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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완벽한악역
작가 : 퐁당퐁당
작품등록일 : 2017.12.18

 
1화 – 할로윈 데이(1)
작성일 : 17-12-18 16:45     조회 : 486     추천 : 0     분량 : 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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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선물은 립스틱”

 

 “….”

 

 노을 빛이 스며 든 사무실에 두 남녀가 마주서있다. 남자와 여자 사이로 내밀어진 손 위에 얌전히 올려진 네모난 상자에는 유명브랜드의 금빛 로고가 햇살을 받아 반짝 거리고 있었고, 선물과 함께 내밀어진 손을 바라보는 건조한 눈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 이게, 제 선물입니까?”

 

 “오늘은 특별한 날 이니까, 특별히. 당신 취향 아니라 내 취향 으로 골라봤어”

 

 선이 고운 하얀손 위에 올려진 선물은 모양으로 봐도 크기로 봐도 심지어 색깔 마저도 강렬한, 새빨간 립스틱이었다.

 

 “… 그럼 전 앞으로 이걸 바르고 출근 해야 하는겁니까 ?”

 

 “원하시는대로.”

 

 싱긋 웃으며 휘어지는 눈매가 마치 사람을 홀리기라도 하려는 듯 요사스럽다. 선물을 받는 이 보다 주는 이가 더 즐거워하는 이질적인 상황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한 두 남녀 사이에 뭐라 말 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받아 들지 않은 선물을 빤히 내려다보는 눈이 짐작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잠시 일렁 거리지만, 이내 차가운 막을 씌우고 천천히 손을 내밀어 조그마한 케이스를 받아든다.

 

 “특별한 날 이라면..”

 

 “응. 내일 할로윈 데이 잖아요”

 

 손 에서 손 으로 선물이 옮겨지는 행위 속 스치듯 느껴지는 상대방의 온기에 애써 유지하려던 침착함이 사그라 들었고, 이를 숨기고픈 마음에 급히 입을 떼어 본다.

 

 “사탕 받을 나이는 아니니까 패스.”

 

 할로윈데이. 한국사회에서 언제부터 할로윈이 특별한 날 이었는지.

 그저 하룻밤의 축제를 즐길 만한 수 많은 문화 요소 중 하나일 뿐, 선물을 주고 받을 만큼 특별한 날은 절대 아니었다.

 핑계였다. 별 것 아닌 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매번 특별한 날을 만들어내고, 이상한 이유와 의미 모를 핑계를 대가며 이 사람에게 선물을 주곤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그 정도였다. 이렇게 보편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여야만 잠시라도 이 사람의 시선이 제 게 돌아왔다. 이 사람 에게 서 받을 수 있는 관심 이란 게 고작 그 정도 이기에, 안 받으니만 못한 그 잠깐의 시선 만이라도 온전히 제 것이길 바라는 절박한 표현이었다.

 

 “.. 왜 빨간색 입니까 ?”

 

 “말 했잖아요. 내 취향 이라고. 강렬한 레드. 어제도 바르고 왔었는데-“

 

 눈을 가늘게 휘며 말꼬리를 늘어 뜨리던 여자는 손을 들어올려 제 입술을 가리고는 뒤 돌아서며 말했다.

 

 “내가 제일 자주 바르는 립스틱 이에요. 수십통은 썼을걸.”

 

 돌아선 여자의 뒷모습이 분주하다 싶더니 이내 사무실용 로퍼를 벗고 높은 스텔레토에 발을 올려 놓는다.

 여자는 널려진 서류들을 능숙하게 정리하고 난 뒤 가방을 열어 아침에 바르고 나온 핑크색 립스틱을 제 입술에 덧 바른다. 여자의 분주한 뒷모습을 뻔히 쳐다보던 남자는 립스틱이 올려진 반대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든다.

 

 “아니요. 차변은 이만 퇴근. 오늘의 선물 증정식도 끝났고. 어제부로 업무포화로 인한 야근도 벗어났고. 나는 오늘 윤정현 변호사와 선약이 있으므로 퇴근 후 부터 귀가 전까지의 보고는 차연우 변호사님 대신 윤변이 하는걸로. 내일 주말 이기는 한데, 난 집에 있을 생각이 없으니까 초과근무를 하시든, 직무유기를 하시든 편하실 대로 하시고. 오늘은 편히 쉬어요.”

 

 여자는 제가 던지듯 선물을 안겨준 남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떠들었고, 남자는 제 할 일을 잃은 휴대폰을 묘한 눈으로 내려보다 이내 입을 뗀다.

