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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00번의 환생
작가 : 디버스대도서관
작품등록일 : 2016.8.22
100번의 환생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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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서평등 독자님들 존재감을 드러내주시면 감사합니다. :) 신급 로맨스 / 돌아온 커플 / 오글 달달 크리티컬 주의 /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널 잃는다. 그러니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루스) / 결국엔 당신도 나를 사랑했어요. (아카른) / 가만히 있어요. 이걸로 봐줄테니. (무차) / 기억을 잊은 채 100번의 환생을 거듭하는 여자. 그녀의 사랑을 갖고자 고군분투하는 왕들의 이야기.

 
엘리
작성일 : 16-08-22 11:25     조회 : 752     추천 : 1     분량 : 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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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오하타가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막 소리 지르고, 테이블을 무섭게 두들기다가 와장창 뒤엎고...... 저한테 이혼한 부부의 일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라고...... 제가 그러니까 화해가 더 안되는 거라고... 오죽하면 엘리가 마지막 환생에 그런 함정 장치를 해놨겠냐고......."

 

 태양 같은 느낌을 주는 주황빛 불꽃 머리의 남자는 기운 없는 말과 동시에 손을 들어 테이블을 엎는 시늉을 했다.

 

 명왕은 그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본 남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정말이지.... 명왕께서 직접 못 보셨으니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진짜 분위기 심각했어요."

 

 공간엔 어둠만이 가득해 그들이 어떻게 생긴 의자에 앉아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명왕은 편히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었고 남자는 몸을 약간 앞으로 내민 채 앉은 모습이었다.

 

 그 어둠의 공간 안에서는 오로지 태양 같은 느낌의 남자와 죽음을 관장하는 명왕의 모습만이 선명할 뿐이었다.

 

 길고 검은 생머리에 동양적 느낌이 드는 용포를 입은 명왕은 길게 자라 늘어진 검은 수염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래서 라타노 자네는. 엘리의 100번째 환생엔 개입하지 않는다는 거지? 이번 장치가 다크 디버스계에 엄청 유리해도 말이지?"

 

 라타노라 불린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막을 장치는 만들긴 했어요. 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둘에게 맡기고 떠나래요. 어떤 결론이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까운 곳에 있으면 제가 자꾸 낄 거 같으니 아예 남쪽 디버스계를 떠나 멀리 다녀 오래요. 그래서 서쪽 디버스계로 가볼까 해요."

 

 "흐음."

 

 "... 엘리도 그와 완전히 끊겠다고 하고...... 오하타까지 엘리 편을 들어버리니 어쩔 수 없을 거 같아요."

 

 “그 녀석은 능력도 출중하면서...... 아무리 엘리가 화나 있어도 그렇지. 환생하고 나면 전생의 기억도 없는 여자일 텐데 '마음을 2300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온전히 못 얻어 이 지경까지 왔다.'라... 난 좀 이해하기가 어렵군.”

 

 "하아... 사실 저도 이게 이 정도로 긴 시간을 끌 거라 예상 못 했어요."

 

 라타노는 제 미간을 잡았다.

 

 "이번에도 성공 못하면...... 그가 불쌍해서 어떻게 하죠."

 

 라타노의 말에 명왕은 살짝 인상을 썼다.

 

 "..... 내게 그 말은 좀 불편하게 들리는군.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가려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니 자네도 2,300년 전에 엘리와 내가 있는 곳에서 그렇게 해주겠다 계약을 한 거고 말이야."

 

 라타노는 낭패라는 표정으로 머리를 슬쩍 긁었다.

 

 "그때는 엘리가 피눈물을 쏟는 데다가 제가 너무 약했어서..... 오하타도 왜 엘리의 입장이 아닌 그의 입장에서 자꾸 생각하냐고 얘기하는데, 애당초 제가 강했으면 그 사건은 없었을 일이라고 생각해요."

 

 "타고나는 강함은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자네가 졌다고 해도 둘의 사랑과 신뢰가 온전했으면 그런 사단은 안 벌어졌겠지. 나는 엘리의 입장도 생각하는 오하타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네."

 

 명왕은 손을 뻗어 구슬을 하나 소환해 라타노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손 위에 띄워진 구체안에는 붉은색의 연기가 돌고 있었다.

