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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을의 종말
작가 : 여름밤의기적
작품등록일 : 2017.12.18

한 마을. 500년 간 버팀목이 되어왔던 거대한 나무 '신성목'
어느 날 밤. 신성목은 거대한 낙뢰로 불타 올라 마을 전역을 충격으로 물들인다.
신성목이 사라져서 마물들에게 무방비한 상태가 된 마을.
도망가려는 자와 남아서 싸우려는 자. 그들의 고뇌는 달빛으로 밝게 비춰진다.

 
그날 신성목은 낙뢰로 불타올랐다.
작성일 : 17-12-18 09:04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5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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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과광!”

 주변에 생명체가 살아있는걸 용납 하지 않겠다는 듯이 떨어진 거대 낙뢰.

 낙뢰가 떨어지는 순간. 단 1초. 모든 마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의 시간은 멈췄다.

 대처법의 판단시간 따위가 아니다. 그 1초는 그들이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었다.

 마을의 중심에서 모두를 지탱해 주던 거대한 나무 신수목.

 신수목은 마을 전체에 결계를 펼쳐 2만 명의 마을주민들을 마물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었고, 수많은 열매를 맺어 식량문제도 해결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신수목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기며 매일같이 제사를 지내고, 양분의 공급도 지난 500년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전부 부질없는 짓이라며 말하듯, 낙뢰는 용서 없이 파괴적이고 흉포한 소리를 내며 신수목에게 내려쳤다.

 50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마을중앙 신성의 언덕 위에서 주민들을 내려다보던 신성목이 낙뢰에 맞아 타오르는 모습은 늘 마을을 지켜오던 수호신의 이미지와는 대비되어 안쓰럽고 위태로웠다.

 때문에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은 나무로부터 시선을 돌렸고, 눈물로 시야를 적셨다.

 “뭐하는 거야!! 어서 물을 준비해! 신수목에 붙은 불을 끄러 가야지!!”

 한 남성이 절망적인 상황에 좌절과 슬픔에 빠진 마을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그..그래! 아직 늦지 않았어! 마을에 있는 남녀, 아이들 까지 전부 모아와!”

 마을의 인구수는 2만명. 확실히, 아무리 마을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신성목이라 해도 그만한 인구가 물을 뿌려대면 불은 꺼질 것이다.

 한 남성의 간절한 선동에 마을 사람들이 동조하기 시작했고, 곧 수십 명 단위로 수 팀이 만들어지고 팀마다 구역을 나눠 신수목의 불을 끄러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덕을 오르는 데 최소 1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올라갔을 때는 이미 다 타고 남은 초라한 나무만이 남아있을 뿐이란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성인남성들 만이라면 모를까, 아이들과 여성들까지 데려간다면 최소 2시간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 힘만 빠지는 무의미한 짓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슬쩍 무리를 빠져나왔다.

 그런 그들이 언덕을 오르려하자, 때마침 경보가 울려왔다.

 “마을사람 여러분. 긴급경보입니다. 방금 전 신성목의 결계가 풀렸습니다. 마을에 마물이 들어 올수 있으니, 모두 피난처로 이동 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난처의 위치는 각 구역의 담당관이 안내 할 것입니다.”

 마을은 거의 수십 년간 경보가 울리지 않았었기에 확성기 마물이라 불리는 ‘탐’의 괴상한 생김새는 마을의 아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젠장.. 신수목은 결국 타게 내버려 두는 거냐고..” 방금 전 선동하던 남성이 울며 호소하자, 많은 이들도 따라서 눈물을 내기 시작했다.

 그 눈물의 원인은 신과 같은 존재였던 신수목과의 작별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앞으로 일어날 절망적인 상황들에 대한 두려움인지 알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척박하고 메마르던 토지를 부드럽게 눈물로 적시고 있던 중 불쾌하고 따가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익!”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제과점의 굴뚝 위에 한 가고일이 울부짖고 있었다.

 가고일의 입가에는 인간의 피가 묻어있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을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기겁했다.

 “저기 봐! 인간을 죽인 가고일이야! 모두, 돌을 던져!”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땅에 굴러다니던 돌을 주워 가고일을 향해 던졌다.

 돌이 날라 오는 것을 감지한 가고일은 곧 고도를 올려 돌을 회피했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모두! 일단 경보대로 피난처로 이동하자! 곧 수많은 마물들이 몰려 올 거야!”

