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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여름 눈
작가 : 육일육씨
작품등록일 : 2018.1.17

단편으로 격주에 한번씩 업로드 하겠습니다.

 
진흙에도 꽃은 피나요
작성일 : 18-01-17 04:04     조회 : 370     추천 : 0     분량 : 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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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이모, 여기 소주 하나 더 줘요

 ㅡ네, 언니, 저 테이블 소주 하나만요.

 

 ㅡ네.

 

 응옥씨는 말이 많이 어눌하다.

 

 처녀시절 베트남에서 한국남자와 낳은 아기를 입양 보낸 후, 죄책감과 그리움 때문에 몇 년 뒤 한국으로 넘어와 일을 하고 있다.

 

 베트남 이름은 쩐 티 응옥인데, 같이 일하는 파출 아주머니들이 어감이 한국어 같아 응옥씨라 부르던 게 자연스레 응옥씨라 소개하게 되었다.

 

 응옥씨가 뼈 해장국 집에서 일을 하게 된 지는 어느새 3년째가 되어갔다.

 

 응옥씨가 처음 한국에 와 한 일은 고깃집에서의 불 판을 닦기였다. 그곳에서 응옥씨를 맞이 해주는 건 하루 종일 식기세척기 옆에 서서 새어나오던 헛구역질 나던 세척기 열 바람과 판에 끼어 있는 누런 돼지 기름을 녹이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는 온수의 열기였다. 고깃집에서 일 하지만 정작 자신은 고기의 담백한 맛 대신 녹아 없어지는 기름 냄새만 맡았다. 자신이 닦고 있는 판이 돼지기름인지 소기름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때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쐬지 못했지만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기에 불평 할 겨를도 없었다. 매일 일을 마치고 주던 급여도 언젠가부터 가게 사정과 매출이 낮다는 얘기로 “응옥씨 우리 사정 알잖아. 내일은 꼭 밀린 돈 한번에 줄게” 라며 하루 이틀 미뤄왔다. 그리고는 남사장의 잦은 치근덕거림에 급여도 밀린 채 결국 나와버렸다.

 

 그 후에, 여자만 쓰는 파출 일용직일을 전전하다가 지금의 국밥집에서 일 하게 되었다.

 

 ㅡ자기, 저기 빈 테이블에 상 차려 밥 먹자 우리도.

 

 ㅡ네.

 

 이곳의 사람들은 꽤 친절하게 대해준다.

 

 처음엔 웬 앳되 보이는 베트남 처녀가 왔냐며 놀리는듯 했지만.

 

 다들 어느새 가족처럼 서로를 생각해준다.

 

 ㅡ온니, 밥 다 차렸어요.

 ㅡ알겠어, 자기. 냉장고에서 저것도 가져와. 어제 먹다 남은 어묵볶음. 그거 맛있더라.

 

 ㅡ네.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요즘 그래도 어리니까 한국남자 잘 잡아서 시집 가라며, 반찬하는 솜씨들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처음엔 가게에서 나가는 김치 때문에 배워 가던 한국 음식들이.

 

 참기름과 소금에 버무린 시금치 나물이며, 연근 조림, 짠내 나는 메추리알 장아찌까지 응옥씨도 어느새 한국 입맛에 정들어 가고 있었다.

 

 '땡그랑'

 

 ㅡ어서오세요.

 

 시내 변두리에 있는 이 국밥집은 대부분의 손님은 택시기사들이다.

 

 근처에 ‘기사식당’ 이라는 과속방지턱처럼 노란 간판에 누군지도 모를 흑백의 곱슬머리 할머니 사진이 걸려있는 가정식 백반집이 있었는데, 그곳 아주머니가 재혼을 한 뒤로 가게 문에는 '임대 문의'라는 A4에 손으로 들쑥날쑥 적은 글만 붙어 있다.

 

 백반집이 사라져 간다는 건 옆에 백반 집 망했냐고 묻던 손님들의 질문이 줄어드는 과정에 실감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렇게 국밥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중 저 손님은 그전부터 자주 왔는데, 일주일에 3번은 꼭 와서는 조용히 TV만 보고 있다가 가곤 했다.

 

 ㅡ이모, 여기 밥 좀 바꿔줘요.

 ㅡ에이, 그냥 먹어 따끈한 밥 먹어야 속도 따뜻혀.