 

 "이게 엘리의 마지막 영혼구야. 그녀가 죽으면 깨지게 되어 있고 깨지면 2,300년 전에 우리가 걸어놨던 조건이 발동되지."

 

 라타노는 구슬을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엘리가 죽으면 깨지고 다음부터의 환생은 다크 디버스계라는 거잖아요. 그럼 이쪽의 힘은 줄고 저쪽의 힘이 늘겠죠.”

 

 “맞아. 이번에 그가 실패하면 엘리는 다크 디버스계로 가게 될 거야.”

 

 “......”

 

 그 말에 라타노는 서글픈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하아. 제가 바보 같아요. 엄청난 미움을 받더라도 그 계약을 엘리에게 해주지 말 걸...... 함정을 알려주는 편지를 써서 보내놓고 오긴 했는데...... 아마 그걸 둘이 실행하길 바라는 건 무리겠죠?"

 

 라타노의 물음에 명왕은 느긋하게 몸을 기대었다.

 

 "가장 중요한 걸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되어 있다네. 그가 나라를 선택하든, 여자를 선택하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이 흘러갈 테니 자네는 억지로 방향을 붙들지 말고 그대로 두게나."

 

 

 

 

 #엘리.

 

 만다린국의 달력으로 현재 2297년. 무한의 환생을 하는 왕에 의해 이 나라가 미치기 시작한 이후, 새로 쓰게 된 달력이다.

 

 이 나라의 이름은 ‘만다린국’. 남쪽 디버스계 변방에 위치한 나라이다. 땅은 비옥하고 물도 넘친다.

 

 듣자하니 다른 나라에는 추위라는 것도 존재한다는데, 무려 얼어서 죽기까지 한단다.

 

 여기는 추위라는 게 없다 보니 얼음처럼 되서 죽는다는 게 상상이 잘 안 가지만.

 

 참고 그림을 보면 신기하기 짝이 없다. 눈이라는 것도 있던데.......아, 얘기가 샜다. 여하튼 따뜻한 나라다.

 

 그리고 종족 특성상 한 번에 한 개에서 세 개 정도의 알을 낳으므로 인구수도 제법 된다.

 

 알은 낳고 한쪽에 잘 놔두면 알아서 부화한다. 이후 부모가 한 6개월 잘 챙기면 알아서 눈도 뜨고 돌아도 다닌다. 좀 클 때까지는 마냥 놀게 놔두다가 본격적인 교육은 3살부터인가 시작을 하고 말이지.

 

 대부분은 평화롭고 풍요롭지만, 일정 주기로 나라는 소위 개 박살이 난다. 대략 한 17년에서 20년 정도는 평화롭다가 이후 3년은 미친 왕 ‘루클러스’에 의해 ‘분쟁의 주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주기에 들어서면 나라를 잘 통치하던 왕은 갑자기 미쳐서 각 도시를 들쑤시고 다닌단다. 타깃은 막 20살이 된 여성. 그에 해당되는 여성들은 무엇 때문인지 왕에게 대부분 죽고 한 명만이 살아남는단다. 그마저도 결국은 죽었지만.

 

 그래서 그 시즌에 태어난 여성들은 저주받은 탄생이라고도 했다.

 

 물론 처음엔 숨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피해만 늘어날 뿐이었다. 어떻게든 찾아내었으므로.

 

 숨기면 가족이 몰살을 당했다. 폭군. 희대의 폭군이었다.

 

 왕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그럴 수만 있으면 좀 좋으랴. 이놈의 세상이 어떻게 된 건지.

 

 왕은 불사조의 자손이라나, 디바인의 조각이라나, 그 놈이 있을 땐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하다나 뭐라나.

 

 지금 있는 군대는 그가 환생의 주기에 들어갈 때 없어지는 방어막을 대체하기 위한 용도란다. 여하튼 그는 죽어도 무한의 환생을 거쳐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있단다.

 

 분쟁의 주기에 태어난 여성들은 나이를 속이면 되지 않느냐고?

 

 웃기게도 그 시즌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에게는 특이한 손등 표식이 있었다. 마치 낙인처럼.

