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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1화 프롤로그 - 그를 만나던 순간
작성일 : 16-08-23 19:23     조회 : 933     추천 : 0     분량 : 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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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이치를 꼭 나이 순으로 깨닫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많은 이치를 모른 채, 어리석은 것들에 집착하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나의 짧은 생애 동안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나는 늘 외로웠다. 나에게는 어머니가 있었지만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누군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쪽은 어머니가 아닌 나였다. 어머니는 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내게서 보고, 하고 싶은 것만 나에게 행했다. 물론 그녀가 나를 방임하거나 학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했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그녀의 방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그녀를 이해하려고 애쓴 것은 나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염려스럽다. 오직 나의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 그녀를 맹목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나는, 그녀가 나를 통해서든 아니 그 무엇을 통해서라도, 그녀 내면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그 변화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내 주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고 꽤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나를 스쳐지나갔다. 그들 모두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거나 인간관계라고 할 만한 것들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 특유의 감각으로, 나는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내 짧은 인생의 경험에서 터득한 것은,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나는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믿음이다. 누군가는 아직 내가 어려서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늘어놓는 거라고 지적하겠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선한 사람 중에서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내 또래 아이들의 경우는 상당히 애매한 구석이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선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변덕스러운데가 있어서 앞으로 최소 오년 이상은 영향을 주고 받을 아이의 가장 가까운 어른-이를테면, 부모, 보호자-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제까지 나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또래 아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있었지만 학기 중에 잘 지내다가도 방학이 지나서 돌아오면 그 짧은 기간의 간극을 메우지 못해 관계가 서먹해지는 경우가 꽤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그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주변 어른들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아이이므로 예외로 하겠다. )

  나는 변덕스럽지 않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 중에서라도 나를 이해해줄 사람을 간절히 바래왔다. 가장 가까운 부모가 해당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러웠겠지만 아쉽게도 내 경우는 두 사람 모두 내가 생각하는 어른과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은 나이를 막론하고 삶의 이치를 깨닫는 순간이 있다. 그들이 나의 영향을 받아 그 기회를 빨리 가지기를 희망한다.

  변덕스러운 아이들과 다르게 오히려 어른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서 차라리 명확하다. 어른과의 대화 몇 분이면, 그리고 표정, 몸짓만으로도 나는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판단의 정확성은 더 높다. 오랜 시간 동안 그의 가치관, 신념이 그의 얼굴을 포함한 외형에 구석구석 베여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나에게 친절한 편이었으나 그것은 나를 위하거나 배려해서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한 행동임을 나는 단번에 궤뚫어 보았다. 치부를 내게 보이는 순간 나는 그들에게 흥미를 잃었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은 현재 내가 만났거나 알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살아간다는 것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또 내가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하고 누군가와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그동안 나는 간절히 바래왔다. 내가 스무살이 되기 전에 그런 사람을 꼭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을 수없이 다짐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로또를 사서 일주일 간 당첨 상상에 행복해하는 어머니처럼 나 역시 희망마저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나는 열다섯살이 되던 해의 겨울, 그를 만난다. 나를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를. 나 또한 그를 존중하고 지지할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그와 잘 지내고 싶다. 아직 그와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설렌다. 다행스럽게도 그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그도 분명 내가 맘에 들 것이다. 아니,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착각이라 하더라도 나는 확신한다. 그는 '내 편'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남은 십대의 시간은 그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고 싶다.

 

  그를 처음 만난 순간은 내가 '사랑마을학교'로 전학을 가던 날이었다. 사실 '전학'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처음 본 곳이 ‘길’이라는 것은 내게 이상적이었다. 처음 '사랑마을학교'를 찾아간 날, 학교 진입 전 마지막 국도 갓길에서였다. 내가 다니고 있던 중학교에서는 현재의 교육과정 운영 상 '전학'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랑마을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였고 그곳은 사실상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곳으로,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유예'를 하고 그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중학교가 의무교육인 까닭에 국민이라면 모두 중학교까지의 학력을 가져야하는 것인데, 나는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학교를 다니게 되므로 실제로 의무교육을 미룬다는 뜻으로 '유예'처리를 해야만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학업을 중단하고 그 이후, 검정고시를 치러서 학력을 인정받거나 혹은 의무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면 의무교육의 '의무'는 자연스럽게 면제되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유예'가 되려면 그 학년도의 수업일수를 채우지 않아야했다. 내가 '사랑마을학교'를 택해서 그곳으로 등교를 하게 되면 기존에 다니던 중학교를 결석하게 되고 그 기간은 모두 '무단결석' 처리가 된다고 했다. 결석일수가 적정 수업일수에 미치지 못할 만큼 많아지면 나를 '유예'처리하게 된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다니는 것이 왜 '무단결석'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사실 그 정도는 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7년간 다니며 경험한 이해불가의 다양한 사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예', '무단결석'이라는 단어에 울음을 터뜨리시던 어머니의 좁은 어깨를 감싸안은 것은 나였다. 나는 벌써 십대 중반이었다. 나는 중학교 1학년을 마치던 무렵 '사랑마을학교'로의 전학을 결심했고 2학년 진급을 앞둔 직전의 겨울부터 '사랑마을학교'에 다니기로 했다.