 이쪽을 향해 달려오던 안경을 쓴 성인남성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 남자의 이름은 신제. 이 마을에선 유명한 학자다. 신성목의 결계로 마물에게 습격 받을 위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상시를 위해서 마을 바깥을 탐색해 다양한 마물들의 정보를 책에 담았다.

 “가고일은 야행성 마물이라 아침이 되면 사라 질 거야. 모두들, 최대한 가고일은 자극하지 말고 피난처로 이동해줘!”

 신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금방 기운을 되찾고 피난처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엇, 타로! 너도 있었구나.”

 신제는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이 의외라는 듯 조금 놀란 기색으로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말 안했던가. 7구역으로 이사했다는 거.”

 “하하. 만나는 게 2년만인데 그런 거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신제와는 2년 전 의뢰를 받아 함께 마을 밖으로 나간 적 이 있다. 그 때 조금씩 말을 트면서 친해졌지만, 2년간 서로 무소식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그보다, 마을사람들에게 그 사실은 숨기는 건가?”

 내 한마디에 신제는 난처한 웃음을 짓고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신수목이 거대한 낙뢰를 맞은 시점에서, 그들의 불안을 지탱해주던 벽은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어. 그런 상황에 조금이라도 불안감이 생긴다면 정신을 잃어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워질지도 몰라.”

 지금은 밤이기 때문에 야행성마물들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아침이 되면 야행성마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행성마물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마물을 야행성과 주행성으로 나누는 분류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책에 실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곧 다가올 아침보다는 안전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마을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지금 피난처에서는 급하게 수비대를 편성 하고 있어. 성인남성은 대부분 수비대로 들어가겠지. 너 정도의 실력자라면 장로의 호위를 맡을 수 있을 거야.”

 “역시.. 장로와 간부들은 마을을 버리려는 건가?”

 신제는 침울한 표정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그 이상은 묻지 말라고 말하는 듯 했다.

 “우리 조사대도 바깥에서는 대형마물에게 들키지 않도록 은밀하게 활동했어. 그 만큼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마을은 숨길수가 없어. 소형, 중형 마물이 온다면 막을 수는 있겠지만..”

 주변에 있던 마을사람들은 전부 피난처 방향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고요하고 잠적한 마을 속에서 신 제 만의 목소리만이 공기를 채워나갔다.

 “각오는 해두는 게 좋을 거야. 마을에 끝까지 남아서 싸울지. 마을을 버리고 도망갈지는 말이야.”

 어둡고 차가운 밤공기를 통해 전해져온 양자택일의 기회를 알리는 소리. 신제의 주름진 이마와 깨문 입술. 떨리는 동공은 자신 또한 고민의 중심에 서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조용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신제는 주머니에서 돌을 한 개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그 돌은 중앙에 기묘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달빛의 정기가 무늬를 통해 들어와 돌을 환하게 비추었고 돌의 무늬는 갈라져 두 가지 형태로 바뀌었다.

 “나는 이 돌을 ‘시스터의 돌’ 이라고 이름 지었어. 6개월 전 숲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주운 건데 무늬가 어릴 때 마을 밖에 나갔다가 행방불명 된 우리 누나를 닮아서 말이야. 너는 자기처럼 길을 잃지 말라며 누나가 보내 준 것이 아닌 가 생각했지. 이것이 있다면 밤에도 야행성 마물에게 기습당할 걱정 없이 이동 할 수 있을 거야.”

 “이걸 어째서 내게..?”

 “나는.. 아마 끝까지 마을에 남을 거야. 물론 내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있어. 그래서 지금까지 고민 해 온 거고.”

 신제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제는 두려움에 온 몸을 떨고 있어서 거짓을 말할 여유 따위 없을 거라는 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너, 죽을 생각이냐?”

 “하하. 직설적으로 말하는구나. 그럼 나도 숨김없이 말 하도록 할게.”

 신제는 옆에 달빛이 잘 드는 계단에 앉아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일반인들로 구성 된 수비대가 시간을 벌고 마을에 몇 안 돼는 실력자들은 장로와 고위 간부들의 호위를 맡아 다른 마을로 이동 할 거야.”

 신제의 몸에서 반사되는 달빛들은 마치 신제가 빛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나는 마을에 남고자 해. 내가 없으면 마을사람들의 불안을 없애주고 힘이 되어줄 사람이 한명도 없게 되거든.”