 

 거 참, 디바인은 왕에게 별별 기능을 다 제공해 주는 듯하다. 어쨌든 이제 수십 번 반복되다 보니 이제 사람들은 그 주기를 예측할 수 있게 되어버렸고 아예 주기에 맞춰 임신과 출산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게 사망자 수를 줄이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아예 태어나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자연스레 그 주기에 해당되는 나이의 여성은 극소수로 줄었다.

 

 그럼에도 가끔 예기치 않게 하필 그 때. 여자 아이를 얻게 되는 부모들이 있었다. 그렇게 되자 급기야는 저주받은 아이라며 길거리에 유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아까 말했듯이 데리고 있다간 그 폭군에 의해 가족들도 죽기 십상이었으므로.

 

 보통 이 나라의 부모들은 성향이 순한 편인데, 개중에 좀 독한 부모들이 있긴 했다.

 

 물론 그런 아이들은 자연스레 고아원 행이었고 때가 되면 고아원 측의 자진 납부(?)로 왕에게 그 생명을 바쳐야 했다. 세월이 가니 이제는 그 생명에도 기한도 생겼단다.

 

 그 기한이란 왕이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받아 낼 한 명을 딱 찾아낸 직후부터 그녀가 죽을 때까지다. 그가 직접 보면 안다나 뭐라나.

 

 그렇게 왕이 모두 죽이고 찾아낸 한 명은 그의 모든 광기를 짊어지고 갔다. 그 여자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모두 죽었고, 발견되고 나면 나머지 다른 여자들은 성 안에서 목숨을 보전했다.

 

 그나마 다행이지. 물론 그 여자도 3년을 못 버티고 죽었지만. 보나마나 왕이 죽였지.

 

 그러고 나면 왕은 살아남았던 여성들을 다시 죄다 없애버렸다. 그러면 이후 17년에서 20년 정도 잠잠했다. 제물. 말하자면 그녀들은 폭군을 봉인하는 희생의 제물이었다.

 

 국민들의 생각에 루클러스왕의 20년은 괜찮았다. 문제는 이후 3년의 주기였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 동안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그녀들. 소위 피임에 실패한 결과물들을 따로 모아 숨기기로 했다.

 

 왕이 숨긴 여자들을 찾느라 도시를 들쑤셔 쑥대밭을 만드는 거보단 아예 그녀들만의 은둔 마을을 하나 만들어 숨기는 게 낫지 않는가.

 

 그럼 쑥대밭이 되도 그 은둔 마을만 당할 테니 말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화살의 끝을 몇몇 곳에 모아놓고 도시의 번성을 이루었다.

 

 그러나 피임에 실패하여 태어나버린, 그것도 재수 없게 여성의 유전자를 가지고 나와 버린 몇몇의 그녀들은 그 나쁜 새끼 때문에 최소 3년을. 길면 23년간 숨어 지내야 하는 팔자에 이르렀다.

 

 때가 되면 병사를 얼마나 풀어대는 지 얼마 안가 발견되곤 했지만 말이다.

 

 뭐? 불사조의 자손? 지가 왕이면 다냐. 불사조고 물사조고 간에 나쁜 새끼 같으니라고.

 

 찌릿!

 

 "아."

 

 손등의 문양에 통증이 왔다. 뭐지? 처음으로 느끼는 이상한 통증이다.

 

 에잇! 이 문양도 그 놈의 주기 때문이지. 나는 괜히 더 열이 뻗치자 눈앞에 있는 허수아비에 분노를 표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손등의 문양. 나도 그 주기에 태어난 여자 아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허수아비를 치는 건 내가 원해서가 아니다. 혹시라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정말 만에 하나. 도망갈 기회가 생기면 사력을 다해 도망가기 위한 체력 훈련을 하는 중이다.

 

 체력이 있어야 위험할 때 잘 도망간다나. 그 놈 때문에 나는 지금 마을 외곽의 외진 곳에서 지금 원하지 않는 훈련을 강제로 하는 중이다. 한창 꽃다운 나이에 이러고 있으니 좋을 리가.

 

 “엘리.”

 

 낯익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았다. 이 은둔마을에서 잡일 도와주는 동갑내기 소년. 아니 이제 청년이다. 그는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하필 한 명이 여자아이로 태어나는 바람에 같이 들어왔다.

