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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활력고교
작가 : 리리박스
작품등록일 : 2017.12.13

특별할 것 없는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 해인. 성적경쟁에 지친 주인공의 정신상태와 처절한 말로를 볼 수 있는 일기형식의 창작소설입니다.

 
01. 프롤로그 + 2학년이 되다
작성일 : 17-12-13 12:44     조회 : 425     추천 : 0     분량 : 4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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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1학년은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고

 

 2학년인 지금도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일기를 써도 괜찮을까?

 

 그 시간에 다른 애들은 더 공부하고 있을 텐데.

 

 

 

 

 

 

 

 

 2학년

 

 

 11월 9일(월)

 

 1. 오랜만에 쓰는 일기. 너무너무 쓰고 싶었다.

 

 2. 놀랄만한 사실이 몇 가지나 있다. 먼저 한수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오늘 청소시간에 얼떨결에 수지가 말했다(있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으니 약간 놀랐다) 나이는 고3(충격) 이름은 김도훈. 더 충격적인게 뭔 지 알아? 거의 200일 정도 되었다는 거야. 진짜 몰랐는데. 연기해도 되겠어. 뭐, 별 감흥은 없다. 내 남자친구도 아니고, 네가 남자친구 관계로 공부에 신경을 덜 쓰는 건 나한테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오래가 수지야. 기왕이면 고3 중반쯤 되어서 안 좋게 헤어졌으면 좋겠다. 그럼 진짜 집중이 안 될거야.

 

 11월 10일(화)

 

 내일은 1교시만 수업을 하고 청소 후에 끝난다. 마트에 가서 필통이랑 이것저것 사고 구경도 하고 와야지. 혼자서 하는 활동은 재미있다.

 

 11월 14일(토)

 

 시험이 31일 남았다. 근데 공부하기가 너무 싫다. 어떻게 쉬지않고 공부만 할 수 있을까?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다. 나를 아무것도 없는 방에 가두고 공부만 하라고 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해야 되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갈수록 더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어린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겨운 일인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이에 너무 큰 고난을 마주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치고 싶다. 그럼 언제까지고 웃을 수 있을 텐데. 내가 별 것도 아닌 걸로 유세떠는 걸 수도 있다. 근데 나한테는 너무 버거운 일 같다. 시험기간에 들어갈 때마다 사실 살이 깎이고 뼈가 깎이는 것만 같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고, 즐거운 일도 즐거워서는 안 될 것 같고,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꾸 잠만 오고, 늘어지고, 그렇게 또 자신을 탓하고. 세상이 다 거짓말인 것 같다. 어디에 의지해야만 할 지 모르겠다. 진짜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엾은 나의 열여덟, 열아홉, 봄.

 

 

 11월 18일(수)

 

 1. 야자를 빼고 학원 보충수업에 갔다. 학원에 가려고 야자를 안 하는 것인데도 야자를 안 하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 집에 와서 바로 머리를 감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못했다. 지금부터 해야지. 참고로 지금 11시 50분이다.

 

 2. 시험이 28일 남았는데 너무 여유로운 것 같아 탈이다. 별 거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기만 하고.

 

 3. 내일은 벌써 목요일이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른 건지. F1이 지나가는 속도 같아.

 

 4. 민규리가 저번에 학교에서 하는 ‘고전대회’에서 1등상을 탔다. 문학 선생님이 오늘 수업시간에 그걸 또 언급했다. 기분이 더러웠다. 저런 애가 인성상을 받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노릇이었다. 반에서 왕따, 좋아해주는 애는 하나도 없음. 근데 성적은 1등. 근데 부럽지 않아. 고전작품을 다 외워서 받는 상이 도대체 어디가 인성함양이라는 건지. 정말 빛 좋은 개살구, 남이 보기에 좋은 일만 하는 엉터리선생들. 돈으로 교사가 된 인간 말종. 이상한 병이라도 걸려서 빨리 죽어버렸으면. 이젠 욕하는 것도 지겹다.