 신제는 슬픔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곧 눈시울이 붉어지고 호흡이 거칠어 졌다.

 “그러니까.. 미안해.. 이러면 안 되는데.. 어째서 눈물이..”

 나는 그 상황에 맞는 말을 고를 수가 없었다.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용감한 이 사내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칭찬해야 할지, 신념을 꺾고 목숨을 우선시 하자고 설득 할지, 이 자리에 서있는 내게는 결정하기 힘든 큰 난제였다.

 이 남자는 마을의 몇 안 돼는 학자 중 한명. 즉 고위간부 중에서도 의사나 판사 이상의 높은 지위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장로와 함께 무사히 다른 마을로 이주하는 것이 가능할 터다.

 그가 마을에 남기로 결정한다면 장로나 다른 고위 간부들은 목숨을 쉽게 버리는 바보 같고 어리석은 자라고 욕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자랑스러운 위인의 등은 수많은 마을사람들의 불안과 목숨을 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말해야한다. 껍데기 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의 모습을─

 “나도 너와 남을게”

 아. 나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다리를 이렇게 벌벌 떨면서, 이 남자에게 감화되어 멋진 척을 하고 싶은 건가?

 바보 같다. 마을사람들에게 그리 정든 것도 아니면서, 그저 이 빛나는 사내를 동경하게 되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의 멍청한 선택에 조금 후회가 됐지만 그 남자를 바라보며 느끼던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아니, 네가 남을 필요는 없어.”

 내 다리가 떠는 것을 본 걸까. 내 호흡이 불규칙해진 것을 느낀 걸까. 아니. 아마 둘 다 아닐 것이다. 그는 2년 전 ‘나’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지금의 내 생각마저도 그에게는 읽히고 있는 것이다. 확증은 없지만 단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에겐 따로 부탁할 게 있거든. 네가 남게 되면 내가 곤란해져.”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고 호흡을 정상적으로 되돌려서 말을 이었다.

 “장로의 호위가 끝나면, 최대한 많은 마물을 보고 내 책을 완성해 주었으면 해.”

 ‘대 마물 사전’ 2년 전, 신제가 쓰기 시작한 마물사전이다. 소형 마물을 비롯해 중형마물, 일부이지만 발자국으로 추측해 대형마물에 대한 정보까지 쓰여 있는 대규모 사전이다.

 “하하. 요새 탐색을 게을리 해서 벌 받는 걸지도 모르겠어. ”

 어색한 쓴웃음은 눈물로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 부자연스럽게 묻어났다.

 “내가 죽기 전까지는 전부 쓰고 싶었는데 말이지..”

 “내게는.. 네 처럼 잘 쓸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좋다면..”

 그의 의지를 잇는 것은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내게는 어울리지도 않고 힘든 작업이 뒤따르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는 나를 믿고 맡겨 주었다. 그렇다면 나는 거짓 없이 답해야만 한다. 나는 각오를 다졌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가 앉아 있는 계단을 내려가고, 그와 같은 층에 앉아서 말을 이었다.

 “네 의뢰. 받아들일게.”

 “고마워..!!”

 신제의 창백했던 얼굴은 곧 화색이 돋아 방금 전까지의 일들이 모두 거짓말로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신제의 각오와 신념. 그 모든 것은 거짓이 아닌 사실이다.

 “네가 부탁을 안 들어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생각뿐이었거든.”

 신제의 억지웃음은 나를 더 괴롭게만 했다. 나를 신경 써서 말을 맞추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나한테는 껍데기를 벗어도 괜찮아.”

 그런 신제의 모습을 보는 건 내가 원하던 게 아니다. 그런 이기심에서 무심코 말이 나와 버렸다.

 “역시 들켜버렸나..”

 신제는 억지웃음으로 힘이 들어간 얼굴을 풀고 아까 전과 같은 어둡고 창백한 표정이 되었다.

 “사실은 마물사전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학자로서의 욕구는 채워져도 죽는다면 인간으로서의 욕구가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래서 나 지금, 간절하게 바라고 있어. 비가 내려서 신수목이 부활해 주기를, 역사서에 실린 신수목의 기적이 또 한 번 일어나기를.”

 기적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이 달까지 닿아서, 신께서 다시 한 번 그 기적을 일으켜 주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소원했다.

 
작가의 말
 

 공모전이 오늘까지인걸 오늘 알았네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되는 데 까지 써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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