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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약사
작가 : GREG
작품등록일 : 2017.12.14

평범해지고 싶은 약사 이야기.

 
약사 제1편
작성일 : 17-12-14 22:33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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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린다.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시야가 매우 정신 없다. 내가 물제를 지나치고 있는 것인지, 주변의 물체들이 나를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다급한 상황인 것을 확실하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싶지만 고개를 돌릴 수 없고, 말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몸에 아무런 감각이 없고, 계속해서 시야만이 위아래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혹시 도망치고 있는 것인가? 무엇에?

 

 드디어 발끝에 전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온 몸의 감각이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이다.

 

 으아아악

 

 감각이 최 정점까지 올라오는 순간부터 이 사람은 나이며 나는 이 사람이다. 이제부터 내가 판단해야 한다.

 

 

 

 제1화 그렉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뚝.

 

  정말 까칠한 여자네. 더 자고 싶은데. 지금 몇 시지.

 

 오늘은 진료를 받는 날이다. 방금 전화를 받고 나서야 오늘 진료가 있는지 알았다. 그래서 진료가 있는 날에는 병원에서 전화를 해준다. 세상에서 제일 까칠한 말투로.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다. 분주하게 움직여야 약속한 시간에 갈 수 있지만 그는 나를 잘 알고 있다. 늦어도 기다려 줄 것을 안다. 나는 간단히 세수만 하고 언제 벗어놓은 지 모르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을 나섰다.

 

 병원은 시내 한복판에 있다. 30층이 넘는 고층 빌딩의 최고 층에 있다. 다행히 병원은 나를 배려해서 VIP만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게 조치를 해주었다.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내가 엄청난 거물인지 알고 건물 앞에 와있을 때 문 근처까지 와서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지금은 즐기고 있다.

 

 병원 문을 열면, 늘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비서가 있다. 나에게 ’일어나세요.’ 를 3번만 외치고 끊는 사람이다.

 

 “지수씨.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역시나 대답이 없다. 대체 이런 사람을 비서로 두는 건지 참.

 

 “그렉 안에 있지?”

 “네.”

 “선생님, 쿤씨 오셨어요.”

 

 닥터 그렉. 독일에서 날아온 의사다. 나를 위해 한국으로 온 의사. 나는 몇 년 전에 짧은 메일을 보냈었다.

 

 ‘도와주세요.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연구 과제가 저에게 있어요.’

 

  그리고 그는 일주일 만에 한국을 들어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내 메일에서 간절함이 보였다고 한다.

 

 “그렉! 얼마 만이야. 독일은 잘 다녀왔어? 와이프는 잘 있지?”

 “말도 마. 어찌나 울던지.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이야기 하세. 일단 앉게나. 차를 하겠나? 술을 먹고 싶으면 냉장고에 있으니 꺼내서 먹어. 그래. 자네는 어찌 지냈나?”

 

  나는 대답대신 냉장고에 맥주 한 병을 꺼내며 낡은 의자에 앉았다. 내가 앉기 위해 선물했던 소파다. 그렉과는 스무 살이 넘게 차이 나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래 전 알았던 친구처럼 지낸다. 유명한 심리학 박사이자 정신과 의사라서 그런지 화술이나 표정, 몸짓마저도 나에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편하다면 상관없으니까.

 

 “자네, 오늘도 이 시간에 오는 것을 보니 걸어왔지? 아무리 걷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차를 타고 1시간이면 오는 거리를 3시간이 걸려서 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는가? 아직도 집에 시계를 달지 않았는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5시가 넘어 있었다. 내 주특기는 뻔뻔함이다.

 

  “하하. 시작부터 잔소리군. 엄마가 따로 없어. 시계가 없다 해도 필요할 때마다 나를 깨워주는 사람도 있고 좋잖아. 그리고 약속 시간을 넘어서 와도 자네는 나를 만나줄 것이 아닌가.”

 

  늘 나오는 일상적인 대화이다. 2년이 지나도록 약속시간을 지킨 적이 없다. 그렉은 이런 나를 알기에 나와 약속한 날은 저녁 약속과 미팅을 잡지 않는다. 그렉의 오늘은 나의 것이다.

 

 “ 성란씨는 잘 있지? “

 

 그렉은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는 끄덕이며,

 

 “오늘도 편안하게 자고 있어. 갓난아기가 자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매우 평화로워. 나도 그녀처럼 편안하게 살고 싶은 데 말이야. 말처럼 쉽지가 않아.”

 “자네가 잘 때는 세상 누구보다 편안하니 걱정 말게. 요새도 코럼에서 연락이 오나?”

