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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만희탐정사무소
작가 : 강귤
작품등록일 : 2016.8.22

사설탐정 심만희!
그의 완벽한 두뇌로 선배의 의문에 죽음을 파헤친다!!!
온갖 수수께끼 투성이인 사건!
곧 그가 해결한다!!

 
(월화) 만희탐정사무소 1회
작성일 : 16-08-22 08:49     조회 : 871     추천 : 0     분량 : 7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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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 천재소년

 

 

 

 ①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은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맵시를 아주 다양하게 만든다. 와이셔츠 소매에 단추를 풀고 올릴 수 있을 만큼 소매를 최대한으로 많이 걷어 올린 사람들부터 간이 선풍기를 들고 걷는 사람들, 부채를 들고 걷는 사람들, 원래부터 그런 청바지인지 긴 바지인지 모를 정도로 무릎까지 접은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민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짧은 미니스커트와 팬티인지 바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엉덩이 살을 내보이며 요염하게 걷는 여인들. 덕분에 불쾌지수가 높았던 남자들은 그나마 눈요기 거리가 생겨 분을 삭일 수 있다.

 대낮에도 태양보다 더 요란하게 빛나는 모텔 간판 밑에서 차 커튼 사이로 만희의 모습이 보인다.

 

 “아우~!~ 짜증난다 날씨이!”

 

 민소매 박스티를 입었지만 어간 더운지 만희는 가슴팍이 다 보일정도로 내려앉은 라운드를 오른손으로 잡고 빠르게 펄럭 거린다. 온갖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모텔 밖을 나선 만희는 자신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걷고 있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한다. 왼손에 있던 미러 선글라스를 끼고 계속해서 목 부위를 펄럭거리며 걷던 만희는 청반바지 주머니 속에서 느껴지는 진동으로 인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바라본다.

 

 “아 씨... ...”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지만 찡그린 표정을 숨길 수가 없다. 만희는 귀찮은 듯 깊게 숨을 쉬다 내뱉고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댄다.

 

 “어디세요 사장님!!!”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도 폭발 시킬 정도의 소음이 아닐 수 없다. 만희는 휴대폰을 잠시 멀리 떨어트리고 다시한번 숨고르기를 하면서 천천히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댄다. 뭐라뭐라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만희는 침착하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실장. 그게 말이야~ 지금 중요한 인물 수색 중이라 통화가 어려운데 말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빨리 들어오세요! 또 어디서 여자 등쳐먹을려고!!! 잔말 말고 들어와서 일이나 해결하세요!!”

 “아니 그게~”

 “뚜뚜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선글라스 밖으로 보이는 휴대폰은 이미 통화 종료 모드로 변해 있었고 만희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젠장! 또 한소리 듣게 생겼군... ...”

 

 선글라스 안에 만희의 표정은 시무룩해졌고 뒤통수를 빡빡 긁어대던 만희는 투덜투덜 대며 팔자걸음으로 지하철 계단을 내려간다.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는 만희의 발걸음은 영락없는 양반집 도련님 발걸음이다. 아무도 그런 행동을 신경 쓰진 않았지만 점점 빨라지는 주의사람들의 발걸음이 신경이 쓰였는지 만희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심상치 않은 느낌을 감지한다. 이윽고 만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딛었고 급기야 뛰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따라 만희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촤악~”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다음으로 줄을 선 사람들이 탑승하기 시작한다. 뛰어오던 만희는 스크린도어가 닫기 직전에 간신히 지하철에 몸을 실고 거친 숨을 나름 컨트롤해가며 내쉰다.

 

 “후후~ 하~ 기다려봐. 곧 도착하니깐.”

 

 주머니 속에 휴대폰을 꺼낸 만희는 능숙한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문자를 쓰기 시작한다.

 

 ‘오빠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먼저 갈게. 자고 있는 게 너무 예뻐서 차마 깨우질 못하겠더라~ 볼에 살짝 뽀뽀하고 나왔으니깐 잘 가라는 인사 안했다고 너무 슬퍼하진 말고~ 이따 연락할게!’

 

 문자를 다 쓰고 전송 패드를 터치하자 메시지 전송 되었다는 문구가 떴다.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담은 만희는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입꼬리를 쭈욱 올려댄다.

 

 “이번 역은 성수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벌써?”

 

 안내방송을 들은 만희는 내릴 채비를 한다.

 

 “신설동방면으로 가실손님이나 종로, 의정부방면으로 가실 손님께서는 이번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끝나고 몇 초 후, 지하철은 멈췄고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줄줄이 많은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만희도 그 틈에 끼어 어렵사리 밖으로 빠져 나온다.

 

 “후~”

 

 유명한 카페가 많은 동네라 평일 날 오전인데도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이 놈에 지옥철. 이사를 가든지 해야지...젠장.’