 

 레단과 레아. 이 둘은 나의 친구기도 했다. 항상 밝게 웃으며 나한테 호감을 표시하는 녀석이다. 그렇다. 이 녀석은 나를 좋아한다. 그래도 마을 아가씨들에게 인기는 좀 있는 편인데 내겐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

 

 그가 어렴풋이 돌려 그 마음을 고백했을 때 나는 담백하게 말했다. '넌 정말 좋은 친구야.'라고. 그렇게 어렴풋이 돌려 퇴짜를 맞은 그는 현재 나와 동성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중이다.

 

 “아, 레단. 무슨 일이야?”

 

 항상 밝던 그는 무슨 일인지 잠시 주저했다. 그는 평소와 분위기가 좀 달랐고 입에 접착제가 붙기라도 한 듯 주저하다 간신히 입을 떼었다.

 

 “지금 회관으로 오래.”

 

 오라는 얘기를 뭐 저렇게 어렵게 하지?

 

 “응. 그래? 알았어.”

 

 가볍게 얘기하고 돌아설 때였다.

 

 “너만 가는 게 아니라.”

 

 순간 올 것이 왔다는 직감이 들어 기분이 싸했다. 나는 그를 다시 제대로 보았다.

 

 “주기에 해당되는 여성. 모두.”

 

 그의 말에 나는 갈등이 되었다.

 

 선택지 1. 회관으로 간다. 눈에 안 띄게 있다가 다른 한명이 희생양으로 선택되면 이제 몇 년 안 남은 수명을 산다.

 희생양의 그녀가 죽고 나면, 그 때 죽는다. 단, 지금 우리 무리에 희생양이 될 그녀가 있을 시가 전제 조건이다. 그나마 없으면 그냥 죽는다.

 

 선택지 2. 이대로 도주한다. 재수 없어 걸리면 죽는다고 들었다. 감히 왕의 부름에 거역한 죄라나 뭐라나.

 

 선택지 3. 도주하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숨는다. 역시 걸리면 죽는다.

 

 엔딩은 어차피 다 사망 플래그네. 고민하다가 나는 레단에게 우선 질문하기로 했다.

 

 "회관에 누가 와 있는 거야? 기사단? 아니면......."

 

 레단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듣기론 모두 다."

 

 "다른 은둔의 마을은 이미 돌고 온 거래? 혹시 물어봤어?"

 

 그러자 레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님 말씀으로는 다른 은둔의 마을 처자들의 이미 다 죽었다는 군. 이제 여기가 마지막이라는데.......눈에 띄면 다 도주할까봐, 조용히 촌장님부터 제압한 모양이야."

 

 듣자하니 오싹한 소식이었다. 다른 마을은 이미 다 죽였다고?

 

 그럼 아직 그 한명을 못 찾았단 얘기이다. 여기까지 듣고 나니 선택지 1이 일단은 짧은 생을 사는데 그나마 안전했다. 물론 내가 희생양이 안 된다는 전제하에 말이지.

 

 물론 왕도 눈이 있고 기준도 있으니 나 따위 고를 린 없겠지만, 이번 경우는 좀 심한 것 같았다.

 

 지금 이 은둔의 마을에 있는 저주받은 여성들은 20명 정도.

 

 이제까지 들었던 이야기를 통하면 그 한 명은 이 마을에서 나온다. 나머지는 성으로 진입일 테고, 그리고 그 한명이 죽고 나면 결국은 다 죽을 것이다.

 

 선택의 1의 종착지는 다시 생각해도 어차피 사망이네. 이렇게 결론내린 난 레단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나 도망가도 될까?"

 

 "촌장님이 두 시간 내로 너 불러 오라고 나 시킨 건데? 두 시간 이내로 안가면 아마 그들이 쫓아 올 거야. 그리고 도주하다 잡히면 정말 위험해."

 

 그렇게 말한 레단은 나의 손을 잡아 이끌어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나.......네가 죽는 게 싫어. 그리고 성으로 들어가는 것도 싫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그는 심장박동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도......."

 

 후우. 나는 말하다 말고 속으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를 살짝 밀어냈다.