 

 5. 요즘 영어시간과 문학시간은 너무 널널한 수업이다. 계속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쉬엄쉬엄 하는 것 같다. 영어는 필요도 없는 딴소리 열전이고, 문학 선생님은 이상하게 매일 20분, 30분 일찍 끝내고 영화 보여주고, 쉬게 하고, 이게 맞는 건가 싶다. 물론 그 시간에 탱자탱자 노는 건 아니다. 공부도 하고, 가끔 자기도 하고 그런다. 하지만 일기에 쓰듯 항상 이상한 압박감에 붙들려 산다. 열심히 하고 있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나마 앞날의 불안에 눈을 감을 수 있다.

 

 11월 25일(수)

 

 1. 요즘은 매일같이 비만 주구장창 내려서 너무 춥다.

 

 2. 오늘 아침에 학교를 가는데 역시나 늦게 일어나서 어제 미리 만들어 놓은 밥을 들고 걸어가면서 밥을 먹었다. 밖에서 오래 먹고 있으면 창피하니까 허겁지겁 마구 입에 집어넣었다. 공부는 하나도 안 하면서 늦게 일어나고 잘도 밥을 먹고 있다.(내 자신이 싫다) 학교 신호등에 가서야 가방에 다 먹은 통을 쑤셔 넣고 있는데 갑자기 비눗방울이 보였다. 헛것을 보나 해서 다시 봐도 분명 비눗방울 이었다. 어떤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다. 그 아이 뒤로, 옆으로 비눗방울들이 감싸 날리고 있었다.

 삭막한 내 인생, 현실에, 회색빛 이 동네에. 어두운 우리나라에 무지개 색 비눗방울. 희망을 부는 아이가 여기 있다고. 정말 별 걸 다 생각하고 울컥해졌다. 하지만 확실히 아침에 그 아이가 불고 있던 것은 희망이었다.

 

 3. 기말고사가 19일 남았다. 시험공부도 제대로 안 했는데 생기부ㅡ생활기록부ㅡ다 독서기록이다 이것저것 할 게 너무 많다. 대체 왜 지금 그걸 말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한 10년 뒤에도 잘 못 쓸 것 같은데 어떻게 지금 쓰라는 건지. 매일 학교에 갇혀서 바깥 세상일은 잘 모르는 걸.

 

 4. 요즘은 급식을 먹는 것이 시원찮다. 그냥 내가 사람이 아니고 공부해야 되는 기계고, 거기에 연료를 집어넣어야 하니까. 너무 많이 넣으면 졸리니까 그런 식으로 밥을 먹고 있는 것 같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니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이 모두 그냥 하룻밤의 꿈이었으면.

 

 

 11월 27일(금)

 

 D-18. 부들부들

 

 

 11월 29(일)

 

 1. 아무래도 만성피로 같다. 자도 자도 피곤하고 비타민은 소용이 없다. 아직 2학년인데도 이러면 진짜 어떡하나 싶다. 내년이 되면 커피를 마셔도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2. 어제는 10시 즈음에 잤다.(아침에 일어나서 엄마한테 물어봤다) 내 방에서 영어공부를 하다가 쇼파에 잠깐 누웠는데 반바지를 입어서 추웠던 것, 이불을 덮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대로 쇼파 에서(다리도 다 펼 수 없다) 4시까지 잤다. 앉아서 10시부터 4시까지 깊게 잠이 들었었다. 또 그럴까봐 아직도 학원에 있다.

 

 3. 분명 지금 나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꿈이구나 할거야. 제발, 그랬으면.

 

 4. 한수지가 요즘 이상해 졌다. 많이 이상해 졌다. 남자친구가 있는 게 탄로 나고, 그 남자친구가 수능도 끝나서 만날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저번 주 금요일인가 목요일에는 수업시간 도중에 신들린 연기력으로 영어선생님을, 반 애들을 속이고 담임에게 조퇴까지 받아낸 후에 다음날 멀쩡히 등교했다. 그리고 어제의 무용담을 들려주는 그 당당한 모습이란. 원래 저런 애였나 싶을 정도로 위화감이 느껴진다. 왜 저러는 걸까. 뭐, 나에게는 경쟁자가 줄어서 좋은 거지만.