 

 “..생일 .. 축하 드립니다. 대표님.”

 

 -멈칫.

 

 최근 업무 포화로 인해 항상 들고 다니던 노트북가방 대신 가볍고 화려한 클러치를 챙겨 든 채 외투를 걸치려던 여자의 손이 순간 멈칫한다.

 공중에 멈춰 섰 던 외투는 주인의 몸 대신 클러치를 쥔 손과 팔 언저리를 감쌌다. 무언가 생각 이라도 하는 듯 잠시 동안 가만히 서 있던 여자가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남자를 스쳐 지나가 문고리에 손을 올린다.

 

 “…. 고마워요.”

 

  무언가를 참아내듯 한마디를 내뱉은 여자가 느리게 손잡이를 움직인다. 문이 열리고. 여자가 사무실을 나가고. 다시 문이 닫히기 까지의 짧은 시간이 비 정상적 으로 길게 느껴졌다.

 

 -탁.

 

 여자가 나간 문에서 시선을 거두고 제 손위에 남겨진 인장 같은 새빨간 립스틱을 바라보던 남자는 제 속에서 동화되지 못하던 감정들을 뱉어내듯 길게 한숨을 쉬고는, 수트 깊숙히 선물을 밀어 넣는다.

 주인이 떠난 사무실에서 이곳 저곳 시선을 옮겨가며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남자에게 눈에 익숙한 휴대폰이 부르르 떨며 제 존재를 알려왔고, 남자는 휴대폰이 놓여있는 책상 쪽 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가 느리게 다가가는 사이 성격 급한 휴대폰은 어느새 조용해졌고 남자의 눈에 부재 중 전화 로 기록 된 발신자의 이름이 보였다. 잠시 후 다시 떨리기 시작한 휴대폰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남자가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 정현.

 

 “네. 차연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윤정현입니다.’

 

 “네. 대표님이 휴대폰을 놓고 가셨네요. 방금 나가셨습니다. 휴대폰은 제가 지그 .. ”

 

 ‘아아- 아니예요. 그러실 것 까지는 없구요. 제가 찾으러 가겠습니다. 안 그래도 신대표 방으로 가는 길이거든요.’

 

 “예.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비서실에 전달하고 형님은 먼저 들어 가셔도 되는데,, 간만에 얻은 자유시간 인데 이럴 때 여자친구 만나셔야죠. 가연이 제가 잡고 있을때. 하하’

 

 “… 아직 회사라는 걸 잊으신 것 같은데.”

 

 -달칵.

 

 “저 여기 왔습니다. 형니임-.”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연 남자가 샐쭉- 늘어지는 미소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적갈색 수트에 검은색 셔츠를 받쳐입고,넥타이 대신 행거칩과 스카프를 맨 정현의 웃는 얼굴이 연우의 뇌리에 박힌다. 매력 넘치고 잘생긴 청년이었지만 변호사라는 정형화된 이미지에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었다.

 

 “노크도 잊으신것 같고”

 

 “에에이이. 또 이렇게 빡빡하게 이러신다 우리 형님. 전화 할 때 엘리베이터 내리고 있었고. 비서실 비어 있었고. 데스크 통화 중 이고. 가연이 방금 나갔다고 했으니까 대표실엔 형님 혼자 계실 테고. 그러니까 이번엔 좀 넘어가줘요.”

 

 떠벌떠벌 제 알리바이를 내놓던 정현이 미동 없는 연우의 표정을 보고는, 씨알도 안 먹힐 변명 따위 하는게 아니구나 싶어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여기 핸드폰. 대표님 기다리신다. 얼른 가봐”

 

 정현이 들어옴과 동시에 전화가 끊어진 가연의 휴대폰을 정현에게 넘겨준 연우가 어느새 문을 열고나가 정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있다.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던 정현이 느릿느릿 문 밖으로 걸어 나가며 연우와 눈을 맞춘다.

 

 “가연이 박변한테 서류 넘기고 내 사무실로 오기로 했어요. 나보다 빠르진 않을거야. 그나저나 나 진담이야. 데이트 하려면 오늘이 절호의 기회라고.”

 

 “윤변호사님이 걱정 안하셔도 전 알아서 잘 하니까, 과한 관심과 참견은 정중히 사양할게.”

 

 연우와 정현이 익숙하게 반말을 주고 받으며 사무실을 나섰고, 복도를 지나가는 잘생긴 두 남자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따라온다.