 

 투덜대던 만희는 옷맵시를 가다듬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지하철을 빠져 나간다.

 밖으로 나온 만희는 선글라스를 손가락으로 올려 세우며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너덜너덜한 박스 민소매 티가 가까스로 만희에 젖꼭지를 가려주고 있었지만 만희의 패션은 누가 봐도 노출증 환자의 패션이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여기는 서울이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데.

 한참을 걷던 만희는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힘겹게 올라간다.

 

 “진짜... ... 이사를 해야지 원...”

 

 한발 한발 내딛으며 천천히 올라가는 만희였지만 금세 만희에 등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선글라스를 벗고 거친 호흡을 내쉬며 5층까지 올라간 만희는 철제문 앞에 서서 다시한번 깊은 숨을 들이 마시고 손잡이를 돌린다.

 

 “찰칵.”

 

 문이 열리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만희를 마중 나온 듯, 만희는 두 팔을 벌리며 크게 외친다.

 

 “아!!! 좋다!!!”

 

 책상에 앉아있던 은이는 가는 실눈으로 만희를 째려보며 더 크게 외친다.

 

 “뭐가 좋다는 거예요!!!”

 “깜짝이야...!”

 

 흡사 몸을 부들 떨며 만희가 은이를 바라본다.

 

 “놀랬잖아~ 근데 왜 아침부터 전화질이야~”

 “전화질?”

 

 만희의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은이가 대답한다.

 

 “아니, 출근을 했는데 사장은 없고!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오지도 않고!”

 

 만희는 은이 맞은편에 있는 책상으로 다가가 의자를 빼내 자리에 앉으며 말을 한다.

 

 “오늘 쉬는 날 이야. 왜 출근 했냐?”

 

 코를 후비며 말을 하는 만희를 보며 은이는 다시한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만희의 얼굴을 보며 다시 뭐라 말을 하려고 하는 찰라! 만희가 먼저 말을 꺼낸다.

 

 “내가 쉬고 싶은 날이 쉬는 날이야. 무슨 말 하려고 하는지 아니깐 이제 그만 해.”

 

 책상에 두발을 올리며 만희가 말을 하자 은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A4용지 몇 장을 돌돌 말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만희는 은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관심도 없다. 눈을 감고 이 순간을 즐기는 만희는 그냥 편한 의자에 앉아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고 있다. 입술을 꽉 깨문 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돌돌 말린 A4용지를 더욱 더 단단하게 말리면서 만희에게 다가간다. 은이의 움직임을 느낀 만희는 감은 눈을 떠 책상에 올려놓은 다리를 내리고 은이가 가까워 올 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의자를 밀기 시작한다.

 

 “왜 이래...?! 그 덩치로 그렇게 오면 넌 무서운 줄 모를 거야 그지? 그 말린 종이로 뭘 어떻게 하려고...! 설마 날 때리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겁에 질린 만희를 보며 은이는 책상 앞에 선다. 그리고는 A4용지를 만희 책상에 힘껏 내리치고 휙 돌아서 자리로 돌아간다.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던 만희는 다시 의자를 당겨 은이가 준 종이를 살펴본다.

 

 “이게 뭐야?”

 “일 많이 많이 물어오라면서요~ 일거리에요!”

 “일?”

 

 만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름 가보영. 나이 31세. 이혼을 한지 1년이 넘었지만 전남편이 계속 집착을 한다. 전남편을 떼어주는 조건으로 500만원을 주겠다?”

 

 만희는 종이와 은이를 번갈아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이게 일이라고?”

 “네.”

 “내가 일을 많이 많이 주어오라고 했지, 이런 걸 주어오라고 하진 않았을텐데~”

 

 은이는 만희를 쳐다보지도 않고 컴퓨터 마우스만 까딱 거리며 대답한다.

 

 “선 입금 백 받았어요. 해줘요. 잘 하잖아요 그런 거?!”

 “뭐...뭐... 잘 하잖아요? 그런 거...?!”

 

 찡그린 얼굴로 은이를 노려보지만 은이는 계속해서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여보세요 이 실장님. 흥신소도 이런 짓은 안 합니다~ 실장이란 분이 그런 걸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하기사, 매일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쇼핑만 하고 있으니 알 리가 있나.”

 

 비꼬는 말투로 말을 해보지만 은이는 꿈쩍도 안하고 오로지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런 은이의 모습을 보며 만희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건네받은 자료 뒷장을 걷는다. 뒷장에는 가보영의 전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사진이 있었고 간단하게 프로필이 적혀져 있었다.

