녀가 더없이 순진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메뉴판을 챙겨 들었다.
"지지배~ 알았어. 그럼~ 어디 한번 이 몸이 직접주문 받으러 가볼 까나~ 이왕이면 번호도
좀 따고 작업도 걸고..."
"내가 정말 너 때문에 정말 못 살아...?!"
그녀에게 윙크를 날리며 남자를 향해 가는 말자의 유혹적인 걸음을 따라 시선을 옮기
던 유라가 당황한 듯 남자를 바라보는 순간 창가에 자리한 남자또한 그녀를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담담하면서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사무적으로 인사를 전해왔다.
그 순간.
"사장님이잖아..."
말자와의 민망한 대화를 상기하며 유라는 그를 향해서 어색하게 목례를 하고는 이내 유혹적인 엉덩이를 흔들며 그의 테이블 앞에 서는 말자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대로 주방 안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그리고 문 뒤에 숨어 난감한 표정으로 남자를 향해 젖가슴을 사정없이 흔들어대며 아예 대놓고 유혹하는 말자와 제 직장상사를 곤혹스럽게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최 지헌.
그는 Y그룹 대표이면서 패션업계를 이끄는 Y패션의 사장으로 유라가 모시는 직속상관이었지만 그녀는 근 2년 동안 그를 보필하면서도 사적인 대화는 고사하고 안부인사조차도 사무적으로 오고가는 아주 많이 불편한 사람이었다.
"오 말자!! 내가 정말 못살아..."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한탄할 사이도 없이 손님들이 정신없이 밀어닥치는 바람에 유라는 분
주하게 가게를 휘 젖고 다니며 가끔씩 자기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제 직장상사의 눈길을 뒤로한 채 열심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최 지헌~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민재의 물음에 잠시 유라를 향했던 시선을 거둬내며 지헌이 친구 민재를 곤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잘생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글쎄..."
"답이 없다. 답이 없어!! 도대체 이 완벽한 허우대를 가지고 연애를 한 번도 못 해봤다고 하면 지나가던 개도 웃겠다. 안 그래?!"
"그래..."
"모든 일엔 완벽하면서 어떻게 된 게 여자 앞에만 서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나사가 풀려 버리냐~?!"
"그러게..."
민재가 번번히 소개 시켜준 여자들의 애간장만 새까맣게 태운 채 정작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말 한마디조차도 못하고는 여자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바람에 태어나서 연애를 한 번도 못해 본 불쌍한 친구 녀석을 한심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회장님께서는 뭐라 셔?"
"뭐라 긴... 당장 결혼 할 여자를 데려 오던가 기산그룹 외동딸과 결혼하든가 양자택일 하라셔."
"오호~ 기산그룹 외동딸!! 기가 막힌 미녀인데."
"됐고. 어렵다 어려워... 여자는 정말 어렵다."
지헌이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내리자 민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내 풍만한 가슴과 유혹적인 엉덩이를 흔들며 제 앞을 지나가는 말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난 여자가 더 쉽던데~"
"김 민재. 그런 소리마라. 그 어렵고 힘든 사업을 배워나갈 땐 정말 쉬웠는데 여자는..."
지헌이 말을 잇다말고 제 앞을 쌩하니 지나가는 유라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여자는 뭐??"
"배우면 되지..."
"뭘~??"
"여자."
지헌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민재가 그를 바라보자 지헌이 해답을 찾은 듯 입꼬리를 유려하게 올렸다.
"그래~ 그거였어!!"
"그게 뭔데~?!"
그리고 긴 다리를 거침없이 꼬면서 커피를 자신감 넘치게 들어 올리며 민재를 향해 건배를 날렸다.
"여자울렁증을 위하여~ 건배."
****
이틀 후.
Y패션 비서실.
띠 링~
유라가 오늘도 수신된 문자를 자연스럽게 확인하였다.
[한비서. 오늘 퇴근 후에 할 말이 있는데 시간 괜찮은지 궁금하군요.]
유라가 잠시 눈을 깜빡이며 수신된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분명 사장님한테 온 문자가 확실한데..."