 

 외양도, 성격도 정 반대의 두 사람 이지만 누구나 한번쯤 돌아 볼 법한 외모의 소유자인 둘은 어울리지 않는듯 어울어져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시너지가 일었다. 힐끔힐끔 시선을 주며 저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여직원 들도 있었고, 동경의 눈빛을 한 남사원 들도 있었으며, 말 이라도 한번 건네볼까 싶어 의미없는 인사치레를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개 중에는 이들을 폄하하고 싶어하는 치기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자격지심과 박탈감에 의한 치기어린 시선일 뿐 이었다.

 

 “간만에 봤는데. 여전히 딱딱하시네-.”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정현이 툴툴댔지만, 연우의 표정은 여전히 고요하다. 어제 본 얼굴도 간만으로 치는건지-.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너무 늦게 들어가서 회장님한테 혼나지도 말고. 알아서 처신해.”

 

 여전히 정면만을 응시한 채 연우는 높낮이 없이 말을 이었고, 정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두 남자는 손만 들어 가볍게 서로를 배웅하고 각자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띠잉.

 

 “자-. 그럼 이제 나는 우리 아가씨를 뫼시러 가 볼까나아 –“

 

 

 

 ******

 

 

 정현을 보내고 돌아온 연우는 본인의 사무실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아마도 제 사무실 보다는 신대표의 사무실에 있는날이 더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사에게 퇴근을 강요당한 연우가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조용히 책상위에 앉는다. 생각치 못했던 조기 퇴근에 얼씨구나 회사를 박차고 나가도 모자란 상황 이었지만 연우는 아직 처리되지 못 한 서류들을 뒤적이며 일을 시작했고, 아무런 문제 의식이 없는 듯 연우의 얼굴은 언제나와 같이 무표정하다.

 평소 개인 사무실의 문을 잘 닫지 않는 연우였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노출 되었고, 대표의 이른 퇴근소식에 기대를 품었던 직원들의 표정이 우울해진다.

 

 “그럼 그렇지…“

 

 조심스레 자신들의 조기 퇴근을 추측 해보던 직원들은 돌아 오자 마자 책상에 앉는 연우를 보곤 헛된 희망 이었음을 깨닫고 초연한 표정으로 업무에 복귀한다. 닫혀진 노트북을 다시켜고. 밀어놓은 서류를 다시 손에쥐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일을 시작하던 직원들의 표정에 또다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연우의 휴대폰이 울렸기 때문이다.

 

 “어. 미연아.”

 

 상사의 입에서 나온 미연이라는 이름에 직원들의 손이 분주해진다. 어거지로 쥐고있던 서류철은 다시 내던져지고, 정전 이라도 된 것 마냥 피씨의 전원이 차례로 꺼졌으며, 여직원들은 고개를 숙여 화장을 고치기 시작한다.

 

 “어. 어. 하하. 그래. 알겠어. 내가지금 그 쪽으로 갈게.”

 

 퇴근 지령이 떨어지지도 않았건만 직원들은 이미 일사분란 하게 퇴근준비를 마쳤고, 반짝이는 눈으로 상사의 사무실을 바라본다.

 머지 않아 웃음기를 머금은 연우의 통화가 끝나고, 드디어 그의 사무실 문이 열린다. 여느때 보다 빛나는 눈으로 연우의 사무실을 바라보는 직원들은 문이 열리는 짧은 시간이 슬로우모션 으로 보이는 듯 했다.

 

 “저 오늘은 일이 생겨 이만 들어 가겠습니다. 눈치.. 는 안보시는 것 같네요.. 퇴근합시다.”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서던 연우의 눈에 기대에 가득 찬 직원들의 얼굴이 보였고, 그들의 바람 대로 퇴근지령을 내려줬다.

 

 “네!! 변호사님 데이트 잘 하십쇼!!”

 

 연우의 말이 떨 어지기가 무섭게, 이미 가방까지 어깨에 둘러메고 있던 막내 직원이 자리를 박차고 튀어 올랐고, 이를 시작으로 모두들 얼굴에 웃음 꽃을 달고 이른 주말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미안한 마음에 직원들을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서는 연우였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무의식적으로 창 밖을 내다보던 연우의 눈에 건물 밖에 서있던 가연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겨울이 시작 되려는 10월 말 이었지만 가연의 가느다란 다리에는 얇은 살구색 스타킹 한 장만 달랑 덧 씌워져 있을 뿐 이었다. 외투도 걸치지 않고 찬 바람을 맞고 있던 가연 앞에 정현의 차가 멈춰 섰고, 익숙한 모양새로 가연이 정현의 차를 타고 사라진다.

 가연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함참이나 창 밖을 응시하던 연우는 어쩐지 무거운 발걸음을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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