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그랬다.
차가워 보였지만 강했기에
바쁜 내가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도
데이트를 자주 하지 않아도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그래서 너에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넌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돌아 봤을 때
넌 내 옆에 없었다.
내 책장 먼지 쌓인 선인장처럼
너의 속 마음은 누구보다 여린 사람인데
그렇게 다 끝나고 알았다.
-선인장-
난 그랬다.
강한척했지만 항상 아팠다.
바쁜 네가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해도
데이트를 자주 하지 못해도
항상 너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그게 너에게 힘이 된다면 그러고 싶었다.
난 너에게 그런 사람이라도 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돌아 봤을 때
넌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걸 알았다.
난 너의 옆을 떠났다.
너의 책상 먼지 쌓인 선인장처럼
나는 너에게 더 사랑한다는 이유로 방치되었다.
그렇게 다 끝나고 알았다.
-선인장-
ㅡ
“한아. 게임 재밌어?”
“으응 왜? 심심해? 이번 판 만 할게.”
북적거리는 카페 안 아영은 유한에게 한 마디를 건네고 애꿎은 카페 티슈를 찢고 있다.
“한아 내가 어제 카톡으로..”
“응? 괜찮아. 내가 바빠서 신경을 많이 못 썼어. 그래서 서운한 거잖아?”
“응. 근데..”
“괜찮다니까 이해해.”
“아니. 내가 안 괜찮아.”
“또 왜 그래.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오늘도 바쁜데 시간 쪼개서 만난 거잖아.”
“그럼 내가 또 너 비위 맞추면서 고맙다고 해 야 되니?”
“말을 또 왜 그렇게 해.. 나는 그게 아니라. 아영아.”
“한아. 나 이제 그만하고 싶어. 연애를 하면 행복하다고 하더라 행복해서 친구들한테도 소홀해지고 살도 찌고”
“지금 나랑 말장난하는 거야? 그건 연애한지 얼마 안 된 얘들이니까 잠시 친구들한테 소홀해지는 거고 난 연애한다고 이것, 저것 먹으면서 자기 관리 안 하면서 둘 다 살 이나 찌고 그런 한심한 연애하기 싫고 난 아영이 너한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우리 결혼해야지. 그러면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하자고 아영아.“
“현실.. 한아 너는 연애가 항상 현실적으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 넌 그렇지 나와 다르게.. 나는 그게 아니야. 우리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아. 그냥 미지근하다고”
“원래 뜨거운 연애보다 따듯한 연애가 좋은 거 아니야? 난 아영이 너 만나면서 만족한다고”
“한아. 나 연애하면서 불행해. 항상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카톡을 읽었나 안 읽었나 확인하고 나한테 너 카톡방의 1은 칼 같아. 날 찌를 거 같고 난 항상 두렵고 항상 불안해.
이런 내가 너무 싫어. 사랑하는데 너무 사랑하는데 내가 불행하다고 내가 그런데 괜찮다고?
넌 만족한다고? 연애가 그런 거야? 너 혼자 행복하고 만족하면 다 되는 거야?“
“아영아. 왜 그래. 내가 더 잘할게 나 너 없이 안돼. 너하고 내가 헤어지는 게 말이 돼?”
“말이 안 되 지. 지금 내가 이렇게 불행한 연애를 하는 것도 말이 안 되 고”
“그래 행복하게 해줄게 우리 주말에 여행 갈까?”
“아니. 나 지금도 너무 흔들리는데 이번에도 너랑 못 끝내면 난 또 힘들 거야. 너랑 끝내면 6개월.. 아니.. 1년.. 2년.. 힘들겠지만 무뎌지겠지. 그런데 나 너랑 못 끝내면 평생 아프고 힘들어야 돼. 혼자 방에서 베게 그만 적시고 싶어.”
“아영아 울었어? 왜..”
“왜라고 나오면 안 돼 너는 우리 6년이야.. 네가 내 눈만 보고 내 기분 알아 달라고 그러는 거 아니잖아. 너는.. 아니야. 더 말해도 서로 미련만 남을 거야. 나 먼저 가볼게.”
“아영아.. 아영아!”
아영은 가방을 챙겨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나선다.
“신아영. 연락 기다릴게 화 풀리면 연락해.”
마지막이었다. 아영을 잡을 수 있는 유한에게 쥐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6년간의 연애의 시작은 평범한 연인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도 다른 것 없이 평범한 연애였다.
시간이 흘러 아영에게 유한은, 유한에게 아영은 다른 일반 연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였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아영은 카페를 나와 버스 정류장 앞에서 한없이 집 방향의 버스를 보냈다.
너무 슬프니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냥 걸어가야겠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헤어짐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두려웠다. 한 번만 더 믿자, 한 번만 더 지켜보자 이렇게 버틴 시간이 6년.
더 이상은 희망이 없었다.