 

 5. 이유정도 이상하다. 갑자기 미술로 진로를 바꿨다. 나중에 미술 선생님이 될 거란다. 완전 안 어울리거든?

 

 6. 다 변하는 것 같다. 세상은 다 거짓말이다. 내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거짓말. 가식. 위선!

 7. D-16. 이럴 시간이 없는데도 난 뭘 하고 있는 건지. 정신 차려.

 8. 모든 것이 죄 같다. 죄를 짓고도 또 죄를 짓는 나는 언제까지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지?

 

 

 12월 6일(일)

 

 지금 시각 오후 11시 38분. 나는 지금 진짜 공부하기 싫다.

 

 12월 11일(금)

 

 1. D-4.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2. 울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울었다. 울어버렸다. 눈물이 되게 뜨겁고 눈물이 타고 내려간 부분은 쓰라렸다. 오랜만에 울어서 그런지 별의별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나 보다.

 

 동생이 나 때문에 죽고 싶다고 엄마한테 그랬다고 한다. 죽지도 못하면서 멍청이. 걔는 그런말을 11년만에 했구나. 나는 18년째이고 이제 19년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엄마한테 엄마 때문에 죽고 싶단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 용기 하나는 부럽다.

 

 아니, 부럽지 않다. 내가 왜 걔를 부러워 해야 돼? 엄마 얘기는 일기에 쓰고 싶지 않았다. 아마 중학교 때 일기에 쓰여있을 것이다. 이제 엄마랑 아빠얘기는 쓰지 않을 거라고. 사이가 좋든 나쁘든 아무것도 쓰지 않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좀 써야할 것 같다.

 

 나중에 내 일기가 어떻게든 읽히게 된다면 적어도 내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하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엄마는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공부 조금 열심히 하고, 너무 못생기지 않았고, 밖에 데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는 생겨서 나를 데리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태어난 이래 사랑받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던 것 같다. 있었더라도 그건 정말 꼽을 수 있다.

 죽고 싶은 건 오히려 나다. 매일 기계처럼 똑같은 생활. 남들과 똑같이 학교에 가고, 집에 오고, 학원에 가고, 공부하고, 자고, 지겹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그 이하인 것 같다.

 

 이제 공부도 지겹다. 내신 공부. 아주 협소한 시각으로 문제를 풀어야 되고 교과서를 달달 외워야 서술형을 쓸 수 있다. 예전의 나는 서술형에 대한 겁이 전혀 없었지만 이제 사람이 아니게 되어서 서술형을 쓰는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어쨌든, 공부가 제일 재미없다.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영면에 들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아무 제제가 없었으면 좋겠다. 사람처럼 대우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 나는 쓰레기 같다. 공부도 소홀히 하고, 잠도 저번 시험대비보다 훨씬 많이 잔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3시를 넘겨서 잔 건 일주일 정도뿐이다. 내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다.

 

 왜 자꾸 졸음이 쏟아지는지.

 

 왜 그렇게 피곤한지.

 

 왜 더 열심히 할 수 없는 건지.

 

 더 독해질 수는 없는 건지.

 

 세상 모든 것들에게 안녕을. 난 이제 죽을 거야. 아니, 오래 전에 이미 죽었어. 난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을 거야. 차라리 무생물로 태어나겠어. 기쁨도 슬픔도 없었으면 좋겠다.

 

  세상아 안녕. 더러운 이 세상아. 안녕! 다 지겨워 졌어. 이젠 진절머리 나고 내 자신이 싫어. 나는 뭔가를 먹을 자격도 없고 나를 위한 여러 것들도 다 필요 없어. 못 받겠어.

 

 대체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지? 어떤 놈이지?

 

 다시 살고 싶다.

 

 아냐,

 

 다시 살고 싶지 않아.

 

 봐, 봤지.

 

 나 조금 이상해 지려고 하는 것 같아.

 

 살려줘.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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