 

  사랑마을학교에 처음 도착한 날은 나에게는 인상깊은 날이었다. 그를 처음 만난 날이기도 했지만 사랑마을학교를 처음 둘러본 날이기도 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나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로 한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나의 짐을 싸기 위해 분주했지만 당일에는 더욱 난리였다. 사실 일주일에 한번은 만날 수도 있을텐데 어머니는 몇 년은 보지못할 것 처럼 연신 눈물을 찍어대며 혼잣말에 가까운 잔소리를 늘어놨다.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려했지만 어머니는 내 반응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어머니는 학교의 주소를 자동차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로 찍고 대략 한시간을 조금 넘게 운전을 했다. 학교 인근에 도착할 무렵, 어머니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교로 들어가는 마지막 국도 어귀에 그는 나와 어머니를 마중나와 있었다. 그와 어머니는 대학교 동창이었다. 나의 전학 문제로 그들은 근래 전화통화를 시작했었고 지금, 그들은 내 나이와 비슷한 기간을 지나고 조우한 것이다. 그와 어머니는 각자 운전한 자동차를 갓길에 대어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를 마주하고 있는 어머니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나에게 눈을 찡긋하며 아는 척을 했을 때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 네가 준우구나. 인사할게. 나는 너의 어머니 친구야. 네 얘기는 많이 전해들었어. 네가 우리 학교로 그렇게 오고 싶어했다면서?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어색하지만 그의 손을 잡았다.

  - 네. 학교 다니는게 너무 지루해서요. 그리고 애들이랑 경쟁하는 것도.. 정말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 흠....차차 더 많은 대화를 나눠봐야겠지만 네가 우리 학교에서 원하는 모든 것들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선생님이 많이 도와줄게.

  - 감사합니다.

  우리의 대화는 짧았지만 나에게는 큰 위안과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그와 함께하는 '사랑마을학교'에서의 생활이 너무 기대되었다. 그와 어머니는 짧은 대화를 끝내고 각자 차를 운전해서 사랑마을학교에 도착했다. 포장은 되어 있었으나 도로라기 보다는 조그만 시골마을 내에서의 통행을 위한 좁은 길을 따라 도착한 사랑마을 학교의 외형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오던 1990년대 초등학교 분교의 그것과 유사했다. 외형은 그랬지만 건물 입구에 들어서서는 감각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는 어머니와 나를 사무실로 짐작되어 지는 작은 공간으로 안내했고 우리는 거기서 등록 수속을 마쳤다. 등록하는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준비해온 몇 가지 서류들을 제출했다. 그것으로 어머니의 역할운 다였다. 그와 어머니는 그간의 안부와 대학 동창들의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안중에 없는 듯 그들은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내가 지루한 표정을 짓자 그는 놓치지 않고 즉각 반응했다.

  - 미안하다. 너희 어머니와 너무 오랜만에 만났거든. 너무 우리 대화에만 신경썼구나. 많이 지루하겠다.

  - 아니에요. 괜찮다면 두분은 대화나누시고, 저는 학교를 둘러봐도 될까요?

  - 물론이다. 내가 함께 해줄까?

  - 아니에요, 혼자서도 충분해요.

  산으로 올라가는 작은 길로만 들어서지 않는다면 어떤 곳으로 어떻게 가더라도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거라며 마을과 연결된 곳으로 가더라도 건물만 보고 찾는다면 쉽게 찾아올 수 있을거라는 그의 설명을 뒤로하고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어머니는 대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길을 뒤로 하고 사무실을 나오는 순간 그들의 대화가 내 어깨 너머로 들려왔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순간을 꿈꿔왔다. 나는 그렇게 찾아헤매던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그’를 만났고, 그는 어머니의 첫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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