 

 “이게 전남편이야? 반듯하게 생겼네. 너무 반듯하게 생겨서 여자가 질렸나? 여자가 나쁘네~”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하며 다음 장으로 넘긴 만희는 급격하게 표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찡그렸던 코는 어느새 펴져 있었고 두 눈은 똘망똘망하게 변해갔으며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사실은 자신조차도 모를 정도로 만희의 표정은 환해진다.

 

 “오~ 오~”

 

 작은 소리지만 감탄사를 연발하는 만희의 소리는 은이의 귀에 너무나 선명하게 들렸다. 만희를 보고 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본다.

 

 “약속은 잡았어?”

 “네~ 오늘 오후 4시에 사무실로 온다고 했어요.”

 “그래? 이 살장. 오늘은 그만 퇴근해도 돼. 뒷일은 내가 알아서 다~~~ 할테니깐.”

 

 언짢은 표정으로 은이가 바라보자 만희가 움찔하며 말을 한다.

 

 “농담이야. 이 실장이 있어야 우리 사무실이 분위기가 살지. 하하하. 안 그래? 하하하.”

 

 경직 된 웃음에 은이는 계속해서 언짢은 표정으로 만희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두툼한 입술을 열기 시작한다.

 

 “직원이라곤 사장님하고 저 뿐인데, 그 실장이란 말은 좀 빼시죠, 사장님.”

 

 은이의 말에 다시금 만희가 로봇 웃음소리를 낸다.

 

 “하하하. 그런가? 하하하.”

 

 은이는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저런 인간한테서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다는 게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②

 

 

 오후 3시 59분. 정확히 16시에 1분 전. 만희는 목소리를 계속 가다듬으며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은이도 바로 차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정각 4시.

 

 “달칵.”

 

 신기하게도 정각이 되자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만희와 은이의 시선은 동시에 문으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가슴이 살짝 파인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보영을 보는 만희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만 갔고 급기야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경지까지 다다른다. 은이는 만희의 넋 나간 표정을 보며 어이 없어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5초가 지나도록 만희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에 서 있는 보영을 안내한다.

 

 “가보영씨?”

 “네. 오전에 전화통화를 한 분이신가 보죠?”

 

 이상하게 말투마저 만희는 섹시하게 들린다.

 

 “네, 맞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가식적이지만 고객을 앞에 두고 환히 웃는 은이를 보며 못 볼 걸 본 것처럼 만희의 표정이 갑자기 변해간다. 소파로 안내를 한 은이는 미리 준비해 놓은 녹차를 보영에게 건넨다.

 

 “그나저나 사장님은...”

 

 두리번거리던 보영은 만희와 눈이 마주치자 말끝을 흐린다. 만희는 함박 미소를 보이며 보영의 반대편 소파에 자리를 잡아 다리를 꾀어 앉는다.

 

 “이 실장님. 저도 차 한잔만요~”

 

 보영이 보지 못하게 뒤로 돌아 만희를 빤히 쳐다보며 은이는 입술을 꽉 깨문다.

 

 “네~ 맞아요~ 같은 걸로 주세요, 이 실장님. 하하.”

 

 능청맞은 말투로 은이에게 손짓까지 해가며 표정관리에 들어간 만희는 바로 보영을 바라보고 말을 한다.

 

 “이 실장한테 간단한 얘기는 들었습니다. 뭐...전 남편~ 어쩌구 하던데... ...”

 

 만희는 말끝을 흐리며 살며시 보이는 보영의 가슴골에 시선을 갖다 둔다. 이를 눈치 챈 보영은 섹시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등을 기댄다.

 

 “하하. 날이 참 덥죠? 이거 원... 올 여름은 참... 아이고... ...”

 

 미소 띈 얼굴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만희가 말을 하자 보영이 웃으며 대답한다.

 

 “사장님 맞으시죠?”

 

 보영의 말에 만희는 너덜너덜한 민소매 라운드를 잡고 펄럭이며 대답한다.

 

 “하하! 사장은 무슨~ 탐정이죠. 뭐... 사장도 맞는 말이긴 하지요. 하하하.”

 

 찻잔을 들고 온 은이는 만희 앞에 찻잔을 ‘쿵’ 하니 내려놓는다. 만희는 은이를 보며 눈빛으로 뭐하는 짓이냐 묻지만 금세 누구라도 잡아먹을 기세의 은이 눈빛을 보며 깨갱 거린다. 그리고는 보영에게 시선을 돌려 다시 환한 미소로 보영을 바라본다.

 

 “하하. 자. 그럼 어떻게 일을 진행할까요. 얘기로는 선 입금으로... ...”

 

 이야기를 진행하려 하지만 만희의 시선은 점점 아래로 가더니 또다시 보영의 가슴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선 입금... 아... 네... ...”