 

 "나도 내가 죽는 게 싫어. 성으로 들어가는 건 더 싫고."

 

 나는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했다.

 

 "도망간다 해도, 성에 들어간다 해도 이래도 저래도 아마.......죽겠지. 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을 알 것 같다."

 

 난 착잡해진 기분으로 얼굴을 몇번 문질렀다.

 

 "가자."

 

 결국 그는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순간 그의 눈빛이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어쩌겠는가. 도망갈 자신도 없는 걸.

 

 나는 기가 죽어 땅바닥에 시선을 두고, 그가 이끄는 대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뒤 내가 그의 손에 이끌려 도달한 곳은 마을 회관이 아니라 인근 헛간이었다.

 

 그는 헛간 문을 닫았고 내가 의아한 듯 바라보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왠지 내가 아는 레단이 아닌 것 같았다. 좀 오싹한 기분?

 

 "너 어차피 죽을 거잖아."

 

 "어?"

 

 "너 예뻐. 그냥 죽긴 아까워. 그러니까 나한테......."

 

 그의 끝말이 들리지 않았다. 대체 무슨 얘기야? 라고 물으려는 순간 그는 순식간에 내게 달려들었고 짐승처럼 나를 쓰러뜨렸다.

 

 그의 의도를 빠르게 눈치 못 챈 나는 대응할 새도 없이 그의 몸에 깔렸다.

 

 뭐지?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거야?

 

 설마 나 어차피 죽으니까 네 맘대로 하려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온 몸이 오싹해 왔다.

 

 "꺄악!"

 

 나도 모르게 나온 본능적인 비명이었다. 그가 한 손으로 내 양 팔목을 세게 붙잡아 눌렀다. 발로 그를 차버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급한 대로 소리쳤다.

 

 "뭐하는 거야! 레단! 이런 거 싫으니 당장 그만 둬!"

 

 "너, 어차피 죽을 거잖아!"

 

 그는 양팔을 놓는 즉시 내 양어깨를 세게 눌렀다. 아팠다. 그는 그런 것 따윈 상관하지 않는 듯 강제로 내게 입을 맞추려 들었다.

 

 "에잇!"

 

 퍽!

 

 "윽!"

 

 내 박치기를 잘못 맞은 듯 외마디 비명을 지른 그가 내 어깨를 놓쳤다. 지금이다! 나는 레단에게 주먹을 한대 시원하게 날려주어 공백을 확보한 후 급하게 일어났다.

 

 나는 지금 그는 방심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아무리 훈련을 받았대도 같이 훈련받은 레단을 내가 상대하긴 벅찼으므로.

 

 그렇게 헛간의 걸어진 고리를 막 풀었을 때 나는 머리가 뒤로 홱 젖혀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진짜!"

 

 그는 고함을 지름과 동시에 내 긴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순간 ‘따악’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어디론가 나동그라졌다.

 

 정신이 없었다. 그가 다시 나를 잡아 눌렀다. 그는 한 손으로 내 목을 강하게 조른 채, 다른 손으로 내 옷을 잡아 뜯었다. 숨이 막혀 왔다.

 

 이제 끝이다. 여자로서 이성을 선택할 자존심도. 얼마 남지 않은 생명도. 아마 레단은 제 볼 일을 끝내면 나를 죽여 묻을 것이다. 도망갔다라고 처리해 버리면 끝이다.

 

 '아, 젠장.'

 

 의식이 살짝 가물거리자 하필 이 주기에 태어나게 만든 디바인이 원망스러웠다.

 

 이 몰라보게 변한 악마 같은 자식이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순간이 혐오스러웠다. 그 때 눌린 내 목이 살짝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더니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다.

 

 레단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곧 뜨끈한 액체가 내 몸 위로 흐르는 것이 느껴지더니 묵직하게 느껴졌던 무게감도 곧 사라졌다. 그리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 이것 참. 미쳐 가지곤."

 

 누군가 그렇게 혼잣말을 하더니 나를 일으켰다.

 

 "괜찮아? 죽을 때 죽더라도 이건 아니잖아."

 

 콜록!

 

 순간 기침이 터져 나왔다. 콜록 콜록. 연거푸 기침을 토하며 숨을 들이키자, 흐릿했던 주변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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