 ㅡ괜찮아요, 저 안 먹는거는거 아시잖아요. 찬 밥 없어요?

 ㅡ알겄어. 갔다줄게 기다려.

 ㅡ언니, 저기 찬 밥좀

 

 ㅡ네.

 

 ㅡ저 손님은 왜 맨날 와서 찬 밥만 먹는지 몰라. 따뜻한 흰 쌀밥만 먹고 컸나봐.

 ㅡ그러게요.. 날씨도 추운데.

 ㅡ에이, 밥이나 먹자 우리도. 응옥씨 내 밥 먹어 뜨거운 밥 못 먹지?

 

 ㅡ감사합니다.

 

 가게가 늘 붐비는 편은 아니다. 점심이나, 저녁처럼 식사시간에 주로 바쁘다.

 손님들이 빠진 시간에는 주로 빈 반찬들을 채우거나, 청소를 하거나.

 지금처럼 앉아서 밥을 먹거나 손님용 자판기 커피에서 설탕커피를 뽑아 수다를 떤다.

 

 애초에, 직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데 이곳에서 오래 일한 아주머니들의 성화에 못 이겨 사장님이 더 채용한 게 응옥씨이다.

 

 국밥집은 사장님이 처음 가게를 개업하기전 저렴하게 해주겠다던 시내에서 인테리어를 하는 초등학교 동창이 해준 그대로였다. 인테리어는 쉰 살이 넘어가는 직원 이모들이 보기에도 촌스러워 보이는 하얗다고도 그렇다고 회색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벽지였다. 하얀 벽지라고 하기에는 때가 낀 것처럼 거무스름했고 어둡다고 하기엔 밝았다. 그런 애매한 벽지에 듬성듬성 핀 노란 튤립이 그려진 벽지를 사장님은 왜 인지 만족스러워 하며 항상 새로운 아주머니가 오면 세련되지 않았냐며 답이 정해진 질문을 뱉고는 뿌듯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런 사장님을 다들 미워하지는 않았다.

 

 변두리 국밥집은 언제나 뜨거운 열기가 나는 듯 했지만 고기집에서의 온기와는 달랐다. 쉬지 않고 거품을 만들어내는 뽀얀 사골국물의 돼지냄새나 온 몸에 홍역이라도 걸린 듯 거뭇거뭇 채워 놓은 김치국물 냄새가 아니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담배냄새나 옷에 뿌린 방향제처럼 사람냄새 나는 것 들로 가득 차 있었다.

 

 ㅡ아이고,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이모도 계시네.

 ㅡ그려, 아들 왔어? 4개 줘?

 ㅡ아뇨 저희 한 명 더 와요 국밥 5인분이요.

 

 ㅡ아, 이모 여기 소주도 하나 줘요, 뻘건거.

 

 ㅡ그렇게 서장한테 깨져 놓고 정신을 못 차리냐 인마.

 ㅡ됐어, 어디가서 한 숨 잘 테니 찾으면 깨워라.

 

 변두리라 해서, 택시기사들만 항상 오지는 않는다.

 

 버스를 잘못 내려서 길을 잃고 괜시리 뒷 머리를 긁적이며 길을 물으러 오는 사람들.

 

 무전여행을 한다며 자기 몸 만한 가방을 등에 업고 밥 한 그릇만 주시면 안되겠냐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허리 굽혀 구걸하는 청년들.

 

 그게 아니면, 지금처럼 순찰 나왔다가 땡땡이 부리는 경찰들도 있다.

 

 대한민국 경찰은 낮술에 음주운전도 하나 생각이 들었다.

 

 ㅡ아! 응옥 이모. 그때 아들 찾는다는 거 찾았어요?

 

 ㅡ아, 아니요. 기다리고 있어요.

 ㅡ이모도 저거 나가봐요. 요즘 티비 프로가 최고야 아주. 나가면 한방에 찾아. 전단지 돌려봐야 쓸모 없어.

 

 마침 TV에서는 '사랑합니다 부모님'이라는 요즘 시청률 꽤나 나오는 방송이 나오고있었다.

 

 원래는 추석 연휴 특집으로 제작 되어서, 이산가족을 찾는 의도로 시행 된 방송이었지만, 그게 시청률이 꽤 나와서 이제 후원도 받고 다른 가족들도 찾아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ㅡ에이, 됐어요. 내 아들 너무 오래 됐어요.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격주에 한번씩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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