 

 보영이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녹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만희 쪽으로 몸을 기우리며 입을 연다. 만희는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가슴골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제가 있잖아요~”

 

 섹시한 그녀의 음성은 만희의 심장을 더욱 난폭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치 절정에 다다른 표정으로 만희는 계속해서 보영의 가슴골을 쳐다본다.

 

 “전남편이 계속 따라 붙어서~”

 “헤예~”

 

 넋이 나간 표정으로 대답하는 만희를 보며 은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한숨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게 한다.

 

 “남편을 좀 떼고 싶은데~”

 “헤예~ 허~”

 

 얼굴을 감싼 은이는 고개를 저으며 한심하게 만희를 바라본다.

 

 “제 새 남자친구 역할을 해줬으면 해서요~”

 “헤예~ 물론... ... 네?”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만희의 눈동자가 커다래지며 보영의 얼굴을 쳐다본다.

 

 “왜...싫으세요?”

 

 보영의 말에 만희는 침묵을 이어간다. 그 침묵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게 은이도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만희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계속해서 보영의 얼굴을 쳐다보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이내 무거웠던 입을 열기 시작한다.

 

 “하하하! 당연하죠! 도와드려야죠! 하하하!”

 

 시원한 만희의 대답에 보영이 눈웃음을 보이며 차를 한 모금 더 마신다. 만희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을 기미가 보이자 은이는 헛기침을 내며 만희에게 신호를 보낸다. 만희는 살짝 고개를 틀고 은이를 보더니 이내 바로 보영을 다시 보며 더 큰소리로 웃어댄다.

 

 “하하하! 작전은 그럼 어떻게, 언제부터.”

 “그건 사장님께서 플랜을 짜보는 게 어떨까요?”

 “하하하! 그거야 제 전공 아니겠습니까. 바로 설계 들어가겠습니다. 하하하!”

 

 천장을 향한 만희의 웃음소리가 지구 밖 우주로 까지 세어나갈 기세다. 보영이 입술을 올리며 미소를 보이자 만희는 웃음을 그치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보영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문을 연다.

 

 “이제 보니 우리 고객님께서는 고양이 상이시군요.”

 “네?”

 “하하하. 원래 남자들은 고양이 상의 여자를 만나면 몇 년이 지나도 그녀를 못 잊는다죠? 하하하!!!”

 

 또다시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로 만희가 웃자 이번엔 보영도 진심이 가득 찬 미소를 보인다. 가지고 온 체크무늬 브랜드의 숄더백을 들고 보영이 일어서자 만희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아무튼 사장님만 믿겠어요. 계획을 다 짜시면 연락주세요. 아! 그리고~”

 “네?”

 

 얼굴을 만희에게 가까이 대며 보영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가슴을 너무 좋아하신다~ 그래서 직원도 가슴 큰 여자로 뽑으셨나?”

 

 보영의 말에 만희가 땀을 흘리며 천천히 은이를 돌아본다. 그리고는 다시 보영을 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가슴이 큰 게 아니라 몸이 큰 거겠죠. 흐흐~”

 

 보영은 섹시한 고양이 미소를 보이며 뒤돌아 문으로 향한다.

 

 ‘아우 씨~ 뒷태 봐라 와우~ 가슴도 있으면서 엉덩이까지 있는 경운 진짜 드문데...!’

 

 문고리를 잡고 고개를 돌린 보영은 만희를 보며 인사를 건넨다.

 

 “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 천재소년~”

 “에???”

 

 순간 만희의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미소를 잃지 않은 모습으로 보영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보영은 완전히 나갔지만 만희의 표정은 아직도 얼어붙은 모습이다.

 

 “땡! 왜 그리 얼고 그래요, 천재소년님~”

 

 은이가 만희의 등을 치며 말을 하자 만희는 집나간 정신이 돌아온 듯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흔든다.

 

 “저 분, 사장님을 아나보네요?”

 “... ...”“천재소년이라고 부르는 거 보면... 정말 전남편이 싫긴 하나봐~ 천재에게 책략을 맡기니 말이야. 안 그래요? 호호~”

 “... ...”

 

 덩치에 안 맞는 웃음소리를 내보이며 은이가 다시 만희에게 말을 던진다.

 

 “그런데 어떡하죠? 저 분은 사장님이 모든 분야에 천재인 줄 아나봐요~”

 “너 이노무 자식!!!”

 “엄마야!”

 

 성난 악마의 모습으로 변한 만희를 보고 은이가 재빠르게 도망간다.

 

 “가만 안 둬~!!~ 일개 직원이 감히 사장한테!!!!”

 “또 도졌네. 저 또라이 기질.”

 “또라이?!”

 

 책상을 가운데 두고 어린애들 마냥 만희와 은이는 서로 으르렁 대며 싸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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