그녀는 Y패션으로 발령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의 직속상관인 사장님과의 업무진행은 대화보다는 이렇게 문자로 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명석한 두뇌에 저장된 기억으로는 근 2년 동안 사장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아주 업무적인 대화란 걸 해 본 것도 손가락으로 뽑아 다섯 손가락 안이었다.
띠 링~
[한비서??]
아무반응이 없는 그녀에게 채근하듯 그의 문자가 또 날라 오자 유라가 카페 알바시간
을 체크하고 이내 답장을 보냈다.
[네. 사장님. 퇴근 후 어디서 뵈면 되나요?]
[괜찮다면 집무실에서 보죠.]
[네. 알겠습니다.]
답장을 보내고 난 후 그녀의 눈동자에 걱정
이 묻어났다.
"혹시... 카페에서 알바 하는 것 때문에 그러시나...?"
유라가 걱정스러운 듯 작게 한숨지었다.
그녀에게는 지금의 일도 시간을 쪼개서 하는 알바도 아주 몹시 중요했다.
"설마..."
유라가 상념을 떨쳐버리려는 듯 이내 서류를 들고 담담하게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퇴근시간이 지나가고.
똑똑똑~
유라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자 사장님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요."
"사장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유라가 궁금한 듯 집무탁자에 앉아 있는 그의 앞에 아주 가까이 붙어 서서 지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비서..."
이내 마지막 서류검토를 마친 듯 지헌이 그런 그녀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라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두 두 근!! 두 근... 두 근. 두근두근...!!
생각지도 못하게 마음의 준비도 없이 서류에 정신이 팔려 유라가 코앞에 서있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딱 드는 순간 그녀의 얼굴을오롯이 마주하자 그의 심장이 정신 사납게 날뛰어대며 그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창백해지더니 목이 탁 막혀왔다.
"핫하... 하아 핫하..."
그런 지헌이 가빠오는 숨을 내뱉으며 당황한 듯 벌떡 일어나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덥 썩 붙잡았다.
"사장님?!"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제 손목을 부여잡은 지헌을 바라보며 유라 또한 완전 당황하듯 멈춰버렸다.
그렇게 찰나의 긴장감 끝에.
"한비서..."
지헌은 조금 전까지 그녀에게 이성적이고 조리 있게 전하려고 준비했던 말을 상기하려는 듯 두 눈을 절박하게 질끈 감았다 번쩍 떠보았지만 정말 어이없게도 제 머릿속은 백지장보다도 더 새하얗게 비어있었고 제 의지와는 완전 상관없이 유라를 향해 저도 모르게 또 밑도 끝도 없이 강력하게 내뱉었다.
"우리 한번 하죠!!"
"네엣~?!"
유라가 커다래진 눈을 깜빡였다.
한번~??!!
그리고 한번이란 의미가 뜻하는 바를 심도 있게 생각하는 듯 눈을 치켜뜨고는 지헌을 오롯이 바라보며 담담하게 되물었다.
"그 한 번이란 게...?"
이 순간.
지헌은 아무정신이 없었다.
다만 그녀의 유독 반짝이는 눈망울과 그의 눈이 마주치자 지진이 난 듯 동공이 정신 사납게 흔들리면서 제 정신은 이미 집을 나가 있었고 제 심장은 미쳐 날뛰고 있었을 뿐 이였다.
그 와중!!
정말 어이없게도 주책맞은 주둥이만 살아서 나불대고 있었다.
"한 번도 안 해봤습니다. 여자랑..."
그리고 앞 뒤말 다 자르고 최선을 다해 절박하고도 절박하게 말했다.
"그래서 한비서 당신한테 한번 배우고 싶고... 한 번하고 싶어서..."
‘이런~ 미친!!’
유라가 완전 어이가 없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뭘 해~??!!’
그 순간 그녀는 멘 탈이 완전 붕괴되면서 이판사판 공사판으로 지헌을 향해 완전 큰 눈을 완
전 크게 완전 매섭게 떴다.
"이런 미친 멍멍이 쎅키!!"
짝!!!!
순간.
지헌의 눈앞에 별이 완전 반짝였다.
“이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