 “연락은 오지 않고, 최근 몇 개월 동안 같은 곳에 주차된 차를 보았어. 차종은 자주 바뀌는데, ‘허’ 자 차만 주차 하더라고. 아마도 그들이겠지. 그들은 포기 안 할거야. 그들이 포기를 안 하는 건지 정부가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코럼사는 내가 전에 다녔던 제약 회사이다. 논문 한편으로 나를 스카우트 했던 회사. 세계에서도 손꼽혀서 정부에서도 지원하는 국내 최고의 제약 회사이다. 각종 백신 개발과 신약 개발에 독보적이다. 나는 간단한 면접을 마치고 신약 개발팀에 배치됐다..

 

 수면시간을 조절하는 수면제 '신약개발1팀'

 

 우리 팀은 5명의 팀원과 1명의 팀장으로 구성되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차원의 사람처럼 소통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많았으며, 어떤 업무를 하는지 모른다. 팀이라고 하지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주 자유로웠고, 편안했으며 누구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팀장 또한 우리의 성과 데이터를 상부에 보고하는 것외에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우리와 소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자유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 삶은 끝없는 모래 시계였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내가 관리하는 모르모트를 보러 온다. 그녀는 우리 팀에 나보다 3개월 늦게 입사하였고, 무슨 업무를 맡은 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리하는 생쥐 같은 녀석들을 보러 오는 것이 맞다. 팀장님에게 휴가를 신청하기 위해 말을 했던 한달 전의 기억 외에 회사에서 누군가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인사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네. 안녕하세요.”

 

  정말 한심하고 무기력한 남자의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앞으로 대화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얘만 털 색깔이 달라요?”

 

 예상치 못했다.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한번 더 물어봤다.

 

 “털 색깔이 얘만 다르네요?”

 "아 네, 간혹 털갈이 하고 나서 무늬가 생기는 애들도 있어요.”

 

 나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하였다. 계속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행동에 신경을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관리하는 34번에게 ‘랑’ 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호랑이처럼 얼굴에 줄무늬가 있다는 이유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도 오셨네요.”

 

  이제는 그녀의 방문이 익숙하다. 그렇지만 그녀와 인사만 한다. 그래도 3개월 동안 대화 중에 가장 길게 한 인사다. ‘오늘도 오셨네요’ 라는 말을 하려고 밤을 새우고 고민한 문장이었다. 하루 중에 그녀가 오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모르모트에게 임상 실험 성분을 소량만 투여하고 있다. 혹시 녀석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녀가 이 방에 출입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늘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 녀석이 죽었다. 34번 녀석. 비상사태다. 밤새 비슷한 녀석을 찾기 위해 사방 팔방 수소문 했다. 줄무늬가 있는 녀석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얼굴에 줄무늬가 있는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엉덩이에 있는 녀석, 십자가 줄무늬가 있는 녀석까지. 결국 그녀에게 그 녀석의 죽음을 알렸다.

 

 “혹시 묻어줘도 될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출하면 안 되었지만, 회사 밖에서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컸다. 퇴근 후, 나는 그녀와 함께 회사 근처 공원으로 갔다. 모종삽으로 작은 구덩이를 파내고 그 녀석을 안치했다. 이상하게 나는 성호경을 긋고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성당을 따라가긴 했지만 나는 무교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울지 않나 힐끔힐끔 보며 주머니의 손수건이라도 꺼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 오늘 밖에 없어. 오늘 아니면 그녀와 대화를 못할지도 몰라.

 

 “저기... 혹시... 시간되시면 저녁식사 하실래요?”

 “이런 날은 술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주변에 아는 집이 있는데, 술 할 줄 아시죠?”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녀는 찡긋 웃으며 나의 팔목을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고 도착한 곳은 자그마한 일본식 선술집이었다..

 

 “헤이! 헤이! 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리 좋은 얼굴을 하면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지 않겠나.”

 

 그렉이 나의 감상을 깼다. 저녁 식사하라고 멀리서 부르는 엄마처럼 나를 불렀다.

 

 “아 잠깐 옛날 생각이 났어. 지나간 과거는 왜 기억하고 싶은 것만 떠오르는지 모르겠어. 이런 것도 연구해보는 것이 어떤가?”

 “자네 연구하기도 바쁘니까 빨리 오늘 우리가 만난 목적이나 달성해 주게.”

 “재촉하지 않아도 다 해줄 것을 알고 있지 않나.”

 

 어찌 보면 내가 그렉에게 진료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그렉을 위해 오는 손님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렉이 없었다면 그 때 나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이든 시작해보게. 나는 자네가 이 방에 들어올 때부터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네.”

 “그럼 자네가 가장 이해 못하는, 그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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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사 제1편 2017 / 12 / 14 303 0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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